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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와달이 사는 집

만추(晩秋)의 계절에 달을 품은 함월산을 끼고 걸어본 '왕의 길' 본문

◈ 산행이야기/☆ 2016년도 산행

만추(晩秋)의 계절에 달을 품은 함월산을 끼고 걸어본 '왕의 길'

해와달^^* 2016. 11. 26. 22:16

☆ 산행일자 : 2016. 11. 26  (토)     날씨 - 흐린 후 약간의 비

☆ 산행장소 : 경주시 황룡동, 양북면 일원

☆ 산행인원 : 모처럼 나홀로...

☆ 산행코스 : 모차골 인자암(옛.석불암)-수렛재-함월산-도통골-용연폭포-기림사-용연폭포-불령봉표-수렛재-494봉-인자암(원점회귀)

☆ 산행시간 및 거리 : 4시간 32분, 12.96km (식사 및 사찰 구경 포함, GPS기준)




◈ 산행기

매주 거르지 않고 나서는 산으로의 발걸음이 일요일 근무로 끊어질 수는 없는 일이기에 토요일인 오늘도 변함없이 산행을 나선다. 최근 들어서 아내와 함께 산행을 해왔지만 지난 주 산행 때 예기치 못한 작은 불상사로 허리 통증을 호소하던 집사람은 많이 호전이 되었지만 다음 주 정기산행을 대비하여 쉬도록 하고 모처럼 홀로 가는 산길에 나선다.

오늘 산행의 행선지는 서너 군데를 놓고 저울질하다 그리 멀지 않은 곳으로 다녀올 요량으로 차를 몰아 14번 국도를 따라 달려 성황재를 넘어 기림사 앞을 지나 추령재와 감포 구간을 연결하는 국도 4번도로를 따라 달리다 추령재 고갯마루에 있는 백년찻집을 지나 내려가면 오른쪽으로 추원마을 이정석을 만나게 되는데 시멘트로 된 도로로 집입을 하면 '왕의 길'이라는 이정표가 반겨준다.

좁은 시멘트길을 따라 이정표를 등대삼아 끝까지 들어가면 우측으로 왕의 길 주차장이 나타난다. 차량 몇 대가 주차해 있고 트레킹을 준비하는 분들도 몇 명 보이지만 아랑곳없이 계속 차를 몰아간다. 내심 생각하고 있는 주차장이 있는 까닭이다.

오랜만에 찾아온 탓인지 그새 주변환경이 좀 변한 것 같아 자세히 살펴보니 예전 폐사가 되어있던 곳에 인자암(仁慈庵)이라는 아담한 암자가 들어서 있는게 아닌가...

허물어질 것 같던 법당도 말끔히 보수가 된걸 보니 주지스님의 불심이 대단한 모양이다.

인자암 우측으로 나있는 좁은 길로 들어서면 차량 예닐곱대 정도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 애마를 세워놓고 제법 알싸한 바람이 불어대는 왕의 길로 걸음을 옮겨간다.



산행궤적



예전 '석불사'란 절이 있던 자리에

이제는 '인자암'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가진 암자가 들어섰네요.



모차골은 마차가 다니던 곳이라 하여

'마차골'로 불리다가 모차골이 되었다고 하는데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왕의 길이 시작됩니다.



계절을 달리해서 찾은 '왕의 길'이지만

그동안 거쳐간 많은 이들의 흔적인양

반들반들해진 등로 외에는 크게 변한게 없어 보입니다.



목교 또한 그 자리에서 반겨주고 있고



푸르름이 가득했던 지난 날 여름의 풍광은 사라져버리고





꽃도 녹음도 없고 다만 산만 있어 더 좋은 산길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산행을 시작한지 20분여의 시간이 흐르고 나니

눈에 익은 장소가 나타나는군요.


바로 수레가 넘어 다녔다는 '수렛재'입니다.


여기서 곧장 고개를 넘어 진행하면 기림사로 향하지만

오늘은 코스를 달리해서 좌측 금줄을 넘어 진행하기로 합니다.

함월산을 찾아볼 요량으로 말입니다.



금줄을 넘어 잠시 길을 따르면 나타나는 우회로를 버리고

우측의 가파른 오름길로 올라서며 능선을 향해 진행해 나갑니다.



