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달이 사는 집
늦가을의 정취를 만끽하며 낙엽 길따라 한바퀴... 건천 오봉산 본문
♤ 산행일자 : 2018. 11. 17 (토) 날씨 - 맑음. 미세먼지 나쁨
♤ 산행장소 : 경주시 건천읍, 서면 일원
♤ 산행인원 : 집사람과 함께...
♤ 산행코스 : 건천읍 송선리-성암사-선인대-부산성 고랭지채소밭-주사암-마당바위-오봉산-여근곡갈림길-천지못-성암사-송선리(원점회귀)
♤ 산행시간 및 거리 : 5시간 25분, 11.66km (식사 및 휴식 포함. GPS 기준)
◈ 산행기
주말 초등학교 친구들과의 모임에다 지인의 자녀 결혼식까지 바쁘게 주말을 보내다보니 지난 주는 산과의 데이트를 건너뛰게 되었네요.
다시 맞은 주말 보상이라도 받으려는 듯 자주 가는 뚜레쥬르 빵집을 찾아 샌드위치에 빵 몇 가지 담고 샐러드까지 구입한 후에 집사람과 함께 경주로 차를 몰아갑니다.
원래 계획은 영남알프스 끄트머리에 있는 염수봉을 찾아볼까 싶었는데 일요일인 내일 대구의 고교동기들과의 산행이 잡혀있어 가까운 곳으로 방향을 틀게 되었답니다.
오늘 가고자 하는 산행지는 실로 오랜만에 찾아가는 곳으로 9년 만에 같은 코스로 걸어보며 초입 부근에 있는 편백나무숲도 구경해 볼 요량으로 찾아가는 길입니다.
경주에 살 때는 혼자이든 둘이든 아니면 여럿이든 자주 찾아간 곳이었는데 시간이 이렇게나 흘러버렸는지 나이만큼 세월의 속도가 빨리 간다는 사실 새삼 느끼게 되는군요. 각설하고 오늘의 산행지는 경주 건천에 있는 오봉산입니다. 오봉산은 주사산, 닭벼슬산 이라고도 불리워지고 부산(富山.730m)과 오봉산(634m) 능선을 따라 이어진 부산성(富山城)있는 곳으로 오봉산 남쪽 옛 산성마을 입구에 있는 성암사를 기점으로 해서 복두암, 고랭지채소밭을 경유하여 오봉산으로 오르며 부산성의 흔적을 돌아보는 원점회귀가 가능한 코스입니다.
송선리로 들어서기 전 마을 입구를 지나 좀더 청도방향으로 진행하면 고속전철 다리 밑 도로 우측으로 '편백나무 숲'을 알리는 이정표가 보이는데 안내하는 대로 차를 몰아가니 작지만 서너 대 가량 주차할 수 있는 공터에 닿게 되고 주차를 해놓고 잠시나마 눈요기만 하고 갈 요량으로 편백나무 숲속으로 들어갑니다.
'오봉산 산행궤적'
그동안 소문으로만 들어왔던 건천 편백나무 숲을 찾았습니다.
작은 공터가 있는 곳에 차를 세워놓고
데크계단 입구의 설명문을 들여다보면서 계단을 올라섭니다.
정식 이름은 '편백숲 내음길'이라고 하는군요.
편백나무숲은 개인사유지라고 하는데
경주시가 데크와 야자매트로 산책길을 만들어
피톤치드를 만끽하며 걸을 수 있도록 조성해 놓은
작은 숲이지만 원시림 한가운데 서있는 느낌을 주네요.
수령이 얼마나 되는지 모르겠지만 나무들이 두껍지는 않았지만
시원스럽게 쭉쭉 뻗어있는 모습이 보기만 해도 시원스럽습니다.
중간중간 발걸음을 쉴 수 있는 정자가 만들어져 있어서
쉼터의 기능을 제공하고 있고 또 데크가 있어서
가족끼리 산책하며 오붓한 시간을 보내도 좋을만한 곳이네요.
데크가 있어 산책에 편리한 편백숲길.
울창한 편백나무숲을 쳐다만 보아도
마치 힐링이 되는 듯 한 느낌입니다.
