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달이 사는 집
떠나가는 가을의 끝을 잡고 낙엽의 바다를 걷고 온 죽장 수석봉 본문
☆ 산행일자 : 2016. 11. 12 (토) 날씨 - 맑음 (옅은 황사)
☆ 산행장소 : 포항시 죽장면, 영천시 자양면 일원
☆ 산행인원 : 집사람과 둘이서...
☆ 산행코스 : 보현사 입구-문바위골-수석봉-전망바위-대태고개 갈림길-665봉-폐가-까치소팬션 입구(자호천)
☆ 산행시간 및 거리 : 4시간 20분, 8.35km (식사 및 휴식 포함, GPS기준)
▣ 산행지 소개 - 수석봉(水石峰:821m)
수석봉은 산기슭으로 영천호로 흘러드는 자호천이 있어 여름철이면 피서객이 줄을 잇고 있지만 정작 산자락 너머에 꼭꼭 숨겨진 수석봉에 대하여 관심을 갖는 이는 드문 편이다.
포항시 죽장면과 영천시 자양면을 경계하며 우뚝 선 산봉으로 이름처럼 빼어난 계곡이나 바위를 품고 있지는 않지만 때묻지 않은 능선에 올라 청정산길을 이어가는 맛은 남다르다 할 수 있다.
정상 북동쪽의 화전민터가 남아있는 샛별마을에서 자호천으로 이어지는 도덕골의 한적한 정취 또한 신선한 감흥으로 다가서는 곳이다.
수석봉 오르는 들머리로는 포항-죽장간 도로변의 보현사, 바울기도원이 있는 도덕골, 광천리, 일광리의 개인동을 비롯하여 배고개 아래의 선류산장이 있는 논골, 두마리 대태마을의 죽현고개 등을 들 수 있으나 어느 쪽이든 등산로는 제대로 없는 편이고 그저 약초꾼이나 근교산 매니아들의 희미한 족적만 있을 뿐이다.
특히, 정상 북서쪽 1.4km 남짓한 거리에 있는 바위전망대에서 기룡산, 보현산, 면봉산, 베틀봉을 비롯하여 주변을 조망하는 맛은 가슴이 트일 만큼 시원하다.
◈ 산행기
일요일에는 출근해서 오전 근무를 해야하는 관계로 토요일에 산행을 하려고 준비하던 차에 집사람이 봉사활동 선약이 있어 일찍 산행을 갈수 없다는 말에 하는 수없이 무료한 오전 시간을 보내다가 도착한 집사람과 함께 11시가 다되어서야 집을 나선다.
늦은 시간대라 먼곳까지 갈수 없어 집사람이 아직 가보지 못한 곳으로 데려가 보기로 마음먹고 근교의 산들을 꼽아보다가 모처럼 찾아가보픈 산이 떠올라 죽장방향으로 차를 몰아간다. 영일만대로를 달리다 자명리로 빠져나와 기계 달성사거리까지 간 후 기계면소재지를 지나 한티재와 죽장휴게소를 지나 죽장면소재지를 향해 31번 국도를 달려가면 자호천 건너로 보현사가 보이게 되고 도로 왼편으로 "보현사"를 알리는 이정표를 지나 조금 더 차를 몰아가면 '까치소 주차장' 안내판이 보인다. 좌회전하여 내려서면 널찍한 주차장이 있고 화장실까지 갖춰져 있어 여름철 피서객들이 주로 이용하는 곳이다.
드넓은 주차장을 독차지하듯 애마를 세워놓고 도로를 따라 보현사를 향해 걸어간다. 도착한 보현사 입구에서 GPS를 켜고 사진 한장 담은 후 보현사를 향한 걸음을 옮기며 산행을 시작한다.
산행궤적
보현사 빗돌을 사진에 담으며
보현사를 향해 발걸음을 내딛습니다.
보현사 극락보전 좌측으로 돌아올라 경내를 돌아보고
극락보전 뒤로 나있는 산판길을 따라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합니다.
'수석'이라는 예쁜 이름을 갖고 있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산이라 찾는 이가 별로 없는 탓인지
숲길에는 잡목이 무성하고 메마른 나뭇가지가 진행에 걸리적거리게 만듭니다.
희미해진 기억속에서도 그나마 떠오르는 쌍폭포.
적은 수량에 오늘도 외폭이 되고 마네요.
조금씩 고도를 높혀갈수록 단풍은 사라져가고
메마른 이파리만 불어오는 바람에 사방으로 흩날리고 있습니다.
