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달이 사는 집
떠나가는 가을의 끝자락에 찾은 포항근교산(병풍산-성법령-사관령) 본문
♧ 산행일자 : 2018. 11. 24 (토) 날씨 - 흐림, 눈, 비
♧ 산행장소 : 포항시 죽장면, 기북면 일원
♧ 산행인원 : 나홀로...
♧ 산행코스 : 포항전통문화체험관-삼보암 입구-삼보암-756.5봉-병풍산(지맥분기봉)-성법령-내연,비학지맥 분기봉(709.1m봉)-사관령-벼슬재-포항전통문화체험관(원점회귀)
♧ 산행시간 및 거리 : 5시간 45분, 15.09km (식사 및 휴식 포함, GPS 기준)
◈ 산행기
지난 주 토, 일요일 연속산행을 마치고 새롭게 시작하는 한 주를 열심히 보내자며 출근해 하루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와 저녁식사를 하던 중 걸려온 한 통의 전화에 그만 들고있던 숟가락을 떨어트리고 말았네요. 까까머리 고등학교 시절 바로 옆자리에 앉아 짝꿍이라는 이름으로 지금껏 45년 가까이 우정을 이어오던 가장 소중한 친구가 그만 유명을 달리했다는 소식이었답니다. 오랜 세월 흉선암으로 고생하며 지내왔던 친구는 고향으로 내려와 요양을 하고 있었는데 불과 열흘 전에 통화를 했었는데다 이번 주말 집사람이랑 다시 찾아볼 계획이어서 갑작스러운 비보가 더 충격으로 다가온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다음 날 휴가를 내어 상경해 조문을 하고 느지막히 내려와 다음 날 업무에 복귀를 했지만 마음이 영 갈피를 잡기 힘들더군요.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기에 주어진 업무 무사히 마무리하고 다시 맞은 주말...
때마침 만삭으로 힘들어하는 딸내미한테 다니러 간 집사람이 집을 비운 틈을 타 허전한 마음도 달랠 겸 조금 긴 코스로 산길을 걸어보고픈 마음에 먹거리 몇 가지 챙겨넣고 집을 나서봅니다.
거리가 제법 멀지만 명산이 즐비한 거창 땅으로 갈 계획이었지만 눈이나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에 궂은 날씨에다 조망도 없는 산을 찾기 위해 먼 곳까지 가기에는 무리인 것 같아 근교산으로 방향을 바꿔봅니다. 오늘 같은 날은 어차피 조망은 기대하기 어려울테니 떠나가는 가을의 끝자락에서 계절이 주는 스산함에다 죽마고우를 떠나 보낸 아쉬움을 달래볼까 싶어 아무도 없는 산길을 오롯이 홀로 걸을 수 있는 곳을 찾아가기로 한겁니다.
스마트폰의 티맵에 '포항전통문화체험관'이라고 입력을 한 후 네비가 안내하는 대로 차를 몰아 기계면소재지를 지나 인비교차로에서 기북방향으로 방향을 틀어 921번 지방도를 따르면 기북면소재지인 용기리를 지나게 되고 잠시 더 진행하면 덕동문화마을로 유명한 오덕리의 입구인 덕동교 다리를 만나게 됩니다.
다리를 건너면 곧바로 포항전통문화체험관을 만나게 되는데 뒤쪽에 있는 주차장에 차를 세우니 오늘 행사가 있어 다른 곳에 주차를 해달라는 관계자의 말에 좀더 위쪽의 덕동민속전시관 앞 주차장으로 이동을 하니 그곳 또한 주차금지 팻말이 세워져 있네요. 무슨 행사를 크게 하는지 온통 금지 팻말밖에 없으니 조금은 당황스럽더군요.
하는 수없이 덕동교 가까이로 다시 이동을 하여 문화체험관 옆의 소나무 숲으로 들어가 농로 옆에 차를 세워놓고 GPS를 가동하며 산행을 시작합니다.
산행궤적
포항전통문화체험관
덕동교를 건너 성법령으로 이어지는
921번 지방도를 따라 걷기 시작합니다.
덕동마을을 떠난지 15분 남짓 진행하니 성법리를 지나게 되고
다시 15분 가량을 발걸음을 이어가니
공사중인 도로가 어수선한 삼보암 입구에 다다르게 됩니다.
되돌아 본 성법리.
