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달이 사는 집
은빛 억새의 춤사위가 보고파 찾아간 영남알프스 열두쪽배기등 본문
♧ 산행일자 : 2018. 10. 20 (토) 날씨 - 맑음
♧ 산행장소 : 울산광역시 울주군 삼남면, 경남 양산시 하북면 일원
♧ 산행인원 : 홀로...
♧ 산행코스 : 울주군 삼남면 가천리 금강골 입구-장제2저수지-고장산 안부-열두쪽배기등-주능선 합류-영축산-에베로릿지갈림길-마당바위-금강골 입구(원점회귀)
♧ 산행시간 및 거리 : 5시간 45분, 9.84km (식사 및 휴식 포함, GPS 기준)
◈ 산행기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생활 속에서 주어진 책무를 말끔히 완수하고 다시 맞은 주말...
온전히 쉬는 주말이라 계절에 맞춰 제대로 즐겨보자는 생각으로 영남알프스로 시선을 돌려봅니다. 은빛 억새가 꽃을 피워 산상고원을 하얗게 수놓고 있으리라는 생각에 아직 걸어보지 못한 미답의 코스를 넣어서 익어가는 가을의 정취를 만끽해보고파 차를 몰아 울주군 삼남면 가천리 장제마을을 향해 달려갑니다.
그동안 금강골에 있는 아리랑릿지나 에베로릿지를 오를 때 찾아 왔었지만 오늘은 신불평원 단조봉에서 가천 고장산 쪽으로 뻗어 내린 가천능선 상의 열두 봉우리를 일컫는 '열두쪽배기등'을 올라타고 주능선으로 올라볼 생각입니다. 하산 루트는 일단 주능선에 오른 후 시간을 봐가며 결정할 계획으로 도착한 장제마을 금강골 입구의 도로 한 켠에 빈 자리를 찾아 주차를 해놓고 고속도로 공사차량인 대형 덤프트럭이 쉴새없이 오가는 도로를 따라 오늘의 산행을 시작해 봅니다.
산행궤적
금강골의 에베로릿지나 아리랑릿지를 오를 때
들머리로 삼았던 금강골 입구입니다.
밀양-울산간 고속도로공사로
대형 덤프트럭이 쉼없이 드나드는 어수선한 분위기라
공사가 끝날 때까지 이곳을 찾는게 쉽지 않을 것 같네요.
금강골 입구에서 온 길을 되돌아 걸어가면
만나게 되는 사거리갈림길입니다.
열두쪽배기등을 오르려면 좌측방향으로 진행해야 합니다.
도로 우측으로 있는 장제 2 저수지를 끼고 포장도로를 따르면
마을 입구에서 우측으로 등로는 이어집니다.
장제 2 저수지.
멀리 문수산과 남암산이 뚜렷하네요.
유료낚시터로 이용되고 있는 장제 1저수지를 지나면
'열린 쉼터'라는 현판이 걸려있는 정자를 지나 숲속으로 들어섭니다.
숲으로 들어선지 약 5분 후에 민가가 있고
이정표가 서있는 갈림길에 서게 되는데
지도에는 '고장산 안부'로 되어 있네요.
이곳에서 좌측 숲으로 들어서서
다시 우측으로 꺾이는 산길로 진행하게 됩니다.
이후 뚜렷한 산길을 따라 10분 남짓 등로를 잇다보면
청명한 가을 하늘이 열리는 개활지를 만나게 됩니다.
아마도 목장 초지로 이용이 되는 것 같은데
멀리로 신불산 공룡능선이 시야에 들어오는군요.
초지를 지나 숲으로 다시 진입을 하게 되는데
들어서면서 주의를 기울여야 할 곳입니다.
우측으로 뚜렷한 길을 따르면
불승사 방향이라 알바를 경험하기 십상이지요.
산등성이를 향한 방향으로 있는 작은 나무들을 헤치고 들어가면
역시 뚜렷한 등로를 만날 수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이어지는 등로는 한 치의 관용도 베풀지 않는 시종 꾸준한 오름길로 이어집니다.
