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달이 사는 집
바람따라 일렁이는 억새의 은빛향연을 만나러 찾아간 신불산으로의 발걸음 본문
♤ 산행일자 : 2016. 09. 24 (일) 날씨 - 맑음
♤ 산행장소 : 울산광역시 울주군 삼남면, 상북면 일원
♤ 산행인원 : 집사람과 함께...
♤ 산행코스 : 건암사(울주군 삼남면 가천리 소재) - 신불릿지 - 신불공룡능선 - 신불재 - 삼봉능선(돌탑봉, 남근봉) - 계곡 - 건암사
♤ 산행시간 및 거리 : 6시간 20분, 5.56km (경치 구경해가며 놀며 쉬며...)
◈ 산행기
지난 주 내연산의 폭포산행을 마치고 다시 찾아온 주말... 습관처럼 배낭을 꾸려 집을 나선다.
오늘은 바람에 흩날리는 은빛 향연을 만나러 가는 걸음이다.
그동안 잦은 발걸음을 한 곳이지만 때를 맞추기가 쉽지 않았던 억새를 찾아 다가온 가을의 정취를 맘껏 느끼고 싶고 집사람에게도 힘은 좀 들겠지만 그에 비례하여 만족도 또한 높은 곳으로 코스를 잡아서 떠나기로 하고 경주를 지나 언양으로 차를 몰아가 언양읍내에 있는 롯데리아를 찾아 햄버거 두 개 사서 갈무리하고 삼남면에 있는 건암사를 향해 차를 몰아간다.
삼남면 가천마을을 지나 도착한 건암사 입구엔 주차장에는 이미 만원사례가 따로 없고 비탈진 도로변에도 줄지어 늘어선 차량들이 가득하다.
하는 수없이 조금 떨어진 곳까지 되내려와 한쪽 귀퉁이에 주차를 해놓고 배낭을 들쳐메고 건암사를 향해 거슬러 올라가 주차장 입구에서 GPS를 가동하면서 산행을 시작한다.
산행궤적
불승사 입구 조그만 공터 앞에서 산행은 시작이 되고
건암사를 지나 숲으로 들어서니 전에 없던
바이오매트가 깔려있어 걷기에 한결 편하네요.
삼봉능선 갈림길입니다.
신불재나 신불산 칼바위 능선 방향은 우측입니다.
이도사가 그려놓은 신불, 영축산의 그림인데
예전 것보다 색상이 더 화려하지요?
계곡을 건너 등로는 숲길로 이어지고
먼저 출발한 산님들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영알의 속살 깊숙이 들어갑니다.
산행을 시작한지 30분 가량 경과후 나타나는 이정표에서
시그널이 달려있는 우측 오름길로 들어섭니다.
바로 신불산 칼바위능선 초입이지요.
곧장 나있는 등로는 신불재를 향하는 길입니다.
함께 걷던 산님들과 떨어져 집사람과
단 둘이 오르는 칼바위능선을 향한 걸음에는
너덜과 바윗길 투성이지만 선답자들의 시그널이
길을 안내하고 있어 찾아가기에는 그리 어려움이 없답니다.
2년 전 홀로 걸었던 이 길을 오늘은 집사람과 함께 걷고 있으니
힘은 들겠지만 멋진 조망으로 보상을 받을 수 있기에
별 불만없이 잘 따라오리라 생각이 드는군요.
70도 이상의 경사각을 이루는 오름길을 천천히 조심스레 올라서니
시원스런 조망이 힘듦에 대한 보상을 해주고 있네요.
가파름이 이제는 끝났겠지 하는 생각이 들면
아직은 어림없다는 듯 앞을 가로막는 된비알은 또다시 유격훈련으로 내몰지만
바람에 흩날리는 억새의 춤사위를 얼른 보고싶어
쉼없이 가파름을 극복하며 오르고 있습니다.
하산하면 만나게 될 남근봉과 신불재 주변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오니
연이어 계속되는 가파름도 힘든 줄 모르고 올라갑니다.