좁은 시멘트도로를 따라 10분여의 발품을 팔고나니
어느 여염집 주택처럼 아담한 삼보암을 만나게 됩니다.
삼보암 앞을 지나 도로를 내려서면
작은 다리를 지나자마자 좌측 산길로 들어서야 합니다.
계속되는 길을 따르면 성법소류지로 가게 됩니다.
여름철이면 칡덩쿨이나 가시덤불이 가로막고 있어
접근이 용이하지 않을 길이지만
초겨울로 접어드는 지금의 계절에는
도깨비바늘만 조심하면 그런대로 진행이 용이할 것 같습니다.
조망이라고는 없는 묵은 길을 따라 한발한발 내딛으면
등로는 점점 가팔라지기 시작합니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봄직한
국제신문 근교산행팀의 시그널을 등대삼아
미답의 숲길을 걷고 또 걸어갑니다.
오늘따라 섬뜩 추워진 날씨네요.
가을이 오는가 싶더니 어느 새 겨울로 접어드는 느낌입니다.
비나 눈이 온다는 일기예보에
산행 중에 눈이라도 와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삼보암을 떠난지 약 한 시간이 흘러 도착한 756.5봉.
아무 표식도 없는 그저 그런 봉우리라 간단히 흔적만 담고서
두텁게 깔린 낙엽의 바다속으로 빠져 들어갑니다.
초겨울 숲길 산행의 가장 큰 매력은
가을색을 털어낸 수목 사이로 깔린 낙엽을 밟는 것이 아닐까 싶네요.
이 길 위에 눈이라도 살짝 내려주면
그야말로 오감으로 계절의 변화를 실감할 수 있을텐데 말입니다.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삼거리에서 우측으로 방향을 틀어
내연지맥과 비학지맥으로 갈라지는 분기봉인
병풍산부터 찾아보기로 합니다.
맞은편 방향은 괘령산, 수목원을 지나
향로봉으로 이어지는 내연지맥이,
우측으로 길을 들면 비학산을 거쳐 도음산으로 연결되는
비학지맥길이 펼쳐지는 곳이지요.
산불감시초소로 되돌아가는 도중에
등로 우측으로 내려다보이는 죽장면 상옥리.
사람이 귀한 곳인지 산불감시원이 먼저 나와 반겨주는군요.
어디로 가는지 묻기도 하고 시야에 들어오는
주변 산들의 이름도 말해주는 등 산에 대한 열정이 있는 분이더군요.
성법령으로 내려서는 길에 찾은 전망바위.
성법리, 정각리, 오덕리 등의 마을들이 골짝을 따라 형성되어 있고
낙동길의 사관령과 침곡산, 운주산, 봉좌산도 한 눈에 들어오는
시원스런 풍경이 흐린 날씨이지만 뚜렷하게 들어옵니다.
죽장으로 이어지는 921번 지방도가
성법령을 향해 달음박질을 치고
그 위로는 낙동정맥길이 781봉을 지나
사관령, 침곡산을 향해 줄달음을 치고 있네요.
포항시의 북구 기북면 성법리에서
죽장면 상옥리로 넘어가는 고개인 성법령(省法嶺)입니다.
고갯마루에서 상옥 방향으로 20여 미터 진행하다
휀스 사이로 시그널이 달려있는 곳으로 올라서면
산모퉁이를 돌아 나있는 두툼한 낙엽길을 따라 등로는 이어지고
묵은 헬기장에 삼각점 하나 박혀있는
낙동정맥길인 709.1봉에 서게 됩니다.
내연지맥과, 비학지맥으로 분기되는 봉우리이기도 한
709.1봉 뒤로 가야할 781봉이 보이네요.
누구나 세상일이 힘들고 괴로운 날이면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을 때가 있으리라 생각이 듭니다.
아무 표식도 없는 무미건조한 781봉.
일상에서 쌓여진 스트레스를 산행을 통해 해소하곤 했던
평소의 습관처럼 사랑하는 벗을 먼저 떠나보낸 슬픔 또한
다 비워버려 오히려 담담한 초겨울의 산길을 걸으며
털어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
좌측 멀리 보이는 보현산과 면봉산에는
눈이 내리고 있는지 구름으로 가려져 있네요.
빛깔도 형체도 없이 뼈대만 남은 숲길 안에서
비울 것 다 비우고 버릴 것 다 버려서
화려할 것도 초라할 것도 없는 담담한 마음으로
걷는 초겨울 숲길에 떨어져 구르고 쌓인 마른 잎들이
발길에 채이고 부서지는 소리만 요란할 뿐...