솔가리가 두텁게 깔린 소나무 숲길을 지나



참나무가 군락을 이루는 숲길 사이의 등로를 따라 가뿐 숨 몰아쉬며 올라서면



별 특징이 없는 549.8봉에 올라서게 되고

바로 아래에 자리잡고 있는 형제바위를 만나게 됩니다.



운토종주나 호미지맥 종주를 하게되면 으례히 다리쉼을 하면서

주변 경관을 담아보는 특급 조망 장소입니다.


좌측 멀리 토함산이 우뚝하고

우측으로는 동대봉산이 건너보이고

그 아래 고찰 '황룡사'가 자리를 잡고 있는 모습입니다.



고개를 우측으로 돌려보면 절골 맨 안쪽에

동부민요보존회 경주연수원이 자리하고 있지요.



가까이 당겨본 '해와달'이 적(籍)을 두고 있는 은점산 황룡사.





또아리를 틀고 있는 소나무를 지나고



봄이면 진달래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군락지를 통과하면



참나무에 팻말 하나 덩그러니 매달려있는 함월산에 닿게 됩니다.

 

사방이 막혀있어 조망은 볼 수가 없는 곳이라

스틱을 모델삼아 흔적만 남기고 정상표지목

뒤쪽으로 나있는 등로를 따라 도통골로 향합니다.





영남알프스 곳곳을 누비며

후답자들에게 큰 도움을 주고 계시는

'마음달'님의 시그널을 여기서 만나게 되네요.

반가운 마음에 하나 담아봅니다.



잠시나마 평탄하던 등로는 쏟아질 듯한 내림길로 변하고



폭닥한 솔가리가 걷기에 좋은 숲길을 내려서니

 


좌측 아래로 갈림길이 있는 삼거리에 도착하게 됩니다.

곧장 나있는 등로는 마주보이는 480.7봉을 넘어

불령봉표가 있는 왕의 길로 연결이 되고,

도통골로 가려면 좌측 내림길로 내려서야 합니다.



물마른 계곡이 이어지는 도통골...

 

조금은 황량하고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에

나무들은 하나같이 앙상하게 옷을 벗고 있습니다.



그 많던 잎사귀들을 우수수 떨궈내고 혼자가 되어버렸네요.


 

가지 끝에 위태롭게 매달려 바스락거리는

잎사귀가 애처롭게 보이는군요.

벼랑 끝에 매달린 심정이 이와 같을까 싶습니다.

 


켜켜이 쌓인 가을 낙엽...

바스락거리는 낙엽을 밟으며 절정의 자태를 넘어

겨울로 향하는 늦은 가을속을 마냥 걸어봅니다.

 


참으로 반가운 이를 만났네요.

오랜 시간 소식을 모르고 지내고 있지만

여전히 산을 사랑하고 있으리라 생각이 드는군요.

 

 

노랗고 빨간 오색 자태를 훌훌 털어버린 늦가을 숲에는

한층 고요해진 나무 하나하나가 숨 죽인 채 서있고,

 

 

아직 남아있거나 이미 땅 위로 떨어져

일생을 다 살아버린 나뭇잎들만 수북이 쌓여

지난 추억을 되새기고 있을 뿐입니다.

 


 

 

곱디곱던 단풍이 한소끔 바람에 낙엽되어 뒹굴고


 

수북이 쌓인 갈색빛 낙엽은 계절의 촉감을 전해주고 있답니다.

 


수렛재에서 계속 된 길이 이곳에서 다시 만나게 되는 곳입니다.

기림사를 구경하고 되돌아와 우측 길로 갈 예정이랍니다.



가을과 겨울이 만나는 11월의 끝자락에서



가을의 서정이 듬뿍 담긴 운치있는 숲길을 걸으며



교차하는 계절의 맛과 멋을 한껏 느끼는 중입니다.



계곡을 끼고 나있는 등로를 걷는 동안

시종 들려오는 물소리가 클라이막스를 이룰 즈음



'왕의 길' 코스 중 가장 하이라이트라 할수 있는 용연폭포를 만나게 됩니다.