짧은 조릿대지역을 통과하면
자수정동굴에서 올라오는 신불산 동릉이 눈 앞에 나타나는군요.
그 뜨거웠던 여름은 까맣게 잊어버린 채
떠나가는 여름이 아쉬운 것도 잠시...
아침 저녁으로 제법 떨어진 기온을 느끼며
한결 높아진 푸른 하늘에 흰 구름이 소복이 흐르고 있으니
이제부터 우리 곁에 성큼 다가온 가을을 사랑하기 시작해야 할 것 같습니다.
신불릿지의 명물인 '태글바위'와
고사목 하나가 외로이 서있는 조망터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산목련' 열매
계속되는 가파름을 극복하며
신불릿지를 향한 오름짓을 계속해 나갑니다.
빨갛게 익은 마가목 열매를 보곤 도무지 갈 생각을 안하네요.
하는 수없이 잠시 동안 주변을 돌아다니며
비닐봉지 한가득 마가목열매를 채취하고
신불릿지를 걷고있는 산님들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향해 다시 오름짓을 시작합니다.
'까치고들빼기'
이제 주능선과 눈높이가 비슷해진 마지막 전망터를 지나
앞을 가로막고 있는 암벽을 에돌아 올라서게 되면
'쓴풀'
지금껏 그 모습을 보여주지 않던
북쪽 방향의 시원스런 조망이 눈에 들어오는군요.
그렇다면 바로 신불릿지에 올라섰다는 의미겠지요.
토요일이지만 신불릿지를 찾은 산객들이 많은 걸 보면
바야흐로 억새의 계절이 도래했음을 느낄 수가 있는 것 같습니다.
웅장한 바위의 위용에 압도당할 것 같은 칼바위능선.
멀리서 바라보아도 가슴이 뛰기 시작합니다.
초보시절에나 가보고 지금껏 험로로만 다닌 탓에 우회로는 사양합니다.
능선을 따라 오르다 가끔씩 허리를 펴고 뒤돌아보면
바위로 뒤덮힌 능선 뒤로 시원한 경치가 펼쳐집니다.
설악산 공룡능선에서 빌려온 듯한 이름인 신불산 공룡능선.
칼바위라는 이름으로도 불리고 있지요.
매년 산악사고가 나는 칼바위능선이라 안전에 특히 유의해야 합니다.
칼바위능선이 끝나는 지점에서 다시 우회로와 합류가 되고
바라만 보아도 배부를 것 같은 영알의 멋진 풍경을 보면서
목청껏 외치는 얼음과자장수의 호객에
하나씩 입에 물고 산정을 향해 발걸음을 이어갑니다.
'쑥부쟁이'
다시 찾은 신불산 정상...
영알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풍경입니다.
영남알프스는 풍광도 수려하지만 억새로 대표되기도 하는 곳이지요.
'구절초'
나무가 거의 없어 억새만 있는 능선에서의 조망은 장쾌하기 이를데 없네요.
'산오이풀'
신불재를 향한 걸음에 하산코스로 잡은
삼봉능선을 바라보며 등로를 가늠해 봅니다.
무더위가 떠난 자리...
선선한 바람이 철새처럼 날아들면
영남알프스의 온 산하는 억새꽃에 몸살을 앓지요.
하늘을 향해 비상하는 한 마리 물고기처럼
반짝이는 은비늘의 자태를 드러내며 용트림을 합니다.
그 눈부심에 몸은 해바라기가 되어 자연히 억새를 찾아 떠나게 됩니다.
가을의 억새 군무를 보려고 수많은 등산 인파가 찾는 곳...
오늘도 변함없이 신불재에는 산객들로 성황을 이루고 있네요.
한층 더 풍성해진 억새가 바람을 따라 부드럽게 몸을 흔들고 있고
그 손짓에 속절없이 시간을 빼앗긴 카메라는
내내 쉬지 못하고 눈을 깜빡이고 있답니다.
