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달이 사는 집
가을의 끝자락에 학의 날개를 타고 한바퀴 돌고 온 비학산 본문
♧ 산행일자 : 2018. 12. 01 (토) 날씨 - 흐림, 미세먼지 나쁨
♧ 산행장소 : 포항시 북구 신광면, 기북면 일원
♧ 산행인원 : 나홀로...
♧ 산행코스 : 기북면 탑정1리 입구-544.9봉(삼각점)-오천정씨묘-탑정지갈림길-주능선 합류-비학산(762m)-법광사갈림길-두륙봉(629.2m)-15번 구조지점(591m)-안정사(미현리)갈림길-익말봉(627봉)-탑정봉(492.8m)-탑정 1리(원점회귀)
♧ 산행시간 및 거리 : 5시간 46분, 12.02km (식사 및 휴식 포함. GPS 기준)
◈ 산행기
이틀 연속 쉬는 주말을 맞아 먼 곳으로 산행을 떠나볼까 생각하고 준비를 해 놓았는데 모임에 다녀온 집사람의 늦은 귀가에 덩달아 부족해진 수면시간에다 날씨마저 흐리고 미세먼지가 나쁨이라는 일기예보에 그만 근교산행으로 발길을 돌리게 되었네요.
그나마 다행인건 집안정리를 한다고 혼자 다녀오라는 집사람의 배려(?)에 지난 주 산행하면서 내심 생각하고 있던 산행코스를 걸을 수 있겠다 싶어 내심 쾌재를 부르며 집을 나섭니다.
지난 주 성법령에서 사관령을 거쳐 벼슬재로 향하는 낙동정맥길을 걸으며 건너편 비학산 능선이 시야에 들어와 문득 걸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그동안 걸어보았던 산길에 좀더 긴 코스로 꾸며 진행해보고파 궤적 하나 만들어 기북면 탑정리를 향해 차를 몰아갑니다.
지난 주 산행의 들,날머리였던 기북면 덕동마을로 가기 전 기북면 면소재지인 신기리를 지나 921번 지방도를 달려가면 도로변으로 조성해 놓은 돌탑이 눈길을 끄는데 잠시 후 '비학산자연휴양림'을 알리는 큼직한 간판이 서있는 탑정1리 버스정류장을 만나게 됩니다. 도로 주변에 작은 공간이 있어 차를 세워놓고 마을 안쪽으로 나있는 도로를 따라 진행하며 좌측 멀리로 보이는 산릉을 향해 힘찬 걸음을 내디뎌봅니다.
산행궤적
(확대)
탑정 2리 입간판을 따라 멀리 올려다보이는
산릉을 목표로 힘찬 발걸음을 시작합니다.
마을 안쪽으로 진행을 하면 정자쉼터를 만나게 되고
좌측 골목으로 진행을 하게 됩니다.
오늘 산행코스의 들머리인 중리마을 뒷산을 향해 도로를 따라가면
중리마을 초입의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들머리가 나타납니다.
숲으로 들기 전 되돌아 본 탑정 1리 전경.
여강 이씨 문중산 인듯 연이어 나타나는 산소로 향하는 길은 뚜렷하지만
마지막 산소 뒤쪽으로는 낙엽으로 덮혀 길 찾기가 수월하지 않네요.
일단 능선으로 올라붙는다는 생각으로
작은 눈 크게 뜨고 희미한 등로를 찾아가며 올라서니
산행시작 50분 가량 지나서야 지능선을 만나게 되는군요.
두텁게 깔려있는 낙엽을 헤치며 가파른 오름을 이어가면
6.25전쟁 당시 미처 수습되지 못한 호국용사들의 유해를 발굴하는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의 시그널이 눈길을 끄는군요.
계속되는 오름길에 아무렇게 자란 나뭇가지가 진행을 더디게 만듭니다.
게다가 장딴지까지 푹푹 빠지는 낙엽의 바다는
마치 물 먹은 스펀지를 밟는 느낌이네요.
노란 시그널 하나가 눈에 띄길래 바라보니 아는 분이네요.
표지기가 낡은 걸 보니 오래 전에 이곳을 내려갔던 모양입니다.
못 본지 오래되었는데 여전히 산행 열심히 잘 다니고 있겠지요.
산행을 시작한지 1시간 20분 걸려 도착한 삼각점이 있는 544.9봉.
헬기장이 있던 곳인데 지금은 흙으로 덮혀있어 흔적을 찾을 수가 없네요.
나뭇가지 사이로 간간이 성법리와 탑정리가 내려다 보이지만
카메라에 담을 조망은 아니어서 시종 걷는 데만 열중하던 차에
참나무 군락 사이에서 독야청청 하고 있는 큼직한 소나무가 눈길을 끕니다.
