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달이 사는 집
근 7년 만에 미답의 코스로 다시 찾은 영천 기룡산 본문
★ 산행일자 : 2016. 12. 18 (일) 날씨 - 맑음
★ 산행장소 : 영천시 자양면 일원
★ 산행인원 : 오늘도 나홀로...
★ 산행코스 : 영천시 자양면 용산리 원각쉼터-406봉-623봉-736봉-기룡산-826봉-용화리갈림길1,2-꼬깔산-주등로 이탈-벽진이씨묘-원각쉼터(원점회귀)
★ 산행시간 및 거리 : 6시간 20분, 13.24km
▣ 산행지 소개
기룡산(騎龍山)은 경북 영천시 자양면에 있는 산으로 일반인에게는 그리 알려지지 않은 관계로 아직은 때묻지 않은 능선을 따라 호젓하게 산행을 즐길 수 있는 산이기도 하고 정상에서 남쪽 3.3km에 있는 꼬깔봉과 연계하여 능선을 이을 수 있으며 남쪽 아래 영천댐(자양호)의 시원하고 넓은 호수를 굽어보는 맛은 일품이다.
특히 북쪽 보현산 천문대를 건너다보며 정상 서릉을 따라 이어지는 0.8km의 아기자기한 암릉을 오르내리는 길은 기룡산 산행의 백미라 할 수 있다. 정상 남쪽 아래에는 신라천년 고찰인 묘각사가 있고 기룡산이란 이름도 이 묘각사를 창건할 당시 동해 용왕이 의상대사에게 설법을 청하고자 말처럼 달려왔다는데서 연유한 이름이라 한다. 산행 들머리인 성곡리 하절에는 효자 정윤량의 전설을 품고 있는 천하의 명당터가 있기도 하다. 영천댐 건설공사로 이전 복원된 경상북도 유형문화재인 오회당, 사의당, 삼휴정등을 둘러보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될 일이다.
◈ 산행기
모처럼 집사람과 함께 산행을 하고자 난이도가 낮은 곳으로 행선지를 잡고 주말을 기다렸지만 약속이 잡혀있다는 한마디에 기다렸다는 듯이 산행지를 바꾸어 간단히 아침을 먹고 집을 나서 기계방향으로 차를 몰아간다.
기계에서 죽장방면으로 진행하다가 죽장휴게소를 지난 내리막의 지동3거리에서 좌회전하여 영천방면으로 진입. 보현산천문대로 가는 길(충효삼거리)을 지나 영천호를 끼고 나있는 구불구불한 도로를 따라 달리다보면 용산리와 용계서원을 알리는 이정표를 만나게 되고 마을 안으로 나있는 도로를 따르면 잠시 후 커다란 느티나무와 보호수로 지정되어 있는 300년이 넘는 은행나무가 서있는 원각쉼터에 닿게 된다.
주변 공터에 주차를 해놓고 산행준비를 마친 후에 마을 입구의 우측으로 보이는 용산정사를 향해 발걸음을 옮기며 산행을 시작한다.
산행코스
느티나무와 은행나무 고목이 서있는 원각쉼터.
마을주민들의 쉼터이자 운동시설이 설치되어 있네요.
구한말 학자였던 명암 이태일 선생의
항일척장비를 지나 우측의 도로를 따르면
용산정사(龍山精舍) 앞에 서게 되고 우측으로 나있는 길을 따라 진행하다
용산정사(龍山精舍)
명암 이태일선생은 한말 고향인 영천시 자양면에 용산서당·용산정사 등을 세우고, 후학을 기르며 유가의 의리와 자주의식에 투철했던 성리학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당시 안동지역 의병장으로 항일 투쟁에 앞장선 김흥락·이만도·김도화 등과 긴밀히 교류했으며, 퇴계학맥의 마지막 선비 중 한 사람이며 "독립운동 현장보다는 후학 양성에 힘을 쏟은 선비"입니다.
골목 안으로 접어들어 끝까지 올라가면 산길로 올라서게 됩니다.
푹신한 낙엽이 잔뜩 깔려있는 산길을 따라 들어가면
일본에서 사업을 하여 큰 돈을 벌어 고향 땅에
조상묘부터 자신의 묘까지 문인석에 무인석까지
호화분묘를 조성해놓은 어느 사업가의 무덤을 지나면
큰 벼슬을 지낸 듯 커다란 비석에
여러 관직이 새겨져 있는 경주 김씨묘를 지나게 되고
약 5분 뒤 좌측으로 휘어지는 뚜렷한 오솔길을 만나게 되는데
삼각점이 있는 406봉에서 두 길은 만나게 되지만
쉬운 길을 버리고 능선을 걷고 싶어 우측 숲 사이로 진행합니다.