쉬엄쉬엄 편하게 천천히 걷다보면 정신이 맑아지고
상쾌한 기분을 느낄 수 있어 저절로 힐링이 되는 기분입니다.
오늘은 산행이 주목적이기에 맛보기로 다녀가지만
다음 기회에는 힐링을 목적으로 다시 찾아와 봐야겠습니다.
편백나무숲을 짧은 시간 돌아보고 되돌아나와
건천읍내 방향으로 잠시 진행하면 길 좌측으로
'송선식당', '약사사'를 알리는 입간판이 보이는데
여기서 좌회전하여 마을길을 따라 들면
사진에서 처럼 작은 시멘트다리 앞에 서게 됩니다.
좀더 안쪽으로 진행해도 되지만 주차공간이 있을지 몰라
이곳에서 산행을 시작하기 위해 주변에 차를 세워놓고
마주보이는 한옥집을 바라보며 산행을 시작합니다.
한옥집 옆 도로를 따라 걷다가 좌측의 개울을 건너
큰 길을 따르면 약사사 갈림길을 지나게 되고
다시 산불감시초소를 지나 좀더 안쪽으로 들어서면
멀리 대웅전만 덩그러니 세워져 있는 성암사가 보입니다.
대웅전 좌측으로 복두암 오르는 들머리가 있습니다.
산행을 시작하기 전 들렀었던 편백나무숲으로 연결이 되는 갈림길입니다.
언제 한번 편백숲에서 시작하는 산행을 한번 꾸며봐야겠네요.
늦가을의 정취가 물씬 풍겨나는 산길은
줄기차게 가파름으로 이어지지만
천천히 한발한발 오르니 견딜만한 정도입니다.
무수히 쌓인 낙엽은 발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바스락거리는 속삭임으로 귀를 간질이고
코끝으로 느껴지는 마른 낙엽 내음을 맡으며 오랜 숲길을 오릅니다.
바위 꼭대기에 작은 소나무 한 그루가 생명을 이어가고 있었는데
고사(枯死)를 했는지 보이질 않네요.
산행을 시작한지 50분 가량 지나 만난 복두암갈림길.
스님들의 수행공간이라 막아놓았던 목책이 열려있어
의아하게 생각하면서 선인대를 찾아보기로 합니다.
허리길을 따라 약 4분 가량 진행하니 역시 복두암은 출입이 금지되어 있네요.
아마도 등산객들을 위해 선인대까지만 개방을 해 놓았나 봅니다.
근 10년 만에 다시 찾은 선인대(仙人臺).
변함없는 모습에 반가운 마음부터 앞서는군요.
너럭바위로 된 선인대 끝으로 나서면
발 아래로 건천 읍내가 시원스레 펼쳐지지만
미세먼지로 인해 조망이 깨끗하지 못해 약간 아쉬움이 드는군요.
오른편으로는 단석산의 장군봉이 건너보이고
송선저수지 끝머리가 살짝 보이는군요.
깨끗한 날씨였으면 벽도산에 경주남산까지 훤히 보이는 곳인데...
그때의 기억을 되살리며 사진 한 장씩 남겨봅니다.
선인대를 구경하고 다시 삼거리로 되돌아와
우회로를 따라 산행을 계속해 나갑니다.
낙엽이 덮고있는 사면길이 조금은 까칠하지만
조심스레 통과하니 등로는 부드러워지고
널찍한 임도를 만나면서부터 등로는 한없이 편해지기 시작합니다.
우측 방향은 복두암으로 가는 길로 역시 입구를 막아 놓았답니다.
고즈넉하게 이어지는 숲길이 마음을 편하게 하는군요.
가을의 서정이 듬뿍 담긴 운치있는 숲길을 걸으며
계절의 맛과 멋을 한껏 느껴봅니다.
능선길과 임도가 다시 합류가 되는 곳에 서게 되면
말라버린 억새가 가을 햇살아래 춤을 추고 있고
노랗게 단풍이 든 이파리들은 곱게 떨어져 등로를 폭닥하게 해주고 있네요.
예전 고랭지채소밭으로 들어선 것 같습니다.
