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달이 사는 집
은빛물결 넘실대는 억새의 향연속으로...(영남알프스 만길능선-청수중앙능선) 본문
♧ 산행일자 : 2017. 10. 09 (월) 날씨 - 맑음. 다소 더움
♧ 산행장소 : 경남 울주군 상북면, 삼남면, 양산시 원동면 일원
♧ 산행인원 : 나홀로 산행
♧ 산행코스 : 신불산자연휴양림(하단)-만길능선-신불서릉-신불산-신불재-영축산-함박등-채이등-청수중앙능선-청수골팬션
♧ 산행시간 및 거리 : 7시간 40분, 11.55km (식사 및 휴식, 탁족 포함, GPS기준)
◈ 산행기
장장 열흘동안 계속된 전례없이 긴 추석연휴를 맞아 시월 첫날 번개산행으로 천성산 산행을 다녀온 뒤 부모님과 장인의 차례를 모시고 집으로 찾아온 친척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가 새로운 가족으로 맞이한 사위와 함께 부모님이 계시는 국립대전현충원을 찾아 성묘를 하고 아이들은 서울로 올려보내고 집으로 돌아와 느긋한 휴식을 취하며 보내다 연휴 마지막날인 월요일에 뱃속에 잔뜩 낀 기름기를 빼기 위해 다시 산으로 들어가고자 집을 나섭니다.
가고자 하는 행선지는 영남알프스의 억새를 보러 가기 위한 걸음이었기에 망설임이 없었지만 코스를 어떻게 할것이냐가 관건이었지요.
신불산이냐, 천황산이냐를 두고 잠시 저울질하다 내심 생각하고 있었던 곳을 찾아 가기로 마음먹고 전에 미리 만들어 둔 궤적 하나를 찾아내어 스마트폰에 깔아놓고 배낭을 꾸려 아침 일찍 집을 나섭니다. 경주 시내를 들러 팔우정로타리 부근의 해장국집을 찾아 아침을 해결하고 중앙시장으로 달려가 김밥 두줄 사서 챙겨넣고 35번 국도를 따라 언양으로 차를 몰아갑니다.
언양읍내로 들어서기 전 나오는 언양교차로에서 우측의 밀양, 석남사 방면으로 방향을 바꾸면 울산에서 연결된 24번 국도로 갈아타게 되고 배내골,석남사를 알리는 이정표를 따라 덕현교차로로 들어서 석남사 방향으로 진행하게 됩니다.
석남사를 지나 구불거리는 도로를 따라 올라가면 배내고개 입구 삼거리에서 좌측의 배내골 방향으로 진행하게 되고 거친 숨을 몰아쉬며 고갯마루에 올라선 애마는 배내고개를 넘자마자 고삐풀린 망아지처럼 배내골을 쏜살같이 내달립니다.
배내통하우스를 지나고 철구소 입구에 눈길 한번주고 재약산 죽전삼거리 들머리도 힐끗 쳐다보며 도착한 곳은 버스종점이 있는 대동마트 옆 태봉교...
망설임없이 좌회전하며 다리를 건너 청수골팬션 앞을 지나 신불산자연휴양림 입구까지 진행하다 날머리인 청수골팬션 앞에서 차량회수를 위해 걸어올 생각을 하니 짧은 거리에 세우는게 맞다고 판단되어 도로 한켠 공터에 차를 세우고 통행에 지장이 없는지 주변을 살펴본 후에 배낭을 들쳐메고 백련사를 지나 휴양림까지 걸어갑니다.
진행하는 동안 잠시 후 오르게 될 만길능선의 가파른 암릉을 올려다보면서 마음속으로 한번 더 다잡아 보기도 했지요.
오늘 산행하게 될 만길능선은 신불산 서릉에서 남서쪽으로 갈래를 친 능선으로 배내골을 기점으로 보면 울주군 상북면에 위치한 파래소폭포가 있는 왕봉골과 신불평원에서 흘러내린 청석골 사이에 위치한 능선으로 신불산 서봉 조금 못 미친 지점에서 신불서릉과 합류가 되는 4Km나 되는 긴 능선이랍니다.
