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달이 사는 집
세찬 해풍을 맞으며 낙엽의 바다를 걷고 온 구룡포 눌태지환종주 본문
♤ 산행일자 : 2017. 12. 23 (토) 날씨 - 맑음, 미세먼지
♤ 산행장소 :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 동해면 일원
♤ 산행인원 : 집사람과 함께...
♤ 산행코스 : 구룡포읍 눌태1리(중태마을)-156.9봉-눌태전망대(까치바위)-봉수대(마봉루)-공개산-윷판재-호미지맥 이탈-172봉-169.5봉-눌태1리(원점회귀)
♤ 산행시간 및 거리 : 5시간 10분, 10.66km(식사 및 휴식 포함, GPS 기준)
◈ 산행기
지난 주에 이어 2주 연속으로 오전근무를 해야하는 휴일인데다 비소식까지 들려와 토요일에 산으로 들기 위해서 주말이면 습관처럼 배낭을 꾸립니다.
산행준비를 마치고 집사람을 데리고 오랜 세월 몸담았던 예전 직장으로 달려가 혈액채취와 소변검사를 의뢰해놓고 곧장 경포산업도로와 영일만대로를 거쳐 구룡포로 향합니다.
경주 외동에 있는 삼태봉과 구룡포의 공개산 둘중 한 곳을 택하라고 선택권을 주었더니 구룡포를 모처럼 가고싶다는 집사람의 의견에 적극 부합하고자 구룡포로 가기로 했답니다. 구룡포초등학교 뒷산인 응암산은 그동안 몇 번 가본 곳이라 오늘은 코스를 달리해서 미답의 구간과 오래 전 호미지맥 종주산행 때 걸어보았던 구간을 포함해서 궤적을 만들어 찾아가는 길이지요.
31번 국도를 달리다 호미곶해맞이광장을 알리는 929번 지방도로 갈아타고 구룡포 읍내로 들어서게 되면 좌측의 구룡포읍사무소를 지나게 되는데 다리 건너의 구룡포성당 입구에서 좌측으로 후동천을 따라 나있는 시멘트도로를 따르면 후동리와 눌태리 갈림길을 만나게 되고 우측 눌태리 방향으로 진행해 나갑니다.
계속되는 도로를 따라 진행하면 이번엔 눌태지와 눌태1리 갈림길을 만나게 되는데 역시 우측의 눌태1리를 향해 차를 몰아가면 좌측으로 눌태1리마을회관 건물이 보이고 목장성안내판이 서있는 눌태1리에 도착하게 됩니다.
흐린 날씨에 약간 쌀쌀한 기운을 느끼며 배낭을 들쳐메고 좌측의 마을회관 방향으로 걸음을 옮기며 오늘의 산행을 시작합니다.
산행궤적
눌태1리 입구입니다.
맞은편 길은 말목장성으로 가는 길이고
오늘 산행코스는 좌측 능선이기에
마을회관방향으로 진행하기로 합니다.
마을 입구에 서있는 '말목장성 탐방로' 안내도에는
마을의 유래도 함께 소개되어 있네요.
들,날머리인 이곳은 눌태1리 중태마을입니다.
눌태1리 마을회관 앞을 지나 모퉁이를 돌아가면
휀스가 쳐져있는 작은 밭 위로 들머리가 나타납니다.
가파르게 이어지는 대숲사이를 올라서면
바닷가의 야산이라 해발은 낮지만 가파른데다
두텁게 쌓여있는 바짝 마른 낙엽이 엄청 미끄러워
오르기가 쉽지 않은 산길을 따라 15분 가량 진행하니
무덤이 있는 널찍한 이르러서야 하늘이 열리는군요.
멀리 가야할 봉우리들이 시야에 들어오네요.
곧이어 양지바른 곳에 자리하고 있는
무덤 앞으로 눌태지가 내려다보이고
건너로는 하산코스인 능선이 줄을 잇고 있네요.
다시 조금씩 고도를 높혀가면
지금껏 육산의 면모를 보여주었지만
서서히 바위들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올라선 바윗길에서는 사방이 확 트이는 멋진 조망이 펼쳐집니다.
오늘은 미세먼지가 좀 심한 편인 것 같네요.
구룡포 방향이 뿌옇게 보여 좀 아쉽습니다.
동쪽 건너편으로는 응암산이 자리하고 있고
서쪽방향으로는 눌태지를 발아래에 두고
하산루트인 169.5봉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암벽 주변으로 바위손이 지천이네요.
항암효과가 크다는데 급하지 않아서 그런지 손이 가질 않네요.
계곡형 저수지인 눌태지.
상수원보호구역이라 접근이 일체 금지되어 있는 곳이지요.
