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달이 사는 집
이웃 산악회와 함께 다녀온 조망이 멋진 홍천 가리산 본문
♣ 산행일자 : 2017. 02. 11 (일) 날씨 - 맑음
♣ 산행장소 : 강원도 홍천군 두촌면,화촌면, 춘천시 북산면 일원
♣ 산행인원 : 포항 에코산악클럽 일일회원으로...
♣ 산행코스 : 가리산휴양림주차장-등골산갈림길-원동고개갈림길-새득이봉-휴양림갈림길(가삽고개)-소양호갈림길-2봉,3봉-1봉(가리산)-야시대갈림길-무쇠말재-삼거리갈림길-가리산자연휴양림-주차장(원점회귀)
♣ 산행시간 및 거리 : 4시간 10분, 8.93km (식사 및 휴식 포함. GPS 기준)
▣ 산행지 소개
가리산(加里山, 1050.9m)은 '강원 제1의 전망대'로 손꼽힐 만큼 조망이 뛰어난 산이다.
올망졸망 이어지는 육산의 능선상에 우뚝 솟은 바위 정상에 오르면 서쪽으로 골짜기 깊숙이 코발트빛의 소양호가 내려다보이고 북에서 남으로 향로봉에서 설악산을 거쳐 오대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을 비롯한 강원 내륙의 고산준령이 파도 일렁이듯 환상적인 모습으로 다가온다.
산세도 만만치 않다. 암봉 두 개가 솟구쳐 오른 정상은 힘차기 그지없고, 정상 아래 바위틈에서 석간수가 솟아나는 모습도 기묘하기만 하다.
또한 산기슭에서부터 정상에 이르기까지 빼곡히 우거진 수림과 정상을 중심으로 사방팔방 뻗은 산줄기는 부드럽고도 풍요로운 육산의 전형을 보여준다.
산행은 홍천군 두촌면 천현리 자연휴양림이나 반대편 춘천시 북산면 물로리에서 시작한다. 춘천쪽에서 산행을 시작하면 산행의 묘미에다 뱃놀이 여행의 즐거움을 하나 더 얻을 수 있으나 교통편이 번거로운 관계로 홍천쪽 자연휴양림쪽에서 시작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 산행기
다가오는 주말에는 어느 산으로 갈까하며 잠시 고민을 하던 중 풍랑주의보가 발령되어 출항을 하지 못하는 행운(?)이 따라주어 오전근무가 잡혀있는 휴일근무를 하지 않아도 되어 두 번째 일요일에 떠나는 이웃 산악회에 혹여 빈자리가 있는지 문의를 해보니 반갑게 맞아주는 산악회 사무국장님의 배려로 두 자리 배정을 받고 집사람과 함께 새벽같이 일어나 산행준비를 합니다. 세면장에서 고양이 세수로 마무리를 할 즈음 몸이 휘청거릴 정도로 건물이 요동을 치는데 순간 어지러움을 느끼며 화장실 벽을 붙들고 버티고 있으니 집사람이 방에서 잔뜩 겁을 먹고 뛰어나오고 어항의 물이 출렁거리는걸 보면서 또 지진이구나 싶어 이제는 공포감이 들 정도가 되었네요.
이후 크게 느낄 만큼의 여진은 없어 얼른 산행준비를 마치고 집을 빠져 나옵니다. 어차피 집에 있을 수는 없는 일이기에 차라리 잘됐다 싶어 피난 겸 포항을 잠시 떠난다는 마음으로 버스를 탈 장소인 포항종합운동장으로 차를 몰아갑니다.
좀 빨리 도착한 탓인지 아직 버스가 없어 차에서 시동을 걸어놓고 대기를 하고 있으니 너른 주차장에는 차량들로 꽉 차있는걸 보면서 무슨 일인가 싶어 확인해보니 지진을 피해 집을 나온 분들이 태반이더군요. 이제는 포항시민들에게 트라우마 같은게 생긴게 아닌가 싶어 걱정이 앞서는군요. 이번 지진으로 큰 피해가 없었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을 안고 도착한 버스에 몸을 실으니 안면있는 몇몇 분들이 반갑게 맞아주시는군요. 악수를 나누며 그간의 안부를 여쭙고 배정받은 자리에 앉아 출발하는 버스 의자에 기대어 눈을 감으니 금새 살짝 잠이 들었나 봅니다.
