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달이 사는 집
가을바람에 일렁이는 은빛 억새를 만나러 떠나본 무장산으로의 발걸음 본문
♤ 산행일자 : 2018. 10. 09 (화) 날씨 - 흐림
♤ 산행장소 : 경주시 암곡동, 포항시 오천읍 일원
♤ 산행인원 : 나홀로...
♤ 산행코스 : 포항시 오천읍 항사리 항사산딸기농장-돌탑봉-시경계-무장봉-폐목장-오미골-털보농장-항사리
♤ 산행시간 및 거리 : 5시간 53분, 14.72km (식사 및 휴식 포함, GPS 기준)
▣ 동대봉산 무장봉(624m)
동대봉산 무장봉은 바람이 전하는 수줍은 속삭임 경주국립공원 동대봉산 무장봉 억새밭 코스로 유명한 곳이다. 경주국립공원 암곡 코스(암곡~무장봉) 탐방로는 가을에 무장봉 정상부 약 44만평 억새 군락지의 은빛 물결 억새들과 계곡으로 물드는 아름다운 단풍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어 가을 산행 최적지로 꼽히고 올해 '걷기 좋은 국립공원 단풍길 25선'에도 포함되었다. 또한 신라의 삼국 통일 후 문무왕이 무기를 묻었다고 알려진 무장사지에서는 무장사지 삼층석탑과 귀부를 볼 수 있다.
◈ 산행기
천고마비의 계절인 가을을 대표하는 단풍과 더불어 은빛 춤사위가 일품인 억새를 보러 찾아간 영남알프스 천황산으로의 산행이 반쪽 산행이 되어버려 바람에 일렁이는 억새의 향연을 만끽하지 못한 아쉬움에 공휴일인 한글날을 맞아 또다시 억새산행을 떠납니다.
억새 산행의 명소로 유명한 영남알프스 신불산을 찾아가도 될 일이지만 구름이 낮게 깔려있는 흐린 날씨라 시원한 조망을 기대할 수 없어 가까운 곳으로 눈을 돌려 전국에서 몰려드는 산객들로 억새산행지로 각광을 받고 있는 무장산을 다녀올까 합니다.
무장산이야 그동안 코스를 달리해가며 자주 찾은 곳이지만 소슬바람이 불어대는 드넓은 억새평원은 언제 찾아가도 마음 푸근한 곳이어서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배낭 들쳐메고 집을 나서봅니다.
포항운전면허시험장 앞을 지나 오어사로 진입하는 도로를 따라 가다가 오어사 버스종점 못 미친 지점의 항사교에서 '운제산장'을 알리는 이정표를 따라 좌회전하여 마을길로 들어선 후 오어지 외곽으로 나있는 시멘트 길을 따라 들어가면 산행 출발지가 되는 운제산장 입구에 이르게 됩니다.
예전엔 주차할 곳이 마땅찮았는데 오늘 와보니 운제산장 입구의 다리 건너편으로 자그마한 공터가 마련되어 있어 몇 대의 차량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네요.
애마를 세워놓고 누렇게 영글어가는 황금들녘을 따라 항사리 마을 안으로 걸어가며 무장산을 향한 산행을 시작합니다.
'산행궤적'
운제산장 앞에서 산행을 시작해야 되는데
주차장 위치가 산장을 지나와 있는 관계로
마을 안으로 좀더 들어와 좌측의 딸기농장에서부터
GPS를 가동하며 산행을 시작합니다.
황금빛으로 변해가는 가을 들녘 너머로
오늘 산행의 들머리인 파란색 지붕의 민가가 보이고
첫 번째로 오르게 될 돌탑봉이 올려다 보입니다.
딸기농장을 지나 좀더 진행하다 우측의 전봇대가 있는 곳에서 방향을 틀어
조금 전 보았던 파란색 지붕이 있는 민가로 향합니다.