잡목이 성가시게 걸리적거리는 가풀막을 헤치고
7~8분 가량 올라서면 지능선에 합류가 되고
나뭇가지 사이로 내려다보이는 영천호를 바라보면서
희미한 산길을 따라 진행하다보면 삼거리갈림봉에 서게 됩니다.
가야할 등로는 좌측 내림길입니다.
오늘 걷고 있는 등로는 지인인 '푸르네'님이 선답한 길로
기룡산의 동릉을 따라 정상으로 향하는 코스로
아직 한번도 걸어보지 못한 미답의 길이랍니다.
삼거리갈림봉에서 약 9분 뒤 만나게 되는 삼각점이 있는 406봉입니다.
정상을 스치듯 지나는 산길이라 눈여겨 찾지 않으면 지나칠 수 있는 곳이지요.
인적이 드문 등로는 온통 낙엽바다입니다.
쌓인 낙엽이 두터워 쿠션감이 장난이 아니네요.
등로는 내리막으로 변하고 나뭇가지 사이로 건너보이는
가야할 봉우리들(623봉, 736봉)을 올려다보면서
한바탕 가풀막을 치고 올라야 할 생각에 에휴~ 소리가 절로 나오네요.
내려간 만큼 다시 올라야 하니 가까이 다가온
623봉을 오르기 전에 마음부터 다잡아야겠습니다.
장딴지까지 빠져드는 낙엽길에 진행에 어려움이 있지만
가야할 길은 요원하기에 가뿐 숨 쉼없이 몰아쉬며
부지런히 발놀림을 해 나가는 중입니다.
별 특징이 없는 623봉을 지나
내리막길로 내려서며 올려다 본 736봉으로의 오름길.
산 넘어 산이라는 말이 생각나는군요.
그동안 계속 막혀있던 조망이 시원스레 터지는
전망바위에서 막힘없는 풍광을 즐겨봅니다.
운주산이 건너보이고 우측으로 천정산이...
그 사이로 도덕산이 빼꼼히 드러내고 있네요.
지나온 능선 너머로 영천호의 아름다운 모습이 보이고
우측 긴 골짜기에는 원각저수지와
들,날머리인 용산리 원각마을이 자리잡고 있네요.
우측으로는 기룡산을 오른 뒤 하산 길의 마지막 봉우리인
꼬깔산으로의 능선이 길게 뻗어 있습니다.
파노라마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전망바위를 떠나 736봉으로 향하는 걸음에 바라본 풍경으로
낙동정맥 마루금 뒤로 운주산이 건너보이고
좌측 끝으로는 비학산이, 우측 끝으로는 천장산과 도덕산이 바라보입니다.
자양면 충효리의 황새골로 내려설 수 있는 갈림길이 있는 헬기장.
헬기장에서 좌측의 능선을 따르면 기룡산 동릉으로 접어들게 됩니다.
삼각점이 있는 736봉.
등로 우측으로 보현리 일대와 바라만 보아도
미소가 지어지는 근교산의 모습에
오늘 걷고있는 발품의 본전은 찾은 것 같네요.
가야할 능선길을 바라보니
아직 기룡산까지는 한참을 걸어야겠네요.
중간 중간 암릉과 바위전망대를 지나며 시원스런 눈맛도 즐기고
언뜻 보기엔 융단길 같지만 미끄럽기 그지없는 참나무 낙엽을 밟고 오르면
아무런 표식도 없는 724봉을 지나게 되고
앞을 가로막는 암릉 옆으로 나있는
허리길 초입에 반가운 표지기를 만나게 됩니다.
아마도 선답했던 '푸르네'님과 함께 산행을 한 모양이네요.
용산리 원각마을과 보현리 상기마을로 갈라지는 안부사거리.
다시 이어지는 가파름의 연속...
편안한 능선길이 이어지는데 가도가도 기룡산은 나타나지 않고
발목이 푹푹 빠지는 낙엽길을 휘적거리며 쉼없이 앞으로 나아가며
몇 번의 오르내림을 한 후 급경사 오르막길을 치고 오르니
그제서야 기룡산의 정수리가 눈 앞에 나타나는군요.