영덕-당진고속국도 상의 청송휴게소에서 뜨끈한 올갱이국밥으로 배를 채운 뒤 쉼없이 달리는 버스 안에서 부족한 잠을 메우며 달려간 강원도 홍천의 가리산 자연휴양림,
주차장에 도착하니 제법 쌀쌀한 바람이 불어대 선뜻 쟈켓을 벗지 못하고 배낭을 들쳐맨 채 '해병대 가리산전투 전적비'와 장갑차를 카메라에 담고서 휴양림 안쪽으로 진입을 하며 산행을 시작합니다.
산행궤적
(확대)
주차장 한 켠에는 한국전쟁 당시 해병 1연대가
북한군 6사단을 상대로 일주일간 전투를 벌여
기어이 물리친 가리산 전투를 기념하기 위해
해병대 전적비와 탱크가 전시되어 있습니다.
가리산 자연휴양림주차장에서 GPS를 켜고
전적비까지 카메라에 담느라 지체를 하다보니
일행들은 모두 떠나고 맨 끄트머리로 산행을 시작합니다.
휴양림관리사무소에서 조성해 놓은 인공의 얼음작품.
휴양림관리사무소 우측으로 나있는 등산로로 올라섭니다.
초입부터 가파르게 이어지는 잣나무 숲길을 올라섭니다.
머리 위로 들려오는 세찬 바람소리를 들으며 가풀막을 씩씩거리며 올라서니
등로 좌측 건너편으로는 가리산 정상부의 암봉이 시야에 들어옵니다.
멀리서 보아도 제법 까칠하게 보이는군요.
햇볕이 드는 양달에는 눈이 녹아 봄이 오는 느낌이 들지만
매서운 찬바람이 불어대는 능선에는
아직도 봄이 오는 길목을 막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잣나무 군락지.
한국전쟁 이후 민둥산이었을 이곳이
지금은 울창한 산림으로 변모를 했네요.
산행 한 시간만에 도착한 등골산 갈림길.
줄곧 가파름으로 이어지던 산길이 능선에 올라서니
숨고르기에 들어간 듯 부드러워지는군요.
원동고개갈림길
2분 뒤 만나게 되는 새득이봉(937.2m)
휴양림갈림삼거리(가삽고개)
가삽고개는 큰장구골의 등로와
작은장구골, 원동고개의 등로와 만나는 삼거리로
휴양림에서 곧장 올라와 가리산을 경유해
무쇠말재로 하산할 경우에 이용하는 코스입니다.
떡잎부터 시작된 삶이 오랜 세월 풍상을 겪으며 자라서
이제는 속이 텅 비어있는 고목이 되어버린 참나무.
등로 우측 숲 사이로 조망이 터지는 곳에서 바라본 소양호.
가까이 다가온 가리산의 정상부를 올려다보며 발걸음을 이으면
소양호반의 물로리로 내려가는 삼거리를 만나게 되고
다시 5분 가량 등로를 이으면
2, 3봉을 오를 수 있는 초입에 서게 됩니다.
좌측 우회길은 1봉으로 곧장 진행할 수 있지만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일이기에 지나온 편안한 길과는
사뭇 다른 가파르고 험한 바위산을 오르기 시작합니다.
철난간을 잡고 버팀대를 밟고 가파른 바위 경사를 올라갑니다.
지나온 능선을 바라보니 새득이봉과 등골산이 바라보이네요.
저 능선 뒤로는 설악산이 조망이 된다는데
뿌연 미세먼지로 인해 그저 가늠만 해볼 뿐... 아쉽네요.
