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달이 사는 집
풍부한 수량으로 눈이 즐거웠던 영남알프스 재약산(옥류동천) - 천황산(금강동천)의 폭포산행 본문
♤ 산행일자 : 2019. 10. 05 (토) 날씨 - 흐림
♤ 산행장소 : 경남 밀양시 단장면·산내면, 울산 울주군 상북면 일원
♤ 산행인원 : 모처럼 홀로...
♤ 산행코스 : 표충사 홍제교-옥류동천-흑룡폭포-층층폭포-재약산-천황재-천황산-한계암-금강폭포-금강동천-표충사 홍제교(원점회귀)
♤ 산행시간 및 거리 : 6시간12분, 10.85km (식사 및 휴식 포함, GPS 기준)
▣ 산행지 소개
천황산(사자봉)과 재약산(수미봉)은 영남알프스의 주봉 가지산이 남서진하면서 능동산에서 허리를 틀어 둘로 나누어진다. 그 중 한 갈래는 배내고개로 내려와 배내봉과 간월산, 신불산, 영축산으로 이어지고, 다른 한 갈래는 남쪽 천황산과 재약산에 이른다.
천황산에 이르는 산줄기는 도래재-정승봉-정각산-승학산으로 이어지고, 재약산에 이른 산줄기는 재약봉-향로산-백마산-향로봉으로 이어진다.
천황산과 재약산은 영남알프스의 중심에 위치하여 사방을 조망할 수 있는 산 속의 산으로 전망대 역할을 한다.
또한 이 산 자락에는 좌우측에는 옥류동천(玉流洞川)과 금강동천(金剛洞天)이 있어 사람들의 발길이 끓어지지 않는 곳이며 신라고찰 표충사가 자리하고 있다.
◈ 산행기
지역 곳곳에 크나큰 생채기를 남기고 지나간 제18호 태풍 '미탁(MITAG)'의 영향으로 풍랑경보가 해제가 되질 않아 다음 주 월요일까지 결항이 되는 바람에 예정되어 있던 주말근무가 취소가 되어 지난 주에 이어 계속 연이틀 쉬게 되는 행운(?)이 찾아와 마음 편히 산행을 나설 수 있게 되었네요. 더구나 늘 함께 하던 집사람조차도 오어사의 전통다례제 행사 참석으로 모처럼 홀로산행을 떠날 수 있어 꾸려놓은 배낭을 차에 싣고 신나게 엑설레이터를 밟아 경주방향으로 달려갑니다.
올 가을들어 제대로 된 억새를 구경하지 못해 아쉬움이 남아 있어 행선지를 고르던 중 비록 날씨는 흐리지만 비소식은 없는 데다 최근 내린 비로 수량이 풍부하리라는 생각으로 망설임없이 찾아가는 길입니다.
밀양의 대표적인 사찰인 표충사를 품고 있는 영남알프스의 천황산과 재약산에는 금강동천과 옥류동천이라는 대표적인 계곡이 있지요. 태풍의 영향으로 많은 비를 뿌려 놓았으니 두 계곡의 이름난 폭포에도 물이 흘러 넘쳐나리라는 생각에 같은 코스를 걸어보았던 7년 전 그때처럼 열심히 걷고 또 걸으며 영알의 너른 품속에서 마음껏 노닐다 올 생각으로 내비게이션이 인도해준 표충사 입구에 도착하여 신도증을 내밀고 주차장에 파킹을 하고 산행준비를 마친 뒤 재약산을 올려다보니 짙은 구름모자를 쓰고 있어조망은 없겠다 싶어 약간의 실망감은 들었지만 벌써부터 귓전을 때리는 웅장한 계곡물 소리에 마음을 가다듬고 일주문을 향해 걸음을 옮겨갑니다.
산행궤적
(확대)
주차장에서 올려다 본 재약산에는 짙은 구름이 덮혀있어
조망을 기대하기는 어렵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하지만 기온이 올라가면 나아지지 않겠나 하는 기대감을 가져봅니다.
오늘 산행의 출발점이자 도착점인 표충사 홍제교.
다리를 건너 일주문 앞에 서서 오늘 산행을 무사히 다녀 올 수 있도록
두 손 모아 합장 반배를 하고 우측으로 난 도로를 따라 산행을 시작합니다.
나무 그늘 시원스러운 임도를 따라 걷자
이내 맑은 물이 흐르는 옥류동천이 나타나는군요.
역시 기대했던 대로 수량이 많아 보입니다.
표충사 경내 주차장 입구 우측으로 나있는 등산로를 따릅니다.
여기서부터 재약산까지 5.2km...
불어난 계곡물이 넘쳐나 등로를 덮어 버렸네요.
대안으로 설치해 놓은 징검다리를 건너기로 합니다.
산책로 같은 편안한 길을 따라 걷는 기분은 언제나 즐겁습니다.
못 와본 사이에 변화가 생겼네요.
칡밭교라는 이름의 작은 목교도 생겼고
옥류교라는 멋진 목교도 세워져 있네요.
작전도로 갈림길이기도 합니다.
칡밭골에서 흘러내리는 풍부한 물이 이름모를 폭포를 만들어내고
예전보다 정비가 잘되어있는 등로를 따라 부지런히 발품을 팔아갑니다.
그늘진 숲길을 따라가다 가파른 데크 계단 길에 들어서자
마침내 탁 트인 하늘 아래 재약산이 속살을 드러내는군요.
산행을 시작한지 35분 가량...
흑룡폭포를 볼수 있는 곳에 번듯한 전망대가 세워져 있네요.