민가를 지나 산기슭에 자리잡고 있는 무덤 좌측의 감나무 뒤쪽으로 들어서면
시그널 몇 개가 달려있고 산으로 올라붙는 뚜렷한 길이 시작됩니다.
초장부터 시작되는 급경사 된비알을 15분쯤 바득바득 올라서면
좌측 아래 무덤쪽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 능선마루 3거리에 이르게 되고,
단풍취, 삽주, 기름나물, 참취
(위쪽 좌측부터 시계방향으로...)
여기서 오른쪽으로 잠시 완만하게 올라서면 돌탑봉에 올라서게 되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자연석 기단 위에 정성스럽게 쌓여져 있던 돌들이 무너져 있네요.
발 아래로는 출발지였던 안항사마을이 내려다보이고
멀리로는 영일만에 접해있는 동해면 도구해수욕장을 비롯해
포항 시가지와 오천읍의 전경이 훤하게 드러나는 곳입니다.
하지만 오늘은 흐린 날씨라 뿌연 모습이 살짝 아쉽네요.
돌탑봉을 뒤로 하고 30m 쯤 진행하면
오른쪽 아래에서 올라오는 또렷한 갈림길을 만나게 되는데
생태문화숲길 조성 때 세워진 이정목이 산뜻하네요.
이후 무장산까지는 큰 오르막이 없는 완만하고 편한 길이 이어지게 됩니다.
이후 봉분 낮은 무덤터를 지나쳐 10분여를 오르면
예전 산불감시초소가 있던 자리에 서게 되는데
'오무정'이라는 정자쉼터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네요.
아마도 '생태문화탐방로'를 조성하면서 세운 모양입니다.
'오무정'에서 바라본 전경으로 흙탕물이 들어찬
오어지가 골짝 아래에 자리하고 있고
운제산과 포항 시가지도 바라보입니다.
분취, 고들빼기, 이질풀, 미국쑥부쟁이
(위쪽 좌측부터 시계방향으로...)
이후 뚜렷한 등로를 따라 발놀림을 해가면
오미골로 내려서는 갈림길을 만나게 되지만
진행방향은 무장산으로 향하게 됩니다.
대골과 오미골을 가르는 분기능선으로 이어지는 갈림길입니다.
고요한 숲속의 정적을 깨뜨리는 산꾼의 발걸음에
이름모를 산새들의 지저귀는 소리는 잦아들고
어느 이른 봄날 집사람과 효소를 담그기 위해
진달래꽃을 부지런히 땄었던 삼각점이 있던 457봉에는
상생문화숲길 안내판과 함께 번듯한 전망데크가 들어서 있네요.
볼만한 풍광도 없는 곳에 자리잡은 전망데크가 생뚱맞지만
건너편 451봉 너머로 운제중봉과 그 뒤로 보이는 대왕암과
운제산 정상부의 육각정을 볼수 있다는 것에 위안을 삼아봅니다.
숲길안내도 옆으로 나있는 등로를 따라 진행하다
만나게 되는 갈림길에서는 뚜렷한 직진 길로 나서도 되지만
모처럼 좌측 허리길을 따라 가보기로 하고 숲으로 들어가니
인적이 드문 때문인지 잡목이 앞을 가리는군요.
사면길을 지나 2~3분 후면 과거 오리온 목장의
초지가 시작되는 시경계능선에 합류하게 됩니다.
저 앞으로 무장산이 눈 앞에 다가오는군요.
해마다 5,6월이면 왕관처럼 생긴 하얀 꽃이
하늘을 향해 나무 전체를 덮는 층층나무에도
어느 덧 까만 열매가 맺혀있네요.
이제부터는 시경계 길을 따라 나서게 되는데
목장초지와 숲의 경계를 따라가면서 맨 먼저 반겨주는 억새와 눈인사를 나누고
억새 사이로 피어난 앙증맞은 들꽃과도 눈맞춤 하면서
암곡에서 올라오는 임도와 합류를 하니
지금껏 호젓하던 산길은 억새탐방을 나온 사람들로
다소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하는군요.
