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달이 사는 집
세계문화유산인 '봉정사'를 품고 있는 안동 천등산을 찾아서... 본문
♧ 산행일자 : 2019. 05. 25 (토) 날씨 - 맑음
♧ 산행장소 : 안동시 서후면 일원
♧ 산행인원 : 집사람과 함께...
♧ 산행코스 : 봉정사 제1주차장 - 2코스 - 능선 합류 - 관음굴 - 수릿재 - 천등산 - 개목사 - 영산암 - 봉정사 - 봉정사 제1주차장(원점회귀)
♧ 산행시간 및 거리 : 3시간 15분, 5.77km (식사 및 휴식 그리고 사찰 탐방 포함...GPS 기준)
▣ 산행지 소개 - 천등산(天燈山)
경상북도 안동시 서후면(西後面) 태장2리에 있는 산으로 높이는 574m이다. 안동시의 진산(鎭山)인 학가산(鶴駕山:870m)과 마주보고 있는산으로, 안동시에서 서북쪽으로 16㎞ 떨어져 있다. 예전에는 대망산이라 불렀는데, 신라 문무왕 때 천상의 선녀가 바위굴에서 도를 닦고 있던 능인(能仁) 대사의 도력에감복하여 하늘에서 등불을 내려 굴 안을 환하게 밝혀주었다는 전설에 연유하여천등산으로 바뀌었다.
그다지 높지 않지만 숲이 울창하고 산세가 부드럽고 아름다우며 풍수지리상 명당이많은 곳으로도 알려져왔다. 정상에서는 서쪽으로 학가산, 북쪽으로 소백산 연봉, 남동쪽으로 낙동강이 보인다. 정상 아래에 의상(義湘)이 젊었을 때 수도한 천등굴이있었다고 하는데 폐쇄되었다. 정상에서 5분 정도 내려가면 길이 7∼8m, 천장 높이 3∼4m인 화강암 동굴이 있는데, 안에는 어린 동자를 거느리고 호랑이를 탄 산신상과 산삼을 든 산신상이 있다.
산행은 봉정사(鳳停寺) 주차장에서 시작하여 영산암을 거쳐 정상에 이른 후 능선길을 따라 개목사에 도착하는 코스가 주를 이루며, 시간도 3시간이면 충분하여 가족산행에알맞다. 학가산까지 연계하여 산행하기도 한다.
◈ 산행기
휴일 오전근무가 잡혀있어 어디로든 산행이라도 다녀와야겠다는 생각으로 산행지를 물색하고 있던 중 모처럼 콧바람도 쐬고 산행도 겸할 수 있는 곳으로 가자는 집사람의 조언에 고른 곳이 바로 우리나라 최고의 목조건축물이 있는 안동의 봉정사를 품고 있는 천등산입니다.
천등산은 아직 미답의 코스지만 산이 품고 있는 큰 절인 봉정사는 20년전 쯤 다녔던 직장에서 성지순례로 방문한 적이 있는 곳이지요. 워낙 오래되어 기억에 가물거리지만 극락전 앞에서 홀로 찍었던 사진을 보면서 지금은 어떤 모습으로 변모를 했을까 하는 기대를 가지며 간단히 행장을 꾸려 집을 나서봅니다.
아침은 가면서 해결하고 김밥 두줄 사서 가기로 하고 고속도로로 나가기 전 대이동에 있는 오래 전 몇번 갔었던 김밥집에 들러 간단하게 식사를 마치고 김밥 두줄까지 갈무리를 하고 대구-포항간 고속도로를 달려 나갑니다.
화산JC에서 상주-영천고속도로로 갈아타고 다시 군위JC에서 중앙고속도로로 노선변경을 한 애마는 서안동 톨게이트를 빠져나와 안동 시내방향으로 진행하다 봉정사를 알리는 안내판이 가리키는 대로 좌측 방향의 924번 지방도를 따라 진행해 나갑니다.
안내표지판과 입력해놓은 네비게이션이 안내하는대로 차를 몰아가니 봉정사 입구의 매표소 앞에 당도하게 되는데 처음 이곳을 찾았을 때의 기억은 온데간데 없고 그저 낯설기만 하네요.
매표소 좌측 위쪽에 있는 제1주차장을 찾아 주차를 하고 산행준비를 마친 뒤 발걸음을 옮기니 이곳을 찾은 등산객들 중 거의 대부분 2,000원의 사찰 입장료를 아끼려는 때문인지 봉정사매표소 방향이 아닌 이정표가 가리키는 1,2코스 방향으로 산행을 시작하기에 우리도 같은 코스로 따라가기로 합니다.