멀리 오봉산 주사암이 시야에 들어오는군요.
산행이라기 보다는 소풍이라 할 만큼 부담없는 길이 이어지고
도중에 두 번의 넓은 임도길을 만나게 되는데
'노박덩굴'
왼쪽 오름길은 모두 낙동정맥 서문쪽으로 올라서는 길이라
두 곳 모두 산허리를 따르는 편안한 길로 진행하게 됩니다.
끝물이지만 아직도 고운 자태를 뽐내고 있는 '쑥부쟁이'
세 번째 임도 갈림길.
가장 주의해야 할 곳이지요.
우측 아래로 내려가는 길은 만교사를 지나
들머리인 성암사로 내려가는 길입니다.
오랜 시간 경작을 하지 않은 듯
묵정밭이 되어버린 고랭지채소밭으로 들어서니
주사암이 한층 또렷하게 다가오지만
아직도 가야할 길은 제법 남아있네요.
이미 오후 한 시가 훌쩍 넘은 시각이라 뱃속이 허전해 지는군요.
적당한 곳을 골라 자리를 펴고 준비해간 샌드위치와 샐러드로 요기를 하고
후식으로 과일과 커피까지 곁들이며 오찬을 즐긴 후 등로를 이으니
발걸음은 힘차게 진행이 되는 것 같습니다.
잘 생긴 소나무를 만나면서부터 등로는 숲으로 들어가게 되고
완만한 오름길이 이어지는 등로를 따라 막바지 산행은 계속됩니다.
오랜만에 찾은 탓인지 곧장 주사암으로 갈수 있는
지름길을 놓쳐버리고 주사암 주차장으로 진행이 되었네요.
맞은편 유학사에서 올라오는 차도와 합류가 되는
찻길을 따라 주사암으로 들어갑니다.
일주문 역할을 하고 있는 주사암 입구의 바위를 지나 경내로 들어서니
단아한 모습의 대웅전과 영산전, 범종각이
변함없는 모습으로 삼면의 바위속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영산전과 삼성각.
김유신장군이 병사들에게
술을 빚어 잔치를 벌였다는 이야기가 전해오는
오봉산의 자랑거리인 지맥석(持麥石). 일명 '마당바위'입니다.
마당바위인 지맥석(持麥石)에 서게 되면
발 아래 천길 낭떠러지 건너로 부산성 일대며
사룡산과 생식마을이 건너다 보이는
언제나 환상적인 조망이 두 눈을 즐겁게 해준답니다.
오래 전 인기리에 방영이 되었던
드라마 '동이'와 '선덕여왕'의 촬영지이기도 합니다.
마당바위에서 내려다 본 천촌리 일대와
미세먼지와 역광에 흐릿한 모습의 사룡산이 건너보입니다.
마당바위에서 바라본 주사암 방향.
맞은편 소나무가 서있는 곳이
이곳 마당바위의 모습을 가장 잘 담을 수 있는 포토존이지요.
북서쪽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잠시 들러 암봉 위에 올라
비록 미세먼지에 가려 깨끗한 조망은 볼수 없지만
발 아래 펼쳐지는 건천읍과 서면 일대의 시원스런 풍광을 잠시 감상하고
마당바위를 지나 암자 뒤편 능선길로 들어서면
기도빨 잘 받는다는 불공바위(장군바위)를 지나게 되고
약 5분 뒤 정상석과 산불초소가 있는 오봉산에 서게 됩니다.
오봉산 정상에서 바라본 주사바위.
실질적인 오봉산의 정상이랍니다.
산불감시초소 앞을 지나 동쪽 능선길을 따라 내려서면
코끼리바위 앞에서 등로는 우측으로 꺾이게 되고
잠시 후 '파평윤씨' 묘를 지나 주사암 차도로 내려서게 됩니다.
내려선 차도를 따라 5분 가량 나서면
도로는 왼편 아래 내리막으로 이어지고
가야할 등로는 직진 능선방면의 숲길로 이어집니다.
