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달이 사는 집
오랜 숙원 해결하러 2주 연속으로 찾은 팔공산(치산계곡 환종주) 본문
☆ 산행일자 : 2017. 09. 23 (토) 날씨 - 맑음
☆ 산행장소 : 대구광역시 동구, 경산시 청통면, 영천시 신령면, 군위군 산성면 일원
☆ 산행인원 : 나홀로...
☆ 산행코스 : 치산공용주차장-시루봉-작전도로(헬기장)-1009봉-군 부대정문-청운대-하늘정원-비로봉-동봉-염불봉갈림길-동화사갈림길-도마재-신령봉-유봉지맥갈림길-청석배기-투구봉(갈모봉)-무명묘 2기-수도사-공용주차장
☆ 산행시간 및 거리 : 8시간 40분, 17.39km(식사 및 휴식 포함)
◈ 산행기
일요일에는 오전근무가 잡혀 있어 토요일에 산행을 갈 생각을 품고 집사람에게 넌지시 물으니 봉사활동 가야한다기에 혼자 산행 다녀오겠노라고 얘기해놓고 아침 일찍 자리를 털고 일어나 꾸려놓은 배낭을 들쳐메고 집을 나섭니다. 영남알프스로 가려다 억새가 한창일 때 찾아보기로 하고 오랜 시간 미뤄놓은 숙제 하나를 해결하기 위해 대구-포항간 고속도로를 달려갑니다. 김밥 한 줄에 삶은 계란 몇 개 사서 넣고 아침은 영천휴게소에서 해결을 한 후에 상주-영천 고속도로로 갈아타고서 잠시 달리다 신녕IC를 빠져나와 군위 부계방면으로 차를 몰아갑니다.
오늘 산행할 코스는 치산계곡을 둘러싸고 있는 이른바 '치산계곡 환종주'입니다. 약 6년전 쯤 수도사 입구에서 출발해서 투구봉,청석배기를 거쳐 북릉으로 내려온 산행을 한 적이 있는데 그 이후에 치산계곡 환종주를 해보겠다고 마음만 먹고 있었지만 지금껏 차일피일 미루다보니 세월은 유수같이 흘러가니 더는 안되겠다 싶어 나선 걸음이랍니다.
몇 번 와본 곳이라 눈에 익은 귀천마을의 멋진 느티나무를 끼고 좌측으로 진행하다보면 여름철이면 주차비를 징수하는 안내소를 지나게 되고 잠시 후 삼거리에서 좌측으로 진행하면 공용주차장에 닿게 됩니다. 계절도 여름의 끝자락을 지나 가을의 문고리를 잡고 있는 시기이지만 아직도 주차장 한켠에는 캠핑을 나온 행락객들이 여유롭게 주말을 즐기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띄고 마을버스는 출발시간이 많이 남아있는지 아예 시동을 끄고 잠을 청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배낭을 들쳐메고 준비해온 궤적을 확인하며 GPS를 켜고 주차장에서부터 오늘의 대장정을 시작합니다.
'산행궤적'
(클릭하면 확대됨)
치산 캠핑장...
캠핑장 아래쪽 주차장에 차량을 세워두고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시며 발걸음도 가볍게 첫발을 내디뎌봅니다.
조금 오르면 영지사 이정표가 나타나고
아침부터 작업을 하고 있는 중장비의 굉음을 뒤로 한채
우측 영지사 방향으로 진행합니다.
좌측 수도사 방향은 하산 코스이지요.
멋진 노송들이 줄을 잇고 있는
묘지군을 지나 마을 안으로 들어가면
첫 번째 만나게 되는 '┣' 갈림길에서 우측으로 방향을 바꿉니다.
노랗게 익어가는 탱자와 모과를 보면서
새삼 가을이 왔음을 실감하면서
이방인이 찾아왔음을 눈치챘는지
짖어대는 누렁이를 달래가며 걷노라니
우람하고 잘 생긴 느티나무가 있는 곳에서
등로는 다시 우측으로 꺾이게 됩니다.
산비탈의 경작지를 끼고 좌측으로 굽도는 임도를 따라 걸어가면
다양한 우리네 들꽃들이 바쁜 발걸음을 붙드는군요.
1) 나도송이풀, 2) 오이풀, 3) 달맞이꽃, 4) 개여뀌
맨 먼저 올라야 할 시루봉의 모습이
마치 꼬깔모자처럼 뾰족한 모습에
결코 만만한 산이 아닐거라는
사실을 느끼면서 발걸음을 재촉하지만
한번 봐달라고 고개를 내밀고 있는
야생화를 보니 그냥 지나칠 수가 없네요.