고도를 높혀갈수록 가을이 왔음을 알려주는
활엽수 이파리들은 때때옷으로 갈아입기 시작하는군요.
땅에 눈을 박고 걷기만 했던 숲길에서
쏟아지는 햇살이 눈부신 조망터에서 바라본
영축산 동릉의 독수리바위입니다.
발 아래 포사격장이 있는 금강골 끝자락에는 삼성SDI공장이 자리하고 있고
멀리 정각산, 천성2봉, 천성산이 차례로 도열해 있는 모습이 시야에 들어옵니다.
제대로 된 풍광을 보여줄 전망바위에 올라서 봅니다.
장제저수지를 거쳐 고장산 안부를 지나 올라온 등로가 보이고
한층 높아진 눈높이에 시야는 더 넓게 보이니
보는 맛 또한 시원스럽습니다.
등로 우측으로 남근봉과 호랑이봉이 올려다보이는 삼봉능선입니다.
점점 더 색깔이 짙어지는 단풍이 지속되는 오름길을 더더욱 더디게 만드는군요.
만산홍엽(滿山紅葉).
추운 계절 앞두고 제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
잎으로 가는 영양분이나 물기를 차단해서
이파리 색깔이 변해 버리는 나무의 지혜가 참으로 놀랍습니다.
산정에서 시작된 단풍이 아래로 내려가는 내주 이후 쯤이면
이곳 신불산에도 절정이리라 생각이 드는군요.
계속되는 오름길을 거침없이 치받아 오르면
아리랑릿지 갈림길을 지나게 되고
이어 쓰리랑릿지로 내려서는 갈림길이 있는 공터에 서게 됩니다.
더불어 주능선의 마지막 암봉도 가까이 다가왔네요,
마지막 전망바위에서 바라본 영축산.
눈높이가 거의 비슷해진 영축산 산정에는 산님들이 보이고
죽바우등으로 이어지는 영축지맥의 마루금 또한 한 그림하는군요.
바로 앞쪽으로는 삼봉능선이 펼쳐지고
그 뒤쪽 멀리로는 신불산의 돌탑과
우측 아래로 뻗어내린 공룡능선이 올려다 보이는군요.
불승사 계곡을 가운데 두고 좌측은 삼봉능선,
오른쪽은 지금껏 올라온 열두쪽배기등입니다.
그 아래로는 가천저수지도
시야에 들어오는 멋진 풍광도 담아봅니다.
오른쪽으로 우회로가 있지만
돌아갈 만큼의 난이도가 아니기에 암릉을 올라서면
신불산에서 단풍이 가장 아름답다는 금강골에도
화려한 단풍이 시작되었음을 볼수 있네요.
아리랑릿지와 에베로릿지의 암봉들이 줄지어있는 금강골.
일주일 뒤 쯤이면 만산홍엽이 따로 없으리라 생각이 드는군요.
마지막 암릉을 올라서면 비박지로 이용이 되는 공터를 만나게 되고
이쯤에서 울려대는 배꼽시계의 태엽을 감아주기로 합니다.
30분 가량의 점심시간을 가진 후 주능선에 합류를 하니
맨 먼저 하얗게 꽃을 피운 억새가 반겨주는군요.
하얗게 핀 억새!
드넓은 신불평원을 하얀 억새가 채우고 있을
상상을 하니 발걸음이 가볍기만 하네요.
햇살과 바람에 하얗게 일렁이는 억새군락은
단풍과는 또 다른 가을의 정취로
이 가을에 제대로 된 힐링이 되는 것 같습니다.
되돌아 본 신불산 방향의 조망.
쨍한 가을햇살 아래 능선 따라 피어난 은빛 억새꽃은 참으로 눈부시네요.
아직 시간도 많이 남았고 예까지 왔으니
영축산을 다시 밟아보자는 생각으로
정상을 향해 힘찬 발걸음을 이어갑니다.
영축산을 향한 능선길에서 항상 카메라를 들게 하는 뷰포인트입니다.
서쪽방향의 재약산, 천황산...
