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달이 사는 집
비로봉의 칼바람이 그리워 다시 찾은 소백산 눈산행 본문
♧ 산행일자 : 2019. 02. 16 (토) 날씨 - 맑음
♧ 산행장소 : 충북 단양군 가곡면, 경북 영주시 순흥면, 봉화군 물야면 일원
♧ 산행인원 : 나홀로...
♧ 산행코스 : 초암사주차장-초암사-돼지바위-국망봉-어의곡갈림길-비로봉-밀목재(달밭재)-월전계곡-초암사주차장
♧ 산행시간 및 거리 : 6시간 38분, 13.32km (식사 및 휴식, 촬영 포함. GPS 기준)
◈ 산행기
봄이 멀지 않았다고 하지만 아직은 겨울의 끝자락이라 눈이 오길 기대하고 있지만 감감무소식... 이러다 제대로 된 설산을 밟지 못하고 봄을 맞이하겠다는 생각이 들던 차에 아침 출근길에 맞은 진눈개비에 옳커니~ 하며 미리 산행지를 정해놓고 맞은 주말...
비록 초입에는 다 녹아버렸겠지만 산정에는 아직 눈꽃이 남아있으리라는 기대를 안고 겨울철이면 하얀 눈을 머리에 이고 있다고 '소백'이라고 불리우는 그곳으로 달려갑니다.
겨울이면 소백산 칼바람을 맞고 싶어 일부러 찾아오는 이들도 있다는데 문득 나 또한 그러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먼길 마다않고 꾸려놓은 배낭을 차에 싣고 대구-포항, 상주-영천, 그리고 중앙고속도로를 갈아 타며 192.7km를 달려 도착한 초암사주차장.
몇 년 전 집사람과 함께 경북 북부지역을 여행하던 중 우연히 들렀던 곳이어서 낯설지 않은 곳인데다 초암사를 들머리로 하는 산행은 아직 해본 적이 없어서 코스로 잡아보았습니다. 부드러운 능선을 따라 전개되는 대설원의 부드러움과 장쾌함이 돋보이는 겨울산의 대명사인 소백산을 이번에는 초암사 코스를 들,날머리 삼아 국망봉과 비로봉을 거쳐 달밭골과 월전계곡을 가르는 밀목재를 경유해 원점회귀코스로 꾸며 그 유명한 칼바람을 맞으며 하얀 설원을 신나게 걸어볼 생각입니다.
도착한 초암사주차장에는 단체로 산행을 온 청주지역의 산악회원들로 왁자지끌 시장통을 방불케 하듯 큰소리로 떠드는 통에 조용히 산행을 즐기러 찾아온 개별 산객들에게 방해가 되지는 않을런지 신경이 쓰이는군요. 플래카드를 펼쳐놓고 기념사진을 찍은 후 산행을 시작하는 산악회원들을 먼저 떠나보내고 천천히 산행채비를 하고서 제법 한기가 도는 깊은 산중의 겨울속으로 들어가기 시작합니다.
산행궤적
(확대)
국립공원 소백산 초암탐방지원센터.
이곳에 주차를 하고 산행을 시작합니다.
아직 깊은 겨울잠에서 깨어나지 않은 죽계구곡(竹溪九曲).
소백산 초암사(草庵寺) 앞의 제1곡을 시작으로 삼괴정 근처의 제9곡에 이르기까지 약 2㎞에 걸쳐 흐르는 계곡을 죽계구곡(竹溪九曲)이라 한다. 죽계구곡은 소백산 국망봉과 비로봉 사이에서 발원하여 영주시 순흥면을 휘감아 돈 뒤 낙동강 상류로 흘러들어 가는 죽계천(竹溪川)의 상류 지역이다.
아홉 구비를 돌아 절경을 이루는 죽계구곡은 고려 충숙왕 때의 문신이자 문장가인 안축(安軸 1287~1348)이 지은 '죽계별곡'의 배경이 된 곳이고, 퇴계 이황도 그 비경에 취해 찬사를 보냈다 한다. (참조 : 네이버 지식백과)
초암사 일주문.
초암사 아래 개울 옆의 고목.
오랜 세월을 이렇게 버티고 있다는게 대단해 보입니다.
초암사 아래 계곡옆에 자라는 이 나무는
참 오래 되었는데 아직도 굳건하게 잘 버티고 있습니다.
의성 고운사의 말사인 초암사(草庵寺).
