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달이 사는 집
정겨운 벗들과 첫눈을 맞으며 걷고 온 경주 남산 본문
한달에 한 번씩 세 시간 이내의 짧은 산행을 다니며 우정을 돈독히 하고 있는 고등학교 동기들의 정기산행에 두달 연속으로 참여를 했었는데 송년산행을 경주 남산으로 오겠다며 안내를 해달라는 친구의 연락을 받고 토요일에 미리 영천 보현산으로 산행을 다녀온 뒤 친구들을 맞을 준비를 하고 일요일 아침부터 부산을 떨며 배낭을 꾸려 경주로 향합니다. 봉사활동이 잡혀있어 함께 하지 못하는 집사람을 두고 경주 동남산 산행의 베이스캠프인 통일전 주차장에 도착을 하니 약속시간보다 이른 시각인지라 차 안에 대기하고 있으니 산행을 온 대형버스 3대에서 쏟아져 나온 등산객들로 조용하던 주차장이 일순 소란스러워 지네요.
잠시 후 도착한 친구들과 배우자들을 반갑게 맞으며 쉼터 의자가 있는 곳으로 모이게 하고 집사람이 새벽부터 준비해준 팥죽으로 배를 든든히 하게 합니다. 아침을 못 먹고 오는 친구들이 있는 것 같아 준비했었는데 모두들 맛있다며 뱃속을 채우니 덩달아 기분이 좋으네요.
속을 채웠으니 모두 모여 기념사진 하나 남기자며 통일전 앞에서 셀카로 인증샷 하나 찍은 후 남산동 주차장으로 차를 몰아가 주차를 해놓고 칠불암방향으로 걸음을 옮기며 경주남산의 품속으로 들어갑니다.
통일전 앞 주차장에서 단체사진으로 기념촬영을 한 후에 남산동으로 이동을 합니다.
오늘은 가벼운 산행을 위주로 하는 친구들이라
무리하지 않도록 배려하며 추억에 남을만한
걸음이 되도록 짧은 산행으로 꾸며볼 생각입니다.
까까머리 고교시절 만나 지금껏 각자의 분야에서
치열한 삶을 살아온 우리들...
'베이비 부머' 세대의 대표주자라 불리우는 우리들입니다.
지나고 보니 참으로 격동적인 시대를 살아온 우리들인 것 같습니다.
70∼80명이 바글거리는 '콩나물 교실'에서
오전, 오후로 교실을 나눠 쓰는 '2부제 수업'도 경험하며
궁핍한 유년 시절 '보릿고개'를 경험한 마지막 세대이기도 하지요.
유신체제 속에서 학창 시절을 보내는 동안
국민교육헌장을 달달 외우며 국기 하강식이 거행되면
길을 걷다가도 멈춰서서 가슴에 손을 얹곤 했던 기억들...
또한 고등학교 입학시험의 마지막 세대이기도 하지요.
그리고 10.26으로 인한 유신정권 몰락과
12.12 사태로 5공화국 탄생의 정치 격변기를 경험했고,
휴전선 안에서 5·18 민주화 운동을 겪었습니다.
또한 우리 나이로 서른이 되던 1987년 6월에는
'넥타이 부대'로 도심에서 주먹을 불끈 쥐며
최루탄 가스를 마시기도 했지요.
그래도 조국 근대화의 기수답게 각자의 분야에서
열심히 일한 덕분에 오늘날 대한민국이 이만큼 발전하는데
작은 기여를 했다는 자부심만큼은 대단한 벗들입니다.
기대하지 않았던 경주남산에서의 첫눈...
하늘도 우리들의 송년산행을 축하해주는 듯 하네요.
바람골능선을 넘어 천년의 세월동안 엎드려 계시는
열암곡의 부처님을 알현하러 찾아왔습니다.
쉽게 찾아볼 수 없는 곳이라 다들 신기해하며
열암곡석불좌상 앞에서 단체사진으로 마무리를 한 뒤
다시 칠불암을 향해 오름짓을 시작합니다.
'5cm의 기적으로 불리는 열암곡 마애불입상.
점심식사를 하산 후에 먹기로 한 까닭에 시장해 할 것 같아 준비해간
울릉도 호박막걸리와 포항의 특산물인 과메기.
오늘도 역시 인기짱입니다.
세찬 눈보라속을 뚫고 조심스레 봉화대능선을 따라 진행하니
제법 쌓인 눈이 암릉과 어우러져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케 하는 멋진 풍경이 펼쳐집니다.
칠불암으로 내려서는 암릉길은 졸지에 미끄럼틀이 되어 버렸네요.
마치 동심으로 돌아간 듯 차례차례 줄지어
순서를 기다리며 엉덩이가 젖는 줄 모르고
미끄럼을 타는 친구들을 바라보니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는군요.
나이가 들어도 동심의 세계는 즐거운가 봅니다.
경주 남산 신선암 마애보살반가상 (보물 제199호)
내려다 본 칠불암 전경
하얀 설탕가루를 뿌려놓은 듯한 바람골 능선.
오랜만에 눈 덮힌 모습을 보니 새롭네요.
암릉길에 새롭게 조성된 목재계단을 내려와
칠불암(七佛庵)에 도착을 했습니다.
경주남산 칠불암 마애불상군(국보 제312호)
오후가 되면서 기온이 올라가 내린 눈이 녹기 시작하지만
여간해선 보기힘든 경주 남산에서의 눈 산행은 즐겁기만 하네요.
傳.염불사지에 당도하니 때마침 눈도 그치고
벗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낸
경주남산으로의 발걸음을 무사히 마무리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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