오늘은 무장산 정상을 다녀온 뒤 아직 못 가본
좌측의 폐목장 방향으로 해서 오미골로 내려가 볼 계획입니다.
잠시 뒤 만나게 되는 갈림길.
같은 길을 걷기 싫어 우측으로 진행하기로 합니다.
마주난 길은 하산길이 되겠지요.
정상을 향한 길목에 되돌아 본 포항방면 풍경입니다.
저멀리 가운데 능선에서부터 걸어온 등로가 한 눈에 들어오는군요.
정면으로 보이는 목장 정상부를 향하여 편안한 산길을 오르면
이제 막 피어나기 시작하는 햇억새가
마치 사열을 하듯 도열해 있는 모습에 신바람이 절로 납니다.
미역취, 구절초, 산부추, 쑥부쟁이
(위쪽 좌측부터 시계방향으로...)
잠시 억새밭으로 들어가 포항 방향을 담아보고
시원한 바람결에 몸을 내맡긴 채 흐느적거리는 억새의 황홀한 춤사위도 구경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진을 치고 있는 무장산 정상에 도착하게 됩니다.
정상석 주변의 숲속에는 점심식사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는데
본인 역시 숲으로 들어가 한자리 꿰차고 앉아 빵과 커피로 요기를 합니다.
무장산 정상에는 억새군락지를
한 눈에 바라볼 수 있도록 전망대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면 억새의 은빛물결을 제대로 느낄 수 있지요.
불어오는 가을바람에 한올한올 몸을 누이고 있는 억새...
이 계절에만 볼수 있는 대단한 장관입니다.
시간 가는 줄 모르도록 억새의 춤사위에 빠져있고 싶지만
못내 아쉬움을 접고 하산길로 들어섭니다.
하산길에서도 억새의 향연은 그칠 줄을 모르는군요.
억새밭 가운데 있는 이정목을 반환점으로 다시 하산모드로 접어듭니다.
정상을 향해 오르는 산객들은 끊임없이 이어지는데
고맙게도 억새가 춤을 출 만큼 적당량의 바람이 불어주어
더더욱 아름다운 억새의 군무를 볼수 있어 다행이다 싶네요.
울긋불긋한 단풍만큼이나 진한 가을의 풍경을 보여주는 억새의 물결입니다.
정상 등로를 벗어나 지금은 폐허가 되어있는
과거 오리온목장의 축사가 있던 곳으로 내려서면
잡풀이 우거진 지역을 지나 널찍한 묵은 임도가 나타나고
과거 호황을 누렸던 목장의 축사가 폐허가 된채
잡풀속에서 깊은 잠을 자고 있네요.
수크령, 궁궁이(천궁), 오이풀, 산박하
(위쪽 좌측부터 시계방향으로...)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촬영지로도 알려진 이곳...
산정에는 억새구경을 온 사람들로 가을이면 북새통을 이루지만
수풀속에서 처참한 몰골로 버려져있는 폐목장 건물들은
자연과 동화되어 들짐승, 날짐승의 보금자리가 되어 있네요.
과거 차량이 드나들었을 임도는 세월이 흘러 무너지고 끊어진데다
무성한 잡풀더미속에 감춰져 있어 길 찾는데 애를 먹었지만
문명의 이기(利器)인 GPS 덕분에 큰 어려움없이 통과를 하게 됩니다.
목장의 가장 하단부에 있는 폐막사에 이르러
좌측 아래로 내려서며 물소리가 들려오는 오미골로 향하게 됩니다.
계곡으로 내려서니 햇빛을 받기 위해 가지를 뻗은
나무들의 모습이 원초적 자연의 모습을 연상케 하는군요.
