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달이 사는 집
한달 만에 다시 시작한 산행에 찾은 내연산 선일대 능선 본문
♧ 산행일자 : 2018. 08. 11 (토) 날씨 - 흐리고 소나기
♧ 산행장소 : 포항시 북구 청하면 일원
♧ 산행인원 : 홀로...
♧ 산행코스 : 보경사 입구 보경3교-보경사-상생폭포-연산폭포-관음폭포-선일대-음지밭등-용치등-보경3교
♧ 산행시간 및 거리 : 4시간 25분, 8.67km (식사 및 휴식 포함, GPS기준)
◈ 산행기
유례없이 전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폭염속에서 감히 산행할 엄두가 나질 않아 한 달이 넘도록 등산화 끈을 매지 못하고 있다가 긴 가뭄 끝의 단비처럼 비가 내린 뒤 맞은 주말... 조금은 누그러진 날씨에 행장을 꾸려 집을 나서봅니다.
폭염경보가 내려진 날씨에도 비지땀을 흘려가며 산행을 다녔던 지난 날에 비해 유난히 더운 올 여름을 감안한다지만 성큼 집밖으로 나서기가 망설여지는걸 보면 산을 향한 열정이 줄어든건지 아니면 이제 나도 나이가 드는 모양이라는 생각도 하게 되는군요.
모처럼 홀로가는 산행이라 중장거리 산행을 기획해보지만 거리가 멀어 혼자 가기엔 경제성이 떨어진다 싶고 또한 한달 동안 푹 쉰 탓에 체력이 딸리지 싶어 가까운 곳으로 행선지를 변경해서 보경사를 향해 차를 몰아갑니다. 포항지역에서 가장 유명한 100대 명산이자 열두 폭포가 장관인 청하골을 찾아 폭포구경도 할겸 지인이 선답해서 다녀온 미지의 등로도 한번 걸어보고자 찾아가는 길이지요.
이제는 산행강도를 조금은 줄이며 시원찮은 발목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오래오래 산과의 데이트를 즐겨볼 생각입니다.
오랜 만에 찾은 보경사주차장에는 입장료를 징수하던 작은 초소가 보이질 않아 들어설 때마다 신분증을 보여주던 번거로움이 사라져버렸네요.
주차장을 지나 광천을 따라나있는 도로를 따르다 맨 끄트머리에 위치해 있는 보경3교 부근에 주차를 해놓고 산행을 시작합니다.
산행궤적
보경사를 들,날머리로 삼아 산행을 떠날 때면
으례히 주차를 해놓는 장소인 보경3교 입구입니다.
마주보이는 방향은 산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방향입니다.
관광안내소 앞을 지나 보경사 일주문을 향한 발걸음을 이어가다
신도증 한 장에 입장료를 절감하게 되고
먼 곳에서 내연산을 찾은 산악회원들과 뒤섞여 보경사 경내로 들어섭니다.
포항지역에서는 가장 명성이 알려진 청하 보경사입니다.
합장 삼배로 인사를 여쭙고 감로수 한잔 들이킨 뒤
곧장 경내로 들어가지 않고 우측 승방이 있는 곳으로 찾아듭니다.
스님들의 일용할 음식에 사용될 장을 담아놓은 장독대.
가지런한 모습이 한 눈에 보아도 정갈하기 그지 없네요.
장독대를 한 바퀴 돌아 승방 앞을 지나가면
보경사의 명물 중 하나인 수령이 약 400년이 되었다는
경상북도 기념물11호로 지정된 '보경사탱자나무'를 만나게 됩니다.
또다른 명물인 반송을 옆에 두고 담아본 보경사 대웅전.
그동안 자주 보아온 전각들이라 오늘은 스치듯
적광전 앞을 지나쳐 담장 밖 등산로로 들어섭니다.
짙어가는 여름 숲 한가운데에서 목청껏 외쳐대는 매미소리가
정겹게 들려오는 숲길을 따라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합니다.
전날 내린 비의 양이 제법 많았던지
청하골 계곡물소리가 제법 우렁차게 들려오네요.
문수봉 갈림길
푸르름이 청하골 계류에 내려앉아 파랗게 물이 들었네요.
상생폭.
장마철의 수량에는 비할 바 못되지만 그래도 제법 우렁찬 물소리가 요란하네요.
바위들이 모인 속에서 물 소리가 나는 곳을 찾아들면
감추어진 속살을 드러내고 힘차게 아래로 쏟아지는 '보현폭'입니다.
보현폭포에서 바라본 선일대.
보현암, 소금강전망대 갈림길을 지날 즈음 소낙비가 내리는군요.
얼른 카메라를 갈무리하고 우의를 걸친 뒤 휴대폰으로 촬영을 이어갑니다.
올려다 본 선일대.
잠룡폭.
무풍폭.
오랜만에 뷰포인트를 찾아 연산폭의 모습을 멀리서 담아봅니다.
최근 새롭게 조성된 소금강전망대.
내연산 12폭포 중 가장 규모가 큰 폭포인 (延山瀑布).
비하대(飛下臺.우)와 선일대(仙逸臺).
내연산 12폭포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관음폭포(觀音瀑布).
관음폭을 지나 데크계단을 따라 올라서면 선일대를 오르는 계단길이 나타나고
계속되던 비도 그치게 되니 다시 카메라를 꺼내 듭니다.
