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달이 사는 집
이무기능선을 시작으로 한동안 찾지 못했던 곳곳을 돌아보고 온 경주 남산 본문
♤ 산행일자 : 2017. 12. 25 (월) 날씨 - 맑고 쾌청
♤ 산행장소 : 국립공원 경주 남산 일원
♤ 산행인원 : 집사람과 둘이서...
♤ 산행코스 : 용장리-이무기능선-고위봉-백운재-봉화대-열암곡석불좌상-바람재능선-칠불암-신선암-백운재-백운암-천룡사지삼층석탑-열반재-관음사-용장리(원점회귀)
♤ 산행시간 및 거리 : 5시간 35분, 12.21km (식사 및 휴식 포함, GPS 기준)
◈ 산행기
그저께 구룡포 방면으로 산행을 다녀왔지만 계속되는 연휴에 또다시 산을 향한 그리움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하는군요.
어제는 오전근무에 모처럼의 단비까지 내리는 바람에 방콕으로 지낸 하루였지만 오늘 날씨는 평소보다 늦잠을 자고 일어나 밖을 내다보니 그야말로 쾌청 그 자체라 집안에만 있다는게 오히려 스트레스가 쌓일 것 같아 행장을 꾸려 느지막히 집을 나서 경주로 달려갑니다.
지난 두 번의 경주남산을 찾는 동안 비탐구역을 포함해서 한동안 걸어보지 못한 곳으로 다녀온 바 있지만 경주 남산에서 전망좋기로 명성이 높은 이무기능선에 데크가 설치된 이후 아직 가보지 못한 상황이라 이무기능선을 포함하여 서남산에서 동남산을 넘나드는 코스를 꾸며 걸어보기로 마음먹고 어부인 대동하고 가는 길이랍니다.
7번 국도를 달려 경주외곽을 달리다 포석정, 삼릉을 지나 용장리에 이르러 용장휴게소 옆에 마련되어 있는 간이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제법 쌀쌀한 기운에 쟈켓을 걸치고 장비를 챙겨 용장골을 향한 행보를 시작합니다.
산행궤적
국립공원관리공단 용장분소 건너편의 간이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길을 건너 용장2길을 따라 용장골로 향합니다.
용장마을길을 따라 걷노라면
멀리 이무기능선이 고위봉을 향해
오름짓을 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오고
마을 길을 따라 끝까지 들어가면
전에 없던 출렁다리가
오랜만에 찾아온 산꾼을 맞아주는군요.
이무기능선을 오르려면
우측 공원지킴터 옆으로 나있는
시멘트도로를 계속 따라야 합니다.
마지막 화장실 입구에서 좌측으로 들어서서
계류를 건너 맞은편 능선으로 올라붙으면
악천후일 때는 출입을 금한다는
경고문이 서있는 등로를 따라 오름짓을 시작합니다.
못 와본 사이 크게 변모한 모습에 눈이 휘둥거려집니다.
그동안 등산로 정비를 잘해 놓았네요.
하늘이 열리는 곳에서 허리를 펴고 뒤돌아 보면
언제나 그렇듯 시원스런 조망이 눈을 즐겁게 해줍니다.
마사토 재질이라 미끄러운 곳에는 침목계단을 설치해 놓았고,
난이도가 있는 가풀막에는 데크 계단까지 놓여있으니
초보자나 노약자도 쉽게 오를 수 있게끔 해놓아
잘한 일이라 생각이 들지만 밧줄 잡고 오르내리던
지난 날의 산행에 비하면 재미가 덜한 건 사실이네요.
건너보이는 태봉(쌍봉)입니다.
저곳을 다녀간지 얼마되지 않았으니
조금 시일을 두고 다시 찾아봐야겠지요.
다음 찾게 된다면 골짝 아래
어디엔가 있다는 은적암터를 찾아볼 생각입니다.
이제 첫 번째 암봉을 올랐으니 아직 가야할 길은
요원하기에 부지런히 올라야할 것 같네요.
조금씩 고도를 높혀갈 때마다
시야에 들어오는 풍경 또한 그만큼씩 다르게 다가옵니다.