겨울 나목(裸木)을 바라보며 지난 봄부터 가을까지
나무에 매달려 노심초사한 꽃과 열매는 맹목이었고,
지금 눈앞에 헐벗은 채 서있는 나무가
그 본질이었음을 생각해 보기도 합니다.
마지막 안간힘을 다하며 미끄러운 낙엽을 딛고 올라선 끝에
오랜만에 만나게 되는 삼거리 이정표...
궁금했던 기룡산의 동릉길을
오늘에야 걸어보고 만났으니
어찌 반갑지 않겠습니까...
이어 삼각점과 돌탑이 있는 931봉에서 막힘없는 조망을 즐기고 갑니다.
기룡산 정상을 밟은 후 가야할 꼬깔봉으로의 능선과
낙대봉 능선(가운데)과 향후 걸어보고픈 시루봉 능선을 굽어본 후
도착한 기룡산 산정에는 전에 있던 무인산불감시탑은 사라지고
못보던 정상석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네요.
흉물스럽던 시설물이 사라지고 나니 막힘없는 조망이 일품입니다.
배낭에 카메라를 올려놓고 셀카로 기념사진 하나 남기고
변함없는 멋진 조망을 즐겨봅니다.
암릉이 멋진 기룡산 서릉 뒤로 보현산과 면봉산이 우뚝하고
발 아래 펼쳐지는 보현리 뒤로는 작은보현산이...
그 뒤로 뾰족한 베틀봉과 곰바위산
그리고 우측으로 수석봉이 건너보입니다.
몇주 전 수석봉 전망바위에서...
그리고 면봉산에서 바라보았던 풍경들을
오늘은 반대편에서 바라보니 또다른 감흥으로 다가오는군요.
기룡산을 지켜온 옛 정상석을 보니 반가운 마음이 앞서는군요.
한기를 느낄 만큼 불어대는 싸늘한 바람에도 아랑곳없이
사방을 돌아보며 한참동안 시원스러운 조망을
즐기고나서 다시 찾아올 것을 약속하며 산정을 떠납니다.
최단거리로 묘각사로 내려가는 갈림길을 카메라에 담고
931봉과 기룡산동릉 갈림길(황새골)을 지나
꼬깔봉을 향한 등로에 들어서니
시원스런 조망을 보여주는 전망바위에 서게 되고
산의 골격을 그대로 보여주는 겨울산의 풍광을 제대로 음미한 뒤
밧줄이 드리워진 내리막으로 들어서며 꼬깔산으로의 발걸음을 시작합니다.
꼬깔봉으로의 발걸음은 짧지않은 능선길이지만
바스락거리는 경쾌한 낙엽밟는 소리에 지루한 줄 모르고 걸어갑니다.
기룡산을 떠난지 23분 가량 소요된 후 만나게 되는 823봉에서
빵과 뜨끈한 커피로 늦은 식사를 마치고
지나온 기룡산을 다시 한번 뒤돌아보며 석별의 정을 나누고
산정에서 뻗어내린 골짝의 송림속에 자리잡고 있는
천년고찰 묘각사를 바라봅니다.
한동안 찾지 않았음을 깨닫게 되네요.
다시 시작된 발걸음에 범상치 않은 바위들이 눈길을 끄는
782봉으로의 능선길이 향후 과제물로 남을 것 같습니다.
우측 아래로 시그널 하나가 매달려 있는 용화리갈림길을 지나
평탄하지만 두텁게 깔려있는 낙엽속에 숨어있는
돌뿌리에 행여 발목이 다칠새라 조심스레 진행하며
오르내림이 지속되는 산길에
살짝 지루함을 느끼며 발걸음을 이어갑니다.
가까이 다가온 봉우리가 꼬깔산인가 싶어 얼른 다가가지만
산사면을 끼고 돌아가는 허리길을 지나고서야 꼬깔산 입구에 서게 됩니다.
꼬깔산 직전의 삼거리 갈림길...
여기서 좌측으로 몇 걸음 옮겨가면
자그마한 정상석에 쉼터의자가 두 개가 놓여있는 꼬깔산에 닿게 됩니다.
만 7년 만에 다시 만나게 되는 꼬깔산...
별반 변한게 없는 것 같아 오히려 반가운 마음입니다.