봉정사를 오는 도중 가로수로 심겨져 있는 산딸나무에 하얀 꽃이 만개해 있어 너무나 보기 좋았는데 주차장 주변에도 화려한 모습으로 꽃을 피우고 있어 잠시 카메라에 담고서 천등산 산행을 시작합니다.
'산행궤적'
봉정사 제1주차장에서 천등산 산행은 시작됩니다.
주차장 주변으로 피어난 산딸나무꽃.
보기 힘든 수종인데다 오랜만에 보는 꽃이라 카메라에 담아봅니다.
주차장에서 시멘트도로를 따라 잠시 올라가면
2주차장을 지나고 이어 3주차장에 닿게 되는데
오늘 산행의 들머리가 되겠습니다.
입구에 서있는 산행안내도를 보면서 걷게 될 코스를 그려봅니다.
대부분 2코스를 택하기에 그대로 따르기로 합니다.
도를 따라 잠시 진행하다 야트막한 언덕을 오르내리니
1,2코스 분기점을 만나게 되는군요.
2코스를 택했기에 당연히 우측 길로 진행합니다.
울창한 소나무 숲길을 따라 잠시 들어서면
친절하게 요소마다 이정목이 서있어
길 잃을 염려는 붙들어 매도 될 것 같습니다.
'국수나무'
등락이 거의 없는 편안한 숲길을 따라 쉬엄쉬엄 30분 가량 걸으니
이정목이 서있는 능선에 올라서게 되는군요.
간간이 불어주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5븐 가량 등로를 이으니
등로 우측으로 관음굴이 있음을 알려주는 이정표에 서게 되는데
10m 밖에 떨어지지 않았다는 안내에 가파른 내림길로 잠시 들어섭니다.
작은 불상이 굴 안에 모셔져 있는 관음굴.
사람이 들어가기엔 다소 좁은 것 같네요.
계속되는 등로를 따라 발놀림을 이어가면 만나게 되는 '수릿재'입니다.
우측 아래의 방향은 봉정사로 향하는 길이라 좌측 오름길로 등로를 이어갑니다.
시종 우거진 숲으로 가려져 있어 조망이라곤 없는 곳이지만
언뜻언뜻 숲 사이로 비치는 안동의 진산인 학가산의 모습을 볼 수가 있습니다.
그러고보니 학가산을 찾았던 지난 해도 오월이었네요.
비가 와서 막힘없는 조망을 자랑하는 정상에서의 시원스러움은
맛보지 못했었는데 멀리서나마 정상부를 볼수 있어 다행이네요.
이번에는 등로 우측으로 나무 사이로 보이는 천등산의 모습도 담아봅니다.
경사도 그리 많지 않고 대부분 평지라 걷기가 아주 좋네요.
수릿재에서 30분 남짓 걸려 도착한 천등산 직전 안부 갈림길...
까만 오석으로 된 정상석과 삼각점이 있는 천등산입니다.
천등산 정상석 부근의 그늘을 찾아 김밥과
시원하게 얼려온 수박을 내어놓고 점심시간을 가진 후
이정표가 가리키는 개목사 방향의 하산길로 들어섭니다.
'개옻나무'
짦은 가파름을 극복하고 나니 이후는 걷기좋은 평지성 등로가 이어지는데
'쇠물푸레나무'
사실 걷는 내내 조망이라곤 거의 없는데다
너무나 평범한 등로라 오히려 찾는 이가 별로 없는 듯하네요.
봉정사가 아니라면 굳이 천등산 산행을 위해
안동까지 찾아오기는 쉽지 않을 듯 합니다.
'지느러미엉겅퀴'
'컴프리'
고즈넉한 산사의 모습이 물씬 풍기는 개목사에 도착을 했네요.
'백당나무(불두화)'
개목사(開目寺) 산신각.
개목사 창건 당시의 이름은 천등사였다고 하는군요. 그러나 조선 초기 문호이자 명재상이었던 맹사성이 안동의 지세를 둘러보고 안동 땅에 소경이 많이 나는 까닭은 천등산의 기운 때문이라 하여 산이름을 '개월산'이라 고쳤고 천등사의 이름을 '개목사(開目寺)'라 고쳐 부르게 하였다는데 과연 그 후로는 안동 땅에 소경이 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 후로부터 천등사는 개목사로 되었던 것이지요.
개목사를 둘러싸고 있는 돌담이 인상적입니다.