그나저나 오늘 날씨 너무 좋으네요.
햇살 가득 깨끗한 날씨에 막힘없는 조망을 즐기고 있으니
어찌 흔적 하나 남기지 않을 수 있을까요...
밧줄없이 올랐던 가파른 암릉구간에도 계단이 설치되어 있어
산행시간은 예전보다 짧아질 것 같습니다.
조망 좋고 산 타는 맛 역시 최고인 이무기 능선...
아마도 산행하는 것만 따진다면
경주 남산에서 가장 멋진 코스가 아닐까 싶네요.
제법 세찬 바람이 불어대는 전망바위에 올라서면
멀리 보이는 금오봉과 얼추 눈높이가 비슷해 보이는군요.
가야할 고위봉도 이젠 눈 앞에
빤히 올려다보일 정도로 가까워졌네요.
바라만 보아도 정겨운 경주의 산들...
20년 넘도록 살면서 무수히 오르고 내렸던
산들을 보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벽도산, 단석산, 오봉산, 선도산, 갯보산, 송화산, 구미산 등등...
가장 난이도가 있는 바윗길 앞에 섰지만
정작 있어야 할 밧줄이 보이질 않네요.
이정목에는 우측으로 돌아가라고 유도를 하는군요.
우측으로 돌아드니 암릉 사이로 데크를 설치해 놓았네요.
너무 싱거운 느낌이 드는건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겠지요?
그래도 다 없애는게 미안했는지 딱 하나 남겨 두었더군요.
밧줄없이도 올라갈 수 있는 곳이지만...
구름 한점없는 깨끗한 날씨 덕에
좌우로 펼쳐지는 막힘이 없는 시원스런 조망은
차가운 날씨임에도 추운 줄도 모르게 만드네요.
정상까지는 아직 두 번은 더 치고 올라야 할 것 같습니다.
마지막 하산 루트로 좌측의 황발봉을 생각하고 있는데
비탐구역이라 어찌될지는 두고봐야 할것 같네요.
태봉능선과 그 너머의 봉화대능선.
마지막 암봉을 오르려면 무척 힘이 드는 코스였는데
역시 목재데크 계단이 수월하게 만드는군요.
태봉능선갈림길을 지나고 헬기장을 거쳐 오르면
예쁜 정상석이 반겨주는 고위봉에 닿게 됩니다.
정상석에서의 흔적을 남기고 백운재 방향으로
잠시 걸음을 옮겨 양지바른 곳에 자리를 잡고
울려대는 배꼽시계의 불만을 잠재우기로 합니다.
식사를 마치고 도착한 백운재.
잠시 후 만나게 되는 이정목에서 살짝 금줄을 넘어
봉화대를 향한 지름길로 들어섭니다.
봉화대.
바람재갈림길.
열암곡부처님이 보고싶어 곧장 나아갑니다.
녹음이 짙어진 여름날 울창한 송림을 걷노라면
아무리 더운 계절이라 할지라도
서늘한 기운이 느껴질 만큼 멋진 등로랍니다.
열암곡석불좌상과 마애불입상을 보려면
대개 내남면 노곡리에서 올라오는데 반해
지금껏 서너번 찾아가는 걸음이지만
매번 봉화대능선에서 내려가게 되는군요.
열암곡석불좌상(경상북도 유형문화재 제113호)
열암곡석불은 몇해 전까지만 하더라도 불두와 광배도 없이 목없는 불상으로 덩그러니 내팽겨쳐진 채 이 터에 앉아 있었는데 경주의 문화해설사 한 분이 우연히 불두를 찾게 되면서 복원작업에 급물살을 타게 되었다고 합니다.
주변지역의 발굴조사가 이루어지면서 땅바닥에 깨어진 채 방치되어 있거나 땅에 묻혀있던 조각들을 찾아내어 복원을 하여 이렇게 번듯하게 세워놓았답니다.