초암사 대적광전
초암사는 소백산 국망봉 남쪽 계곡 아래에
신라시대의 고승 의상대사가 세운 조계종 사찰로,
의상대사께서 부석사 터전을 보러다닐 때
초막을 짓고 수도하며 임시 기거하던 곳이라고 합니다.
초암사 큰 법당을 지나자마자 등산로 초입을 만나게 되는군요.
국망봉까지는 4.4km 되겠습니다.
쌀쌀한 기운이 온 몸을 감싸고 돌지만
햇볕이 드는 양지쪽이라 그런지 눈이 거의 녹았네요.
풍기IC로 들어서며 올려다 본 소백산 산정에는
하얗게 눈이 덮혀 있었는데 말입니다.
올라갈수록 눈은 더 많아지리라 생각하며
발걸음에 박차를 가해 봅니다.
초암사를 지난지 얼마되지 않아
국망봉과 비로사로 나뉘어지는 갈림길을 만나게 됩니다.
좌측길은 비로봉에서 달밭골을 거쳐
자락길을 따라 하산하게 될 코스입니다.
포항에서 출발할 때 눈발이 약간 날리는가 싶더니
이곳에는 그나마 눈이 조금은 내린 모양입니다.
주차장에서 시장통을 연상케 하듯 한바탕 시끌벅적하던
산악회의 후미조가 보이기 시작하고
서너 그룹으로 형성이 된 산악회를 추월해가며
고도를 높혀가니 쌓인 눈의 양은 점점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계절은 바야흐로 입춘이 지나고 우수가 코 앞으로 다가왔지만
소백산 자락 석륜암계곡에는 아직도 동토의 계절입니다.
국망봉까지 1.9km.
절반 넘게 왔네요.
멀찌감치 앞서가는 산악회의 선두가 시야에 들어오는군요.
계곡 전체가 거대한 얼음덩이가 되어 버린 석륜암계곡의 모습.
휴식을 취하고 있던 산악회원들과 반가운 인사를 나누고
건네주는 귤 하나 감사히 받아들고 가파른 계단을 올라서니
오늘 국망봉을 향한 등로에는 선답자가 없는 듯
발자국 하나 없는 순백의 설원이 펼쳐지고 있네요.
멀리 소백산까지 와서 선등자가 되는 영광을 누리게 되었네요.
가뿐 숨 몰아쉬며 등로를 오르니
제법 너른 터에 닿게 되는데 석륜암터가 아닌가 싶네요.
고개들어 산정을 바라보니 그곳엔 설국의 세상입니다.
벌써부터 마음이 흥분되기 시작하는군요.
봉바위 옆으로는 '낙동강발원지'라는 돌비석이 보여 지는데
알고 있기로는 낙동강 발원지는 태백의 황지라는 연못으로 알고 있는데
아마도 이곳은 소백산에서의 낙동강 발원지라는 말이 아닌가 싶네요.
봉바위라고 하는 봉두암.
제법 웅장하고 멋진 모습의 바위가 눈길을 끄는군요.
국망봉 아래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석륜암 절터 바로 뒷편에
하늘을 날려고 하는 높이 18m 크기의 기이한 바위가 있는데
이 바위가 마치 거대한 봉황의 형상을 하고 있다고 하여
봉바위라 불리워 오고 있다고 합니다.
옛날 신라시대 석륜암이 있을 때
이 봉바위 앞에서 주야기도를 하면
바라는 소원이 꼭 이뤄진다고 했답니다.
봉바위에서 100m만 올라가면 만나는 돼지바위.
소백산 초암사코스에서 가장 유명한 돼지바위입니다.
돼지와 많이 비슷하네요. 게다가 웃고있는 표정까지...
아무도 지나지 않은 눈길에 발도장 찍으며 걷는 기분이
얼마나 삼삼한지는 눈산행을 해본 사람만이 알겠지요.
돼지바위를 지나고부터는 제법 가파른 구간이 시작되는데
순백의 눈꽃세상이 펼쳐지고 있어
먼길 마다않고 달려온 산꾼을 매료시키기 시작합니다.
파란 하늘과 어우러진 상고대의 모습이 가히 환상적입니다.
예전 같으면 가파르게 솟구치는 된비알에
연신 가뿐 숨 몰아쉬며 힘들어 했을텐데
누가 맘 먹고 밀가루 한 포대 쏟아부은 것 같은
새하얀 풍경에 그저 탄복만 할 뿐입니다.