1) 며느리밑씻개, 2) 산박하, 3) 수크령, 4) 까실쑥부쟁이
오는 도중에 좌측으로 시그널이 달려있는 곳을 지나게 되는데
시루봉을 오르는 코스일 것 같아 진입을 하려고 했지만
계속되는 임도를 따르다 팔공지맥과 접속할
애초의 계획대로 계속 걸음을 이어갑니다.
1) 쇠별꽃, 2) 고마리, 3) 이질풀, 4) 층층잔대
들꽃들과 눈맞춤하며 걷다보니 산행시작 30분 가량 지나
마주하게 된 실질적인 들머리이자 팔공지맥 초입입니다.
입구에는 이렇게 많은 시그널들이 주렁주렁 달려있네요.
망설임없이 숲속으로 들어서니
2분 뒤 화산을 지나 갑령을 넘어
팔공산을 향해 달음박질 치는
팔공지맥길에 합류를 하게 됩니다.
안부사거리인 합류지점에는 좌측으로 시그널이 나부끼고 있어
굳이 애쓰지 않아도 진행방향을 알수 있을 것 같네요.
팔공지맥
팔공지맥은 보현지맥상의 석심산(750.6m)에서 군위군과 영천시의 경계를 따라 금호강과 위천을 분기하며 최고봉인 팔공산(1192.8m)에 이르고, 이후 가산(901.6m) 북서쪽 1.8km지점에서 군위 지역을 통과하는 위천 물줄기를 따라 군위, 의성, 구미시 경계를 경유해서 낙동강과 위천의 합수처인 경북 상주시 중동면 새띠마을까지 이어지는 약 120km의 산줄기입니다.
얼마간 얕은 오름길을 따라 진행하면
숲그늘 아래로 이어지는 너덜길을 걷게되고
숲길을 벗어나 하늘이 열리는 곳에서 되돌아 본
눈에 익은 풍경은 저절로 카메라에 손이 가게 만드는군요.
상주-영천 고속국도 뒤로 조림산이 성채를 두른 모습으로 다가오고
우측으로는 팔공지맥길의 갑령을 넘어 화산이 우뚝하고
그 뒤로 의성의 최고봉인 선암산이 뱀산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고,
좌측 멀리로는 금성산, 비봉산이 아련하게 보이는군요.
가팔라지는 등로를 따라 힘겹게 올라서니
커다란 바위가 앞을 가로막기 시작하는걸 보니
시루봉 전위봉이 가까이 다가온 모양입니다.
흙이 잔뜩 묻어있는 밧줄을 부여잡고 된비알을 올라서면
시원스런 조망이 트이는 시루봉전위봉(일명:시루바위)에 서게 됩니다.
시루떡을 잘라놓은 듯 모가 난 바위들이 눈길을 끄는
시루바위 이곳저곳 다니며 풍경을 담은 후에
직벽구간 앞에 서니 살짝 긴장이 되는군요.
더구나 바위를 건너가서 내려가야 하는데
매여진 밧줄의 상태가 많이 닳아서
사용하기가 어려울 것 같아 그냥 내려섭니다.
팔공지맥을 가운데 두고
좌측은 군위군 산성면 백학리,
우측은 영천시 신령면 치산 2리입니다.
나약한 팔힘에 의지한 채 직벽을 내려서니
또 하나의 밧줄구간이 기다리고 있었네요.
아무 생각없이 시그널이 매달려 있는 곳을 따라갔더니
시루봉을 오를 때 만나게 되는 밧줄은 보이질 않고
낭떠러지가 이어지는 사면길을 따라 진행하게 됩니다.
아마도 우회길이 아니었나 싶네요.
우여곡절 끝에 당도한 시루봉입니다.
우측으로 정상석이 있던 자리인 것 같은데
어디 출타를 했는지 보이질 않네요.
좌측으로 송골봉이 건너보이고
멀리 부계면 대율리 한밤마을이 아득합니다.
시루바위에서 보았던 같은 풍경이지만
산정에서 보는 정경은 몇번을 보아도 싫증이 나지 않기에
맘껏 담고서 시루봉을 내려갑니다.
내림길 역시 밧줄이 드리워져 있고
고개들어 올려다 본 하늘엔
가야할 등로가 쉽지 않음을 느끼게 해주는군요.
한 차례 더 이어지는 밧줄구간을 내려서면
지금껏 오르내림이 심했던 등로는 잠시 유순해지기 시작하고
적막강산이 따로없는 고요함이 가득한
청정숲길을 홀로 전세내어 걷는 중입니다.