재작년 만길능선으로 올라 신불산, 간월산을 거쳐 간월서봉을 지나 파래소폭포로 한바퀴 돌아보았는데 오늘은 반대편, 즉 신불산-영축산으로 해서 억새구경하면서 한바퀴 돌아볼 예정이랍니다. 하산 코스는 상황을 봐가면서 결정하기로 하고 파래소교 입구에서 GPS를 켜고 산행을 시작하기로 합니다.
산행궤적
신불산자연휴양림(하단) 입구입니다.
평소 1,000원의 입장료를 징수하는 곳이지만
추석 연휴기간 동안 무료입장이라 하는군요.
가운데 우뚝 솟은 능선이 오늘 산행할 신불산 만길능선 입니다.
靑山綠水.
푸른 산과 푸른 물이라는 뜻으로,
산골짜기에 흐르는 맑은 물을 이르는 말입니다.
전날까지 내린 비로 인해 청석골에서 흘러내리는 물소리가 제법 우렁차네요.
파래소폭포 갈림길로 신불재를 오르는 들머리이기도 하지요.
마주보이는 계단을 따라 오릅니다.
만길능선은 데크 계단을 지나자마자 만나게 되는
돌무더기 있는 곳에서 좌측 능선으로 붙어야 합니다.
직진은 신불재로 향하는 길입니다.
잠시 후 돌을 쌓아 올린 기도처가 나오고
뒤쪽의 큰 소나무 앞 암릉으로 올라붙어야 합니다.
그동안 많은 산객들이 다녀간 듯 전보다 한결 뚜렷해진 등로지만
초반부터 거친 암릉이 시작되니 오늘도 땀 깨나 흘려야 할것 같습니다.
한고비 치고 올라 조망이 트이는 곳에서 바라본 백련골 풍경입니다.
이미 한번 올라본 코스라 그런지 주변 풍경은 눈에 익네요.
소나무에 가려 보이진 않지만 계속되는 암릉길이 기다리고 있답니다.
앞을 가로막는 직벽 앞에 서게 됩니다.
우회로가 있지만 겁없이 도전해 보기로 합니다.
물기가 있어 미끄럽지만 조심스레 올라섭니다.
발 아래 청석골에서 들려오는 시원한 물소리는
계절을 잊은 듯 오늘따라 유난스레 시원하게 들려오는군요.
건너보이는 육각정이 있는 728봉.
그 오른쪽 뒤로 천황산이 고개를 내밀고 있네요.
가을날은 역시 산을 찾는 것 만큼
매력적인 신선함과 운동은 없는 것 같네요.
바람 시원하고 계곡 물소리 간간히 들려오고
시야는 아름답게 잎새 물든 나무들로 호강을 누리니 말입니다.
계속되는 바위 벼랑을 애써 올라서니 멋진 소나무가 반겨주고
고개들어 바라본 죽림굴과 신불서릉이 한층 가까워져 있네요.
계속되는 암봉에 올라설 때마다 그 높이만큼 조망은 넓어집니다.
가파르고 거친 바윗길이 시간을 많이 지체하기는 하지만
암봉 위에서 바라보는 멋진 풍경은 산행의 묘미를 한껏 느끼게 해줍니다.
등로 우측으로 시야가 트이는 전망터에서 바라본 신불재 방향.
건너편 백발등능선 너머로 펼쳐지는
함박등, 죽바우등으로 이어지는 영축지맥 마루금...
그리고 오랜만에 다시 만나는 기묘하게 생긴
옹이의 모습까지 두 눈에 담을 수 있는 것은
산과의 데이트를 통해 얻어지는 건강한 체력이 받쳐주기에 가능한 일이겠지요.
아울러 쉼없이 이어지는 가파름과 거친 암릉길도
거뜬히 오를 수 있게 만드는 원동력이 아닌가 싶네요.
흰구름 떠다니는 파란하늘 아래로 신불서릉이 이어지고
우측 끄트머리로 신불서봉이 올려다 보입니다.
눈높이가 거의 비슷해진 육각정봉을 바라보면서
새롭게 코스를 꾸며 찾아볼 생각이 불현듯 드는군요.