휀스와 차양막으로 가려져 있는 열암곡마애불
그런데 석불좌상과 주변을 정비하기 위해 사역을 발굴조사하던 국립문화재연구소 연구원이 바위 옆에 쪼그리고 앉아 볼 일을 보다가 우연히 발견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언제 무슨 이유로 넘어졌는지 모르지만 불상이 엎드린 코 앞에 아슬아슬하게 5cm 아래에 바위를 두고 멈춘 까닭에 부처의 얼굴에 아무 상처도 없이 보존된 것을 두고 사람들은 ' 5cm의 기적'이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발견 당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이 마애불 입상은 그동안 엎드려 있었던 까닭에 오랜 세월의 풍화작용을 거의 받지 않아 훼손이 최소화하여 거의 완벽한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데 엎드린 불상을 일으켜 세우려는 계획도 있었으나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지금처럼 보존하기로 했답니다.
'5cm의 기적'
1,300여 년 동안 뒤집힌 채 누워 있으니 얼마나 답답해 하실지...
또한 앞으로도 얼마나 더 이렇게 지내야 할까요?
답답하게 누워있는 몸을 툴툴 털고 일으켜 세워
장엄한 모습을 온 세상에 드러낼 수 있는 날이
하루바삐 이루어지길 손꼽아 기다려 봅니다.
열암곡석불좌상과 마애불을 알현하고 다시 거슬러 올라갑니다.
바람골능선으로 가기 위해 샛길로 잠시 발을 들여놓았다가
마석산으로 가는 등로와 합류가 되고
5분 가량 등로를 이으면 가야할 바람재능선이
한 눈에 바라보이는 전망터에 서게 됩니다.
등로 우측 조망이 트이는 곳에서 바라본 마석산과 치술령.
바람재능선을 내려가며 바라본 동남산 정경
토함산 방향.
삼태지맥(토함산-삼태봉)의 바람개비들...
바람재능선을 내려와 칠불암을 오르는 주등산로와 합류가 되고
울창한 숲 사이로 파고드는 오후의 햇살이 너무 멋지네요.
계절에 관계없이 언제 어느 때 찾아와도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경주 남산의 숲길은
수많은 남산 골짝마다 나있는 등로를 걸어보면
어디 한 군데라도 명품길이 아닌 곳이 없을 정도랍니다.
물맛좋은 샘터 앞에는 전에 없던 새로운 건물이 하나 보이네요.
짧지만 운치있는 대숲 사이로 나있는 돌계단을 올라서면
경주남산 칠불암마애불상군(국보 제312호)
경주 동남산에서 가장 규모가 큰 마애불과
사방불을 만나게 되는 칠불암에 닿게 됩니다.
국보 제312호로 지정이 되어 있는 이곳은
조각의 빼어난 수법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흔치않는
사방불을 만날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말끔하게 새로이 개축된 법당 겸 요사체입니다.
법당에는 불상이 모셔져 있지 않답니다.
그 이유는 바로 앞의 마애불상군이 있기 때문이지요.
삼성각 입구에서 올려다 본 봉화대능선의 전망바위
아직 가야할 길이 멀기에 간단하게 합장 삼배를 올리고
칠불암을 지나 신선암으로 향합니다.
'경주남산 신선암 마애보살반가상'
(보물 제199호)
두 번째 암릉길이 지나온 바람재능선입니다.
그 앞의 무명능선도 걸어보고 싶어 기회를 엿보고 있는 중이지요.
봉화대능선의 칠불암갈림삼거리.
가야할 방향은 좌측입니다.
(← 고위봉, ↓ 칠불암, → 금오봉 )
잠시 후 만나게 되는 갈림길에서도 역시 우측 고위봉 방향으로 갑니다.
직진길은 봉화대를 지나 열암곡으로 가는 등로입니다.
다시 만난 백운재.
이번에는 고위봉이 아닌 백운암으로 등로를 이어갑니다.
한때는 경주남산에서도 호젓한 등로로
입소문을 탔던 곳인데 이제는 금단의 지역이 돼버렸네요.
허리길을 따라 이어지는 산길이라
힘들이지 않고 걸을 수 있어
나이드신 분들이 선호했던 구간이지요.
경주 남산에서 가장 높은 고위봉 아래에
자리를 잡고 있는 백운암(白雲巖)입니다.