그리고 우측 멀리 운문산.
좌측 아래의 금강골에는
쓰리랑릿지와 아리랑릿지(우)가
기세좋게 솟아 있는 모습을 봐가면서
시야를 가득 채운 억새가 역광의 햇살과 어우러져
대지에 황금빛 사선을 긋고 있는
드넓은 신불평원의 억새밭 속으로 들어갑니다.
깊어가는 가을...
단풍처럼 화려하지 않지만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억새군락이
풍경과 어우러지는 장면은 장관이 아닐 수 없네요.
영축산을 다녀온 뒤 하산길의 초입인 에베로릿지 입구입니다.
예전에는 '꼬꼬랑재길'로 불리던 곳이지요.
쨍한 가을햇살 아래 능선 따라
끝에서 끝까지 핀 은빛 억새꽃이 눈부시네요.
억새는 흥겨운 춤사위로 바람길을 만들고
가을햇살 아래 금빛 파도처럼 일렁이는 억새가
바람에 하늘거리며 서걱서걱 울어댑니다.
한줌 바람이 일렁일 때마다 하얗게 부서지는
억새의 부드러운 춤사위를 보고 있자니 절로 마음이 푸근해집니다.
가까이 다가온 영축산 산정에는 선점한 산객들이 다수 보이는군요.
영알 최고의 비경인 영축산에서 오룡산으로 이어지는
언제보아도 감탄을 자아내게 만드는 멋진 풍경을 감상하고
고개를 돌려 서쪽방향으로 시선을 주면
가까이로는 천황산, 재약산, 가지산, 운문산이...
아득한 멀리로는 청도 땅 화악산, 청도남산까지
시야에 들어오는 두 눈이 호사를 누리는 오늘입니다.
북쪽의 신불산 방향으로 나있는 장쾌한 하늘길에선
흠씬 풍겨오는 고원의 매력을 한껏 느껴봅니다.
영축산의 동릉인 독수리바위 방향.
정각산과 천성산, 그 뒤로 대운산 능선이 시야에 잡히고
기장의 달음산도 정수리를 드러내고 있네요.
단체산행객으로 붐볐던 정상이 조용해졌을 때
느긋하게 인증샷 하나 남기고 천천히 하산모드로 전환해 봅니다.
신불산에서 이동해 오는 산객들과 반가운 인사를 나누며
다시 도착한 에베로릿지 초입에서 우측 입간판 뒤로 들어섭니다.
에베로릿지의 최상단부 전망바위가 내려다보이는 곳에서 카메라에 담아내고
화려한 단풍나무가 눈길을 끄는 숲속으로 들어갑니다.
잠시 후 만나게 되는 '출입금지'를 알리는 경고판에서
우측 방향은 에베로릿지로 내려서는 길이고
아리랑릿지로 가는 등로는 좌측으로 꺾이는 길입니다.
지금 걷고 있는 등로 역시 열두쪽배기등과 함께 미답의 구간이라
아리랑릿지와 어떻게 연결이 되는지 자못 궁금해지는군요.
올려다 본 하늘엔 울긋불긋 작은 별들이 잔치를 벌이고 있네요.
험준하기로 이름난 금강골을 오르내리는 '아리랑재'와 더불어
두 군데의 길 가운데 하나인 '꼬꼬랑재길'.
가파른 내림길이 이어지기도 하고
내리꽂히는 사면길을 따라 나있는 등로를 직접 걸어보니
지금이야 뚜렷한 길로 변했지만 그 옛날 이 길을 넘나들었을
선인(先人)들의 고충이 조금은 피부에 와닿는 것 같습니다.
산 아랫동네 숲은 아직 무성한 초록이지만
고스락을 이루는 능선 부근에는 화려한 가을빛으로 물들어 있네요.
드디어 쓰리랑릿지가 머리 위로 보이기 시작하는군요.
비기 와야만 폭포 구실을 하는 마른 폭포를 통과해 잠시 등로를 이으면
전에 없던 돌탑이 서있는
'쓰리랑릿지'의 초입인 너른 공터에 서게 됩니다.