이제 암릉길이 거의 끝나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들 즈음
한고비 더 치고 오른 뒤 내림길로 들어서니
까맣게 잊고 있던 임도가 나타나는군요.
신불산 허리를 감아도는 임도를 가로질러
곧바로 산길로 치고 올랐던 지난 날의 기억이 그제서야 떠오르네요.
계속되는 가파른 오름길...
따가운 햇살이 내리쬐는 조금은 더운 날이라
이마엔 여지없이 굵은 땀방울이 흘러내리고 있습니다.
등로는 지금까지와는 달리 훨씬 유순해지지만 여전히 가파르기는 매 한가지입니다.
'쓴풀'
드디어 신불서릉과 합류를 하게 됩니다.
능선 끝으로 옛 공비지휘소가 있던 969봉이 우뚝하네요.
간월서릉과 간월산...
그 뒤로 아스라히 보이는 운문산과 가지산...
가슴이 저절로 쿵쾅거리는군요.
이제 신불서봉을 향한 오름짓을 이어갑니다.
지나온 흔적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만길능선을 바라보고
가야할 영축능선의 가슴 뛰게 만드는
환상적인 모습에 발걸음은 절로 바쁘기만 합니다.
신불서봉의 암봉입니다.
신불서봉에 올라서니 세상이 발 아래 놓인 듯 일망무제의 조망이 압권입니다.
올해 처음 만나는 영알의 억새...
시월 초순인데 벌써 억새는 하얀 꽃을 피우고 있네요.
푸른 빛깔이 풍기는 억새를 기대했었는데...
간월재 갈림삼거리.
이곳에 오면 필히 서보게 되는 전망데크에서
늘 그랬던 것처럼 환상적인 풍경을 담아봅니다.
500미터 남짓 남은 신불산을 향해...
긴 연휴끝이어서 그런지 신불산 산정에는
생각보다 산객이 많지않아 인증샷도 빨리 남길수 있네요.
신불산 정상에서 바라본 간월산 너머 가지산으로 이어지는 낙동정맥마루금.
발 아래로 펼쳐지는 등억온천지구와 상북면 일대.
속이 시원할 만큼 막힘없는 조망에
덥게 느껴질 정도의 따가운 햇살에도
아랑곳 없이 주변경관을 즐기고 있는 중입니다.
신불공룡능선에도 가을은 찾아왔네요.
산 위에서부터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하는 단풍이 울긋불긋합니다.
정상석 아래의 데크에서 준비해간 김밥으로 허기진 배를 채우고
새천년빗돌을 사진에 담으며 신불재를 향한 등로를 이어갑니다.
신불재를 향한 내림길에서 바라본 영축산과 신불평원.
삼남면 가천리 일대와 연무속에 다가오는 문수산과 남암산.
영남알프스 신불산에서 영축산으로 이어지는 능선 4km...
1시간 거리의 신불평원은 국내 억새평원 중 가장 볼 만한 억새평원이지요.
풍광도 수려하지만 억새로 대표되기도 하는 영남알프스입니다.
신불재에서 올려다 본 신불산.
샘터를 찾아 시원한 샘물 한사발 들이키고
수통 가득 채운 뒤 다시 신불재로 향합니다.
신불산 공룡능선.
영남알프스 산군인 간월산, 신불산, 영축산으로 이어지는 광활한 능선에 펼쳐지는
억새밭의 장관은 다른 산에서 쉽게 찾아보기 힘든 경관입니다.
신불재를 떠나 영축산을 향한 걸음에 아쉬운 듯 되돌아봅니다.
삼봉능선...
남근봉, 호랑이봉...
두번 가보았지만 또 가보고 싶은 곳...
이곳의 억새는 키가 작은 편입니다.
키가 작아 바람에 일렁이는
억새의 모습이 마음을 시원하게 만드는군요.
'용담'
멀리서 보면 마치 은빛 잔디밭 같다고나 할까요...
아리랑릿지 들머리.
좋아하는 포토존 중 하나인 곳이랍니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영축산의 풍경은 참으로 멋집니다.