2봉 정상부 아래에 있는 가리산의 명물인 '큰바위 얼굴'
-가리산 큰바위 얼굴에 얽힌 전설-
'가리산 큰바위 얼굴'은 지금으로부터 약 250년 전인 조선 영조 후반 이곳 가리산이 소재한 두촌면 천현리에 한 선비가 있었는데, 그는 어려서부터 총명하고 활달하여 공부를 잘했고 틈틈이 가리산 정상에 올라 휴식과 책을 읽고 호연지기를 키워왔으며, 스무살 되던 해에 과거에 장원급제를 하여 판서까지 오르는 벼슬을 했다고 합니다.
그후 판서가 앉아서 공부하며 호연지기를 키우던 가리산 제2봉의 암벽이 조금씩 사람얼굴을 띠며 변하기 시작했고, 사람들은 이 바위를 가리산 큰바위 얼굴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가리산 큰바위 얼굴의 소문이 전해지면서 지역에 사는 많은 청년과 선비들은 판서가 했던 대로 가리산 제2봉에 올라 학업과 휴식과 호연지기를 키우면서 많은 이들이 과거에 급제하여 벼슬길에 올랐다고 전해 내려오고 있다고...
최근에는 대학수능시험을 준비하는 고3 수험생을 둔 학부형들이 가리산 큰바위 얼굴을 찾아 기도하면 수능 대박을 얻는다는 큰바위 얼굴에 대한 이야기가 전국적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각종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과 학부형들이 가리산 제2봉에 올라 큰바위 얼굴에 절하며 기도하는 진풍경 속에 많은 등산객이 찾는 지역의 명소가 되고 있다고 합니다.
골짝 아래로는 들머리였던 휴양림이 내려다보입니다.
거대한 바위를 에돌아 2봉으로 향합니다.
2봉에서 바라본 3봉.
까칠한 오름길이 여간 조심스럽지가 않네요.
별다른 특징이 없지만 조망이 멋진 3봉입니다.
하지만 세찬 바람과 미세먼지에 눈요기는 포기를 하고
지나온 2봉과 가야할 1봉(가리산)을 카메라에 담고서
구비구비 이어지는 산 그리메도 바라봐주고
올라올 때의 어려웠던 등로를 힘겹게 내려서면
조망이 터지는 바위 위에서 가리산 강우레이더 관측소를 담아봅니다.
까칠한 내림길을 내려오면서 벼랑 아래로 스틱 하나를 떨어뜨려
주우러 내려가려는 집사람을 애써 달래고
밧줄대신 철봉이 단단히 고정되어 있어
잡고 지나가기에 어려운 점은 없으나
그렇다고 안심은 금물인 오름길을 조심스레 올라서면
100대 명산의 하나인 '가리산' 정상에 서게 됩니다.
가리산은 홍천군 화촌면과 두촌면, 춘천의 동면과 북산면에 걸쳐있는 산으로
산봉우리가 노적가리를 쌓아 놓은 것처럼 고깔모양을 하고 있는데서 유래되었고,
육산이지만 정상은 3개의 암봉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좁은 협곡을 따라 오르면
강원 제1의 전망대라 할 만큼 조망이 뛰어난 곳이랍니다.
가리산 정상에서의 내림길 역시 올라올 때처럼 난이도가 무척 높고 위험스럽습니다.
가파르게 쏟아진 내림길을 조심조심 내려오니
그제서야 등로는 평탄해지고 양지녘이라
눈도 녹아있어 걷기가 한결 수월해지는군요.
야시대갈림길
지나온 가리산 정상부를 되돌아보고
아직도 기세를 누구러뜨리지 않는 세찬 바람을 온 몸으로 맞으며
6~7분 가량 평탄한 산길을 걷노라니
이정표가 서있는 '무쇠말재'에 도착하게 됩니다.
옛날 큰 물난리가 나서 온 세상이 물바다를 이뤘을 때
무쇠로 배를 매는 말뚝을 만들었다는 전설이 있는 곳이라네요.