신문왕이 아버지의 무덤인 수중릉에 행차했다가

동해 용에게서 '만파식적'과 '옥대'를 받아 돌아오던 길에



이곳에 들렀다가 받아온 옥대 한 조각을 물에 넣자
용이 되어 하늘로 올라가며 깊은 소와
폭포가 만들어졌다는 전설이 전해오는 곳입니다.







'쑥부쟁이'



전에 없던 쉼터가 하나 세워져 있네요.

기림사를 다녀와서 들러볼 생각이라

가던 걸음 멈추지 않고 경내를 향합니다.





명부전 옆으로 나있는 길을 따르면 기림사로 들어서게 되고



경내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카메라에 담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기림사 삼천불전(三千佛殿)




삼천불전(三千佛殿)

1817년(순조 17년)에 초의선사가 기림사 근방에서 나는 옥돌로 천불을 조성해 모셨다가 1818년(순조18년)에 해남 대둔사로 이운을 해서 대둔사 천불전에 모셨다고 하는데 이는 항상 어디에서나 부처님이 계신다는 사상에서 유래된 것으로 과거 천불, 현재 천불, 미래 천불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모처럼 찾은 천년고찰 기림사...




대한불교조계종 제11교구의 본산인 불국사의 말사이다.

643년(선덕여왕 12) 천축국(天竺國) 승려 광유(光有)가 창건, 임정사(林井寺)라고 하다가 원효(元曉)가 확장, 중수하고 기림사로 개칭하였다. 1863년(철종 14) 본사(本寺)와 요사(寮舍) 113칸이 불타 없어졌다. 당시 지방관이던 송정화(宋廷和)의 혜시(惠施)로 중건한 것이 현 건물이다. 다행히 《경상도영주제명기(慶尙道營主題名記)》 《동도역세제자기(東都歷世諸子記)》 《부호장선생안(府戶長先生案)》 등의 중요한 문적(文籍)과 근세조선 역대 왕의 어필(御筆) 등이 병화(兵火)를 입지 않고 보관되어 있다.

이 밖에 목탑지(木塔址), 3층석탑, 오백나한상(지방유형문화재 214) 등이 있고, 보물로 대적광전(大寂光殿:보물 833호), 건칠보살좌상(乾漆菩薩坐像:보물 415호), 삼신불(三神佛:보물 958호), 복장유물(보물 959호) 등이 있다.



응진전 앞에는 유형문화재 제205호로 지정된 삼층석탑과

500년 수령을 자랑하는 반송이 자리하고 있답니다.



대적광전은 기림사의 본전으로

보물 제833호로 지정된 조선시대 목조건물이지요.



법당에는 주불이신 비로자나부처님을 모셔놓았습니다.



대적광전 옆에는 1600년대 이전에 건립된 것으로

추정되는 기림사 약사전이 있습니다.





'범종루'



'진남루'



'화정당' 앞 뜨락에 피어난 노란 국화가 눈길을 끄는군요.



성보박물관 옆에 있는 공양간을 들러

공양 여부를 확인하니 공양시간이 지났다네요.

하는 수없이 기림사를 빠져나와

새로 조성된 정자 쉼터로 찾아갑니다.





정자 쉼터 안 천정에는 경주의 유명 문화재들의 사진이 걸려있네요.



준비해간 김밥과 컵라면으로 요기를 하고

왔던 길 되돌아 왕의 길에 있는 수렛재로 향합니다.







용연폭포 앞의 바위에 새겨진 '나무아미타불'



수렛재까지 2.5km라 하니 부지런히 걸어야겠네요.



도통골갈림길에서 이번에는 좌측의 '왕의 길'로 진입을 합니다.





도통골갈림길에서 13분 가량

등로를 잇다보면 만나게 되는 곳...


좌측은 골굴사로 향하는 길이고

우측 오름길은 함월산 가는 길에 있는

480.7봉으로 가는 등로입니다.



바로 불령봉표(佛嶺封標)가 있는 곳이지요.





낙엽이 도톰하게 깔린 숲길은

마치 카펫이라도 깔린 것처럼 푹신하고 부드럽기 그지 없네요.



