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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와달이 사는 집

'구름이 머물러 살고 있는 산' 영천.포항 운주산을 찾아서... 본문

◈ 산행이야기/☆ 2016년도 산행

'구름이 머물러 살고 있는 산' 영천.포항 운주산을 찾아서...

해와달^^* 2016. 6. 12. 22:21

☆ 산행일자 : 2016. 6. 11 (토)  날씨 - 맑음

☆ 산행장소 : 포항시 기계면, 영천군 자양면, 임고면 일원

☆ 산행인원 : 집사람과 함께...

☆ 산행코스 : 공터주차장-상안국사-주능선합류(구조목 가-13)-797봉-운주산-동릉-안국사갈림길(지릉)-689봉 갈림길(무덤)-공터주차장

☆ 산행시간 및 거리 : 3시간50분, 6.01km (식사 및 휴식 포함. GPS기준)




▣ 산행지 소개 - 운주산(雲住山. 806.2m)

포항시 기계면의 너른 들판을 가로질러 난 우회도로가 끝날 무렵 왼쪽으로 품세가 제법 넉넉하게 올려다 보이는 산이 운주산(雲住山)이다. 고스락에는 항시 구름이 주위를 감싸고 있어 이름 그대로 "구름이 머물러 살고 있는 산" 처럼 올려다 보이기도 한다. 운주산은 포항과 영천의 경계를 이루는 낙동정맥의 산으로 고스락은 정맥의 마루금에서 200m 정도 살짝 빗겨나 영천땅에 속해 있다.
임진왜란 때는 산세 덕에 외적을 방어하기 좋아 김백암장군이 이곳에 성을 쌓고 진터를 설치하기도 했으며 이로 인해 산 남쪽아래의 영천군 임고면에는 수성리(守城里)라는 마을이 있고, 구한말에는 의병조직인 산남의진(山南義陳)이 이곳을 근거지로 일제에 대한 항쟁을 펼쳤으며 임진왜란과 6.25때는 주민들의 피난처가 되기도 했던 전흔의 역사를 품고 있는 산이기도 하다.
호젓한 주능선을 거니노라면 한여름 뙤약볕을 가려주는 시원한 그늘을 제공하고, 가을이면 발 아래로 두런거리는 낙엽을 밟는 재미가 솔솔하다. 특히 눈이 귀한 포항땅에서는 심심찮게 눈산행을 곁들일 수 있는 가족산행지로 적합하다.
운주산 고스락에 서면 사위조망이 시원스럽기 그지없다. 북으로는 주왕산을 지나온 산줄기가 가사령을 넘어 침곡산으로 이어지고 운주산을 넘어선 후 도덕산, 한티재로 달려나가는 낙동정맥의 모습이 굽이치며 맥을 잇고 있다. 그 외에도 남서쪽 어래산을 지나 기계들녘으로 잔뜩 고개를 낮추는 포항시 경계가 어림되고 다시 고개를 서서히 쳐들던 지맥은 비학산을 일궈내고 그 여세는 이어져 괘령산~향로봉까지 치닫는 모습이 아스라하다. 북서로는 기룡산 너머로 보현산 천문대, 면봉산, 베틀봉이 또렷이 조망될 만큼 사방 팔방으로 일망무제의 바로 그것이다.
또한 서쪽 아래 자양호의 푸른 호수를 내려다 보노라면 절로 마음이 평온해지고 물빛 만큼이나 청정해짐을 느낄 수 있다.
산행로로는 포항쪽 남계리, 인비리가 많이 이용되고 영천쪽으로는 수성리쪽이 주로 이용되지만 이리재 또는 한티재에서 이어지는 낙동정맥 구간도 권할 만하다.




◈ 산행기

특별한 일이 없으면 대부분 주말에는 산행을 떠나는 게 일과처럼 되어 있지만 이번 주말은 직장의 일 때문에 특별근무를 하게 되어 있어 토요일에 산행을 할 계획을 갖고 있었는데 친구 부친의 부음 소식에 대구까지 문상을 하러 가야하는 관계로 근교의 짧은 산행으로 바꾸어 다녀오기로 한다.

느지막히 집을 나서 차를 몰아 달려간 곳은 한동안 잊고 있었던 포항시 기계면에 있는 운주산이다.

가장 최근에 올랐던 게 5년전 쯤으로 기억이 되는데 영천 땅 삼귀리에서 올랐었고 오늘 들머리로 잡은 안국사 코스는 10년 가까이 되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오랫동안 찾지 않았던 곳이다. 짧게 다녀오기에는 괜찮은 곳으로 부근의 봉좌산과 저울질을 했지만 봉좌산은 종주산행으로 다시 올라보기로 하고 오늘은 모처럼 안국사 계곡의 맑은 물소리도 들을 겸해서 찾아가는 길이다.