아무도 밟지 않은 순백의 눈길따라 걷고 있으니
들리는건 오로지 뽀드득거리는 내 발자국 소리뿐...
새벽부터 서둘러 먼길 다녀온 보람을 한껏 느끼고 있는 중입니다.
고도를 높혀갈수록 서리꽃은 더더욱 풍부해지고
환상적인 풍경은 쉼없이 이어집니다.
아름다운 풍경을 만나면 자리를 뜨지 못하고 그 풍경과 하나가 된다지만
아직은 가야할 길이 먼데다 주능선에서 기다리고 있을
칼바람을 만나기 위해 애써 발걸음을 옮겨갑니다.
그냥 보고있자니 달리 표현할 길이 없네요.
그저 묵묵히 카메라에 담기만 할뿐...
파란 하늘과 상고대...
겨울산행에서 가장 보고싶은 명장면이 아닌가 싶습니다.
주능선에 불어대는 세찬 바람소리에
배낭을 내려놓고 옷매무새를 단단히 합니다.
패딩에 아웃도어 자켓까지...
두터운 장갑으로 마무리하고 주능선에 올라섭니다.
고된 오르막길을 마무리하는 갈림길 삼거리.
오른쪽은 국망봉 코스, 왼쪽은 비로봉 코스.
일단 가까운 곳에 있는 국망봉부터 다녀오기로 합니다.
철쭉은 봄날에 소백산 평원을 붉게 물들이더니
겨울에는 또 눈꽃으로 치장을 했네요.
역시 매력이 넘치는 모습입니다.
국망봉으로 가는 길...
소백산 설경과 상고대의 협연입니다.
그리고 국망봉에서 상월봉으로의 대간길...
바다 속에서나 볼수 있는 신비로운 산호초가 소백산까지 올라왔네요.
숨막힐 듯 눈부신 상고대의 향연...
이래서 겨울 소백산이 좋은 것 같습니다.
봄이면 붉은 철쭉이, 가을이면 구절초 하얀 꽃으로
유혹하던 곳에서 오늘은 순백의 서리꽃이 눈물겹게 만듭니다.
소백산의 제2봉인 국망봉.
세찬 바람에 오래 머물지 못하고
간단히 사진에만 담고 발길을 되돌립니다.
이제 정상인 비로봉을 향해 진군을 시작합니다.
칼바람속에서도
겨울이면 무럭무럭 자라나는 눈꽃이 있는 곳...
시선의 방향을 조금만 달리해도 처음보는 풍경인 양 새로운...
그 특별한 매력에 빠져듭니다.
국망봉 바위전망대에서 바라본 소백산 주능선과 비로봉.
장쾌한 능선길에 거칠 것 없는 시선...
끝없이 치고 올라야 할 것만 같은
소백산의 압도하는 모습에 저절로 기가 눌리는 기분입니다.
초암사 갈림삼거리를 지나
눈 터널속으로 들어가니 온통 설국의 세상이네요.
앞뒤는 말할 것도 없고 좌,우 하늘까지 온통 눈꽃이 피었습니다.
어찌 이리 이쁘게도 화장을 해놓았는지요...
서리꽃을 가만히 올려다봅니다.
산호초 같기도 하고 사슴뿔 같기도 하고...
아무렴 어떨까... 눈이 즐거우면 그만이지요.^^*
춥고 배고프고 다리가 뻑뻑해도
하늘 한번 쳐다보면 또 새로운 힘이 솟아나는군요.
나무의 신경과 실핏줄이 다 드러난 듯한 모습...
세찬 바람에도 부러지지 않고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나무들...
참으로 대단하고 사랑스럽습니다.
하얀 설탕으로 버무려놓은 튀김이 지천입니다.
바람이 잦아드는 양지바른 곳에서
옹기종기 모여앉아 식사를 하고 있는 산객들을 지나
바람이 잠잠해 아늑한 곳을 찾아
준비해간 빵과 커피로 허기를 때웁니다.
사자바위.
지나온 국망봉 능선을 한번 돌아봐주고 오름짓을 잇노라면
세찬 바람이 휘몰아치기 시작하는 어의곡삼거리에 닿게 됩니다.
제법 세찬 바람이 주능선에 불어대지만
몸도 가누지 못할 정도의 소문난 칼바람은
아닌 것 같아 진행에는 큰 어려움이 없을 듯 하네요.