난이도가 크지 않은 산길을 따라 부지런히 발품을 팔다보니



수렛재가 1km 남았다는 이정표를 지나게 되고



예전 사람이 살았던 흔적이 있는 지점을 지나게 되는데



종류가 다른 두 나무가 부둥켜안고 비비고 있는

'연리지(連理枝)'를 만나게 됩니다.



나뭇잎이 미세한 바람결에 하나 둘 떨어지고

그 떨어지는 나뭇잎을 밟으며 걷다보면



신문왕이 부왕인 문무왕의 수중릉을 참배하고

옥대를 얻어 귀경하던 중 손을 씻고

잠시 쉬어갔다는 '세수방'을  만나게 되고,



부근에는  숯을 구웠던 흔적이 있는 숯가마가 군데군데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잠시나마 소나무의 푸른 빛깔이 마음을 차분하게 해주는 등로를 지나



낙엽이 두텁게 깔린 산허리길을 따라 걸음을 옮겨가면



다시 수렛재를 만나게 됩니다.

이번에는 추령방향으로 진행할 예정입니다.



추령을 지나 토함산으로 연결되는호미지맥길이자

운토종주길인 이 길은 시종 오르내림의 굴곡이 심한

이른바 빨래줄 능선이 이어지고 있어 체력소모가 큰 구간이지요.





한구비 올라섰다가 다시 내림길로 이어지는 등로에는

수북이 쌓인 낙엽의 바다가 펼쳐지고 있고

멀리 오늘 산행의 마지막 봉우리인 494봉이 올려다보이는군요.



안부까지 내려섰다가 다시 가파른 오름길로 내딛는 발걸음은 역시나 힘이 드는군요.



가뿐 숨 몰아쉬며 올라선 끝에는 중요포인트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종주꾼들에게 알바를 겪게 만드는 곳이라 주의해야 할 곳이지요.


추령으로 진행하려면 시그널이 펄럭이는 좌측 아래로 내려서야 합니다.

오늘은 맞은편 494봉을 거쳐 모차골로 하산할 예정이라 망설임없이 직진입니다.



무덤 1기와 폐헬기장이 있는 494봉에는

'준.희'님의 팻말이 매달려 있었는데

어디론가 사라져버리고 보이질 않는군요.

진행방향은 맞은편 내림길입니다.



494봉에서 내려서는 길은 그야말로 쏟아진다는 말이 어울릴 것 같네요.



켜켜이 쌓인 가을 낙엽...


푸르름이 지고나면 다음을 위한 견실한 토양이 될 오늘은

바스락거리는 낙엽을 밟으며 산책을 즐기는

만추의 힐링산행이라 할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시 시작된 급내림길을 미끄러지지 않기 위해 조심에 조심을 거듭하며



내려다보이는 계곡을 건너기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네요.



다시 만난 '왕의 길'

기억해둬야 할 지점이라 담아봅니다.



이후의 등로는 그야말로 일사천리가 따로 없기에



목교를 지나면 이내 '인자암'에 도착하게 되면서

신문왕 호국행차길은 끝을 맺게 됩니다.




그동안 코스를 달리해가며 여러 번 찾았던 곳이지만 '왕의 길' 코스는 이번이 두 번째인데 호국행차길만 걷기에는 밋밋한 감이 있어 좀더 길게 잡아 걸어보니 그런대로 괜찮은 코스인 것 같아 함께하지 못한 집사람을 데리고 따뜻한 계절에 다시 걸어봐야 겠다는 생각을 가져본다.

한여름 푸르름을 자랑하던 나뭇잎은 여름에 제 할 일을 다하고 나서 이제는 나뭇가지에서 하나 둘씩 가을 낙엽이 되어 떨어나가고 나무들은 나뭇잎을 떨어뜨리며 긴 겨울을 나기 위해 월동준비가 한창인 만추의 산길은 단풍의 화려함과는 또 다른 가을의 고요함이 참 좋았던 오늘이었던 것 같다.

틀 속에 짜여진 일상을 훌훌 털고 가벼운 마음으로 걸어본 오늘의 산길... 그리고 두툼히 깔린 낙엽 때문에 오르면 오를수록 발걸음이 가벼웠던 만추의 가을숲길... 떠나는 가을에게 잘 가라는 인사를 남기며 모차골을 빠져나와 추령을 넘어 집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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