지맥을 찾는 사람들 외에는 잘 찾지 않는 곳이라 그런지
걷는 내내 단 한사람의 산객도 만나질 못하고 있네요.
오롯이 홀로 걸으며 잡념을 떨쳐버리고
오로지 산행에만 집중해서 걷다보면
시루봉을 내려온지 20여분이 흘러
헬기장과 반사거울이 있는 작전도로와 만나게 되고,
약 100미터 가량 도로를 따르다 다시 숲길로 들어섭니다.
잠시 후 따뜻한 격문이 눈길을 끄는 지점을 지나게 되고
3~4분뒤 지나온 시루봉의 모습도 담아봅니다.
이후 오르내림이 반복되는 산길을 30분 가까이 쉼없이 진행하니
기묘한 모습의 바위를 지나게 되고
곧이어 시원스런 조망이 트이는 전망바위에 서게 됩니다.
건너편으로는 비로봉을 거친 뒤 걷게 될 투구봉능선이 펼쳐집니다.
산성봉 군부대도 가까이 다가왔네요.
조망이 멋진 1009봉에서의 눈요기를 즐긴 후
떡바위를 향한 진군을 재개합니다.
'로마병정의 투구를 닮았다 해서 붙여진 이름... '투구꽃'
하지만 독성은 치명적입니다.
숲을 빠져나와 만난 군부대 철조망을 따라 지맥길은 이어지고...
지나온 시루봉능선도 되돌아보며
의기양양하게 철조망을 따라 진행하지만
앞을 가로막는 윤형철조망...
날벼락이 따로 없네요.
아무리 궁리를 해봐도 하나뿐인 목숨까지 담보해가며
통과하기엔 힘들 것 같아 등로를 바꾸어 진행하기로 합니다.
그래도 떡바위를 다시 보겠다고 찾아온 걸음인데...
아쉬운 마음에 멀리서나마 담아봅니다.
마가목이 빨갛게 익었지만 그림의 떡이네요.
왔던 길 되돌아나와 만난 군부대 정문 앞입니다.
1) 미역취, 2) 흰진범, 3) 투구꽃, 4) 기린초
바람에 일렁이는 억새를 보니 신불평원 억새가 많이 그리워지네요.
작전도로를 따라 잠시 발걸음을 이어가면
'원효구도의 길'이라는 이름으로 조성된 '하늘정원' 들머리에 서게 되고
늪지대도 아닌 산정 부근에 갈대가 있어 담아봅니다.
차를 타고 이곳까지 와서 하늘정원을 찾는 분들이 제법 눈에 띄는군요.
이제 많은 이들이 찾는 명소가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떡바위를 못보게 되었으니 대신 청운대라도 들러야겠기에...
천길 벼랑 끝에 서있는 잘 생긴 소나무가 인상적인 청운대.
배꼽시계가 울려대기 시작하지만
마땅히 자리를 잡고 요기를 할만한 곳이 보이질 않아
좀더 참아보기로 하고 비로봉을 향해 나아갑니다.
산성봉 만물상
팔공산의 최고봉인 비로봉(제왕봉)에 다시 서게 됩니다.
비로봉에서 바라본 청운대와 하늘정원.
장군메기 가기 전 그늘속으로 들어가
준비해간 김밥과 과일로 곡기를 채우고 있으니
이름모를 산새가 날아와 모델이 되어주는군요.
팔공산동봉석조약사여래입상(八公山東峰石造藥師如來立像).
(대구광역시유형문화재 제20호)
수도사가 있는 치산계곡으로 내려갈 수 있는 갈림길인 장군메기입니다.
팔공산 동봉.
서봉(삼성봉)과 서부능선
가야할 동부능선.
멀리 신령봉과 코끼리바위능선이 보이는군요.
연무에 가려 대구시가지 방향은 제대로 보이지 않네요.
도마재를 향해 등로를 잇다보니
팔공산에도 가을이 찾아왔음을 실감하게 됩니다.
겨울철 북풍한설에 꽁꽁 얼어붙은 등로가
무척이나 위험하던 구간이었는데
이제는 데크가 놓여있으니 참 좋은 세상입니다.
조망이 트이는 곳에서 내려다 본 염불암.
변함없이 반겨주는 오리바위와도 눈맞춤 한번 해주고
가을이 찾아든 팔공산 북사면을 따라 도마재를 향한 걸음을 계속합니다.
앞만 보고 걷다가 가끔씩 뒤돌아보면 이렇게 멋진 풍경도 볼 수가 있네요.
동부능선의 명물인 병풍바위입니다.
지난 주 걸었던 내원능선(좌) 아래로 골짝에 자리하고 있는 양진암.