집을 나서 영일만대로를 달리다 자명리 램프를 빠져나와 31번 국도로 갈아타고 달성사거리에 있는 만두집에 들러 만두 2인분을 사서 갈무리하고 기계면소재지 우회도로를 달리다 남계리 입구 이정표석이 있는 지점에서 좌회전하여 얼마 가지 않으면 우측으로 오래된 정자(송와정) 하나가 있고 이 지점에서 왼쪽으로 시멘트포장 도로를 따라 3km를 더 진행하면 하안국사에 이른다. 하안국사(下安國寺)를 관통하여 시멘트 도로를 따라 5~6분 가량 계속 올라가면 좌측으로 간이화장실이 있고 주변으로 차량 5~6대 정도를 주차할 수 있는 공터가 나오는데 이곳이 오늘 산행들머리로 잡은 곳이다. 공터 우측으로는 계류가 흐르고 있어 예전 이곳에서 피서를 즐겼던 기억이 새롭다. 오늘도 역시 산행 후에 탁족을 즐길 계획으로 잡고 산행준비를 마친 후 안국사를 향한 걸음을 시작한다.



산행궤적



도로 좌측으로 자그마한 공터가 있는 곳에서 오늘의 산행은 시작됩니다.



맨 먼저 반겨주는 기린초와 살가운 인사를 나누고

시멘트도로를 따라 걸음을 옮겨갑니다.



오전 11시가 넘어서 시작한 산행이라 그런지 햇살이 제법 따갑게 느껴지는군요.



안국사 초입에 있는 부도탑과 옛 안국사터에 관한 안내문.



오랜만에 찾아왔어도 예전 모습과 크게 달라진게 없는걸 보면

주지스님께서는 물욕에 큰 관심이 없으신가 봅니다.





'자주달개비'



날씨가 워낙 가물어서 그런지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콸콸 쏟아지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거무튀튀하게 말라버린 이끼 낀 돌들만 보이는군요.



안국사를 지나자마자 좌측으로 갈라지는

갈림길을 지나 계속되는 등로를 따르니

바짝 마른 계곡엔 칡 넝쿨만이 무성할 뿐...



안국사를 떠나 약 5분 남짓 올라서면

다시 갈림길을 만나게 되는데

계류를 건너는 길과 오른쪽 돌길로

올라서는 길로 나뉘어집니다.


주등로는 우측길이지만 오늘은 새로운 코스를 걸어보고자

평탄한 직진길로 발을 들여 놓게 됩니다.



오랜만에 찾아온 길이지만 '길이 참 좋다~'라며 진행하고 있는데



뒤에서 따라오던 집사람이 가지고 있던

스틱 하단부가 없어졌다며 되돌아 내려가는게 아닙니까...


하는 수없이 배낭을 내려놓고 뒤따라 내려가며

주변을 살폈더니 안국사까지 내려가서야

풀섶에 떨어진 스틱 하단부를 발견하고

다시 등로를 거슬러 올라갑니다.



내려놓은 배낭을 다시 들쳐메고

오랜만에 찾은 운주산의 푸르른 숲길따라 진행하니



제법 뚜렷한 산길이지만 인적이 드문 탓에 칡넝쿨이 주류를 이루고 있네요.



'괭이밥'



'쇠별꽃'



거미줄이 진을 치고 있는 우거진 숲속을 뚫고 들어가니



뚜렷한 등로에 우측으로 너덜지대를 만나게 되는데



이후부터는 평탄하던 등로가 각을 세우기 시작하는군요.



그동안 운주산을 예닐곱 번 가량 찾았었지만 지금 걷는 등로는 미답의 구간이라



마치 신천지를 발견한 양 작은 눈 부릅뜨고

길 잃지 않으려고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능선을 향해 오릅니다.





유월의 햇살로 뜨거워진 회색 도심을 벗어나

초록이 가득 머무는 운주산의 깊은 숲속으로 들어와



살아있는 숲속의 향기를 맘껏 들이마시며 걸으니

코끝을 자극하는 또다른 향기앞에 기분좋은 현기증이 입니다.



하늘이 열리는 걸 보니 주능선이 가까워졌나 보네요.



낙동정맥 구간인 주능선에 닿으니 '가-13'구조목이 반겨주는군요.



운주산을 향한 발걸음은 잠시 후 삼거리를 만나게 되는데

먼저 797봉 부터 오르기로 합니다.



낙동정맥 797봉.


포항시 기계면, 영천군 자양면, 임고면 세 개의 면이 접하는 경계지점이랍니다.



