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달이 사는 집
싱그러운 유월의 숲길따라 신나게 걸어본 천령산 우척봉-청하골 본문
♣ 산행일자 : 2019. 06. 01 (토) 날씨 - 맑음
♣ 산행장소 : 포항시 청하면 내연산군립공원
♣ 산행인원 : 집사람과 둘이서...
♣ 산행코스 : 보경사주차장 보경교-음지밭등갈림길-천령산 우척봉-시명리갈림길-시명리-실폭포-복호1,2폭포-은폭-연산폭포-상생폭포-보경사-보경교(원점회귀)
♣ 산행시간 및 거리 : 5시간 54분, 13.87km (식사 및 휴식 포함. GPS기준)
◈ 산행기
매월 첫째 주 일요일이면 으례히 떠나는 정기산행이지만 동료의 대직 요청으로 가고팠던 섬산행을 포기하게 되어 아쉬움이 크지만 계속 마음에 담아 둘 수는 없는 일이기에 산을 찾아 아쉬움을 달래보고자 집사람에게 산행준비를 하게 하고 행선지를 골라봅니다.
경남 양산의 금오산을 가고픈 마음이 들어 산행준비를 마치고 집을 나서 주변의 김밥집을 찾으니 죄다 문을 닫아놓아 이곳저곳을 찾아 헤메다보니 시간은 자꾸만 흘러가버려 두 시간 가까이 달려가야 하는 밀양 땅으로의 행선지는 자연스레 포기를 하게 되고 가까운 근교의 산으로 눈을 돌리게 됩니다.
형산강 건너의 연일읍내를 찾아 아침 식사와 함께 김밥 두줄 사서 갈무리를 하고 영일만대로를 달려 보경사를 향해 차를 몰아갑니다.
그러고 보니 올들어 내연산을 한번도 찾지를 못했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먼곳으로만 눈을 돌리다보니 가까이 있는 명산을 제대로 찾지를 못했으니 미안한 마음도 들어 나지막한 야산으로 가기를 원하는 집사람의 바램을 귓등으로 들은체만체 하며 7번 국도를 달려 보경사주차장으로 들어섭니다. 그동안 꼬박꼬박 징수를 하던 주차관리원이 보이질 않는걸 보니 무료주차장으로 바뀐 모양입니다. 아주 잘한 일인 것 같네요.
내심 생각한 들머리로 잡은 보경교 입구의 도로변에 주차를 해놓고 산행준비를 마친 후에 보경교 다리를 건너 천령산을 향한 발걸음을 시작합니다.
산행궤적
(확대)
오늘 산행의 들,날머리인 '보경교'입니다.
다리 건너 보이는 산딸기밭 뒤쪽으로 진행하다 숲속으로 들어서게 됩니다.
꾸준하게 이어지는 오름길을 따라 한발한발 발놀림을 하다보면
계절은 한 해의 가운데를 향해 막 들어서고 있음을 알게 되는 것 같습니다.
6월의 첫 날이자 주말인 오늘...
성급하게 찾아온 무더위로 땀은 흐르지만
간혹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결 때문에 상쾌함이 앞서
즐거운 산행이 되리라는 기대감을 가지게 되네요.
따스한 햇살을 듬뿍 받은 산과 들판은
연둣빛 아기 볼살이 모두 빠지고 짙은 녹색으로
점점 더 어른스러워지는 것 같습니다.
무덤 4기와 좌우로 넓은 갈래길이 있는
널찍한 안부에 이르게 되는데
보경3교에서 올라서는 길과 만나는 지점이지요.
산의 빛깔이 온통 초록입니다.
불과 얼마 전만 해도 이렇지가 않았는데 이제 완전 신록이네요.
몸과 마음이 초록 물감통에 풍덩 담겨지는 듯한....^^*
'음지밭뚝 갈림길'
가야할 우척봉은 좌측 방향입니다.