목도 축이면서 잠시 다리쉼을 하고 가기로 합니다.
숲 사이로 바라보이는 에베로릿지의 위용을 보면서
또 올라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군요.
계곡을 가로질러 아리랑릿지 초입으로 다가갑니다.
햇볕이 잘드는 사면길을 따라 진행하니
물이 제대로 든 단풍나무를 만나게 됩니다.
눈이 시릴 정도로 파란 하늘 아래 온통 울긋불긋하게 물이 든
금강골의 멋진 단풍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네요.
마당바위에서 올려다본 아리랑릿지(우)와 쓰리랑릿지.
기기묘묘한 촛대암봉과 협곡이 산꾼을 매료시키는군요.
마당바위는 아리랑릿지 등반의 출발점이지요.
하지만 장비없이는 불가능한 곳이라
우회로를 이용해 오르려면 좀더 진행하면 나오는
너덜지대까지 가야 합니다.
너덜지대 끄트머리의 숲이 아리랑릿지를 오르는 워킹산행의 초입입니다.
계속되는 등로를 따르면 글씨가 지워져버린
스텐판을 만나게 되는데 삼거리 갈림길이랍니다.
스텐판 뒤로 곧장 내려서게 되면
포사격장 방화선을 따라 내려가는 길이고
우측 방향은 금강폭포로 가는 길이지요.
오늘은 좌측으로 급히 꺾여 내려가는
등로를 이용하여 진행해 보기로 합니다.
짧은 대나무숲을 지나면 만나게 되는 공터로 예전 절터로 추정되는 곳입니다.
뚜렷하게 이어지던 등로는 중간중간 헷갈리는 곳이 있긴 했지만
궤적을 비교해가며 크게 벗어남 없이 진행을 하게 되고
폭이 좁은 계곡을 끼고 나있는 등로를 따라 절터에서 25분 가량 등로를 이으니
칡넝쿨이 무성한 과수원 상단부에 이르게 됩니다.
지나온 마루금을 한번 돌아보고
과수원 가장자리를 따라 수풀을 헤치며 빠져나오니
눈에 익은 과수원 철문으로 나오게 되는군요.
좌측의 등로는 포사격장 방화선을 지나
아리랑릿지로 향하는 등로입니다.
연수원 담장에는 올해도 어김없이
'파라칸사스'의 붉은 열매가 흐드러졌네요.
고속도로 공사현장의 중장비 소리가 들려오는 도로를 따라 내려가니
울산-함양간 고속도로 삼남터널 공사현장을 지나게 되고
드나드는 공사차량의 바퀴 세척을 하는 세륜기를 지나
금강골 입구의 이정표가 서있는 곳에 도착을 하면서 산행을 마무리합니다.
북쪽에서 들려오는 단풍소식에다 끝물에 이르는 억새의 향연까지 두 가지를 충족시켜 줄수 있는 곳을 고르던 중 영알의 금강골이 단풍으로 소문난 곳이라 산정 부근에 올라보면 곱게 물든 단풍과 미처 떠나지 못한 억새의 춤사위까지 볼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안고 찾은 신불산 금강골.
'열두쪽배기등'이라는 미답의 구간을 끼워넣어 만든 궤적을 따라 걸어보니 꾸준하게 이어지는 오름길의 연속이었지만 충분히 오를 수 있는 코스였고 날씨까지 화창한 전형적인 가을날씨인데다 태양과 바람의 방향에 따라 금빛, 은빛으로 흩날리는 억새의 모습이 먼길 마다않고 달려온 산꾼의 마음을 충족시켜주기에 충분했네요.
게다가 하산 루트 역시 궁금함이 내재된 미답의 길이었던 '꼬꼬랑재길'을 걸어보니 생각보다 뚜렷한 등로가 그동안 발길이 잦았음을 알수 있었고 잡목과 단풍나무가 붉고 노랗게 물들어가는 모습들을 보면서 짙어가는 가을의 낭만을 맘껏 느낀 시간들이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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