길은 아주 부드럽고 미처 떠나지 않은
빛바랜 단풍이 등로 중간중간 자리하고 있으며
가뿐 숨 몰아쉬며 가풀막을 오르는
산꾼의 발 끝에는 낙엽 밟는 소리만이 들려올 뿐...
어느 새 가을은 우리 곁을 떠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보현사 약사전에서 올라오는 동릉길과 합류가 되는 삼거리입니다.
평탄한 등로를 따라 10분 남짓 진행하면
쉽사리 정상을 내주기 싫다는 듯 등로는 곧추세우기 시작하고
다시 10분 가량 가파른 오름을 올라서면
실로 만 6년 만에 다시 만나게 되는 수석봉 정상에 서게 됩니다.
널찍한 정상석 주변에 앉아 점심을 먹고 가기로 했지만
불어오는 싸늘한 바람에 다시 행장을 꾸려
수석봉 정상석 뒤로 나있는 등로를 따라 아늑한 장소를 찾아 나섭니다.
바람이 잠잠한 곳을 찾아 간단히 준비해간 김밥과 빵으로 곡기를 해결하고
사람 키보다 더 큰 철쭉군락지를 지나고
안간힘을 다해 매달려 있던 나뭇잎이 한 줄기 바람에
우수수 떨어져내리는 참나무 숲을 지나면
오늘 산행에 있어 가장 하이라이트라 할수 있는
수석봉에서 유일한 볼거리인 전망바위에 닿게 됩니다.
눈 앞에 펼쳐지는 광경은 그야말로 시원스럽기 그지 없답니다.
남서쪽 보현리 일대가 올망졸망하고 그 너머로 보이는 기룡산이 우뚝하고
발 아래로는 죽현고개를 중심으로
영천쪽 보현리와 죽장쪽 두마리 일대가 내려다보이고
멀리 천문대가 있는 보현산과 기상레이더 관측소가 있는 면봉산...
가운데로 특이한 모양의 사랑나무가 있는 작은보현산이 한 눈에 들어옵니다.
이번에는 북서쪽 방향으로 시선을 돌려봅니다.
면봉산, 베틀봉을 비롯하여 곰바위산까지...
그리고 발 아래 자리하고 있는
산간 오지마을로 하늘 아래 첫 동네로 불리워지는 두마리...
참으로 오랜만에 대하는 낯익은 풍광들입니다.
오늘 산행 중 유일하게 조망이 멋진 곳이라
세찬 바람속에서도 사진놀이에 여념이 없습니다.
전망바위를 내려와 812봉을 지나고 얼마 안가 만나게 되는
대태고개 갈림길에서 시그널이 많이 달려있는
북동쪽 능선을 따라 10분여를 진행하면
805봉 정수리가 보이고 그 아래 우측으로 임도가 시작되는데
임도는 805봉을 우회하는 것으로 임도를 따라가도 되지만
고스락을 올라보기 위해 곧장 나있는 등로로 올라섭니다.
오래 전 벌목으로 벌거숭이가 되어 버린 곳에
잡목이 자라나 진행하기가 녹록치 않은 805봉.
805봉에서 건너다 본 북쪽방향의 산군들...
남쪽방향으로는 수석봉에서 뻗어내린 마루금이
751봉을 거쳐 진늪산까지 이어지는 모습입니다.
애미산을 가운데 두고 좌측으로는
두마리에서 무학사를 지나 봉계리로 가는 길이고,
우측 골짜기는 개일동으로 가는 길인 듯하네요.
805봉을 지나 동쪽으로 뻗은 능선을 따라 내려서다
오른쪽으로 내려서니 임도가 나타나는군요.
정면 임도 건너로 시그널이 나부끼는걸 보니
진행해야 할 등로는 숲속으로 이어지나 봅니다.
임도를 가로질러 숲속으로 들어간지 5~6분 후
그저 밋밋한 둔덕을 이룰 뿐 특징 지을 만한게 없는 665봉에 오르게 되고
다시 3분 후 또렷한 고갯길이
산자락을 넘어가는 사거리 갈림길에 이르게 됩니다.
이 고갯길은 우측 도덕골과 좌측 개일동을 연결하는
옛길로 좌우로 내려서는 길이 확연합니다.
하지만 가야할 등로는 정면의 시그널이 안내를 하고 있는 숲길이지요.
만약 길 좋다고 우측 도덕골로 향하는 임도를 따라가게 되면
결국에는 길은 끊어지고 가시덤불을 헤치며 진행해야 하는
고생길로 접어들게 될것이니 조심해야겠지요.
