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달이 사는 집
화창한 천고마비의 계절에 찾은 팔공산(성인봉-서봉-신무능선) 본문
♧ 산행일자 : 2018. 9. 30 (일) 날씨 - 비 후 맑음
♧ 산행장소 : 대구광역시 동구, 군위군 부계면 일원
♧ 산행인원 : 나홀로 산행
♧ 산행코스 : 수태바위주차장-수태골-성인봉-서봉-가마바위봉-마당재-978봉(거북봉)-신무능선-수태바위주차장
♧ 산행시간 및 거리 : 5시간 31분, 8.1km (쉬엄쉬엄 걸으며 식사 포함. GPS 기준)
◈ 산행기
미국여행을 다녀온 뒤 쉼없이 계속된 일상의 스케줄이 무리가 왔는지 독감에 걸려 추석 연휴동안 산행 한번 못해보고 골골거리다 2주가 지난 지금도 완전치가 않아 산행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고민하다가 그래도 산길을 걸으며 맑은 공기 마시면 도움이 되겠지 싶어 산행준비를 해놓고 아침에 일어나 배낭을 들쳐메고 집을 나서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니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네요. 아무리 산에 미쳐도 이건 아니다 싶어 도로 집으로 들어와 배낭을 내려놓으니 허탈하기 짝이 없어 날씨 정보를 보면서 대구의 친구에게 현재의 날씨를 물으니 비가 안 온다고 하는 소리에 군말없이 다시 배낭 들쳐메고 집을 나섭니다.
본인에게 전염이 된 집사람 역시 독감에 걸려 꼼짝을 못하고 있으니 혼자서라도 다리에 힘 좀 키워보자는 생각으로 쏟아지는 빗속을 뚫고 아파트를 빠져나옵니다. 영일만대로에 올라 얼마 진행하지 않았는데 비는 그치기 시작하고 멀리로는 짙은 구름이지만 하늘이 밝아오네요.
대구-포항간 고속도로를 달리니 영천방향으로는 파란 하늘까지 바라보이니 안도감에 마음까지 가벼워지는군요.
와촌톨게이트를 빠져나와 대구시와 경산시의 경계를 이루는 능성고개를 넘어 동화사 방향으로 차를 몰아 도착한 수태골 주차장.
이미 산행을 나온 산객들의 차량으로 만차를 이루고 있어 다시 빠져나오니 길 건너편으로 새로 생긴 듯한 주차장이 보이는군요. 도로를 가로질러 올라가니 '수태바위주차장'이라는 간판이 보이는데 기존의 수태골주차장보다 더 크고 잘 만들어져 있어 등산객들이 이용하기 좋을 것 같습니다.
GPS를 켜고 휴대폰과 페어링을 한 후에 장비를 챙겨 수태골을 들머리로 산행을 시작합니다.
'산행궤적'
새로이 조성된 수태바위주차장을 나와
길 건너 수태골 들머리로 향하며 오늘의 산행을 시작합니다.
오늘 산행 코스는 아직 걸어보지 못한 미답의 구간을 하나 골라보았는데
주추방골과 수태골 사이에 솟아있는 성인봉을 경유해
서봉을 지나 그동안 뜸했던 서부능선을 따라 걸어볼 작정입니다.
한동안 산행을 못했으니 체력이 따라줄지 모르지만
차량회수와 시간을 감안해서 날머리를 잡아볼 생각입니다.
장군바위와 주추방골의 들머리인
'태동 최선생 묘'입구도 지나고
등로 우측으로 쉼터 정자가 있는 곳에 닿게 되면서
'수릉봉산계표석(綏陵封山界標石)'도 찾아보게 됩니다.
수릉(綏陵)이란 조선조 현종의 아버지인 익종의 능을 말하는 것이고,
봉산계(封山界)란 이러한 능의 유지와 제사에 쓰이는
경비의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서 이 구역의 산림을 보호림으로 정하여
일반인의 벌목과 입산을 금지하는 말입니다.
신림봉 아래에 있는 '빵재'를 오르는 갈림길이 있는 곳에서
좌측의 풀섶을 헤치고 성인봉으로 향합니다.
희미하지만 식별이 가능한 산길로 들어서면
이내 등로는 곧추 세우기 시작하는군요.