금강골과 에베로릿지...
아리랑릿지...
가을이 오면 광활한 평원에 억새물결이 출렁이는 곳...
바람에 흔들리는 고원 가득한 억새들의 은빛 군무로
산객들의 눈을 환희로 물들게 하는 곳...
무려 125만평의 억새 군락지로 이름난 영남알프스 신불평원입니다.
소슬바람이 불면 더불어 흔들리는 억새들의 몸짓이 황홀하다 못해
현란할 정도가 되어 뭇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
가을의 억새군무를 보려고 수많은 등산 인파가 찾는 곳...
바로 신불평원입니다.
영남알프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능선인 영축지맥길...
멀리 오룡산까지 이어지는 마루금은 보기만 해도 멋지네요.
나무가 거의 없어 억새만 있는 능선에서의 조망은
장쾌하고 영남알프스 산군이 한 눈에 들어옵니다.
영축산(1,081m)
걸어온 등로가 한 눈에 들어오는 풍경을 보니
새삼 발품의 대단함을 느끼게 되는군요.
그동안 수없이 보아온 풍광이지만 볼 때마다 가슴 벅찬 감정은 변함이 없네요.
보이는 골짝, 능선마다 발길이 안닿은 곳이 거의 없을 정도지만
다시 찾아가고픈 마음에 늘 허기가 드는 기분입니다.
단체산객들의 시그널을 보니 마침 포항에서 오신 분들이라 반가움을 표하면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영축지맥을 향해 걸음을 옮겨갑니다.
비로암능선 갈림길이자 약수터가 있는 천정삼거리를 지나고
되돌아 본 영축산정에는 완연한 가을이 자리를 잡고 있네요.
김성국추모비가 있는 1,060봉에서
단체산객들과 떨어져 먼저 앞서 나갑니다.
가을이 찾아든 숲길...
노랗게 변한 잎사귀들이 눈길을 끌지만
말라버린 잎사귀가 많아 단풍이 그리 예쁘질 않네요.
비로암 중앙능선의 바산봉...
저곳 또한 숙제로 남아있는 곳이라 해가 바뀌기 전에 올라봐야겠습니다.
함박등부터 채이등, 죽바우등까지...
그리고 그 뒤 쥐바위까지 언제나 가슴 설레이게 하는 풍경이지요.
'숨은재'입니다.
은수샘이나 비로암으로 내려설 수 있는 갈림길이지요.
또한 우측으로 청수좌골로 갈수 있는 등로지만
출입을 금지하는 팻말이 서있습니다.
위험하기도 하거니와 사유지 출입을 금하는 때문입니다.
좌측의 우회로를 버리고 오른쪽으로 돌아오르면
멋진 조망이 펼쳐지는 암봉에 오를 수 있지요.
역시 가슴이 탁 트이는 조망입니다.
숲 사이로 스며드는 가을 햇살의 살가움을
온 몸으로 느끼며 5분 가량 진행하면
깔끔한 데크계단이 설치된 함박등에 오르게 됩니다.
추색(秋色)이 완연한 영축능선... 환상 그 자체입니다.
함박등 정상에도 작은 변화가 생겼네요.
앙증맞던 표지석 옆에 작지만 어엿한 정상석이 자리를 잡고 있네요.
마음 같아선 죽바우등을 지나 청수우골로 내려서고 싶지만
하산시간이 여의치 않을 것 같아 청수중앙능선으로 내려갈 계획입니다.
숙제로 남겨둔 비로암중앙능선을 오를 때
죽바우등을 찾아볼 계획을 잡고 예의 그 멋진 풍경을 담아봅니다.
깎아지른 절벽이 이어지는 영축능선 동쪽사면 아래로
삼보사찰의 하나인 통도사가 자리하고 있지요.
그 주변으로 골골마다 또아리를 틀고 있는 19암자 또한
각각의 개성이 뚜렷해서 웬만한 사찰의 규모가 부럽지 않답니다.
건너편 골프장 뒤로 정족산이,
그 우측으로는 지난 주 다녀왔던
천성산 공룡능선과 천성산이 시야에 들어옵니다.