소슬바람이 불면 더불어 흔들리는 억새들의 몸짓이 황홀하다 못해
현란할 정도가 되어 뭇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
가을 장미도 예쁘고 코스모스 또한 가을을 대표하는 꽃이지만
화려함보다는 순수한 느낌이 드는 억새가 장관을 이루고 있는
가을 내내 시간의 변화에 따라 은빛 또는 황금빛 물결을 이루는 곳으로
자연의 경이로움과 신비로움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곳...
바로 영남알프스의 억새평원입니다.
삼봉능선 초입에서 좌측 억새밭 사이로 진입을 하니
열심히 사이트를 꾸미고 있는 비박꾼들과 인사를 나누고
삼봉능선의 첫 봉우리인 돌탑봉을 지나 숲으로 들어서면
우람한 모습의 남근봉을 만나게 됩니다.
남근봉 바로 아래로 내려서는 까탈스러운 바윗길입니다.
잡을게 마땅찮아 약간은 곤혹스러운 곳이지만
조심스레 내려서서 남근봉을 올라보기로합니다.
별다른 특징없이 돌멩이 하나 얹혀져 있는 남근봉 정상부에 올라
가야할 호랑이봉과 그 아래의 내림길을 내려다보니 하산길 역시 만만찮아 보이는군요.
남근봉을 내려와 좌, 우측으로 매달려 있는 시그널들을 보면서
한번만이라도 궤적을 비교해 보기만 했어도 되었었는데...
남근봉을 바라보면서 우측 아래로 내려서야 호랑이봉을 갈수 있고,
좌측 내림길은 골짜기 아래로 내려가 신불재 등로와 합류가 되는 길이었는데
'며느리밥풀꽃'
남근봉 아래에서 기다리고 있던 집사람이 먼저 내려가는 바람에
아무 생각없이 뒤따라내려가다가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어
GPS와 비교해보니 호랑이봉과는 한참 멀어져 있어
다시 돌아가기엔 멀리 와버린 탓에 그냥 진행해 내려가기로 합니다.
덕분에 미답의 길을 걸어보는 경험도 하게 되지만
거칠기 짝이없고 쏟아질 듯한 내림길을 궤적과 비교해가며
30분 가까이 쉼없이 내려서니 물이 흐르는 계곡을 건너게 되고
'단풍취'
이후 계곡을 가까이 두고 희미한 등로에 간간이 나타나는 시그널을 등대삼아
거친 돌길에 인적없는 깊은 골짝을 부지런히 걸어갑니다.
첫번 째 만났던 계곡에서 또다시 30분 가까이 경과하니
그제서야 아침나절 올랐던 정상 등로와 다시 합류가 되는군요.
'나비나물'
시원스레 흘러내리는 계곡물에 발 담그며
오늘 하루 흘렸던 땀을 말끔히 씻어내고
얼마남지 않은 등로를 가벼운 발걸음으로 옮겨가니
원래의 하산로인 삼봉능선 갈림길을 지나게 되고
가정집 같은 분위기의 건암사를 지나면
출발했던 불승사 입구에 도착하면서 산행은 마무리가 됩니다.
해마다 가을이면 바람에 흔들리는 고원 가득한 억새의 은빛 군무를 보기 위해 영알을 찾는 걸음이 올해라고 예외일 수가 없어 집사람이 가보지 못한 코스로 나선 산길.
심한 된비알을 오르고 하산길 역시 쏟아지는 내림길이었지만 수고로움에 보답하듯 맑은 하늘과 시원스런 조망, 그리고 너른 평원에서 불어오는 소슬바람에 온 몸을 내맡긴 채 흐느적거리는 억새의 향연을 보여주어 모처럼 때를 잘 맞춰 찾아왔다는 흡족감에 단풍이 들 무렵 또다른 멋진 코스로 찾아오자며 집사람을 꼬드긴다.
몇 달 전에 개통이 되었지만 아직 달려보지 못한 부산-포항간 고속국도를 달려보기 위해 언양을 거쳐 범서인터체인지를 지나 시원스럽게 뚫린 65번 고속국도를 따라 집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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