바스락거리는 낙엽을 밟고 구불구불한 길을 걸으면
어느 새 겨울과 가까워지는 기분을 느끼게 됩니다.
찬바람이 고운 빛깔을 질투해서인지
가을은 금새 물러가버리고 마니까 말입니다.
단풍나무 터널로 이어지던 등산로에는
미처 떨구지 못한 채 말라버린 단풍이
여전히 고운 빛을 보듬고 있습니다.
안간힘을 다해 매달려 있던 나뭇잎이
한 줄기 바람에 우수수 떨어져 내리고
바람에 흩날리는 나뭇잎의 모습이
흡사 나비의 날개짓을 닮은 것 같습니다.
힘을 잃어가는 햇살속에서 여지껏 남아있는
화려한 단풍의 색은 여전히 그 아름다운 빛을 움켜쥐고 있지만
떨어진 낙엽은 이리저리 바람에 쓸려 다니며
자신이 머물러 썩을 곳을 찾고 있었답니다.
오래 전 이곳을 찾았을 때는 벌목으로 휑하던 풍경이었는데
세월이 흐른 지금은 잡목에 가시덤불이 우거져
진행하기가 곤혹스러울 지경이 되었네요.
머리에 검불이 잔뜩 묻은 채 덤불속을 헤치고 나오니
삼거리인 듯한 갈림길을 만나게 되는데
우측으로 나부끼는 시그널을 따라 진행해 갑니다.
준비해간 궤적과 비교해가며 원시림같은 숲속으로 들어가니
그런대로 뚜렷한 등로로 이어지고 있어 해 떨어지기 전에
하산을 완료하고자 부지런히 발놀림을 해 나갑니다.
지금은 인적이 끊어진 희미한 산길을 따라 내려서면
예전 사람이 살았던 흔적들이 역력한 지역을 지나게 되고
벌목지대를 지난 삼거리에서 13분 가량 내려서니
지금은 사람이 살고 있지 않는 폐가를 지나게 됩니다.
주렁주렁 달려있는 감을 보면서
수석봉 까치들은 배를 곯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감국(甘菊)'
계곡을 쓸어 내리는 찬 바람 한줄기가 스치고 지나가고 있으니
우수수 떨어지는 낙엽이 가는 계절을 재촉하고 있습니다.
바울기도원으로 향하는 임도에 내려선 발걸음은
이제는 인적이 끊어진 도덕골 폐가를 지나게 되고
황홀한 오색빛깔 단풍잎 곱게 피었다가
이제는 한줌 갈바람에 우수수 떨구어질 정도로 말라버린
낙엽을 바라보면서 세월의 무심함을 느끼게 되는군요.
여름이면 자호천을 찾은 피서객들에게 인기를 얻고있는 까치소팬션.
까치소팬션 입구의 공터에 도착하면서
호젓함을 즐기기에 그만인 수석봉 산행을 마무리해 봅니다.
산기슭으로 흘러드는 자호천이 있어 여름철이면 피서객이 줄을 잇고 있지만 정작 산자락 너머에 꼭꼭 숨겨져 있기에 관심을 갖는 이가 드문 죽장의 숨어있는 보석같은 산. 예로부터 '수틀(숫돌)'이 많이 나던 곳이라는데서 이름이 유래되었다고 하는 수석봉...
워낙 인적이 드문 곳이라 그런지 메마른 잡풀과 가시덤불이 간혹 진행을 방해하곤 했지만 오히려 호젓함을 만끽할 수 있어 좋았던 것 같고 화려했던 가을날의 산야를 아름답게 수놓았던 울긋불긋 단풍이 들었던 나뭇잎이 하나 둘 떨어지는 모습을 보면서 어떤 초연함을 배워본 귀한 시간도 되었던 것 같다.
더불어 오늘은 늘 보던 하늘도 새롭게 보이고 산이고 나무도 보면 볼수록 아름다운 풍경에 매료되어 힘든 줄 모르고 산행을 이어간 것 같다. 아마도 그것은 이름처럼 예쁜 수석봉의 전망바위에 올라 6년 만에 다시 바라본 막힘없는 멋진 조망으로 두 눈이 호강을 누린 탓이리라...
찬 바람이 불면서 어느 새 가을이 우리 곁을 떠나고 있지만 휴일을 맞아 모처럼 찾아 걸어본 수석봉에서 옛기억을 더듬으며 떠나는 가을의 정취를 흠뻑 느끼고 이제 곧 닥쳐올 혹한의 계절인 겨울을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가벼운 마음으로 귀로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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