개목사 원통전(開目寺 圓通殿 : 보물 제242호).
경상북도 안동시 개목사의 관세음보살을 모신 전각. 1969년에 해체ㆍ수리를 하면서 발견된 기록에 따르면 조선 세조 3년(1457)에 지은 것으로 추정된다. 뼈대가 보이는 연등 천장을 하고 있고, 법당 안을 온돌방으로 만들어 놓아 조선 전기 건축으로는 보기 드문 특징을 보인다.
봉정사의 명성에 가려서인지 이젠 퇴락해 보이지만
세월의 연륜이 아름다운 사찰인 개목사를 빠져나와
이정표가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봉정사로 향합니다.
천등산 정상 직전의 널찍한 안부에서 이어져오는 등로와 만나는 삼거리를 지나고
개목사를 떠난지 10분 후에 만나게 되는 갈림길입니다.
정상 등로는 직진이지만 영산암으로 곧장 내려설 생각이라 우측길로 접어듭니다.
약 5분 후 절집이라고 하기엔 뭔가 낯선 느낌이 드는
영산암(靈山庵) 앞에 서게 됩니다.
영산암(靈山庵)은 말 그대로 영산회상의 법회가 이루어지던
영취산의 줄인 말인 영산(靈山)에서 따온 것인데
석가모니께서 법화경을 설하였다고 전하는 곳이지요.
머리 꼿꼿이 각을 세우고 세우고 폼 잡고 들어가다가는
머리에 혹이 나고 눈 앞에 별들의 잔치가 벌어질 수도 있으니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영산암은 겉으로 보기에도 절집이라는 느낌보다는
어느 양반 집 같은 느낌이 드는데
아주 멋진 정원을 보는 듯한 내부가 정말 맘에 듭니다.
봉정사 영산암은 ㅁ자 형태의 구조로 배치되어 있으며
전면에 누각인 우화루(雨花樓)를 두어
그 아래를 통해 암자로 진입을 할수 있게 해 놓았네요.
영산암 안에는 주 불전으로 응진전이 자리하고
그 밖에 송암당, 삼성각, 우화루, 관심당 등 5개의 당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예전에 영화 '달마야 놀자'와 '동승'을 찍었던 곳으로도 유명하다고 하는군요.
'찔레꽃'
영산암 우화루 좌측으로 가면
봉정사로 내려서는 돌계단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그냥 큰 길을 따라 내려가는 우(愚)를 범하게 됩니다.
자고로 머리가 나쁘면 손발이 고생하는 법...
누구를 탓하겠습니까...
일주문이 멀지 않은 경내 도로와 합류가 되고
예전과 달리 엄청나게 변모한 봉정사의 모습을 보면서
새삼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는 중입니다.
아마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이 된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180년 수령인 멋드러진 소나무의 모습을 보고 만세루를 향해 돌계단을 올라서니
천등산 봉정사(天燈山 鳳停寺)
안동 천등산 봉정사는 신라 문무왕 12년(672) 의상대사의 제자인 능인스님께서 창건한 사찰로써 천등산은 원래 대망산이라 불렀는데 능인대사가 젊었을 때 대망산 바위굴에서 도를 닦던 중 스님의 도력에 감복한 천상의 선녀가 하늘에서 등불을 내려 굴안을 훤하게 밝혀 주었으므로 천등산(天燈山)이라 하였고, 그 굴을 천등굴이라 하였으며 그뒤 더욱 수행하던 능인스님이 도력으로 종이 봉황을 접어 날리니 이곳에서 머물렀다 하여 봉황 황(鳳), 머물 정(停)자를 따서 봉정사(鳳停寺)라 명명하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봉정사는 안동에서 제일 큰 고찰이라고 하네요.
만세루(萬歲樓) - 경상북도 유형문화제 제 325호.
경내로 들어서는 정문 누각 만세루(萬歲樓)가 하늘을 이고 반겨 맞아주는군요.
입구 상단에 '천등산봉정사( 天燈山鳳停寺)'란 현판이 붙어 있습니다.
정성을 다해 가지런히 쌓았으면서도
천연의 멋을 다치지 않은 돌계단을 밟고 만세루를 향하면
누마루 아래로 난 돌계단으로 고개를 숙이고서야 들어갈 수 있으니
머리를 숙이고 마음을 낮추라는 깊은 의미가 있으리라 생각이 드는군요.
국내 가장 오래된 목조건축물들이 많이 남아있는 봉정사답게
경내의 풍경은 오랜 세월의 느낌이 중후하게 다가오는군요.
