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달이 사는 집
아기자기한 산길에 산행의 묘미를 한껏 느끼며 걸어본 양산 염수봉 본문
♧ 산행일자 : 2018. 12. 09 (일) 날씨 - 맑음
♧ 산행장소 : 경남 양산시 원동면, 상북면 일원
♧ 산행인원 : 집사람과 둘이서...
♧ 산행코스 : 원동면 풍호마을-고은하우스-염수3봉-염수2봉-염수봉-시살재-시라골계곡-천도교수양원-풍호마을(원점회귀)
♧ 산행시간 및 거리 : 4시간 15분, 7.13km (식사 및 휴식 포함, GPS 기준)
▣ 산행지 소개 - 염수봉(鹽水峰.816m)
경상남도 양산시 상북면 내석리와 원동면 대리 사이에 있는 산으로 과거에 산불이 자주 발생해 마을 주민들이 소금단지 2개를 정상에 묻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하나 확실하지는 않다. 또한, 옛날에 천지개벽을 할 때 바닷물이 여기까지 올라왔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도 한다.
영축산으로 이어지는 영남알프스 줄기는 시살등·오룡산을 거쳐 토곡산에서 마무리되는데, 염수봉이 그 중간에 자리해 있다. 지나가는 봉우리에 있는 전형적인 육산인 염수봉은 산세가 뛰어나다거나 비경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깨끗하고 호젓한 산길이 있는 산이다.
봄철에는 여러 종류의 나물이 많아 내석리의 마을 사람들이 나물 채취를 위해 자주 찾는 곳이다. 교통은 지방도 69호선 대리 고점에서 동쪽으로 오르거나 상북면 소재지에서 서쪽 내석리 종점에서 구불사 방향이나 구불사 아래로 오르는 길을 이용하면 된다. 이외에도 여러 군데의 등산로가 있다. (참조 : 네이버 지식백과)
◈ 산행기
해마다 연말연시가 다가오면 송년, 신년모임을 알리는 초대장이 날아드는데 올해도 어김없이 고교친구들의 송년모임에 참석해 달라는 소식에 집사람과 함께 늦게까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오니 자정이 다 됐네요. 풍랑경보가 발효되어 출항이 안되는 덕택에 오전근무를 해야하는 휴일날 근무가 사라져버려 산행을 갈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으니 당연히 배낭을 꾸려 집사람과 길을 나서봅니다.
전라도와 충청도 지방에 눈이 온다는 소식을 접하고 나니 설산으로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먼길 다녀오기엔 조금은 늦은 시각이라 아쉬운 마음 애써 달래며 동해고속도로를 달려 울산방향으로 차를 몰아갑니다.
오늘 오르게 될 산행지는 영남알프스의 끄트머리에 위치하고 있는 양산의 염수봉입니다.
영축산에서 출발해서 금오산, 만어산으로 이어지는 영축지맥길의 중간 쯤에 위치하고 있는 염수봉은 이름은 익히 들어 알고있는 곳이었지만 차일피일 미루어지다 보니 아직 한번도 찾아보지 않은 산행지인데 5시간 내외의 산행지로 적당할 것 같아 찾아가는 길이랍니다.
언양읍내를 거쳐 석남사와 배내고개를 지나 팬션들이 즐비한 배내골 단장천을 따라 차를 몰아가면 향로산의 또다른 들머리이기도 한 선리마을을 지나게 되고 잠시 후 단장천을 가로질러 놓여있는 풍호대교(風乎臺橋)를 만나게 됩니다. 다리를 건너 좌측에 있는 '풀하우스펜션' 맞은편 가장자리의 작은 공간에 차를 세워놓고 밖으로 나오니 제법 쌀쌀한 기온에 저절로 몸을 움츠리게 되는군요. 다행히 바람은 불지 않아 강추위속 산행은 면할 수 있을 것 같아 산행준비를 마치고 마을 안쪽의 '풍호대펜션' 좌측 길을 따라 산행을 시작합니다.
'산행궤적'
(확대)
풍호대교를 건너면 곧바로 만나게 되는
풀하우스펜션 맞은편 공간에 주차를 해놓고
마주보이는 풍호대펜션 좌측길을 향하며 산행을 시작합니다.