'기린초'



797봉에서 서쪽방향의 내림길로 내려서면 만나게 되는 삼거리로

운주산을 다녀온 뒤 이리재 방향으로 진행할 예정입니다.



'애기나리 군락'



운주산 정상 입구의 헬기장.



'꿀풀'



구름이 머물러 살고 있는 '운주산(雲住山)' 정상입니다.



운주산 정상에서 바라본 북쪽 방향의 조망으로

좌측 멀리로 가사령에서 침곡산으로 이어지는 낙동정맥이 훤하고

가운데 아래로는 기북면소재지가 보이는군요.



정상에서 준비해간 빵과 달성사거리에서 샀던 만두를 꺼내

점심요기를 대신하고 운주산을 내려와 갈림길에서

이리재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겨갑니다.



한문실력이 짧아 이름을 알수 없는 근위장군의 잡풀이 무성한 묘를 지나게 되면



797봉으로 갈라지는 삼거리에서 우측으로 방향을 꺾습니다.



안국사에서 올라왔던 구조목 가-13지점을 지나 평탄한 주능선을 따라 걷노라니



달려도 좋을 만큼 부드러운 초록빛 등로가 이어집니다.



안국사로 원점회귀를 할수 있는 첫 번째 갈림길을 지나면



역시 오랜만에 대하게 되는 탁자바위(가-14지점)를 지나게 되고



좌측으로 갈라지는 또 하나의 희미한

갈림길을 지나 내림길로 등로를 이어가면



초록을 만끽할 수 있는 키 큰 철쭉군락지 아래를 지나게 됩니다.





오늘 산행의 중요 포인트입니다.

687봉을 우회하는 등로를 벗어나

좌측의 시그널을 따라 잔가지를 헤치고 들어서면



주변에 '경주 김씨'묘가  고스락을 지키고 있는 687봉에 닿게 됩니다.



687봉에서 북쪽 방향의 지능선을 따라 가파른 내림길을 이으면



희미한 옛길의 흔적은 남아있지만 잡목이 우거져 진행이 좀 힘드네요.



'조록싸리'



얼굴을 때리고 옷깃을 부여잡는 나뭇가지의 저항을 뿌리치고



끊어질 듯 이어지는 희미한 등로를 따라 걸으니

뒤따르는 집사람에게 괜스레 미안한 마음이 드는군요.



그렇지만 어쩌겠습니까...

산이 좋아서 다니는 산꾼에게 어찌 비단길만 있으리오...



멧돼지의 배설물도 보이니 괜스레 스틱을 탁탁 쳐가며 걷는 걸음에 속도를 더해봅니다.



없는 길 만들어가며 덤불을 헤치고 내려서니 옛 임도를 만나게 되고

가파르게 계곡으로 이어지는 토끼길을 따라 내려서니



'사상자'



물마른 계곡을 만나게 되고

숲을 빠져나오니 애마를 세워둔 공터주차장에 닿게 됩니다.



산행을 마무리하고 계류를 찾아 탁족을 즐기러 안으로 들어서니 물이 너무 없네요.





수량이 풍부할 때는 웬만한 피서지가 부럽지 않을 만큼 멋진 곳인데

오늘은 맑은 계류사이로 자라고 있는 이끼를 보는 것으로 만족을 해야겠네요.





모처럼 근교산행으로 걸어본 오늘. 몇년 만에 다시 찾아와 옛 기억을 더듬으며 운주산을 다시 걸어보니 그리 어렵지 않은 등로에 짧게 다녀올 만한 곳이라 포항 근교에서는 제법 인기있는 산행지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곁에 두고서 먼곳으로 쏘다니느라 잠시 잊고 지냈지만 그래도 늘 그 자리에서 기다려주고 있는 근교의 산들도 틈나는대로 다시 찾아봐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 산을 찾기 시작할 때 맨 먼저 살고있는 주변의 근교산부터 걸었던 그때의 열정을 조금이나마 되살려가며 흐르는 저 구름을 벗삼아 스치는 산바람을 맞으며  하나하나 다시 찾고픈 마음이 불현듯 솟구친다.

제법 더운 날씨였던 때문인지 아니면 길도 없는 무지막지한 덤불속 내림길을 뚫고 내려오느라 진을 뺀 탓인지 온 몸에 땀 투성이라 예전부터 여름 피서지로 썩 괜찮은 곳이라 아는 사람만 찾아드는 운주산 계곡에서 비록 적은 양의 물이지만 더운 날씨에 젖은 육신을 씻어내고 친구들과의 단체조문에 늦지 않기 위해 서둘러 안국사 계곡을 빠져나와 집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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