이제 6월로 접어드니 전국의 봄꽃 잔치는 거의 끝이나고
진짜 매니아들만 산을 찾게 되는데
옷을 흠뻑 적실 만큼 땀을 흘리며 산을 올라
산정에서 내려다보는 신록의 풍경은 모든 고됨을 금방 잊게 합니다.
연산폭포로 내려갈 수 있는 하늬재를 지나
부드러운 머릿결을 불어오는 바람결에 내 맡기고 있는
초록 풀밭을 지나면 헬기장을 만나게 됩니다.
싱그러운 유월이지만 숲을 나서면 드러나는
햇살이 따가워 얼른 숲속으로 몸을 숨기게 되는군요.
숲 입구에 서있는 천령산 안내판을 지나면 이내 우척봉 고스락에 들어서게 됩니다.
오랜만에 찾은 천령산 우척봉입니다.
정상석 주변의 숲그늘을 찾아 김밥과
삶은 계란으로 느긋한 식사시간을 마치고
우척봉 옆길로 가파른 내림길을 내려서면
복호골로 내려서는 갈림길을 지나게 됩니다.
약 7분 후 만나게 되는 시명리 갈림 삼거리입니다.
계속되는 등로를 따르게 되면 수목원과 꽃밭등으로 갈수 있는
삼거리로 이어지지만 오늘은 이곳에서 청하골로 내려설까 합니다.
우측 산허리를 타고 내려가는 길은 제법 급비탈을 이루고 있어
내딛는 발걸음이 저절로 조심스러워 지는군요.
여름철 산행은 햇빛을 많이 걱정하는데 실제 산행을 해보면
우리나라의 산들은 거의 숲 그늘을 지나게 되어
그렇게 햇살를 바로 쏘이는 경우가 많지 않답니다.
오월의 산보다 조금은 조용한 계절이 되었는지
주말임에도 걷는 산길은 한적하기 이를 데 없네요.
하긴 이 길은 그리 많이 다니는 코스는 아니긴 하지요.
더위를 피하는 것 보다 초록의 자연 속으로
들어가 보는 것이 더 현명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가파름이 지속되는 내림길을 지그재그로 내려서게 되면
계류가 가까워졌는지 물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는군요.
삼거리 갈림길에서 40분 가까이 흐른 뒤에야 청하골 계류로 내려서게 됩니다.
최근 비가 오지 않아 부쩍 수량이 줄어든
청하골의 풍경이 다소 황량하다는 느낌이 드네요.
'기린초'
내려선 계류를 건너 시그널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진행하면
마당미기로 올라 삼지봉으로 가는 등로인
밤나무등 코스 갈림길을 지나게 되고
녹음이 짙어지고 싱그러운 나무 냄새가 마음까지 씻어주는 듯한
유월의 숲길따라 보경사를 향한 기나긴 걸음을 이어갑니다.
갈수록 날카로워지는 햇빛을 피해 숲으로 들면
그늘 속 어디쯤에서 뻐꾸기가 그리움으로 울고
산길을 따라 걷는 산꾼의 마음은 푸른 빛으로 물들어 갑니다.
전에 없던 데크가 만들어져 있네요.
이정표를 보니 실폭포까지 데크가 조성되어 있어 다녀오기로 합니다.
그동안 실폭포는 말로만 들어왔지
아직 한번도 가본 적이 없을 만큼 험난한 곳인데
데크가 설치되어 있으니 한결 수월해졌겠지만
약 300미터에 이르는 데크길을 걷다보니
과연 투자가치가 얼마나 될지 자못 궁금해지는군요.
게다가 벌써 난간이 부서져 있는 곳도 있어
안전사고의 위험성이 노출되어 있는데 관리는 하고 있는지...
가는 물줄기가 약간의 실망감을 주는 실폭포 하단입니다.
내연산 12폭포 중 11폭인 실폭포를 드디어 만나게 됐습니다.