무념무상의 마음으로 세찬 바람속을 뚫고 마냥 걸어갈 뿐입니다.
사관령(士官嶺)입니다.
사관령은 인근에 있는 고개 이름인데
(관령이라고도 하고 순 우리말로는 벼슬재)
어떻게 이 봉우리에 그 이름이 붙었는지 궁금하네요.
묵은 헬기장인 사관령에서 준비해간 빵과 커피로
요기를 하고서 남은 등로를 잇기로 합니다.
잔뜩 찌푸린 날씨가 금새 뭐라도 내릴 듯한 분위기지만
비가 오면 오는대로 눈이라도 내리면 더 좋을 것 같은 마음으로
두툼히 깔린 낙엽을 밟으며 쏟아지는 내림길로 들어섭니다.
화마가 휩쓸고 간 때문인지 어쨌는지 모르지만
벌채를 한 산릉이 보기에는 흉물스럽지만
시야는 뚜렷해 멀리 침곡산으로 이어지는
낙동정맥 마루금이 한 눈에 들어오는군요.
천문대와 기상레이더 관측소가
정상부를 지키고 있는 보현산과 면봉산.
구름으로 덮혀있는 모습을 보니 눈이 오고 있나 봅니다.
벌목지역에 들어서니 황폐한 산릉의 모습이 더더욱 황량해 보이는군요.
너나 할것 없이 산불조심해야겠다는 생각입니다.
세찬 바람과 함께 흩날리는 올해의 첫눈이 마음을 들뜨게 하는군요.
하지만 눈발이 약해 쌓이지도 않고 금새 그쳐버려 좀 아쉽습니다.
눈이 내릴 만큼 차가운 초겨울 날씨답게
얼굴에 부딪히는 바람이 기분좋을 만큼 차고 청량하네요.
레드카펫처럼 끝없이 펼쳐진 낙엽 길을 사붓이 걸으며
걷는 것이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유지하는데 있어
참 좋은 운동이라는 사실을 새삼 실감해 봅니다.
지도상의 592봉.
무수한 시그널이 달려있는 좌측방향으로 등로는 이어지고
가파르게 내려서는 내림길에 두터운 이불이 깔려있는
등로는 스키장의 슬로프를 연상케 합니다.
수많은 산꾼들의 손때 묻은 시그널이 매달려 있는
벼슬재(배실재)에 도착을 하게 됩니다.
계속되는 낙동정맥길은 우측 방향이고
덕동마을로 가려면 좌측입니다.
벼슬재가 낙동정맥의 중간 지점이라고 하네요.
북쪽으로는 백두대간을 만나는 피재까지 227km,
남쪽으로는 남해바다와 만나는 부산 몰운대까지 223km라 하는데
또다른 표지에는 다르게 나와있어 헷갈리는군요.
벼슬재에서 덕동마을로 내려선 등로에는
종주꾼들의 시그널은 사라지고
국제신문 근교산행팀의 표지기만 등로를 밝히고 있네요.
널찍하고 편안해진 등로를 따라 종종걸음으로 부지런히 내려오니
삼거리 임도를 만나게 되고 등로는 좌측으로 이어졌다가
잠시 후 오른쪽으로 크게 꺾여지며 덕동마을로 들어서게 됩니다.
숲을 빠져나와 만나게 되는 덕동마을의 모습입니다.
멀리서도 단번에 눈길을 끄는 전원주택을 지나 덕동마을로 들어섭니다.
경북민속자료 제80호인
오덕동 애은당 고택(吾德洞 愛隱堂 故宅).
북평사(北評事), 전주부윤(全州府尹)을 지낸 바 있고 임진왜란 당시 많은 공을 세운 농포(農圃) 정문부(鄭文孚) 선생이 식솔들의 피난처로 사용하다가 임진왜란 후 고향인 진주로 이사하면서 그의 손녀인 사의당(四宜堂) 이강(李薑)에게 재산 일체를 양여하였는데 1695년 3월 이강(李薑)의 7남매 자녀 분가시에 4남 이덕소(李德邵)의 분가로 관리해 오다가 현재의 소유주인 이동우(李東禹)의 5대조 이재급(李在伋)이 매입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안채는 정면 4칸반, 측면 3칸반이며, 사랑채는 정면 5칸, 측면 1칸의 목조와가이다.