지나온 국망봉 방향 너머로 신선봉이 우뚝합니다.
언제 보아도 부드럽고 멋진 그림인
소백산 정상 비로봉의 풍경과
죽령방향의 주능선을 카메라에 담고
비로봉을 향한 걸음을 시작합니다.
썩어도 준치라는 말이 있듯이
그 유명한 칼바람은 아닐지라도
손끝이 아릴 정도의 차갑고 세찬 바람이 불어대고 있어
정상을 향한 발걸음은 그리 녹록치만은 않네요.
소백산 칼바람이 쓸고간 자리...
정상 직전에서 되돌아 본 주목군락지와 어의곡삼거리 방향
그리고 연화봉 방향의 주능선도 담아보며 소백산 정상에 올라섭니다.
세찬 바람이 불어대는 정상에서
그래도 사람들은 열심히 인증샷을 남기기에 바쁘네요.
대단한 열정이기도 하고
그만큼 소중한 추억으로 간직하고 싶은 마음이 아닌가 싶습니다.
제법 긴 시간을 기다려야 할것 같아
인증샷은 포기를 하고 주변을 둘러보기로 합니다.
비로봉에서 바라본 연화봉 방향.
저 멀리 연화1봉, 연화2봉...
시간만 된다면 내처 달려
죽령까지 가보고 싶게 만드는 멋진 풍경입니다.
다리안 방향에서 올라오는 산객들이
줄을 잇고 있는 모습이 들어오는군요.
짧은 공백이 있어 얼른 정상석만 담아봅니다.
혹시나 아쉬울까 싶어 보고 또 보고 찍고 또 찍고...
이런 맛에 칼바람에 맞서 겨울산행을 하는 것이겠지요.
바람을 피해 식사를 하고 있는 산객들이 진을 치고 있어
제대로 사진에 담을 수가 없어 조금 틀어졌네요.
하산코스로 잡은 비로사 방향으로
오른쪽 능선을 기준으로 우측이 달밭골,
좌측이 월전계곡으로 두 계곡을 가르는
달밭재를 넘어 초암사로 원점회귀할 예정입니다.
조금도 줄지 않는 산객들의 모습을 보면서
행여나 하며 가졌던 생각을 포기하고 하산길로 접어듭니다.
햇볕이 드는 남쪽방향의 비로암 코스에는 눈이 다 녹았네요.
양반바위 이정목.
원래의 정상등로는 달밭골 명품마을에서
자락길을 따라 초암사로 진행해야 되지만
발품을 조금이라도 줄여볼 요량으로
금줄을 넘어 지능선을 타고 내려가기로 합니다.
월전계곡과 달밭골을 가르는 밀목재(달밭재).
(↙ 초암사, 비로사 ↘)
산책로 수준의 편안한 산길이 이어지는
달밭재에서 초암사까지 이어지는 등로는
소백산의 열두자락길 중 제1코스로
가장 인기가 높은 곳이어서 많이들 찾는 곳이라 합니다.
석륜암계곡과 합쳐지는 달밭1 목교를 지나고
초암사가 1.5km 남았음을 알려주는 이정목이 있는 쉼터에서
지금껏 착용하고 있던 아이젠을 탈거하고
평탄하게 이어지는 자락길을 따라 부지런히 발품을 팔아갑니다.
비록 내린 눈이 다 녹아 볼품없는 자락길이지만
계곡마다에는 봄이 오기를 거부하듯 두터운 얼음으로 뒤덮혀 있네요.
밀목재를 떠난지 40분 가까이 쉼없이 진행하니
아침 나절 만났던 자락길갈림길에 다시 서게 됩니다.
새삼스럽게 무지 반갑네요.
이어 초암사 경내를 지나며 멀리서나마 합장 반배로
부처님께 오늘 산행의 무탈함을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예경을 드리고
적막감이 감도는 초암탐방지원센터가 있는 주차장에 도착하게 되면서
원점회귀로 걸어본 소백산 초암사코스를 마무리하게 됩니다.
그 어느 해보다 눈이 귀했던 올 겨울.
설경을 찾고파 먼길 마다않고 달려온 보람을 한껏 느꼈으니
귀로의 장거리 여정도 기쁜 마음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네요.
'◈ 산행이야기 > ☆ 2019년도 산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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