5분 뒤 염불암으로 내려설 수 있는 74번 구조목을 지나게 됩니다.
계속되는 오르내림을 반복하는 등로를 따르다보면
지난 주에 보았던 똑같은 풍경을 다시 담아봅니다.
멀리 가야할 투구봉능선이 아득하네요.
구조목69번 지점인 내원능선 들머리 입니다.
동화사갈림길인 58번 구조목 앞에서 잠시 다리쉼을 한 후에
역시 지난 주 흔적을 남겼던 자리마다
같은 풍경을 바라보며 카메라에 담아봅니다.
지난 주보다 조망이 깨끗하지 못해
간단히 사진 하나 남기는 것으로 자리를 빠져나옵니다.
50번 구조목 뒤로 들어가면
치산계곡으로 내려설 수 있는 북릉길이 열립니다.
투구봉, 청석배기를 거쳐 이곳으로 하산했던
지난 날의 기억이 새롭게 떠오르는군요.
금당능선 들머리인 49번 지점을 지나
도착한 도마재(NO.48)입니다.
예전에는 신령재로 불리웠었는데...
이정목 좌측 아래로 나있는 등로는
민비골을 거쳐 치산계곡으로 가는 등로입니다.
도마재를 지나 도착한 47번 구조목.
이곳에서 좌측 허리길로 진행하면 코끼리바위로 갈수 있지만
이왕 여기까지 왔으니 모처럼 신령봉이나 밟아보자고 곧장 길을 나섭니다.
별다른 표석은 없고 위험 경고판이 서있는 신령봉 정상입니다.
신령봉을 내려와 47번 구조목에서 이어져 온 등로와 합류가 되고
계속되는 산길을 따라 부지런히 발놀림을 하다보면
코끼리바위의 전체 모습이 바라보이는 곳에 서게 됩니다.
키가 큰 진달래 군락지를 지나 잠시 등로를 따르면
죠스 한 마리가 맨 먼저 고개를 내밀며 반겨주는군요.
코끼리바위능선을 올라서며 주변을 돌아봅니다.
갖가지 기묘하게 생긴 바위들이 눈길을 끄는 곳이라
시간적 여유만 있으면 마냥 놀다 가고 싶은 곳이랍니다.
지나온 신령봉.
멀리서 빨리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투구봉을 바라보니
가야할 등로가 아직도 요원하다는 생각에 마음은 바빠오지만
보고 또 봐도 멋진 풍경 앞에 발걸음은 쉽사리 떨어지질 않네요.
오늘은 미처 가보지 못했지만 다음 기회에는
거북바위 뒤쪽의 바위에 올라
코끼리바위 전체를 바라보며
숨은 코끼리를 찾아봐야겠습니다.
1) 바위떡풀, 2) 꽃향유, 3) 구절초, 4) 고본
까칠했던 코끼리바위를 내려와
멋진 조망이 일품인 투구봉까지 쉼없이 내달려야겠기에
오르내림이 반복되는 산길을 쉼없이 걸어갑니다.
코끼리바위를 떠나 30분 남짓 경과하니 함께했던 유봉지맥길과
작별을 하게 되는 갈림길 앞에 서게 됩니다.
가야할 등로는 좌측 방향입니다.
유봉지맥
유봉지맥은 팔공지맥 비로봉에서 분기하여 동쪽으로 신령봉에 이르고 잠시 북동진하다가 전반적으로 남동 방향으로 달리면서 위로는 신녕천을 아래로는 청통천을 가르며 신녕천이 금호강과 만나는 영천시 금호강변에서 마감하는 약 35km에 이르는 산줄기입니다.
유봉지맥 갈림길에서 정확히 30분 만에 도착한 청석배기(833m).
숲으로 가려있다보니 조망이라곤 없어
간단히 사진 한장 담는 것으로 마무리하고 길을 재촉합니다.
이후 등로 역시 숲에 가려 조망도 없는 상태라
오로지 걷는데만 집중하며 걸어갑니다.
조금이라도 특이하다 싶은게 있으면 카메라에 담아봅니다.
바위지대를 지나며 나뭇가지 사이로 바라본 비로봉과 산성봉.
밧줄을 부여잡고 암벽을 올라서면
노오란 플라스틱 팻말에 이름이 적혀있는 투구봉에 도착하게 됩니다.
봉우리 형태가 장군이 쓰는 투구처럼 생겼다 하여
생긴 이름으로 갈모봉이란 또다른 명칭도 있는데
이는 선비가 쓰는 갓을 넣어두는 집인
갈모처럼 보이는 데서 붙여진 이름이라 하는군요.
그리 넓지 않은 정상부에서 간단히 사진 한장 남기고
북서쪽 방향의 내림길로 들어섭니다.