접근을 거부하는 험지라 멀찌감치 떨어진 전망데크에서 바라보지만
수량이 많을 때는 볼만하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부지런히 카메라에 담고서 되돌아 나옵니다.
태고적 비밀을 간직한 오랜 세월 때묻지 않은 청정계곡도
인간의 욕망 앞에는 그 모습을 드러낼 수밖에 없으니
얼마나 깨끗함을 유지할 수 있을런지 자못 걱정이 되긴 하네요.
실폭포 안내판이 서있는 주등산로로 내려와
기나긴 청하골을 따라 걸음을 이어갑니다.
새로이 조성된 데크에서 내려다 본 복호 2폭포.
목재데크길과 더불어 등산로 정비도 잘 되어 있어
12폭포 탐방길이 한결 수월해졌다는 생각을 하면서
너덜지대를 통과하게 되면 복호 1폭포를 지나게 되는데
계곡쪽으로 내려가보기로 합니다.
복호 1폭포.
계속되는 등로를 잇다보면 또 하나의 너덜지대를 지나게 되고
'덜꿩나무'
자연속에 노래하는 숨결 고운 유월의 싱그러운 숲길 따라 걷다보니
계속되는 등로는 계류를 건너 이어지고
미결등으로 해서 삼지봉을 오르는 갈림길을 지나
부족해진 수량으로 볼품이 없어진 숨어있는 무명폭을 담아보기도 합니다.
다리를 건널 때면 유난히 흔들거림에 마음 졸이던
출렁다리는 아련한 추억속으로 사라져버리고
날렵한 모습으로 새롭게 놓여진 멋쟁이 다리를 만나게 되는군요.
촛대바위를 보니 어느 덧 은폭이 가까워졌나 봅니다.
빈약하기 이를 데 없는 은폭을 카메라에 담고
싱그러운 초록빛 바람이 불어오는 유월의 숲길따라 부지런히 발걸음을 잇다보니
천령산 하늬재와 연결이 되는 갈림길을 지나게 되는군요.
모처럼의 긴 산행에 힘들어하는 집사람을 생각해서
비하대와 선일대는 포기를 하고 내려선
청하골의 대표적인 관음폭포 앞에 섰습니다.
비록 가늘어진 물줄기에 경관은 반감이 되지만
그래도 주변을 아우르는 암벽의 웅장함은 여전합니다.
연산적교를 건너 12폭포 중
가장 규모가 큰 연산폭포 앞에 서서 흔적 하나 남겨봅니다.
올 여름 비가 많이 내린 후
12폭포 탐방을 다시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보경사를 향한 막바지 등로를 이어갑니다.
보현암 입구에는 소금강전망대 가는 길임을 알려주는
이정목이 산뜻한 모습으로 새로 세워져 있네요.
'보현폭포'
'상생폭포'
가뭄의 여파로 폭포라 부르기에 민망할 정도의 물줄기가 참으로 안타깝네요.
편안한 산자락 숲길따라 여유로운 마음으로 걸으며
일상에서의 피곤함을 말끔히 씻어내보고자 걷는 산길...
무더위가 극성을 부리기 전에 연둣빛 신록의 싱그러운 초여름의 정취를 느끼며
부지런히 발품을 팔고 다녀야겠다는 작은 바램을 가져보기도 합니다.
어느 덧 내연산의 너른 품속에 자리하고 있는 보경사에 닿게 되었네요.
하지만 오늘은 보경사 경내를 그냥 통과하기로 합니다.
내일의 수월한 업무를 위해 귀로에 사무실을 들러 일처리를 할 예정이라
멀리서 합장 반배로 예경을 올리고 곧장 보경사를 빠져 나갑니다.
보경사 일주문.
상가지역을 지나 도착한 보경교에서
흘린 땀과 수고에 빼어난 경치로 화답하는 매력적인 코스인
내연산 청하골 탐방을 깔끔하게 마무리하고
정체가 예상되는 7번 국도를 빨리 벗어나기 위해
서둘러 보경사주차장을 빠져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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