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달이 사는 집
3개월만에 재개한 산으로의 발걸음에 가벼운 마음으로 찾은 내연산 소금강전망대 본문
♧ 산행일자 : 2018. 04. 01 (일) 날씨 - 맑음
♧ 산행장소 : 포항시 북구 청하면 일원
♧ 산행인원 : 집사람과 함께...
♧ 산행코스 : 관광안내소-보경사-보현암-소금강전망대-은폭-선일대-연산폭포-상생폭포-보경사-관광안내소(원점회귀)
♧ 산행시간 및 거리 : 4시간 30분, 8.24km(여유롭게 식사 및 휴식 포함, GPS기준)
◈ 산행기
다친 발목을 치료하느라 매주 떠나던 산으로의 발걸음을 멈춘지 어느 덧 만 3개월을 일주일 앞두고 발목상태를 점검할 겸 가볍게 다녀오고자 오전근무 마치고 집사람과 함께 청하 보경사를 향해 차를 몰아갑니다.
봄이 도래했음을 알려주던 변산아가씨와 복수초를 만난게 엊그제 같더니 벌써 한 달이 지나버려 세월의 유수같음을 새삼 실감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스치듯 지나가는 짧은 봄인양 한낮의 날씨는 초여름같이 덥게 느껴져 가벼운 차림으로 행장을 꾸려 도착한 보경사주차장 한쪽 귀퉁이에 애마을 세워놓고 보경사 매표소가 빤히 바라보이는 관광안내소 앞에서 GPS를 가동하며 청하골을 향한 걸음을 시작합니다.
산행궤적
절정의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는 흐드러지게 핀
벚꽃을 보면서 덩달아 화사해지는 마음입니다.
관광안내소 앞에서 오늘의 발걸음 시작합니다.
휴일을 맞아 보경사를 찾은 탐방객과 등산객이 제법 눈에 띄는군요.
입장료를 징수하고 있지만 신도증으로 무사통과입니다.
내연산 보경사 해탈문(일주문)
오랜만에 찾은 보경사 경내는 산행을 마친 뒤 들르기로 하고
곧장 좌측의 탐방로를 따라 진행합니다.
점심 때가 다 된 시각이라 등산객은 눈에 띄질않고
폭포구경을 온 탐방객이 대부분인 것 같네요.
밀려든 봄 기운에 겨울이 줄줄줄 녹아 흐르는 모습이 마냥 좋기만 합니다.
문수봉 갈림길.
세월만 잡아 먹고 있었던 지난 3개월...
봄의 기운이 무르익은 산하엔 싱그러운 봄바람이 유혹을 하고
푸른 빛을 띤 나무들의 모습에서 삶의 활력을 느껴봅니다.
제1폭포 - 상생폭포(相生瀑布)
흘러내리는 계류가 큰 바위의 양쪽 골을 타고
두 갈래로 떨어지는 폭포입니다.
폭포가 두 갈래여서 보통 쌍폭이라 불리기도 합니다.
보현암 입구에 새로이 세워진 이정표에
'소금강전망대'라는 글귀가 보이는군요.
'돌복숭아꽃'
보현암 법당 앞을 지나 만나게 되는
데크를 따라 오르면 갓부처를 만나게 됩니다.
팔공산 갓바위 부처님을 본뜬 모양인데 글쎄요...
이정표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복원된 옛길을 따라 진행하니
새롭게 조성된 데크계단이 기다리고 있네요.
올들어 처음 만나는 진달래에 잎이 난걸 보면서
올해 봄산행도 막바지인 것 같습니다.
드디어 소금강 전망대 앞에 섰습니다.
국비 15억원을 포함해 30억이 넘는 경비가 투입되어
맞은편의 선일대를 시작으로 소금강전망대까지
내연산 탐방로 공사가 4년만에 마무리되어
포항의 새로운 명소로 자리잡게 된 소금강전망대입니다.
선일대와 겸재 정선의 내연삼용추(內延三龍湫)의 화폭에 담긴
관음폭포, 연산폭포, 비하대, 학소대를
한 눈에 바라볼 수 있는 소금강전망대.
그야말로 절경이 따로 없는 풍경에
'소금강'이라 이름 붙인 연유를 알수 있을 것 같습니다.
깊고 깊은 청하골 계곡에 자리잡고 있는 비하대와 학소대.
그 사이에 자리잡고 있는 연산폭포와 관음폭포, 무풍폭포, 잠룡폭포까지...
겸재 정선의 화폭에 담겨진 내연삼용추(內延三龍湫)의 풍광이 고스란히 내려다보이는군요.
은폭을 거쳐 향로봉으로 이어지는 청하골의 골짜기와
선일대로 오르는 데크길도 그리 힘들이지 않고
사계절 어느 때 찾아와도
내연산 청하골의 비경을 제대로 볼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에
산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자주 찾을 수 있는 명품코스가 아닌가 싶네요.
유난스레 추웠던 지난 겨울...