가풀막을 천천히 오르며 계절이 계절이니 만큼
소나무가 군락을 이루는 숲길에서 잠시 주변을 헤집고 다닌 덕에
이렇게 귀하신 몸도 만나게 되니 오늘 저녁 만찬이 기대가 됩니다.
본래의 목적인 산행을 계속하기 위해 진행을 이어가지만
가끔씩 다른 곳으로 시선이 쏠리는건 어쩔 수가 없네요.
쉼없이 이어지는 된비알을 따라
시선은 소나무에 꽂힌 채 50분 가량을 천천히 올라서니
시그널 몇 개가 달려있는 성인봉(904m)에 오르게 됩니다.
사방 숲으로 가려있어 조망이 없으니
간단히 사진 한장 남기고 서봉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이후의 등로 역시 편안한 길은 없는 듯 바윗길이 이어지고
조망이라곤 없는 산길인지라 묵묵히 가풀막을 치고 오를 뿐입니다.
가을의 전령사인 '구절초'
등로 좌측으로 조망이 트이기 시작하니
주추방골의 명물인 용바위능선이 건너보이기 시작하는군요.
올려다 본 하늘은 전형적인 가을날씨인양
코발트빛이라 저절로 카메라에 손이 가는군요.
'구절초'
용바위능선의 장군바위와 얼추 눈높이가 같아질 즈음
좌측 멀리로는 가야산이 시야에 들어오네요.
그래서 잠시 당겨보았습니다.
대구시가지가 또렷이 바라보일 정도로 맑은 가을날씨에
고뿔이 걸린 몸이지만 기분만큼은 최고조에 달하는군요.
대구 앞산 너머로 비슬산도 뚜렷합니다.
주추방골의 장군바위.
드리워진 밧줄 하나 부여잡고 내려오다
떨어져 한동안 고생했던 집사람을 생각하면
참으로 무모했다는 생각도 하지만 또 가고픈 생각이 드는군요.
단풍이 곱게 물든 주추방골 느리청석으로 올라
장군바위로 내려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팔공산 동봉.
쉬이 정상을 내어주지 않으려는 듯 등로는 계속 험로의 연속입니다.
전망바위 꼭대기에서 지나온 성인봉을 바라보니
그 뒤쪽으로 낙타봉, 신림봉이 보이고
멀리로는 환성산과 초례봉, 요령봉, 대암봉,
용암산 등이 시야에 다 들어오는군요.
비로봉과 동봉.
가까이 다가온 서봉.
한 고비 치고 올라선 조망터.
성인봉과 용바위능선을 한 컷에 담고
오늘은 먼 발치서 바라보기만 하는
산성봉, 비로봉, 동봉과 차례로 눈인사를 나누고
팔공산 동부능선의 막힘없는 조망도 즐기며
팔공산 서봉에 올라서게 됩니다.
서봉 정상석을 지나면 주등로와 접속을 하게 되고
모처럼 팔공산 서부능선을 걸어보고자
파계사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겨봅니다.
가야할 가마바위봉이 건너보이고
그 뒤로 하산루트로 잡고 있는 신무능선도 보이는군요.
조만간 푸른 잎은 엽록소 생산을 중지하고
울긋불긋 새옷을 갈아입을 팔공산.
때깔 고운 단풍으로 물들 팔공산의 모습을 생각하니
마음속에는 벌써 홍조를 띠기 시작하는군요.
송곳바위에서 바라보는 서부능선.
톱날능선 바로 뒤쪽의 가마바위봉,
그 뒤로 상여바위봉, 멀리 파계봉까지...
제2석굴암이 있는 군위 부계면 방향.
등로는 갓바위로 이어지는 동부능선에 비해
정비가 덜 된듯 험로의 연속입니다.
앞을 가로막는 바위를 에돌아 올라
널찍한 곳을 골라 자리를 잡고
준비해간 빵과 커피로 점심시간을 가져봅니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막힘없는 조망이 일품인
1087봉(NO.103)에 올라서게 됩니다.
비로소 청운대가 시야에 들어오고 비로봉과 서봉
그리고 용바위능선의 장군바위도 조망이 되는군요.
저 멀리 의성 땅의 선암산과 비봉산도 아득하지만 눈에 들어옵니다.
햇살 가득한 너럭바위에 서게 되면
시원스레 펼쳐지는 대구 방향의 조망에
빗속을 뚫고 먼길 달려온 보람을 한껏 느끼게 되는군요.
