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달이 사는 집
6년만에 밀린 숙제를 해결하고 온 천황산 얼음골 용아릉A, B코스 본문
▣ 여름에 얼음이 어는 곳, 얼음골
재약산(천황산) 북쪽 중턱의 높이 600~750m쯤 되는 곳의 골짜기 약 29,752m²(9천여평)을 얼음골이라고 한다. 봄부터 얼음이 얼었다가 처서가 지나야 녹는 곳이며, 반대로 겨울철에는 계곡물이 얼지 않고 오히려 더운 김이 오른다는 신비한 곳이다. 더위가 심할수록 바위 틈새에 얼음이 더 많이 얼고, 겨울에는 반팔을 입을 정도로 더운 김이 나 "밀양의 신비"라 불리며 천연기념물 224호로 지정, 보호하고 있다.
얼음이 어는 시기는 4월부터 8월까지로, 비가 온 뒤에는 녹아서 얼음이 보이지 않으며 어는 경우도 예전만큼 많지는 않다고 하는데 그래도 계곡입구에 들어서면 냉장고 속에 들어간 듯 쏴아한 얼음바람을 맛볼 수가 있다. 얼음골의 여름 평균기온은 섭씨 0.2도, 계곡물은 5℃ 정도. 물이 차서 10초 이상 발을 담그고 있기 어렵다. 얼음골의 정식이름은 시례빙곡(詩禮氷谷)이다. 우리나라에서 얼음골로 알려진 곳은 이 곳 밀양의 천황산 얼음골, 의성군 빙혈(氷穴), 전라북도 진안군의 풍혈(風穴), 냉천(冷泉), 울릉도 나리분지의 에어컨굴 등 네 곳이다.
♤ 산행일자 : 2016. 06. 18 (토) 날씨 - 맑음
♤ 산행장소 : 경남 밀양시 단장면(丹場面)·산내면, 울산광역시 울주군 상북면 일원
♤ 산행인원 : 모처럼 나홀로 산행
♤ 산행코스 : 밀양 얼음골주차장-천황사-가마불폭포-용아릉A코스-샘물산장-천황재-재약산-천황재-천황산-얼음골갈림길-용아B코스-얼음골주차장
♤ 산행시간 및 거리 : 7시간, 11.23km (식사 및 휴식 포함, GPS기준)
◈ 산행기
오늘은 모처럼 홀로 가는 산길이라 난이도가 있는 곳으로 가고자 두어 군데 코스를 놓고 저울질하기 시작한다.
운문산 소머리바위와 이끼폭포를 가느냐, 얼음골 용아릉을 타느냐... 요리조리 간을 보다가 만 6년전 홀로 용아릉A코스를 올랐다가 B코스의 들머리를 찾지 못해 얼음골로 내려오면서 언젠가 다시 찾아오리라며 스스로에게 약속을 했던 곳을 제법 시간이 흘렀지만 이제라도 그 약속을 지키고자 얼음골로 낙점을 하고 집을 나선다. 근처의 맛난 김밥집을 찾아 두 줄을 갈무리하고 경주 방향으로 차를 몰아 팔우정로타리의 해장국집에서 선지국으로 아침을 해결하고 언양방면으로 내달린다.
가지산터널을 지나 얼음골주차장에 도착하니 9시 30분이 다 되어간다. 드넓은 주차장에 주차해놓은 차량이 서너 대 밖에 보이질 않으니 아직은 피서철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지만 오늘 낮 최고 기온이 30도가 넘는다는데 산을 오르면서 산바람이라도 간간이 불어주길 기대하면서 장비를 챙겨 얼름골휴게소 옆의 구름다리를 건너기 시작한다.
산행궤적
얼음골주차장의 가지산도립공원 안내판을 사진에 담고
좌측으로 보이는 다리를 건너면서 산행은 시작됩니다.
올해는 어디를 가도 유난히 물이 부족한 것 같은데
이곳 또한 예외는 아닌 것 같네요.
다리를 건너 주차장에서 이어져 온 시멘트도로와 합류가 되고
곧이어 좌측으로 닭벼슬능선 초입을 지나게 되지요.
도로를 따라 거슬러 오르다 만나는 삼거리에서
좌측으로 꺾으면 관리사무소를 지나게 되고
푸르름이 날로 더해가는 우거진 숲길따라 행보를 이어갑니다.
천황사 입구의 모습입니다.
경내를 둘러본 후 좌측 가마불폭포 방향으로 진행할 예정입니다.
마주보이는 목교를 건너 진행하게 되면 얼음골 결빙지로 갈수 있지요.