아무리 추워도 땅속 깊은 곳에서 꿈틀대며 시작한 봄은
벌써 우리 곁에 다가와 봄 기운 가득 가득 온 몸에 전해져 옵니다.
선일대에서 바라보았을 때 과연 길이라도 있을까 싶었지만
이렇게 깔끔한 모습의 데크길이 조성되어 있을 줄이야...
완전치 않은 발목으로 걷는 걸음에 큰 도움이 되네요.
삼지봉 갈림삼거리.
다시 청하골의 맑은 계류에 서게 됩니다.
겨우내 얼었던 계곡에 흐르는 봄물이 어찌 이리 시원하게 느껴지는지요.
계절은 어김없이 돌아와 봄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은폭 상단부에서 바라본 청하골의 봄풍경.
군데군데 연두빛 신록이 분홍색 진달래와 어울려 수채화처럼 화사합니다.
청하골의 명물인 '촛대바위'
은폭에서 반환점을 찍기로 내심 작정하고 왔으니
더 이상의 진행은 접어두고 촛대바위 아래 바위에 걸터앉아
준비해간 먹거리로 요기를 하기로 합니다.
제8폭포 - 은폭포
원래는 여성의 음부(陰部)를 닮았다 하여 음폭(陰瀑)이라 하다가
상스럽다 하여 은폭으로 고쳐 불렀다고도 하고,
용이 숨어 산다 하여 흔히 '숨은용치' 라고도 하는데
이에 근거하여 은폭(隱瀑)으로 불렀다고 합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풍부한 수량에 우렁찬 굉음을 내뿜으며
쏟아지는 폭포수를 바라보는 눈맛도 참으로 시원스럽습니다.
소금강전망대에서 이어져 왔던 등로와 합류가 되었던 지점에서
이번에는 징검다리를 건너 선일대로 향합니다.
은폭까지 진행하는 동안
언뜻언뜻 만났었던 들꽃들을 스치듯 지나와
하산길에 제대로 눈맞춤하겠다는 다짐속에
제일 먼저 만난 봄 야생화는 '얼레지'였답니다.
수줍은 듯 고개 숙인 '바람난 여인'이라는 꽃말을 가진 얼레지.
다음은 종달새를 닮은 꽃... 현호색입니다.
우척봉 갈림길.
어느 꽃도 그냥 피는 법은 없습니다.
이 꽃도 매번 치열하게 살다 가기 위해 세상에 왔을 것입니다.
끝물의 '생강나무'
그동안 자주 올랐었던 비하대의 오름은 생략하고
집사람에게는 초행길인 선일대로 향하는 데크에 발을 들여 놓습니다.
선일대(仙逸臺).
'신선이 학을 타고 비하대에 내려와 삼용추를 완성한 후
이곳 선일대에 올라와 오랜 세월을 보냈다'고 전해지는 곳입니다.
내연산의 주봉인 삼지봉 방향의 풍광으로
사진 중앙 봉우리 뒤쪽에 위치하고 있어서 여기서는 보이지 않는답니다.
건너편으로는 소금강전망대와
문수봉에서 흘러내린 능선의 하나인 칠성등이 보이는군요.
선일대에서 내려다 본 비하대(飛下臺), 관음폭포 그리고 학소대
전망대에서 동남쪽 방향으로 바라본 청하골의 풍경으로
계곡 좌측으로 보현암과 기존의 탐방로(아래쪽 길) 위로
새로이 조성된 소금강전망대 가는 길이 내려다 보이네요.
제6폭포 - 관음폭포(觀音瀑布)
내연산 12폭 중에서 가장 멋진 폭포로
거대한 바위벽을 타고 떨어지는 폭포입니다.
폭포 자체는 그리 높지 않지만 폭포 주변의 거대한 바위벽이
신비롭게 느껴질 정도로 멋진 풍경을 빚어냅니다.
제7폭포 - 연산폭포(延山瀑布)
관음폭포 위로 출렁다리가 걸려 있는데
이 출렁다리를 건너가면 바로 연산폭포가 있습니다.
연산폭포는 내연산 12폭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힘찬 폭포입니다.
폭포 주변이 바위벽에 둘러싸여 조금 비좁아 보이기는 하지만
시원하기로는 내연산 최고의 폭포라 할 수 있습니다.
연산폭포 입구의 출렁다리에서 올려다 본 선일대.
우측의 직벽은 비하대입니다.
제5폭포 - 무풍폭포(無風瀑布)
바람을 맞지 않는 폭포란 뜻이지요.
폭포 아래 30여미터에 걸쳐 암반 위를 뚫고 형성된
아주 좁은 바위틈으로 물이 흐르다 보니 이런 명칭이 붙은 것 같습니다.
주변의 관음폭포나 잠룡폭포에 비해 폭포의 규모가 작아
폭포라는 명칭을 붙이지 않고 '무풍계'라는 이름을 쓰기도 한답니다.
제4폭포-잠룡폭포(潛龍瀑布)
잠룡이란 아직 승천하지 못하고 물 속에 숨어 있는 용이란 뜻입니다.