휴대폰이 터지지 않는 통화불능지역인데다
시그널도 하나없는 정글같은 숲속을 준비해간 궤적을 길라잡이 삼아
혹시라도 길을 잃을까 싶어 작은 눈 부릅뜨고 주변을 살펴가며 숲을 빠져 나갑니다.
긴장하며 우거진 숲속을 통과하는 와중에도 올려다본 숲은
활엽수가 많아 단풍이 들면 무척 아름답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큰 어려움없이 숲을 빠져나오니 상류지점임에도
제법 많은 수량의 물이 흘러내리는 오미골에 내려서게 됩니다.
며칠 전 지나간 태풍의 여파로 내린 비의 양이 많은 탓이겠지만
그동안 오미골을 걸으며 본 것 중에 가장 풍부한 수량입니다.
정해진 길이 없어 걷는 발걸음이 곧 길이 되는 오미골 계곡길이
큰 도랑을 이루며 흘러내리는 계곡물을 몇 번이고 넘나들다가
도저히 건너기 힘든 곳에서는 신발을 벗고 맨발로 건너기도 하면서
신광천의 상류가 되어 오어지로 흘러가는
오미골의 맑은 물을 따라 부지런히 걸음을 이어갑니다.
온통 자갈이 깔린 널찍한 계곡은 다소 황량한 느낌마저 들기도 하지만
넓던 계류가 다소 폭을 줄이면서 제법 계곡다운 풍치를 자아내기 시작합니다.
하천의 물이 불어났을 때를 대비해 만들어놓은
우회로를 그동안 한번도 이용한 적이 없었는데
오늘만큼은 욕심부리지 않고 좌측 오름길로 들어섭니다.
산행궤적의 '갈림길2'와 연결이 되는 삼거리를 지나
다시 만난 계류는 제법 경사가 있는 곳인 듯 흐르는 물의 속도는 점점 빨라지는군요.
얼마 지나지 않아 아름다운 단풍이 내려앉기 시작하면
여느 이름난 계곡이 부럽지 않을 만큼 풍치를 자랑할만한 오미골입니다.
흐르는 물줄기를 따라 수도 없이 물길을 넘나들기도 하고
때로는 산길을 걷기도 하면서 막바지 산행은 쉼없이 이어집니다.
두 군데의 우회로를 더 이용하며 걷는 발걸음에 속도를 더해가니
늘 메말라있던 사방댐에도 물이 철철 넘쳐나는 모습을 보게 되는군요.
경주, 포항의 경계지점인 털보농장 입구의 목교를 지나고
예전 털보농장이라 불리던 염소농장도 지나게 되면서
널찍한 농로로 변한 길을 따라 막바지 산행을 이어갑니다.
넓어진 농로길을 따라 내려오면 하천을 건너게 되고
다시 안항사 마을로 들어서게 됩니다.
좌측으로 들머리였던 파란 민가가 보이는군요.
벼가 누렇게 익어가는 계절...
누렇게 익은 벼이삭은 저절로 고개를 숙여
겸손을 가르치고 있는것 같습니다.
GPS를 켜고 산행을 시작했던 산딸기농장에 다가서면서
근교산이 주는 호젓하고 정갈한 숲의 매력과
은빛 억새의 향연 그리고 오미골의 다듬어지지 않은
계곡미까지 만끽한 오늘의 산행을 마무리 합니다.
'◈ 산행이야기 > ☆ 2018년도 산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은빛 억새의 춤사위가 보고파 찾아간 영남알프스 열두쪽배기등 (0) | 2018.10.23 |
---|---|
오어사 주변으로 다녀온 짧은 반나절 산행 (0) | 2018.10.14 |
억새와 폭포... 두 마리 토끼를 잡으러 찾아간 영남알프스 천황산 (0) | 2018.10.08 |
화창한 천고마비의 계절에 찾은 팔공산(성인봉-서봉-신무능선) (0) | 2018.10.01 |
오랜만에 찾은 경주 남산으로의 짧은 발걸음 (0) | 2018.09.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