밀양 천황산의 천황사는 얼음골 가는 길에 있는 작은 절이지만
큰 법당인 '대광명전' 안에 모셔져 있는 석불좌상은
국내 유일의 형식을 가진 귀중한 보물입니다.
밀양 천황사 석불좌상(密陽天皇寺石佛坐像)
1995년 1월 10일 보물 제1213호로 지정되었다. 전체높이 123.5cm, 머리높이 25cm, 좌대높이 40.5cm이다. 경상남도 밀양시 산내면(山內面) 얼음골의 천황사에 있다.
광배(光背)는 없이 몸체와 대좌(臺座)로 이루어졌다. 몸체는 가는 허리에 당당한 가슴을 하였고, 법의(法衣)는 우견편단(右肩偏袒)을 하였으며, 주름은 층단(層段)을 이룬 것으로 보아 8세기 중엽 이후의 양식임을 알 수 있다. 상·중·하로 구분된 대좌의 상대는 둥근 원판형 윗부분에 정교하게 연주(連珠)무늬를 새기고 그 밑에 연꽃무늬를 두 겹으로 새겼다. 중대는 두 줄의 띠를 새긴 7cm 높이의 원형 받침으로 국내에서는 처음 보는 형식이다. 하대는 복판연화(覆瓣蓮花)무늬 위에 11마리의 사자를 환조(丸彫)로 새겼는데, 정면에는 향로 같은 공양구를 끼운 것으로 보이는 구멍받침이 있다.
이러한 형식은 한국의 불상에서 처음 보는 형식으로 조각사연구에 귀중한 자료이다.
'산수국'이 꽃을 피운걸 보니 바야흐로 여름이 왔음을 알수 있네요.
6년 전 이곳을 찾았을 때는 결빙지를 거쳐 오느라 지금 걷고 있는 이 길은 처음입니다.
가마불협곡으로 연결되는 길을 따라가니 철계단이 나타나는군요.
이름을 알수 없는 무명폭을 만나게 되지만
흐르는 폭포수는 구경할 수 없음이 안타깝습니다.
이곳 얼음골의 경사도가 워낙 가파르다 보니
비가 많이 오는 날 외에는 폭포수를 구경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철계단을 거슬러 오르면 결빙지에서 오는 길과 합류가 되고
잠시 후 가마불폭포 앞의 안내판에 서게 됩니다.
가마불폭포 안내문.
먼저 암가마불폭포부터 찾아봅니다.
암가마불과 숫가마불은 이웃하고 있는데
암수를 단박에 구별할 수 있지요.
암가마불은 골짜기 깊숙이 감춰져 있는데
폭포를 이루는 계곡이 협곡으로 되어있어
마치 대협곡을 보는것 같습니다.
숫가마불폭포는 암가마불폭포의 위용에 기가 눌렸는지
물기가 없으면 언뜻 눈에 잘 띠지 않는 것 같네요.
가마불폭포를 구경하고 걸음을 결빙지 방향으로 옮겨가면
데크길이 꺾이는 곳이 나타나면 들머리가 나온답니다.
주변을 돌아봐도 시그널이나 위험구간 팻말도 보이지 않네요.
공원관리소에서 떼어냈는지 모르지만 예전 기억을 더듬어 올라섭니다.
못와본 시간동안 얼마나 많은 산객들이 다녀갔는지
등로가 확연히 구별이 될 만큼 넓어진 것 같습니다.
시그널도 많이 보여 산을 좀 타는 산악회라면 다들 다녀간 느낌이네요.
초입부터 주구장창 가파름의 연속인 오름길...
가마불폭포를 떠나 10분여를 용쓰며 올라서니
앞이 훤히 트이는 조망을 제공해 주는군요.
발 아래로는 출발했던 얼음골주차장이 보이고
고개를 들면 백운산과 멀리 운문산이 시야에 들어옵니다.
하산루트인 용아B코스의 웅장한 모습도 만나게 되는군요.
까마득하게 올려다보이는 주능선을 바라보며 다시금 전의를 불태우고
건너편의 닭벼슬능선도 언젠가는 올라보리라는 새로운 약속을 하면서
계속되는 가풀막을 호기롭게 치고 오르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20분 가까이 코가 땅에 땋을 듯한 가파름과
사투를 벌이고나니 전망바위에 서게 되고
그제서야 온전한 모습의 백운산 백호가 시야에 들어오고
멀리 영알의 맏형인 가지산도 온전히 보게 됩니다.
말로 표현하기가 힘들 만큼 웅장하기 이를 데 없는 용아B릉의 모습을 보면서
6년 전의 그 자리에서 같은 포즈로 셀카 하나 담아봅니다.