골목을 들어서면 좌측으로 버킹검펜션을 만나게 되고
삼거리에서 우측의 오름길을 따라 고은하우스로 향합니다.
맞은편 도로는 하산길로 이용되는 길입니다.
오르막 맨끄트머리에 위치하고 있는 고은하우스.
펜션 안으로 들어가 마당을 가로질러 소나무를 지나면 들머리를 만나게 됩니다.
옛날 양산시 원동면 배내골 주민들이 영축산을 넘어
하북면 신평장과 상북면 석계장을 오가던 장터길 안내도입니다.
잘 정비된 등산로를 따라 호기롭게 내딛는 발걸음에는 힘이 넘쳐나지만
가파르게 솟구치는 된비알에 금새 거친 숨을 토해내기 시작합니다.
모처럼 따라 나선 집사람은 거북이 모드로 바뀐 탓에
가다서다를 반복하며 덩달아 속도는 느려져만 가네요.
염수봉까지 2.1km...
조금전 이정표에서 잠시 내려선 등로는 다시 오름을 시작하고
범상치 않은 노송들의 풍모를 음미하며 밝은 햇살을 뚫고 등로를 이어갑니다.
멋진 소나무 한 그루가 자리하고 있는
바위전망대에서 바라본 밀양댐 전경입니다.
밀양댐 우측으로 시선을 돌려보면 향로봉 너머 뾰족한 봉우리가
영남알프스를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향로산이고
그 우측으로 재약산, 천황산이 정수리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계속되는 오름길이지만 시선을 붙드는 멋진 소나무들이
줄을 잇고 있어 힘든 줄 모르고 산행을 계속할 수 있네요.
짧은 밧줄구간을 올라서면 막힘없는 조망터에 서게 되는데
한층 높아진 고도감에 밀양댐은 멀어져 있고
청도 한재미나리로 유명한 화악산이 시야에 들어옵니다.
정수리만 살짝 드러내던 재약산과 천황산도 제 모습을 드러내고
오룡산에서 영축산
그리고 신불산까지 한꺼번에 다 보이는군요.
며칠동안 미세먼지가 극성이더니
오늘은 깨끗한 조망을 즐길 수 있어
산행을 즐기기엔 더없이 좋은 오늘입니다.
가야할 염수2봉(우)과 염수봉
염수3봉(724m)
밀양댐.
배내골.
오룡산 방향.
바위전망대에서...
지나온 염수3봉.
염수2봉(805m)
염수2봉을 지나 잠시 후 만나게 되는
전망바위에서 건너다 본 에덴밸리 스키장.
석계리 건너편 남북으로 뻗어있는 정족산과 천성산.
천성산 우측 멀리 기장의 명산 달음산도 보이는군요.
정상부에 시설물이 눈에 띄는 염수봉과
그 너머 오룡산, 영축산으로 이어지는 영축지맥.
향로봉 너머 안 보이던 백마산도 보이고
우측 멀리 가지산, 중봉도 빼꼼이 고개를 쳐들고 있습니다.
이렇게 사방으로 조망이 멋지고 시원스러운데
당연히 인증샷 하나쯤 남겨주는 센스는 있어야겠지요.
염수봉까지 이어지는 등로는
그야말로 양탄자를 깔아놓은 걷기좋은 숲길의 연속입니다.
통신시설이 있는 임도 삼거리.
건너편 산길을 따라 잠시 발걸음을 계속하면
아담한 정상석에 삼각점 하나가
정상부를 지키고 있는 '염수봉'에 서게 됩니다.
염수봉은 광활한 영남알프스의 영축산에서 서쪽능선을 따라
함박등, 체이등, 죽바우등, 시살등, 오룡산을 거치며
영축지맥을 이루는 한 봉우리로써 에덴밸리와
능걸산, 배태고개로 이어지는 갈림봉이기도 합니다.
염수봉 정상에서의 조망 역시 시원스럽기 그지 없네요.
높아진 고도에 좀더 뚜렷이 시야에 들어오는
산들을 바라보며 집사람에게 하나하나 설명해주고
바람이 잦아드는 양지바른 곳에 자리를 잡고
준비해간 먹거리로 요기를 하고 가기로 합니다.
식사를 마치고 영축지맥길을 따라 북쪽 방향으로 진행을 하면 임도를 만나게 되는군요.