조망이 없는 산길이지만 부산성의 흔적을 따라 약 10분 가량 진행하면
부산성(富山城. 둘레:4,977m)
경주의 서쪽 주사산, 오봉산, 오로봉산, 닭벼슬산이라고도 불리는
부산(富山)의 정상을 중심으로 세 줄기의 골짜기를 자연석을 이용하여 쌓은
석축성으로 주사산성(朱砂山城)이라고도 부릅니다.
멋진 반송 한 그루가 지키고 있는
오봉산에서 가장 조망이 좋은 전망바위에 서게 됩니다.
하지만 오늘은 극심한 미세먼지 탓에
예의 시원한 조망은 기대하기가 좀 어렵겠다 싶네요.
뿌연 미세먼지 속에도 멀리 구미산-용림산 능선이 건너보이고
발 아래로는 여근곡을 비롯하여 신평리, 아화리 등
건천 일대의 너른 들판이 시원스럽습니다.
우측으로는 가야할 능선이 펼쳐지는군요.
전망대에서 3분 정도 급하게 내려서면
왼편으로 표지기가 많이 붙어 있는
유학사, 여근곡 갈림길을 만나게 되지만
곧장 직진하는 능선으로 발걸음을 잇기로 합니다.
천지못 입구의 안부.
등로는 좌측 오름으로 이어지는데
천지못 뒤로 등로가 있다고 해서 잠시 둘러보기로 합니다.
천지못.
자연적이 아닌 인공적으로 조성된 연못입니다.
새로운 등로를 찾아보려고 했지만
멧돼지의 사체가 앞을 가로막고 있어
하는 수없이 예전 등로를 따르기로 하고 되돌아 나옵니다.
칡덩굴이 마치 짐승들을 잡는 올무처럼 생겨 담아봅니다.
멧돼지 목간통을 만나면서 등로는 좌측으로 이어지고
부산성의 성벽을 내려서면 등로는 급전직하 쏟아지기 시작합니다.
줄기차게 이어지는 급내림길은
낙엽으로 뒤덮혀 있어 여간 조심스럽지가 않네요.
마치 스키장의 슬로프를 타듯 미끄러지며
돼지목간통에서 20분 가량 내려서니
무덤 하나를 지나고부터 잠시 유순해집니다.
등로 우측의 양지바른 곳에 자리하고 있는
무덤에서 올려다 본 복두암이 있는 571봉의 모습입니다.
역광이라 잘 보이지는 않지만 8부 능선 쯤에 복두암이 자리하고 있고,
그 우측으로는 송곳바위, 삼형제바위가 올려다 보입니다.
좌측으로는 경부고속국도 건천요금소와 건천읍내
그리고 단석산의 자락 중 하나인 장군봉 능선이 건너보이는군요.
다시 시작되는 급내림길을 따라 20분 가량 등로를 따르면
성암사 앞 계류가에 닿게되고 실질적인 산행은 마무리가 됩니다.
산불감시초소를 지나 오전에 걸었던 비포장도로를 따라 잠시 걸어가면
산행을 시작했던 작은 다리가 나오고
멀리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애마가
주변의 친구들과 쉬고 있는 모습이 들어오는군요.
다섯 개의 낙타등같은 봉우리가 있다 하여 오봉산이라 부르지만 여근곡(女根谷), 주사산(朱砂山)으로 더 알려진 건천의 오봉산.
경주에 살면서 자주 오르곤 했던 산이지만 포항으로 이사를 온 후로는 발걸음이 끊어진 그곳을 9년전 집사람과 신년 첫 산행으로 걸어보았던 코스 그대로 걸어보았네요.
복두암 오름길과 산성터 지나 성암사까지 내리막길이 다소 거친 길이지만 전체적으로 구릉성 지형을 가로지르는 길인데다 선덕여왕, 김유신 장군의 전설이 전해져 오는 역사의 흔적을 더듬어보며 편하게 걸어 볼 수 있는 코스여서 가족산행에 적합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시 걸어볼 기회가 온다면 오늘 산행하기 전 들렀었던 편백나무숲을 시작으로 한바퀴 휘익 돌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오랜만에 다시 걸어본 오봉산의 산행에 만족감을 느끼며 포항으로 차를 몰아갑니다.
'◈ 산행이야기 > ☆ 2018년도 산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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