폭포 아래는 거대한 암봉인 선일대(仙逸臺)를 낀 협곡인데,
여기에 용이 숨어 살다가 선일대를 휘감으면서 승천했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답니다.
보현암 입구를 지나오면 삼보폭포 안내판이 있는 곳에서
거꾸로 80미터 가량 계곡을 따라 거슬러 오르면 삼보폭포를 만날 수 있지요.
대부분 지나치기 쉬운 곳이라 한적하지만 이곳의 풍치 또한 괜찮은 편이랍니다.
제3폭포 - 삼보폭포(三洑爆布)
원래 물길이 세 갈래여서 이름붙여진 폭포랍니다.
제2폭포 - 보현폭포(普賢瀑布)
폭포 오른쪽 언덕 위에 있는 보현암에 근거한 명칭입니다.
봄산을 바라보는 자세나 느낌도 예전엔
나이 탓인지 지금처럼 감동을 느끼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
산은 그대로인데 산을 바라보는 자신이 나이가 든 것이지요.
이제야 산이 주는 고마움을 몸으로 나이로 느끼는 나이가 된것 같네요.
보현폭포 입구.
정상 등로에서는 보현폭의 진면목을 볼수 없어
그냥 지나치기만 하는 곳이지요.
문수암 갈림길을 지나 탁족할만한 적당한 곳을 물색하여
뜨끈한 열기가 뿜어져나오는 발을 흐르는 계류에 담궈봅니다.
기온은 초여름같은 날씨지만 아직은 때가 이른 듯 시릴 정도네요.
양지꽃.
봄내음으로 땀에 젖은 이마를 스치는
차갑지도 않은 부드러운 바람으로
땅으로, 물로, 봄을 느끼며 오랜만에 땀에 흠뻑 젖어
나만의 한적한 코스를 찾아 즐긴 산행
봄 기운 가득 온 몸에 느끼는 그 기분이 얼마나 상쾌하고 기분이 좋던지
산에 가는 사람만이 느낄수 있는 축복이고 산이 주는 행복이 아닌가 싶네요.
은폭까지의 트레킹을 무사히 마무리하고
오랜만에 찾은 보경사 경내로 발을 들여놓아 봅니다.
먼저 보경사에서 가장 오래된 전각인 적광전(보물 제1868호)과
오층석탑(경상북도 시도유형문화재 제203호)이 반겨주는군요.
합장삼배로 예를 올린 적광전(寂光殿)은
비로자나불을 주불로 모시고 있는 전각입니다.
보경사 대웅전
(경상북도 시도유형문화재 제461호)
'부처님오신 날' 행사를 위한 연등 설치작업이 한창이네요.
절 안에 들어서면 가운데에 있는
반송 한 그루가 변함없는 모습으로 눈에 들어옵니다.
단아한 모습이 절집 분위기와 잘 어울리지요.
보통의 반송과 달리 줄기가
구불구불 용트림 모양을 하고 있는데
수령은 300년으로 추정된다 합니다.
오래된 노송들이 멋지게 휘어지며 길을 감싸고 있어
우아하고 아름다운 풍경을 빚어내는 보경사 입구의
소나무 숲이 고풍스러워 다시금 되돌아 담아보게 되는군요.
보경사를 빠져나와 에어먼지털이로 산행에서 묻어온 찌꺼기를 털어내고
출발점이었던 관광안내소에서 산뜻한 마무리를 하게 됩니다.
평지를 걷는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어 산을 향한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망설임없이 내달리고 싶지만 부어있는 발목을 바라보면 조심스러워질 수밖에 없어 난이도가 낮은 코스를 택해 걸어보기로 마음먹고 찾은 내연산.
맨 먼저 반겨주는 화사한 벚꽃의 아름다움과 이름모를 산새들의 노래소리에 마음까지 밝아져 오랜만에 나선 발걸음을 가볍게 해주었답니다.
솔숲에 둘러싸인 보경사 절집의 아늑하고 고풍스러움을 새삼 느끼며 겨우내 얼었던 청하골의 청류는 봄이 왔음을 알려주듯 우렁찬 목소리로 노래를 하고 있고 계곡 주변에는 봄철에 피어나는 야생화들이 저마다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어 자꾸만 눈길이 가게 만드는군요.
한동안 산행을 못했던 탓에 제대로 들꽃과 눈맞춤도 못했는데 요모조모 뜯어보며 진한 데이트를 하고 싶었지만 성치않은 발목과 오랜만의 산행에서 오는 피로감에 아쉬운 작별을 고하고 보경사를 빠져나오고 말았지만 지난 1월 새롭게 조성되어 내연산의 비경을 한 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소금강전망대길을 걸으며 제대로 된 진경산수화 한 폭을 감상한 듯한 감동을 느낀 알찬 걸음이었고 나뭇가지마다 초록의 싱그러운 새순이 돋아나고 비록 끝물의 모습이었지만 노란 생강나무꽃에 분홍 진달래까지 반겨준 그동안 한껏 나태해졌던 산꾼에게는 힐링을 선사해준 봄산행이었다고 할수 있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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