가파르게 이어지는 계단을 따라 한발한발 올라서면
아담한 팔각정자가 반겨주는 선일대에 서게 됩니다.
선일대에서 내려다 본 관음폭포와 연산적교.
건너편으로는 소금강전망대가 바라보이고
내연산의 공룡릉으로도 불리우는 칠성등에는 구름이 덮히기 시작합니다.
지금부터는 미답의 코스로 들어가보기로 합니다.
지난 4월 소금강전망대에서 건너다 본 선일대의 전경으로
오늘 오르게 될 코스를 그려 봅니다.
준비해간 궤적을 따라 발을 들여놓은 곳에는 정해진 등로는 없지만
선답자의 희미한 흔적을 따라 가파른 비알길을 올라섭니다.
선일대 정자 뒤의 두 암벽사이로 이어지는 비탈은
급경사에 비가 내린 후의 미끄러움도 상당해 쉽지 않은 코스였네요.
암벽이 앞을 가로막으면 돌아올라 진행하면서 온 신경을 집중해 오르니
희미하지만 길찾기엔 어려움이 없는 옛길을 만나게 됩니다.
등로는 잠시 경사도를 낮추지만 이내 다시 곧추세우기 시작하고
사방 비구름으로 조망이라곤 볼 수 없는 전망바위에 올라서게 됩니다.
올라선 전망바위는 천령산에서 연산폭포로 가는 도중에 만나는 전망바위였네요.
맑은 날이면 그나마 멋진 경관을 보여주던 곳인데 오늘은 꽝입니다.
대신에 독사 두 마리의 사랑놀음을 구경하게 되었네요.
연산폭 갈림길을 지나 안개 자욱한 몽환적인 숲길을 따라 진행하니
천령산 우척봉과 용치등 갈림길인 삼거리를 만나게 됩니다.
좌측은 우척봉 가는 길이고 우측은 연산폭포 방향으로 지금껏 진행해 온 길입니다.
널찍한 삼거리에서 이정표에 배낭을 걸어놓고
준비해간 먹거리로 허기진 배를 채우고
표지목 뒤쪽의 용치등 방향으로 등로를 이어갑니다.
자욱한 안개속에 조망이라곤 없는 숲길을 따라 부지런히 발놀림을 해가니
널찍하고 뚜렷한 등로를 만나게 됩니다.
좌측 방향은 보경사 경내에 자리하고 있는
산내 암자인 서운암으로 내려서는 등로이고
오른쪽 길은 우척봉을 오르는 정상등로와 합류가 되는 길입니다.
음지밭등 갈림길.
(↖ 주차장, ↙ 연산폭포, ↘ 천령산 우척봉)
중산리 갈림길
(←보경3교, ↗ 보경2교, 중산리)
언뜻 하산길이 예전보다 짧다 싶은 느낌이 들었는데
그 이유인 즉슨 옛 임도를 따라 새로이 포장도로가 개설되어 있더군요.
포항시에서 '내연산 치유의 숲길'이라는 이름으로 조성된 모양인데
그늘도 없는 땡볕 아래 덩그러니 데크 쉼터가 자리하고 있지만
찾는 이도 없고 주변으로 잡풀만 무성하니 볼썽사납기 그지 없네요.
게다가 체험관을 짓는다고 커다란 건물이 하나 들어서 있는데
예산때문인지 공사가 중단된 상태라 흉물이 되어가는 것 같아
보는 이로 하여금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군요.
무분별한 선심행정으로 혈세를 낭비하는 것 같아
씁쓸한 기분이 드는건 어쩔 수가 없는 것 같습니다.
딱딱한 포장도로를 따라 털레털레 내려서니
보경3교에 입구에 있던 스마일농장은 사라져 버리고
새롭게 들어선 감시초소를 지나 원점회귀 산행을 마무리 합니다.
전국을 뜨겁게 달군 폭염속에서 한 달이 넘도록 산행을 못해 온 몸이 근질근질 하던 차에 최근 두어 차례 내린 비로 조금은 기온이 누그러진 것 같아 망설임없이 산행 채비를 마치고 나선 걸음이었지요. 사계절 어느 때 찾아와도 멋진 곳인 내연산의 청하골을 따라 걸으며 전날 내린 비에 불어난 수량으로 제대로 된 폭포의 위용을 맘껏 볼수 있었고 선일대 위에서 내려다보는 눈맛은 언제나 탄성을 자아내게 하는 멋진 풍광으로 보답해준 시간들이었답니다.
과연 등산로가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깎아지른 길도 없는 절벽 사이를 오르며 짜릿함을 온 몸으로 즐기며 미답의 구간을 무사히 빠져나와 우척봉으로 이어지는 정상등로를 따라 무사히 하산을 완료하니 내린 비 속에 물을 머금은 풀섶을 통과하느라 온 몸이 젖어버려 마치 물에 빠진 몰골이 되었지만 오랜만의 산행으로 인해 한결 가벼워진 마음이어서 산이 주는 즐거움을 한껏 누린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제 며칠 후면 말복이 다가오니 더위도 조금은 물러가리라는 생각에 열심히 산을 찾으며 심신을 단련하는 삶을 이어야겠다는 야무진 다짐을 하면서 보경사주차장을 빠져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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