꼬깔산에서 바라본 영천호를 사진에 담고서
삼각점이 있는 방향으로 하산을 시작합니다.
꼬깔산을 내려선 발걸음은 가파른 내리막길로 이어지고
등로가 우측으로 휘어지는 곳 좌측 아래로
'입산금지'라 쓰여져 있는 노란 표식을 따라 쏟아지듯 내려섭니다.
참고로 송이불법 채취를 막는
비닐노끈이 설치되어 있으니 참조하면 좋을 듯하네요.
뚜렷하지는 않지만 희미한 토끼길 수준의 등로를 따라가면
간혹 사라져버린 등로를 찾느라 이리저리 발걸음도 옮겨보면서
준비해간 궤적과 비교해가며 진행해 나갑니다.
사실 이곳은 궤적이 없이 가기엔
조금은 힘들다 싶은 곳이 몇 군데 있지만
지도를 볼수 있다면 길 잃을 정도는 아니랍니다.
그렇게 길없는 곳을 헤치며 나오니
자양댐이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멋진 곳에 자리잡고 있는 벽진이씨묘를 만나게 되고
이후의 등로는 임도 수준의 뚜렷한 길로 바뀌게 됩니다.
물 마른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등로는
낙엽이 짙게 깔려있는 푹신한 산길이라
장거리 산행에서 오는 묵직한 느낌의 발걸음을 가볍게 해주네요.
등로 좌측에 있는 벽진이씨 문중묘를 잠시 구경하고 다시 돌아나와
시멘트길을 따르면 산행을 시작했던
용계리의 용계서원 입구에 다가서게 됩니다.
용계서원(龍溪書院)
용계서원(龍溪書院)은 경상북도 영천시 자양면 용산리에 있는 서원이다. 1974년 12월 10일 경상북도의 유형문화재 제55호로 지정되었다.
이맹전(1392∼1480)의 학덕과 충절을 추모하기 위하여 지은 서원이다.
이맹전은 조선 단종(재위 1452∼1455)을 위하여 수절한 생육신의 한분으로, 수양대군이 어린 단종의 왕위를 탐내자 벼슬을 버리고 고향으로 돌아가 학문을 닦으며 일생을 보냈다.
정조 6년(1782)에 왕명으로 토곡동에 건립된 용계서원은 고종 5년(1868) 흥선대원군의 서원철폐령으로 인해 노항동으로 옮겨 서당으로 사용되다가, 1976년 영천댐 건설로 인하여 지금의 위치로 옮겨졌다.
지붕 옆면이 여덟 팔(八)자 모양인 팔작지붕을 올린 누각건물이다.
원각쉼터에서 7년 만의 기룡산 산행을 마무리합니다.
그동안 몇 번의 기룡산 산행을 하면서 용화리나 성곡리에서 들,날머리로 삼아 걸으며 바라보았던 미답의 구간인 기룡산 동릉의 호기심을 지금껏 간직하고 있었는데 오랜만에 찾은 걸음에 용기를 내어 걸어보기로 마음먹고 지인이 선답한 궤적을 참고삼아 휘적휘적 떠나보니 남쪽으로 뻗어내린 골짜기가 무척 긴 특성을 가진 기룡산의 능선길이 결코 짧지 않은데다 오르내림이 많은 쉽지않은 산행이었다는 것을 새삼 느낀 오늘인 것 같다.
그렇지만 코가 땅에 닿을 만큼 된비알을 오르며 장딴지가 땡기고 가뿐 숨을 연신 내뿜으며 숨이 턱에 찰 만큼 힘들게 느껴지는 순간에도 자신과의 약속은 지켜야겠다는 일념으로 한발한발 나아가면 반드시 산은 너른 품을 열어 정상을 내어줄거라는 확신을 가지고 비록 외로운 홀로산행이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무사히 마무리할 수 있었던 것에 오늘 산행의 보람을 찾아야 할것 같고 또한 스스로에게 후한 점수를 주며 수고했다는 격려를 해본다.
이제 오래 전 발품을 팔아가며 올라보았던 영천,포항 경계지역에 있는 산들을 최근 다시 걸어보았으니 한동안은 잊혀지지 않을 풍광으로 남을 것 같아 당분간은 다른 곳으로 눈을 돌려 좀더 먼 곳으로 떠나도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에 벌써부터 머리속에는 원지의 설산(雪山)을 찾아 떠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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