쉼없이 이어지는 빨래판 능선을 넘으니
따사로운 햇살아래 자리하고 있는 '오천정씨'묘를 지나게 되고
묵은 길이 되어버려 작은 나무들이 제멋대로 자라나
진행이 어려울 정도인 숲길을 15분 남짓 진행하니
탑정저수지에서 시남못을 지나 올라오는 등로와
만나게 되는 안부에 닿게 됩니다.
예전에는 등로가 뚜렷했었는데
최근에는 발걸음이 뜸한지 산길이 희미해진 것 같습니다.
주능선까지 낙엽이불을 덮고 있는 가파른 오름길을 한발한발 올라서면
병풍산에서 이어져 온 비학지맥 주능선 상의 716봉에 서게 됩니다.
15분 가량 지나 만나게 되는 탑정 갈림길.
찬물내기 갈림길을 지나 야트막한 오름을 넘어서면
헬기장에 큼직한 빗돌이 서있는 비학산 정상에 서게 됩니다.
먼저 조망이 멋진 비학산의 주변 풍경부터 담아보기로 합니다.
미세먼지가 나쁨 상태지만 가야할 익말봉 너머로
경주, 포항지역 명산들인 운주산, 봉좌산
그리고 천장산, 도덕산, 자옥산이 실루엣으로 다가오는군요.
동쪽으로는 오산 너머로 고주산이 보이고
그 너머 멀리 월포해수욕장과 용산도 시야에 잡히는
막힘없는 조망을 자랑하는 시원스러운 정상에서의 풍경입니다.
비학산(762m) 정상.
정상에서 나무계단을 따라 내려와
학의 오른쪽 날개를 타고 두륙봉을 향하는 등로를 따르면
가파른 내림길에 무제등을 거쳐
법광사로 내려설 수 있는 갈림길을 만나게 됩니다.
가야할 등로는 곧장 나있는 바위 사이로 이어집니다.
이어 나타나는 또 하나의 갈림길.
계곡을 따라 내려서면 비학산 자연휴양림을 경유해 탑정지로 갈수 있는 길이지요.
연이어 나타나는 세 번째의 갈림길은
완만한 내림길로 이용되는 무제등 갈림길입니다.
이번에는 육산인 비학산에서 모처럼 만나게 되는 전망바위로써
주변을 돌아보는 조망이 탁월한 두릅바위를 만나게 됩니다.
두릅바위에서 바라다 본 비학산 정상부.
산행 출발지였던 탑정리와 탑정지가 내려다보이고
그 뒤로는 지난 주 발걸음을 했었던 낙동정맥길이 흐르고 있네요.
오른쪽 우뚝한 봉우리가 사관령입니다.
살짝 시선을 좌측으로 돌려보면
학의 오른쪽 날개 끄트머리인 익말봉이 멀리 보이는군요.
익말봉을 지나 우측으로 뻗어내린 능선이 오늘 산행의 하산루트입니다.
두릅바위에서 내려와 잠시 발걸음을 놀리면 만나게 되는 두륙봉(629.2m)
두륙봉 정상에서 몇 발짝 앞으로 나아가면
막힘없는 조망이 가슴을 시원하게 합니다.
넉넉한 신광, 흥해 들녘이 푸근하게 다가오고
신광의 용연저수지와 영일만도 시야에 잡히는군요.
비록 미세먼지로 인해 뿌연 조망이지만
빨래판 능선이 올망졸망하게 이어지는 비학지맥길은
언제나 푸근하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멋진 풍경을 앞에 두고 준비해간
떡과 과일 그리고 따끈한 아메리카노 커피와 함께
산상오찬을 즐긴 후에 익말봉을 향한 걸음을 다시 시작합니다.
곧바로 만나게 되는 삼거리 이정표.
이곳에서 탑정 방향으로 진행합니다.
활공장 방향은 비학지맥길입니다.
능선 분기점인 591봉.
119구조 15번이 있는 지점으로
좌측 내림길로 등로는 이어집니다.
오른쪽 내림길은 자연휴양림으로 가는 등로입니다.
쏟아지는 급내림길을 조심스레 내려오면
등로는 다시 완만해집니다.
기동저수지 너머로 너른 기계들녘이 보이고
어래산, 도덕산이 뿌연 미세먼지 속에서 시선을 끌고 있네요.
지나온 두륙봉과 비학지맥 능선.
가까이 다가온 565봉과 그 뒤쪽 가야할 익말봉.
기계면 미현리로 이어지는 565봉에서 뻗어내린 능선(우).
기회가 되면 한번 걸어봐야겠습니다.
미현리 안정사로 내려설 수 있는 갈림봉인 565봉.
가야할 익말봉은 우측입니다.
565봉에서 급내림을 내려서며 올려다 본
익말봉의 가풀막이 상당하네요.
'억'소리 날만 하지만 어차피 올라야 할 길이기에
전의를 북돋우며 미리부터 마음을 다잡아 봅니다.