잠시 임도를 따르다 시그널들이 나부끼는
숲속으로 다시 들어가 진행을 하게 됩니다.
'시살재'
구불구불한 임도 대신 지름길인 숲길을 따라 진행하니
임도와 합류가 되는 널찍한 안부가 나오는데
이곳이 원동면 대리, 선리 주민들과
상북면 석계, 내석 사람들이 '시살등'으로 부르는 고개인데,
신작로가 뚫리지 않았던 시절에 원동면, 상북면 주민들이
친지를 방문하거나 장에 가는 것은 물론
인륜지대사를 치를 때도 꼭 거쳐 가야 했던 고개라고 합니다.
풍호마을로 향하는 임도를 따라 10분 가량 진행하니
송전철탑이 바라보이는 임도가
우측으로 굽도는 지점에서 좌측 숲으로 들어갑니다.
시그널이 안내하는 등로를 따라 진행하면 계곡을 만나게 되고,
시살재에서 곧장 내려서는 장터길과 합류가 된 등로는
사라골 계곡을 따라 본격적인 하산모드로 접어듭니다.
따사로운 햇살아래 바스락거리는 낙엽을 밟으며
인적없는 산길을 부지런히 걷고 있지만
몇 년 전 집사람의 안전사고가 트라우마로 남은 때문인지
낙엽으로 덮혀있는 돌밭길은 언제나 조심스럽습니다.
낙엽속에 감추어진 복병들인 나무뿌리와 돌들이
자칫 미끄러질 위험요소를 내포하고 있어
조심하지 않으면 사고가 날수 있어 잠시도 긴장감을 늦출 수가 없네요.
장터길과 합류한지 십여 분 후 등로는 계곡을 건너 진행하게 되고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이 되어있는 계곡을 따라 막바지 걸음에 박차를 가하면
큼직한 바위가 눈길을 끄는 '선(善)바위'를 지나게 됩니다.
선바위의 유래
옛날 상북면 석계장으로 가는 길목에 이 바위가 서 있어서 짐을 짊어지고 가는 사람들에게 매우 방해가 되었다고 한다. 그런 탓에 ㄱ곳을 통행하여 지나가는 사람마다 그 바위를 몹시 미워했다. 그러던 어느 날 마을주민들이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석계장으로 가기 위해 그 길을 지나가는데 그 바위가 밤사이에 길 아래로 내려가 있었다고 한다. 이후 통행에 아무런 지장이 없엇다하여 선(善)바위라 하였다고 전한다.
시멘트길로 바뀐 등로를 내려오면 천도교 수도원을 지나게 되는데
닫혀있는 철문의 시건을 해제한 뒤 통과를 하면서
지나온 흔적을 담아보기도 합니다.
어느 팬션 마당에 설치해놓은 눈사람 모형이 눈길을 끄는군요.
고은하우스로 오르는 삼거리를 지나고 멋진 모습의 버킹검팬션을 지나면
애마가 세워져 있는 풀하우스팬션에 닿게 되면서 염수봉 산행은 끝을 맺게 됩니다.
영남알프스의 변방에 자리잡고 있어 뭇 산꾼들의 관심을 덜 받고 있는 곳이다보니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산행하는 내내 산객을 구경할 수 없었던 오로지 집사람과 둘이서만 걸었던 염수봉 산행...
초반의 된비알에 조망이 트이는 곳에서의 막힘없는 멋진 풍경 그리고 아기자기한 짧은 암릉길에 두툼한 낙엽으로 뒤덮힌 양탄자같은 푹신한 길까지...
단조롭지 않아 무료할 틈이 없는데다 몇 군데의 조망터에서 바라보는 시원스러운 풍광은 미세먼지 없는 깨끗한 날씨 덕분으로 두 눈이 호강을 누린 멋진 산행이었답니다.
아직 경남 양산, 삼랑진 방면의 산들을 두루 돌아보지 못한 곳이 많아 조금은 멀지만 기회 닿는대로 찾아보기로 하고 아직 햇살이 많이 남아있는 시간대라 이왕지사 먼곳까지 왔으니 조금 돌아가더라도 이제 얼마 남지 않은 딸내미 산후조리용으로 끓여줄 미역을 사러가기 위해 에덴밸리스키장이 있는 용선고개를 넘어 부산의 기장시장을 향해 신나게 차를 몰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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