수령 400년의 은행나무.
덕동마을 솔숲과 호산지당(護山池塘).
'2006년 한국의 아름다운 숲 전국 대상'을 수상한 '덕동마을 숲'입니다.
경북 유형문화재 제243호인 용계정(龍溪亭).
용계정과 덕동마을 숲
용계정(龍溪亭)은 1546년에 건립되어, 임진왜란때 북평사를 지낸 정문부가 별장으로 사용하던것으로 후손들이 대를 이어가면서 정자원림을 경영해 왔던 조선시대 대표적인 별서이다. 마을 수구막이 숲으로 조성된 덕동숲과 자연계류 등이 잘 어우러진 역사문화 경승지이다.
용계정 부속건물로는 정면 5칸, 측면 2칸의 맛배지붕인 포사(抱舍)가 있으며 수 백년 전 은행나무, 향나무, 백일홍 등이 용계정을 둘러싸고 있다.
이 마을은 조선 중기 여강이씨의 집성촌으로 덕이 있는 사람들이 사는 마을이라고 하여 '덕동(德洞)'이라 불리었다.
포항시 죽장면 오덕 1리에 위치하고 있는 포항전통문화체험관.
우리 후손들에게 잊혀져 가는 전통문화의 중요성과
인성교육을 통한 올바른 가치관을 배양하고
전통·전래문화의 즐거운 체험으로 문화감성과
정서의 함양을 도모하고자 설립된 문화의 산실입니다.
덕동문화마을
경북 포항시 북구 기북면 오덕1리에 위치하며 침곡산을 등지고 용계천을 바라보는 배산임수 요건을 두루 갖춘 명당자리에 자리잡고 있는 덕동마을은 예로부터 덕스러운 마을이라 하여 덕동(德洞)마을이라 불리고 있다.
덕동마을은 임진왜란 때 의병장이었고 길주목사를 역임한 농포(農圃) 정문부가 피난왔던 곳으로 전후 전주로 돌아가면서 자신의 재산을 손녀사위인 사의당 이강에게 물려주었는데, 조선의 대유학자인 회재(晦齋) 이언적의 동생 농재(聾齋) 이언괄의 4대손인 이강이 경주 양동마을에서 이곳으로 이주하면서 360여 년간 대를 이어 살아온 여강(驪江)이씨 집성촌이다.
동생 이언괄은 형인 회재 이언적이 관계에 나가면서 어머니 봉양을 위해 이곳에 눌러 앉아 자손 대대로 덕동마을을 문사의 마을로 만들었다
이 마을은 천혜의 자연조건과 독특한 문화를 높이 평가 받아 1992년 정부로부터 문화부지정 문화마을로, 2001년에는 환경친화마을로 지정받았다.
전통문화체험관이 자리하고 있는 곳은
지금은 역사속으로 사라져버린
덕동국민학교가 있었던 자리입니다.
초겨울 숲길 산행의 가장 큰 매력은 가을색을 털어낸 수목 사이로 깔린 낙엽을 밟는 것이 아닐까 싶네요. 더구나 이 길 위에 눈이라도 살짝 내려주면 그야말로 오감으로 계절의 변화를 실감할 수 있을텐데 하는 기대감을 안고 나선 산으로의 발걸음...
코끝으로는 청신한 숲내음이 발끝으로는 바스락거리는 낙엽 밟는 소리를 들으며 원없이 낙엽의 바다를 걷고 온 오늘의 산행이 아닌가 싶습니다.
일상에서 얻어지는 온갖 상념과 갑작스레 닥쳐오는 주변의 불상사들을 제때 해소하지 못하면 결국엔 마음의 병으로 남아 만수무강에 지장을 초래하는게 작금의 현실이니 이를 스스로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택한게 바로 산과 더불어 지내는 것이지요.
적어도 산행하는 시간만큼은 일상의 잡념이 끼어들 여지가 없으니 세상사 시름은 모두 던져버리고 오직 자연만을 벗 삼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보낼 수 있으니 자기 만족을 위해 좋아하는 일이라면 그 어떤 것이든 실행하기를 권해봅니다. 물론 그에 따른 전제조건은 건전한 것이어야 겠지만...
무사히 장례를 치르고 편안한 곳에 모셨다는 친구 아들의 전화를 받고 이제 피안의 세계에서 아프지 않고 잘 지내기를 간절히 기도하며 왔던 길 되돌아 집으로 돌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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