안부 한가운데 자리하고 있어 눈길을 끌었던 커다란 고목은
세월이 흘렀음을 말해주듯 찢기고 부서져
자연으로 돌아가고 있는 중입니다.
익말봉을 오르는 오름길은 한 발 오르면 두 발 미끄러지는
그야말로 된비알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네요.
학의 날개의 끝이라는 뜻으로 이름 붙여진 익말봉(翼末峰).
폐헬기장이 있는 익말봉에서 가야할 등로는
진행해 온 방향에서 우측 아래로 나있고
맞은편 등로는 한각재로 이어지는 기동저수지 환종주 등로입니다.
익말봉에서 내려서는 내림길은
오를 때와 마찬가지로 쏟아진다는 말이 어울리는군요.
약 5분 가량 등로를 이으면 우측으로 시그널이 많이 달려 있는
평탄한 안부에 서게 되는데 그동안 하산루트로 이용되는 등로입니다.
하지만 오늘은 921번 지방도까지 진행하는 코스라
시그널 하나 달려있는 좌측 능선을 따라 진행해 나갑니다.
이후의 등로는 인적이 거의 없는 산길이라 그런지
제멋대로 웃자란 잔가지들이 진행을 어렵게 만드는군요.
하지만 미답의 등로에 한 줄기 빛이 있었으니...
바로 '옛길'님의 시그널이었네요.
역시 믿고 걸을 수 있는 산친구입니다.
뚜렷한 사면길에 자칫 따라가기 쉬운
율산리 복골마을로 내려서는 갈림길을 지나
능선을 고집하며 빨간 '옛길(향로)'님의 표지기를 따르면
'탑정봉'이라 쓰여진 코팅지가 달려있는 곳에 서게 되는데
산 이름만큼은 함부로 붙이지 말았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예를 들어 '옛길'님이 지은 '익말봉'같은 경우는
학의 날개 끄트머리라는 뜻이 있어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받아 인정을 받고 있지만
곳곳마다 마을 이름을 딴 봉우리로 도배를 해놓았으니
산행을 다닐 때마다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군요.
'해와달'의 산친구들인 '옛길', '아침꽃'님은
우측 아래로 하산길을 잡았나 봅니다.
하지만 도로까지 내려갈 요량으로 좌측길을 택하기로 합니다.
보기에는 폭닥한 솔가리에 소나무숲이라 걷기 좋을 것 같지만
나무 사이로 웃자란 자잘한 나무들이
진행을 방해하고 있어 애를 먹이는 코스입니다.
얼굴을 때리는 잔가지들을 헤집고 빠져나오니
마을이 내려다보이지만 내려설 등로가 보이질 않아
다시 우측으로 진행을 하니 길도 없는 숲속을
무작정 헤쳐나가야 하는 곤욕을 치루게 되는군요.
악전고투 끝에 숲속을 빠져나오니
그제서야 들머리였던 탑정1리가 가까이 다가오고
지난 주 산행 때의 날머리였던 덕동문화마을이
낙동정맥을 병풍삼아 두르고 있는 모습이 잡히는군요.
옹기종기 모여있는 탑정리 정동마을 건너로
용전지를 한바퀴 도는 침곡산 산행 때
하산길로 걸었던 635봉이 건너보이고
남쪽으로는 기북면 면소재지가 있는 용기리가 보이고
멀리 운주산도 시야에 들어옵니다.
탑정리로 들어선 발걸음은 작은 다리인 정자교를 건너
아침 나절 숲으로 들었던 중리마을 뒷산을 올려다보고
하산코스로 내려온 정동마을 산릉도 두루 돌아보고
다시 발걸음을 들여놓은 탑정1리.
아침에 만났던 정자 쉼터 갈림길을 지나 도로를 따라 진행하면
탑정 1리 버스정류장이 보이는 921번 지방도에 도착하게 되면서
학의 날개를 타고 걸어본 오늘의 산행은 끝을 맺게 됩니다.
그동안 비학산은 가까이 위치하고 있어 코스별로 많이 걸어본 곳인데다 정상과 두륙봉에서의 시원스러운 조망 이외에는 크게 볼게 없는 산이어서 최근 자주 찾지 못하고 있던 곳이었는데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갑자기 학의 날개를 타고 걸어보고픈 생각이 들어 새로운 코스로 꾸며 찾은 산행이었네요.
만들어간 궤적과 날머리의 희미한 등로가 매칭이 되지 않아 길 없는 곳을 헤집고 나오느라 조금 고생은 했지만 인적이 드문 산은 어디든 다 그러하니 새로운 등로를 걸어본 것에 위안을 삼고 떠나가는 가을의 끝자락에서 끝없이 펼쳐지는 낙엽길을 원없이 걷고 온 발걸음이었습니다.
'◈ 산행이야기 > ☆ 2018년도 산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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