승방과 요사채로 쓰이는 무량해회(無量海會)와
보물 제448호로 지정되어 있는 화엄강당(華嚴講堂)을 좌우에 두고
고색창연한 느낌이 좋은 대웅전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첫 눈에 들어오는 느낌은 순박하면서도 강인하고...
그 속에 간직된 세월의 무게가 느껴져 좋았네요.
봉정사 대웅전.
봉정사 대웅전은 국보 제311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자연석의 막돌기단 위에 세워졌는데
전면에 툇마루를 설치한 것이 특이합니다.
만세루 누각 아래에서 바라보며
다시 합장삼배를 올리고 봉정사 경내를 빠져 나옵니다.
다시 보아도 고색창연한 느낌이 좋은 봉정사입니다.
대웅전의 내부에는 석가모니불을 중심으로
좌우에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을 협시보살로 모셔놓았네요.
봉정사 극락전(極樂殿).
국보 제15호로 지정되어 있는 봉정사 극락전은
고려 중기인 12~13세기에 세워진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입니다.
근 이십년 만에 다시 보는 극락전(極樂殿)의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지만 감회가 새롭네요.
극락전 앞쪽에는 고려 중엽때 제작된 것으로 알려진
삼층석탑이 자리를 잡고 있는데
돌이끼 가득한 세월의 깊이가 느껴지는군요.
건립 연대는 고려 중기로 추정되며
경상북도유형문화재 제182호로 지정되어 있답니다.
그리고 또 하나...
미처 카메라에 담지 못해 아쉬움이 남는
문화재가 있는데 바로 극락전 좌측에 있는
고금당(古金堂 : 보물 제 449호) 입니다.
봉정사 범종각(梵鐘閣).
불교에서는 하늘을 28개로 구분하는데
이를 상징하여 하루 세차례, 한 차례마다 28번씩 종을 친답니다.
단층이면 종각(鐘閣), 2층이면 종루(鐘樓)라 합니다.
봉정사의 전각들은 우리나라 고건축물의 박물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네요.
극락전은 국보 제15호, 대웅전은 국보 제311호, 화엄강당은 보물 제448호, 고금당은 보물 제449호, 무량해회와 만세루는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제325호, 삼층석탑은 경상북도 유형문화재 제182호로 지정되어 있어 고건축의 보고(寶庫)가 아닌가 싶습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동판.
천등산 봉정사, 태백산 부석사, 속리산 법주사, 태화산 마곡사,
영축산 통도사, 조계산 선암사, 두륜산 대흥사 7개 사찰이
'산사(山寺), 한국의 산지승원(山地僧院)'으로
2018년 6월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었답니다.
고색창연한 천등산 봉정사의 일주문.
봉정사에서 일주문에 이르는 길은 빼곡이 들어찬 숲이 울창하여
보기만 해도 마음이 시원스러워 지는군요.
뙤약볕을 피할 수 있는 숲그늘이 좋아 오르내리기가 좋습니다.
차단기가 드리워진 매표소 앞에 도착하면서 산행은 마무리가 되고
따가운 햇살아래 졸고 있는 애마를 깨워 귀로의 먼길로 나서게 됩니다.
봉정사의 오랜 전각들을 돌아보고 경내를 빠져나와 그늘 숲이 짙게 드리워진 숲길을 따라 내려가면 고색창연한 일주문을 지나게 되고 합장 반배로 부처님께 예경을 올리고 돌아서는 발걸음은 먼길 마다않고 찾아온 보람을 느낀 발품이었다고 자부해 봅니다.
고즈넉하고 고색창연한 봉정사를 둘러보며 우리 선조들의 기술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다시 한번 느껴보게 되었고 우리의 옛것을 더욱 소중히 여겨야겠다는 작은 다짐을 해보며 '온고지신(溫故知新)'의 뜻을 다시금 새겨보는 귀한 시간이 된 것 같네요.
봉정사를 품고있는 천등산 산행은 난이도가 높지 않은 곳이어서 다소 싱거운 맛도 없지 않았지만 이십년 만에 다시 찾은 봉정사는 정연한 건물배치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단정하고 고풍스러운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산사의 모습을 볼 수 있었으니 그것만으로도 먼 길 마다않고 달려온 보람을 충분히 찾은 것 같아 두 시간 가량 소요되는 귀로의 피로감도 잊은 채 부지런히 가속페달을 밟아갑니다.
'◈ 산행이야기 > ☆ 2019년도 산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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