출입이 금지된 톱날능선을 우회하는 정상등로를 따라 진행을 하지만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안전사고의 우려가 높은 험로라는 사실...
오래 전 아이젠도 없이 걸었다가 혼줄이 났던
지점에 서게 되니 저절로 발걸음이 멈춰지네요.
잠시나마 톱날능선에 가까이 접근해보지만 올라설 엄두는 못내고
사진에만 살짝 담아보고 되내려와 계속되는 등로를 따릅니다.
밧줄 부여잡고 바윗길을 힘겹게 올라서면
팔공산 서부능선에서 가장 멋진 조망을 보여주는 병풍재에 서게 됩니다.
발 아래로는 험하기로 이름난 '톱날능선'입니다.
가마바위봉(1,054봉)
파계봉 너머로 가산. 그리고 아득한 멀리로 구미의 금오산도 잡히는군요.
그래서 당겨보았지요.
부처님 얼굴이 또렷합니다.
상여바위봉(NO.125)을 지나 내림길을 내려오면
구조목 NO.127과 대구올레길 표시목이 서있는 마당재를 만나게 됩니다.
이곳에서 하산할 계획이 있었지만 아직 더 걸을 수 있을 것 같고
시간적 여유도 충분해서 좀더 진행하기로 합니다.
'구절초'와 더불어 가을의 전령사로 불리는 '쑥부쟁이'
헬기장에서 바라본 좌측부터 상여바위봉, 가마바위봉, 톱날능선.
당간지주를 연상케 하는 바위가 눈길을 끄는
신무능선 분기봉인 979.2봉(NO.128).
예전 산경도에 보면'거북봉'으로 되어 있네요.
파계봉까지 등로를 잇고 싶지만 원활한 차량회수를 위해
오늘은 여기서 하산하기로 합니다.
분기능선을 출발한지 15분 가량 경과 후 만난 너럭바위.
이후 만나는 갈림길마다 능선길을 고집하며
인적없는 산길을 걷고 또 걸어갑니다.
'상어머리바위' 직전의 갈림길.
정면의 바위가 상어머리바위인데
등로는 역시 직진입니다.
'상어머리바위'
역시 산경도에는 '거북바위'로 표기가 되어 있네요.
조금 전의 '거북봉'이라는 이름도
이 바위에서 유래된 듯...
오랜만에 다시 만나게 되는 '이말재'입니다.
벼락맞은 나무는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네요.
(↖ 신무능선, ↗ 삼성암, 마당재, ↙ 부인사, ↓ 수태지, 동치골주차장)
조망이 가려진 숲길을 걷다가 모처럼 시야가 트이는 곳에서 바라보니
고도는 한층 낮아져 있고 멀리 환성산에서 문암산으로 이어지는 마루금과
그 너머 요령봉-대암봉 능선이 한눈에 들어오네요.
사거리갈림길.
진행방향은 올레길 이정목 뒤쪽 방향의 능선길입니다.
수태지에서 올려다 본 팔공산의 총사령부 전경입니다
번듯하게 잘 조성되어 있는 수태바위주차장에 당도하게 되면서
햇살좋은 가을날 멋지게 한바퀴 돌아본 팔공산으로의 발걸음은 끝을 맺게 됩니다.
아침까지 계속되는 빗속을 뚫고 한동안 뜸했던 산을 찾고자 달려간 대구의 진산이자 호국신앙의 산인 팔공산.
정성이 갸륵해서인지 구름이 걸쳐져 있던 비로봉도 깔끔하게 구름모자를 벗어버리고 코발트빛 파란 하늘을 머리에 인채 먼길 찾아온 산꾼을 반겨주었네요.
주능선을 걷는 내내 시원스레 불어주는 솔바람과 함께 막힘없는 조망을 맘껏 즐겼으니 오늘 하루는 참으로 행복한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누구든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일을 할때 최고의 행복을 느끼는건 같을테니 말입니다.
더구나 오늘은 가을의 진미 중 하나인 자연송이를 우연찮게 채취할 수 있었으니 더더욱 뜻깊다 생각이 들고 심한 고뿔에 걸려 고생하고 있는 집사람에게 보약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저녁에 고기 구워먹을 생각에 저절로 가속페달에 힘이 들어갑니다.
'◈ 산행이야기 > ☆ 2018년도 산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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