세찬 바람이 불어대는 바윗길을 지나 5~6분 가량 등로를 이으니
볼거리라곤 전혀없는 156.9봉을 지나게 되고
숲에 가려 조망이 없는 산길을 따라
오로지 걷는 데만 집중을 하며 15분 가량 진행하니
말목장성 탐방로와 합류를 하게 됩니다.
우측방향은 산행출발지였던
눌태리로 이어지고 가야할 등로는 좌측입니다.
지금 걷고 있는 길은 말목장성탐방로 A코스입니다.
목장성탐방로를 걸으며 바라본 전망대가 있는 까치바위입니다.
B코스와 합류가 된 목장성탐방로는
어느 덧 전망대와 봉수대로 갈라지는 삼거리에 서게 되는데
먼저 좌측의 전망대부터 다녀오기로 합니다.
전망데크가 설치되어 있는 까치바위.
전망대 이름이 눌산전망대로 바뀌었네요.
먼저 막힘이 없는 조망부터 즐기기로 합니다.
동쪽의 응암산 방향을 바라봐주고
남쪽방향으로 시선을 돌려 지나온 좌측능선도 가늠해보고
눌태지 뒤쪽의 하산코스인 능선도 눈여겨봅니다.
서쪽방향의 호미지맥길이 펼쳐지는 가운데
오늘 들러보고자 하는 전망대 건너편의 공개산도 담아보고
오랜만에 왔으니 흔적 하나 남겨달라는 소원도 풀어준 뒤에
발산봉수대와 마봉루 정자가 있는 북쪽 방향으로 걸음을 옮겨 갑니다.
마봉루와 봉수대 입구의 임도를 만나게 되고
임도를 가로질러 맞은편으로 올라서게 되면
임도 입구의 말목장성 안내문.
발산봉수대
봉수대는 포항시 남구 동해면 발산리와 흥환리와의 경계 지점에 있고
이곳의 봉수는 남쪽 뇌성산 정상에 있는 뇌산의 봉수대에서 연결되어
북쪽의 대동배(大冬背) 봉수대를 거쳐 최종적으로
서울 목멱산(지금의 남산)까지 이어졌다고 합니다.
말목장이었음을 상징하듯 말 조형물과
전망대와 쉼터 역할을 하는 마봉루가 나타나지요.
마봉루에서 바라본 호지미맥.
지맥길을 처음 걸었을 때는
봉수대는 파괴되어 흔적만 남아 있었고
아래로 보이는 임도를 향해 길도 없는
숲을 헤치며 마루금을 이었던 기억이 나네요.
동쪽의 동해가 바라보이는 방향으로
구룡포청소년수련원이 있는 석병리가 보이고
역광으로 희미하지만 남동쪽으로는 구룡포읍이 시야에 잡히는군요.
마봉루 아래 바람이 잦아드는 양지바른 곳에서
컵라면과 빵으로 간단하게 곡기를 때우고 다시 임도로 내려섭니다.
계속되는 등로를 따르기 위해서는 우측 임도로 진행합니다.
임도삼거리.
좌,우측 임도는 동해면 상정리에서
우측 호미곶으로 이어지는 호미지맥길입니다.
건너편 공개산을 향해 좌측 임도를 따릅니다.
잠시 후 등로 우측으로 시그널이 달려있는 산길로 들어섭니다.
초입부터 연일 계속되는 가뭄에 바짝 말라버린 낙엽이
가풀막의 오름길을 힘들게 하는군요.
임도에서 20분 가량 산길을 올라서니 삼거리갈림길을 만나게 됩니다.
지맥길은 이곳에서 좌측으로 이어지는데 공개산을 다녀오려면
맞은편 등로를 따라 3~4분 가량 더 진행해야 합니다.
표찰이 붙어있는 밋밋한 봉우리인 공개산입니다.
십여 미터 떨어진 곳에 위치한 삼각점.
삼거리로 되돌아와 등로를 잇다가
가파른 내림길을 내려서면 다시 임도와 합류가 됩니다.
임도를 따라 5분 여를 걷다보면 우측으로 올라서는 등로를 만나게 되는데
돌무더기가 쌓여있어 마치 성황단처럼 보이는 윷판재에 서게 됩니다.
윷판재는 흥환리와 눌태리를 잇는 고갯마루입니다.
예전 이곳을 지날 때 시그널을 하나 매달아 놓았던 기억이 나는군요.
마루금을 따르고 싶지만 가시덤불에 잡풀이 우거진 등로라
집사람에게 욕먹을 것 같아 지루한 임도를 따라 진행합니다.