남쪽방향으로 자리를 잡고 있어
오랜 시간동안 햇살이 절 마당을 비추고 있네요.
백운암을 빠져 나와 잠시 걷다보면 삼거리를 만나게 되는데
진행은 우측 천룡사지 방향입니다.
경주 남산 천룡사
잠시 후 만나게 되는 삼거리에서 진행방향은 열반재이지만
오랜만에 100m 가량 떨어진 천룡사지 삼층석탑이 보고싶어 다녀오기로 합니다.
경주 남산 천룡사지 삼층석탑(慶州 南山 天龍寺址 三層石塔)
-보물제1188호-
천녀(天女)와 용녀(龍女)라는 두 딸을 가진
신라의 공양주가 이 절집을 부처님께 지어 바치며
두 딸의 이름 한 자씩을 차용하여 천룡사(天龍寺)라 이름지은 이래
지금 이 터전에는 삼층석탑 한 기만 빈 들판에 허허롭게 서있었습니다.
그것도 1991년에 복원한 것이라 하니 신라 멸망 이후
그 오랜 세월을 이 석탑은 주인없이 폐허 위에 뒹굴고 있었던 셈이지요.
그리고 그로부터 1082년이 지난 지금 복원은 되었지만
옛 모습을 많이 잃어버린 천룡사 석탑을 바라보고 있으니
천 년의 세월이 어이 이리 쉽게 지나가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다시 삼거리로 되돌아와 계속되는 등로를 따라
5분 가량 진행하면 틈수골 갈림삼거리를 지나게 되고
열반재
다시 야트막한 오름을 3분 정도 올라서면
고위봉으로 연결되는 등로와 삼거리를 이루는 열반재에 당도하게 됩니다.
여기서 좌측으로 금줄이 드리워진 황발봉을 오를 계획이었지만
장시간 오르내림에 지쳤는지 곧장 직진방향의 관음사쪽으로 내려 가버리네요.
아쉽지만 하는 수없이 관음사를 지나 용장리까지 계속되는
시멘트길을 걸을 수밖에 없게 되었네요.
열반재에서 관음사까지는 제법 내리꽂히는 급경사길이라
산행 막바지의 안전사고에 유의하며 진행해 나갑니다.
곰바위로 유명한 관음사입니다.
예전보다 절의 규모가 많이 커졌네요.
주지스님의 공덕이 대단한 모양입니다.
관음사에서부터 시작되는 시멘트길을 따라 십여 분을 내려가면
아침 나절 만났던 출렁다리가 있는 공원지킴터를 지나게 되고
용장마을의 전원주택들을 구경하며
털레털레 5~6분 가량 걸음을 이으니
용강휴게소가 있는 주차장에 도착을 하게 되고
서남산, 동남산을 아우르며 부지런히 발품을 팔고 다녔던
경주 남산 산행은 끝을 맺게 됩니다.
불과 이틀 전에 산행을 다녀왔는데 계속되는 연휴에 그 넘의 산병이 또 도졌는지 산이 부른다면서 찾아간 신라인의 영원한 불국토인 경주남산.
워낙 다양한 코스가 많아 몇날 며칠을 다녀도 다 못걸어볼 만큼 작지만 큰 산인 경주 남산을 한동안 올라보지 못한 이무기능선을 시작으로 천년 세월을 엎드린 채 지내고 있는 열암곡부처님까지 알현하고 눈맛이 시원한 바람재능선과 남산의 유일한 국보문화재인 칠불암마애불상군까지 두루 돌아보고 역시 간만에 찾은 호국사찰이었던 천룡사지 삼층석탑에 관음사 곰바위까지 알뜰하게 돌아보니 '역시 경주 남산'이라는 말이 결코 허언이 아님을 새삼 실감한 하루가 아니었나 싶네요.
앞으로도 산과 더불어 그 속에서 위안을 삼고 그 안에서 지혜를 얻어 좀더 가치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빌면서 불국토의 땅 경주남산을 떠나옵니다.
'◈ 산행이야기 > ☆ 2017년도 산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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