깎아지른 절벽 사이로 흘러내린 너덜의 규모가 엄청납니다.
보기만 해도 압도적인 분위기에 오금이 저려오는군요.
'노각나무'
가파른 기세를 누그러뜨릴 생각이 없는 듯
등로는 계속 곧추세우고 있고 10분 남짓 오름짓을 계속하면
낭떠러지 끝에서 고고한 자태를 드러내고 있는 명품소나무를 만나게 되고
인간의 도전을 시험하기라도 하는 듯 줄기차게 가파름은 이어지고 있습니다.
숨이 턱에 찰 만큼 힘들 때면 준비해간 얼음물로 목을 축여가며
앞을 가로막는 바윗길은 가느다란 밧줄에 의지한 채 유격으로 올라서고
도저히 오를 수 없는 암벽은 우회길로 올라서니
거대한 성벽처럼 앞을 가로막고 있는 직벽암 앞에 서게 됩니다.
첫 발을 딛기가 용이하지 않지만 무사히 통과를 하고나니
이번엔 밧줄도 없는 바위 틈 사이를 통과하게 됩니다.
등로 우측으로 약간 치우쳐진 바위 끝단에서 바라본 풍경으로
운문산 아래 구릉의 얼음골이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그림같은 정경입니다.
운문산, 백운산, 가지산을 한꺼번에 담아본 후에
가까이 다가온 용아B릉의 속살을 제대로 들여다 봅니다.
아찔한 고도감을 느끼기에 충분한 발 아래의 풍광을 내려다보고
우측으로 자리를 옮겨 닭벼슬능선 위로 오르는 케이블카를 바라봅니다.
상부승강장이 가까워진걸 보니 주능선에 거의 다온 것 같네요.
그제서야 줄곧 날을 세우며 줄기차게 저항을 하던 오름길도 끝이나고
짧은 바윗길과 산죽밭을 헤치고 나서면
능동산에서 천황산으로 이어지는 주능선과 합류를 하게 됩니다.
천황산 방향으로 잠시 길을 들면 사자평 유일의
산객들의 휴식처인 '샘물상회'를 만나게 됩니다.
샘물상회에서 물 한병 공급받은 후
재약산을 오르기 위해 임도를 따라 천황재로 향합니다.
'미나리아재비'
'꿩의다리'
뙤약볕 아래의 임도를 걷는게 고역이지만
이 또한 산행의 일부이기에 묵묵히 감내를 하고 걷다보니
우거진 숲길에 들어서면서 시원함을 만끽하게 되고
천황산 부근에서 흘러내리는 지계곡을 건너면
곧바로 천황산을 오르는 갈김길을 만나게 됩니다.
계속되는 임도를 10분여를 따르면
이번에는 산들늪으로 갈라지는 삼거리를 지나게 되지요.
파란 억새밭이 나타나는걸 보니 천황재에 다 온것 같네요.
천황산과 재약산을 찾는 많은 산객들의 휴식장소이자
비박을 즐기는 백패커들의 안식처이기도 한 천황재입니다.
평소 같으면 산객들로 붐빌텐데 어찌된 영문인지 한 명도 보이질 않네요.
재약산을 오른 후 이곳으로 다시 와야 하기에 쉼없이 등로를 이어갑니다.
지나온 등로 너머로 주황색 지붕의 폐목장과
그 뒤로 샘물상회와 케이블승강장이 보이는군요.
다시 찾아갈 천황봉을 한번 올려다보고
침목계단을 한발한발 힘차게 오르기 시작합니다.
계단을 올라서면 눈 앞에 나타나는 범상치 않은 암봉이 기다리고 있네요.
오늘은 저 암봉에서 산상 오찬을 즐겨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암봉에는 선점한 산님들의 요란스런 식사가 진행되고 있어
곧장 재약산을 향해 발걸음을 옮겨갑니다.
주암계곡 갈림길을 지나는 시각이 1시 39분...
벌써 배꼽시계가 울렸어야 하는데
오늘은 물배만 채워서 그런지 아직은 시장기가 돌지 않네요.
그렇다면 재약산에서 곡기를 때워볼까 싶네요.
재약산 정상 직전의 암봉 오름길에서 바라본 천황산 방면의 멋진 풍광입니다.
다정하게 산을 찾아 보기에 너무 좋은 모습의
부자(父子) 산님에게 품앗이로 인증샷을 남겨보고
일망무제의 풍경들을 담아봅니다.
북쪽방향으로는 샘물상회 뒤로 백운산, 가지산이 웅장하고
우측 능동산 너머로는 고헌산이 아련합니다.