무쇠말재를 떠나 다시 시작되는 가파른 내림길은
아이젠이 없으면 내려가기가 힘들 정도네요.
잠잠해진 바람 덕에 발끝에만 신경을 쓰며 내려가니 그나마 다행인 것 같습니다.
'등 굽은 참나무'
나무 주변으로 발자국이 어지럽게 나있는 걸 보니 인기 명소인 모양입니다.
가리산의 또다른 명물인 '연리목(連理木)'
연리목이란 뿌리가 다른 두 나무의 몸통이 합쳐져 하나가 된 것을 말하는데 부부 간의 금슬이 좋거나 남녀 간의 애정이 깊은 것을 비유한다고 합니다.
연리목은 보통 수종이 같거나 유사한 나무끼리 결합하여 이루어지고 소나무의 경우 송진이 있어 소나무 외에 특히 활엽수가 달라붙을 경우에는 활엽수는 고사하기 마련인데, 가리산 연리목은 생물학적으로 종(種) 자체가 다른 침엽수인 소나무와 활엽수인 참나무가 한번도 아닌 세번씩이나 감아 올라 한 몸을 이룬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문 희귀목이라고 합니다.
꽁꽁 얼어버린 계곡의 얼음폭포.
좌측길은 무쇠말재에서 내려온 등로이고
우측의 등로는 가삽고개로 오르는 길입니다.
가파른 내림길은 끝이 나고 평탄한 등로를 따라 다리 3개를 연이어 지나오면
가리산 강우레이더관측소를 지나게 됩니다.
'가리산 강우레이더 관측소'
가리산 강우레이더 관측소는 한강 유역의 정확한 강우량을 예측하기 위해 2011년 11월에 착공, 240억원을 들여 2016년 5월에 준공하였다고 합니다.
소백산, 비슬산, 모후산, 검단산, 서대산 등 6곳에 설치가 되어 있다고 하는군요.
가리산 자연 휴양림
가리산자연휴양림은 해발 1,051m의 가리산 기슭에 위치하고 있으며 면적 305ha에 1998년 7월에 개장을 하였다고 하는데 휴양림 시설이 있는 중심지역은 해발 550m로서 공기가 매우 신선하며, 사계절 운영하는 산막이 18동 조성되어 있고 여름에는 소형산막, 텐트장, 취사장이 있어 야영지로서 적합하여 피서지로 각광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또한 가족단위의 심신 휴양지로 산책로가 있고 다목적광장, 놀이시설, 체육시설, 물놀이장, 맨발로 걷는 건강로, 구내매점 등의 부대시설이 조성되어 있다는군요.
타고 온 버스가 기다리고 있는 주차장에 도착을 하면서
가리산 원점회귀산행은 끝을 맺게 됩니다.
그동안 함께 하고픈 산악회였지만 근무 일정과 겹쳐 아쉬움만 삼키고 있었는데 다행스럽게도 운좋게 기회가 닿아 두 번째 산행에 참여할 수 있게 되어서 좋았던 오늘의 산행...
가끔씩이나마 함께 산행을 하며 우의를 다져온 분들이 다수 있다보니 낯설지 않아 좋았고 더구나 강원도 제일의 조망을 자랑한다고 소문이 나있는 가리산으로의 일정이라 산행을 며칠 앞두고 신청을 했지만 빈자리도 없을텐데 기꺼이 동참을 허락해준 산악회 집행부의 배려에 감사의 마음을 표하면서 앞으로도 시간이 허락하는대로 함께 산을 찾을 수 있기를 다짐해 봅니다.
미세먼지로 인해 먼곳까지의 멋진 조망을 다 볼수 없었던 점이 조금은 아쉬운 마음이 남지만 맑은 날씨 덕에 큰 고생없이 잘 다녀왔다는데 만족을 하고 맛집을 찾아 저녁식사를 겸한 하산주 행사를 마무리하고 귀로의 버스 안에서 기분좋게 단잠에 빠져드니 오늘 하루도 이렇게 잘 마무리가 되는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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