지맥길의 210봉을 올려다보며 15분 가량 더 임도를 걷다보면
유의해서 봐야 할 지점에 이르게 됩니다.
별 특징도 없지만 우측에 빨간 시그널 하나가 매달려 있는 곳에서
좌측으로 나있는 등로를 따라 왔던 방향으로 거슬러 진행해야
눌태리로 원점회귀할 수 있는 곳이기에 잘 살펴야 할 곳이지요.
좌측 아래로 지나왔던 임도를 두고
잡목을 헤치며 올라서면 지도상의 176.6봉에 서게 되고
등로는 우측 아래의 내리막길로 이어집니다.
낙엽속에 감춰진 등로기에 마주보이는 능선으로
올라붙는다는 생각으로 진행해 나갑니다.
얕은 오르내림이 지속되는 능선길을 따라 20여분을 잇다보면
멧돼지의 횡포로 봉분이 허물어져 흉물스러워진
'유인달성서씨묘'를 지나게 됩니다.
그리 힘든 곳이 없는 능선길을 따라 걷노라면
열기를 잃은 투명한 햇살이 파고든
숲속의 나뭇가지는 금빛으로 타오르고
봉수대와 공개산(좌) 그리고 전망대가 있던 까치바위까지...
지나온 흔적들을 되돌아보며 새삼 발품의 대단함을 실감해 봅니다.
지금까지의 육산과 달리 바윗돌이 듬성듬성 솟아있는 169.5봉에 도착하게 되는군요.
남서쪽의 조항산, 운장산 방향으로 겹겹이 펼쳐지는 산너울을 바라보고
얼마남지 않은 산길 끝으로 구룡포항이 보이는군요.
동쪽으로는 오전에 올랐던 암릉길 너머로 멀리 응암산이 건너보이고
북쪽으로 다시 눈길을 돌려보면
공개산과 봉수대가 이제 꽤 멀어진 것 같습니다.
느긋하게 걷다보니 산행시간이 자꾸 늘어나는 것 같아
하산길을 서두르기 위해 169.5봉을 내려와
발 아래 눌태지를 내려다보면서 걷는 발걸음에 속도를 더해봅니다.
앞서 빠르게 걷다보니 뒤처져 시야에 들어오지 않는
집사람을 기다리다 또 재촉해가며
평지성 등로를 따라 20분여를 진행하니
준비해간 궤적의 하산지점에 이르게 됩니다.
별다른 특징도 없는 곳이라 후답자들을 위해
배낭에 달아놓은 라푸마산악클럽 시그널을 떼어
나뭇가지에 매달아놓고 좌측 아래로 내려섭니다.
희미한 족적을 따라 5분 가량 내려서면
'순흥안씨'묘가 있는 묵정밭에 이르게 되고
메마른 논을 가로질러 건너보이는 종착지인
중태마을을 향한 막바지 걸음을 옮겨갑니다.
산행의 초입이었던 밭 입구와 눌태1리 마을회관이 있는
중태마을에 닿게 되면서 눌태지를 한바퀴 돌아보는
환종주산행을 마무리하게 됩니다.
새로운 코스로 엮어 걸어본 구룡포 말목장성 탐방로를 포함하여 근 십년만에 다시 옛추억을 더듬으며 걸어본 호미지맥길의 공개산과 윷판재...
마루금을 따라 나있는 임도를 따라 걷다보면 다소 지루한 면도 있지만 소소한 얘기보따리를 풀어내며 지루함을 달래보았고 걷는 내내 아무도 없었던 오롯이 전세를 내고 걸었던 낙엽길을 만들어간 궤적에 의지한 채 크게 어긋남이 없이 제대로 등로를 이을 수 있어서 만족을 한 오늘의 산길이었네요.
미세먼지로 인해 맑은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먼곳까지의 시원스런 조망을 볼수 없음이 작은 옥의 티로 남았지만 매 순간 다 만족할 수는 없는 일이기에 그나마 다행이다 싶고 바닥을 알수 없는 두터운 낙엽길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었지만 무사히 안전하게 하산을 완료하게 되어 감사한 마음입니다.
해변가에 위치한 야산들이라 해발고도가 낮지만 그리 만만하게 볼게 아니라는 사실 새삼 깨닫게 되었고 길 찾기가 녹록치 않은 산길에 문명의 이기의 덕을 톡톡히 본 산행이 아니었나 싶네요. 산행을 마치고 나면 구룡포에서 맛난 식사를 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차에 산행 말미에 걸려온 전화 한통에 하산을 완료하고 곧장 사무실로 달려가 업무처리를 끝내고 집 가까이 있는 식당에서 맛난 물회로 저녁을 해결하고 하루 일과를 마무리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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