배내고개와 배내봉 또한 시야에 들어오는군요.
능동산에서 갈라진 영남알프스 남쪽 줄기의 또다른 축인
간월산, 간월재, 신불산, 영축산이 하늘금을 그리고 있고,
코끼리봉과 재약봉 능선 너머로는
영축산에서 이어지는 영축지맥의 마루금들이 달리고 있습니다.
함박등, 죽바우등, 시살등, 오룡산으로 이어지는
장쾌한 저 능선을 보고 있노라니 다시 찾고픈 마음 간절합니다.
이번에는 서쪽으로 눈을 돌려봅니다.
깊은 골짝 너머로 필봉능선이 다가오고
그 뒤로 정각산의 우뚝한 모습이 보이는군요.
시선을 남쪽으로 돌려보면 얼마 전 다녀온 문수봉, 관음봉 능선이 시선을 끌고
영알의 전망대 역할을 하고 있는 향로산이 건너에 자리를 잡고 있네요.
바위 끝단에 서면 발 아래로 표충사가 내려다 보이는군요.
미세먼지 때문인지 깨끗한 조망이 아니라 조금은 아쉬운 마음입니다.
재약산 정상에서 한참을 머물며 시원스러운 조망을 즐긴 후에
사자평 산들늪을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로 내려갑니다.
마땅히 식사를 할만한 곳이 보이질 않아 처음 자리를 보아두었던
암봉을 다시 찾아 가져간 김밥과 과일로 요기를 합니다.
뱃속을 든든히 채우고 천황재로 다시 돌아가는 길은
영양분을 공급받고 난 뒤의 내림길이라 그런지 저절로 속도가 붙네요.
앞으로 보이는 천황산 오름길을 바라보면서
다시금 용기를 북돋워봅니다.
오늘 두 번째 찾은 천황재를 논스톱으로 통과하고
천황산을 향한 걸음을 계속합니다.
천황산까지 0.8km에 20분...
한번 시간을 재봐야겠네요.
훼손된 산길을 복원하기 위해 가파른 오름길에 설치되어 있는 데크길...
안전한 산행은 보장되지만 산 타는 재미는 반감이 된것 같네요.
데크를 오르며 바라본 주암계곡과 심종태바위능선
등 뒤로 바라보이는 절경도 빼놓을 수는 없지요.
오늘도 변함없이 천황산의 사자는 낮잠만 자고 있는 모양입니다.
정확히 20분 만에 천황산에 도착하게 되는군요.
한번도 쉬지 않고 올라왔으니 망정이지...
소요시간을 조금 더 잡아야 할것 같습니다.
천황봉에서의 인증샷.
오늘은 다소곳한 포즈로 담아봅니다.
역시 시원스런 조망이 일품인 천황산에서의 풍광을 담아봅니다.
간월, 신불, 영축으로 이어지는 낙동길을 맨 먼저 바라봐주고
다녀온 재약산 방향의 남쪽의 풍광도 담아보고
상투봉을 거쳐 필봉으로 이어지는 능선 너머로
구천산, 정승봉, 실혜산, 정각산의 말발굽 형태의 마루금과
아련히 청도읍의 청도남산과 화악산도 담아봅니다.
가야할 등로 뒤로 펼쳐지는
영남알프스의 북쪽 능선에 자리하고 있는
가지산, 운문산, 억산을 바라보면서
얼음골을 향해 발걸음을 옮겨갑니다.
필봉 갈림삼거리.
한 편의 수묵화 같은 산그리메를 보고 있노라니
저절로 마음이 평화로워지는 것 같습니다.
보고있노라면 저절로 힐링이 될 것 같은 천황산의 부드러운 자태.
케이블카를 이용하여 천황산을 찾는 탐방객들을 위해 깔아놓은 듯한 나무 부스러기.
발바닥으로 전해져 오는 쿠션감이 걷기에 괜찮은 것 같습니다.
등로를 잇다가 전망바위로 올라서서 바라본 남명리 전경.
언제 보아도 멋진 풍경에 한동안 넋을 잃고 바라만 봅니다.
억산, 운문산, 백운산, 가지산.
너 없이는 못사는 산사람 이기에...
산을 닮고자 오늘도 열심히 발품 팔고 있는 중입니다.
첫 번재 볼록한 곳이 용아A암릉길이고
그 뒤의 젖가슴처럼 봉곳한 좌측 봉우리는 케이블카 탑승장,
그리고 그 뒤 봉우리는 토끼봉입니다.