거의 직벽 수준의 내림길 앞에 서면
거칠 것 없는 조망이 펼쳐집니다.
역광의 실루엣으로 다가오는
팔공산 정상부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위험구간인 내림길로 들어섭니다.
736봉 뒤로 이어지는 가야할 마루금입니다.
부처손이 군락을 이루고 있는 암벽.
가파르게 쏟아지는 내림길이 여간 까칠한게 아닙니다.
특히 겨울철 빙판이 되었을 때는
안전사고의 우려가 크니 자제하는게 나을 듯 싶네요.
투구봉을 내려와 올려다 본 바윗길이 위압스럽게 다가옵니다.
6년 만에 다시 만난 기암.
보는 이의 기호에 따라 다르겠지만
손가락바위, 오형제바위, 거북바위로 불리우는 모양입니다.
제 경우에는 아기거북이 형제로 보이는데... 어떠신가요?
험난했던 바위길이 이제 끝이 나는가 봅니다.
투구봉을 내려와 10여 분을 진행하니 등로는 훨씬 부드러워지고
조망이 멋진 739봉에 서니 발 아래로
빤히 내려다보이는 수도사 전경이 눈에 들어오네요.
전에 없던 전각들도 보이는걸 보니
못와본 사이에 절집의 규모가 제법 커졌나 봅니다.
이제 비로봉은 시야에서 자취를 감추어버렸고
산성봉 또한 정수리만 빼곰히 드러내고 있으니
그만큼 고도가 낮아졌다는 의미일테니
길었던 산행도 막바지로 접어드는가 봅니다.
그렇다고 일찍 샴페인을 터트릴 시간은 아닌 듯 하네요.
갈림길까지 진행해서 무지막지하게 쏟아지는 내림길을 내려선 끝에야
산행의 대단원을 마무리 할 수 있을테니 말입니다.
숲 사이로 쏟아지는 석양의 빛내림에
마음은 다급해지니 발걸음 또한 빨라지기 시작하네요.
비스듬히 누운 햇살이 소나무 사이 사이
빈 공간을 비집고 들어오는 등로를 10분 남짓 내려서니
형체만 남은 무명묘 2기가 있는 곳에 닿게 됩니다.
곧장 나있는 등로를 따라 귀천서원가지 가고 싶지만
주차장까지 되돌아와야 하는 긴 거리가 부담이 되어
예전처럼 이곳에서 수도사로 내려설 생각입니다.
잠시 비스듬히 이어지는 사면길로 이어지던 등로는
쏟아지는 급경사길로 바뀌게 되고
20분 가량 딴 생각하지 못하게 할 만큼 내리꽂힌 끝에서야
비록 적은 수량이지만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으로 내려서게 하는군요.
땀으로 범벅이 된 몰골로 부처님을 뵈올 수는 없는 일이기에
흐르는 물 속에 머리를 쳐박고 세수를 하며 땀을 씻어냅니다.
1) 보화루, 2) 극락전과 원통전, 3) 해회루(종무소), 4) 선원(禪院)
극락전을 찾아 오늘 산행의 무탈함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아미타부처님께 삼배로 예경을 올립니다.
수도사를 빠져나와 20분 가량 소요되는
주차장까지 포장도로를 따라 걸어갑니다.
'치산관광지캠핑장'입니다.
주말을 맞아 가족단위로 캐라반에서 숙식을 하며
캠핑을 즐기고 있는 모습이 보기에 참 좋으네요.
가족이나 친구들과 이곳에서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싶은데
워낙 인기가 좋은 곳이라 예약이 가능할지 모르겠네요.
아침 나절에는 없던 차량들이
몇 대 보이는 공용주차장에 도착하면서
오랜 숙제 하나 해결한 기쁨을 만끽해 봅니다.
그동안 팔공산을 찾아 주능선을 걸을 때마다 바라보이는 북쪽능선을 보면서 입맛만 다시던 지난 시간들에 대한 염원을 오늘에야 해결하였다는 기쁨과 오랜만에 난이도 있는 코스를 무사히 완주할 수 있었음에 스스로에게 감사하고 아직도 견딜 수 있는 체력이 남아있다는 사실에 뿌듯한 마음을 가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건강관리에 좀더 신경을 쓰면서 좋아하는 산으로의 발걸음을 지속하리라는 다짐을 하고서 하루 일을 마무리하고 경운기를 몰며 귀가하는 농부들과 보조를 맞춰가며 도로를 빠져나와 왔던 길 역순으로 부지런히 달려가니 어두워져 가던 날씨는 어느 새 어둠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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