2020년 개통예정인 함양-울산간 고속도로 공사가 한창이네요.
영축능선의 기암...
백운암으로 내려갈 수 있는 함박재입니다.
채이등 아래에 있는 청수골갈림삼거리입니다.
마주보이는 등로가 청수중앙능선으로 가는 길이고
죽바우등이나 오룡산 방향은 좌측방향입니다.
청수중앙능선에 진입하여 바라본 죽바우등.
하산길은 산죽이 우거진 평탄한 등로가 잠시 이어지더니
급기야 쏟아지는 내림길로 등로는 이어지는군요.
해발 1100미터 가까이에서 해발 300미터 정도까지
거의 수직으로 내리꽂히듯 가파른 급경사 지그재그 길을 한없이 내려갑니다.
긴 내림길에 한숨이라도 쉬라는 듯 짧은 안부를 지나면
다시 계속되는 급경사길이 장난이 아닐만큼 가파른데다
낙엽과 잔돌들이 깔려 있어 미끄럽기 그지없어 무척 조심스럽답니다.
조망이라곤 없는 긴 내림길에 청수좌,우골에서 흘러내리는
계곡물의 우렁찬 소리를 들으며 1시간 10분 가량 내려서니
그제서야 청수우골 등로와 합류가 됩니다.
청수좌골 초입의 계곡에서 범벅이 된 땀을 씻어내고
종일 발품을 파느라 수고한 두 발을 담궈 마사지로 피로를 풀어봅니다.
영축산에서 만났던 포항지역 산우분들이
청수좌골을 통해 속속 도착함에 따라
얼른 자리를 내어주고 얼마남지 않은
등로를 마무리 하기 위해 길을 떠납니다.
날머리로 잡은 청수골팬션...
청수골산장이 문패를 바꿔 달았네요.
입구에서 오늘 산행을 마무리하고
주차해 놓은 곳으로 이동을 합니다.
애마를 찾으러 가는 걸음에 올려다 본 만길능선.
가파르기 그지없는 암릉을 오르며 힘은 들었지만
짜릿함과 멋진 조망으로 보상을 받았네요.
그 뜨거웠던 지난 여름은 까맣게 잊어버린 채 떠나가는 성하의 계절이 아쉬운 것도 잠시...
조석으로 제법 떨어진 기온을 느끼며 한결 높아진 푸른 하늘에 흰 구름이 소복이 흐르고 있어 성큼 다가온 가을을 제대로 느껴보기 위해 긴 연휴의 끝자락에 찾은 영남알프스...
무더위가 떠난 자리에 선선한 바람이 철새처럼 날아들어 1,000m급 고원에 바람이 깃들면 온 산하에 피어난 억새꽃에 몸살을 앓는 영남알프스의 억새평원은 보면 볼수록 뭐라 형언할 수 없는 감동의 물결이 물밀 듯 밀려오는 곳이라는 사실을 새삼 실감한 걸음이었답니다.
이맘 때쯤의 신불산은 완만하게 펼쳐진 능선을 따라 억새가 아름다운 은빛으로 뒤덮이기 시작하는 시기인지라 소슬바람을 따라 부드럽게 몸을 흔드는 억새의 손짓에 빠져 속절없이 시간을 빼앗기고 카메라는 잠시도 쉬지 못하고 내내 눈을 깜빡이며 예정보다 지체가 되었던 오늘의 산길이지만 화려함보다는 순수한 느낌이 드는 가을여행지의 대표주자인 은빛 물결 넘실대는 영남알프스 억새의 춤사위를 맘껏 구경하면서 하루를 놀다 왔으니 이보다 더 행복할 수는 없을 것 같네요.
벌써 며칠이 지났지만 다녀온 흔적을 마무리하고 있는 이 시간에도 황금빛 들판에 햇빛을 받아 금빛, 은빛으로 흩날리는 억새의 모습이 뇌리에 남아 몸은 비록 떠나왔지만 마음은 아직도 억새평원 속을 거닐고 있는 것 같은 착각에 빠져있어 깊어가는 이 밤 쉽사리 잠이 올것 같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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