맨 뒤의 봉우리는 영알의 교통요충지인 능동산이겠지요.
'미역줄나무'
천황산을 떠난지 20분 여의 시간이 경과된 후 도착한 얼음골삼거리.
밀린 숙제를 해결하러 가는 걸음이지만
미답의 험로를 걷는다는 긴장감에 발걸음도 조심스러워집니다.
철계단을 내려서면 만나게 되는 안부에서 용아B릉의 들머리가 시작됩니다.
우측 아래로 나있는 등로는 얼음골 결빙지로 내려서는 길이고
정면 바위 뒤로 돌아들면 용아B코스의 초입입니다.
바위를 돌아 내려서면 등로는 사면길을 따라 이어지고
제법 눈에 띄는 시그널을 등대삼아 조심스레 숲길을 따라 갑니다.
조망이라곤 없는 내림길을 20여분을 내려서니
등로 우측으로 조망바위에 닿게 됩니다.
비로소 오전에 올랐던 용아A능선을 제대로 보게 되는군요.
가파르게 올랐지만 멀리서 바라보아도 대단한 오름입니다.
겨울철 빙벽등반 장소로 알려져 있는 얼음골 선녀폭포도 보이는군요.
잠시 후 또다른 조망터에서는 케이블카 하부 탑승장과
백운산과 가지산 그리고 중봉이 보이고
산 허리를 가로지르는 옛 24번국도도 볼수 있네요.
우측의 길고 긴 계곡길은 석남터널로 연결되는 쇠점골입니다.
용아A능선과 케이블카가 다니고 있는 닭벼슬능선...
이제부터 본격적인 용아B코스의 험로가 시작되는 것 같네요.
줄기차게 이어지는 급사면의 내림길은
밧줄조차 없는 급내림이라 여간 조심스럽지 않네요.
매주 함께 다니던 집사람을 데리고 오지 않은게 다행스럽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얼음골주차장이 빤히 내려다 보이지만 아직도 고도감은 제법 느껴지고
암릉구간은 끝났지만 쏟아지는 내림길은 계속 됩니다.
잠시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을 만큼 급내림을 미끄러지듯 내려가면
산죽이 무성한 등로를 지나게 되고
마지막 전망바위에서 20분 가량의 시간을 보내고 나니
'유인순흥안씨'묘를 지나게 됩니다.
무덤 좌측으로 나있는 등로는 우회로인 것 같은데
만들어간 궤적만 믿고 마주보이는 등로를 이어 내려가니
시그널은 달려 있지만 밧줄도 없고
주변에 잡을만한 것도 없는 벼랑이라
내려가는데 약간의 애를 먹었네요.
다시 나타나는 산죽밭을 지나 내려서니
그제서야 멀리서 자동차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고
얼음골 용아B코스의 들머리이자 날머리인 도로에 내려서게 되지만
정신없이 쏟아지는 내림길에 계속 붙잡고 있었던
긴장의 끈을 놓게되니 다리 힘이 풀리는 것 같습니다.
도로를 따라 털레털레 걸음을 옮기니
밤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나 눈길을 끄는군요.
5분 가량 도로를 따라 걸어가면
천황사와 가마불폭포로 갈수 있는 삼거리를 만나게 되고
좌측 내림길로 들어서 구름다리를 건너게 되면
주차장에 도착하게 되면서 산행을 마무리하고
얼음골 용아릉을 바라보면서 뿌듯한 마음 가져봅니다.
모처럼 홀로 가는 산행에 찾은 얼음골...
6년전 스스로에게 약속했던 묵은 숙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파르기 그지없는 영알의 비경인 얼음골 용아릉을 오르내려본 소감은 힘든 순간이었지만 뿌듯함 또한 감출 수가 없다. 게다가 날씨마저 도와주어 재약산과 천황산을 연계한 산행에 멋진 조망까지 덤으로 볼수 있었으니 오늘 산행의 만족도는 그 어느 때보다 높다 하겠다.
자주는 아니더라도 가끔씩이나마 체력훈련을 겸한 장거리 산행이나 험지산행을 해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라 생각되어 나이 더 들어 다리 힘이 빠지기 전에 부지런히 발품 팔러 다녀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땀에 절은 육신을 맑은 개울물에 말끔히 씻어내고 얼음골휴게소에 들러 시원한 음료수를 들이키며 얼음골주차장을 빠져나온다.
오늘도 말없는 산을 짝사랑하면서 보이지 않는 많은 것을 덤으로 얻게 된 것 같아 귀로의 차 안에서도 피곤함은 잊은 채 흘러나오는 노랫가락에 연신 흥얼대며 달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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