데크 계단 중간에 마련된 전망대에 서니
맞은편으로 웅장한 기암들이 장식한 두 봉우리 사이의 계곡을 따라
길고 하얀 물줄기를 쏟아내는 흑룡폭포가 나타납니다.
시커먼 바위를 타고 흐르는 하얀 물줄기를 보니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그 모습에 탄성이 절로 터져나옵니다.
최근 연이어 계속된 비에 흑룡폭포의 물줄기는
시원스럽고 장쾌하기 그지 없습니다.
작전도로 위의 학암바위도 변함없이 위용을 자랑하고 있네요.
흑룡폭포전망대에서...
상, 중, 하 삼단의 폭포로 이루어진 흑룡폭포.
일반인의 접근을 쉬이 허락하지 않는곳...
그래서인지 볼 때마다 경외감이 듭니다.
전망대를 벗어나 다시 계속되는 오름길을 이어갑니다.
더불어 이어지는 데크계단...
무명폭에도 시원스런 물줄기가 볼거리를 제공해주고 있네요.
연이어 계속되는 목재데크 계단길이
예전보다 안전한 산행이 보장되긴 하지만
산행의 묘미는 많이 사라진 것 같네요.
학암바위 아래의 작전도로 하단에도
그간 내린 비로 폭포가 형성되었네요.
비가 와야만 볼수 있는 구룡폭포.
'학암바위'
구룡폭포를 감상한 후 커다란 기암이
머리 위로 아슬아슬하게 걸린 구간을 지나자
물소리가 커다랗게 들려오기 시작하는군요.
계곡을 가로지르는 데크 다리 끝 전망대에 서자
숨겨졌던 폭포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이름하여 '층층폭포'.
바위를 타고 내리는 물줄기가 위에서 한 번,
아래에서 또 한 번 떨어져 내려서 붙은 이름이지요.
옥류동천의 가장 대표적인 폭포입니다.
새롭게 조성된 폭포전망대에서
풍부한 수량으로 장관을 이루고 있는
층층폭포를 관람하고 상단으로 이동을 합니다.
전망대 계단을 따라 오르며 바라본 층층폭포 하단의 모습
이어 만나게 되는 층층폭포 상단입니다.
여름이면 물맞이폭포로... 겨울이면 빙폭이 멋진 곳이지요.
데크계단을 따라 등로를 이으면
사자평으로 연결되는 작전도로에 올라서게 되고
층층폭포 위쪽이 궁금하여 오랜만에 폭포 상단 계곡에 들어가니
상단폭포를 이루는 단애와 떨어지는 물줄기가 장관입니다.
더우기 아래를 내려다보니 아찔하기 이를 데 없네요.
임도를 따르지 않고 계곡을 따라
거슬러 오르면 눈은 즐거워지기만 하는군요.
산들늪이 품고 있는 물의 양이 얼마나 많은지...
차갑고 맑은 물이 쉼없이 흘러내리는 모습을 보면서
새삼 자연의 고마움을 되새겨봅니다.
계류를 건너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샛길을 이용해 걸음을 옮겨가면
진불암과 산들늪 갈림길 앞에 서게 되는데
가고자 하는 방향은 직진입니다.
'구절초'
가야할 재약산을 바라보고
고사리분교 터 갈림길을 지나
진불암으로 향하는 임도를 따릅니다.
'쑥부쟁이'
그러나 잠시...
재약산을 향한 본격적인 오름으로 접어들게 되지요.
이후 재약산 정상까지 이어지는
지루하고 기나긴 계단길이 시작됩니다.
쉼터 데크에서 한숨 돌리며 바라본 향로산(우)과 재약봉.
주구장창 계단길을 씩씩거리며 오르다
허리를 펴고 바라본 산들늪.
그 너머로 간월산과 신불산이 우뚝합니다.
재약산 정상에 있는 전망대가 가까워진 걸 보니
길고 길었던 계단길도 이제 끝이 나는가 봅니다.
발 아래 문수봉과 관음봉이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다가오고
맞은편 향로산은 운무속에 웅장한 자태를 보여주고 있네요.
재약산(載藥山)
재약산(載藥山)은 신라 흥덕왕 4년(829)에 흥덕왕의 셋째 왕자가 병을 얻어
전국 방방곡곡의 명산과 약수를 찾아 두루 헤매다
이곳에 이르러 영정약수를 마시고 병이 낫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 뒤로 이 산을 재약산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하는군요.
재약산 정상에서의 조망은
막힘이 없다는 사실 새삼 깨닫게 되는군요.
북쪽으로는 가야할 천황재와 천황산이 바라보이고
그 우측으로는 능동산, 주암계곡, 배내봉이...
배내봉에서 이어져 온 간월산, 신불산을 지나
영축산 그리고 죽바우등까지 이어지는 마루금까지...
또한 발아래에는 사자평과 산들늪이 한 폭의 그림처럼 느껴집니다.
좁은 재약산 정상부를 내려와
조망이 멋진 암릉에 홀로 앉아 점심시간을 가져봅니다.
주암계곡 갈림 삼거리
바람결에 흩날리는 억새의 향연이 보고파 달려왔건만 조금 늦은 감이 드는군요.
'용담'
많은 산객들이 쉬어가는 천황재에도 억새의 상태는 그리 좋지 않네요.
'천황재'
실망감이 앞서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기에
사진 몇 컷 남기고 곧장 천황산을 향한 걸음을 이어갑니다.
천황재에서 천황산으로 오르는 등로에는
그나마 억새가 끝물이지만 볼만하네요.
천황산 오름길에 바라본 천황재와 재약산.
'산오이풀'
'사자바위'
사자바위에서 내려다 본 주암계곡 방향.
심종태바위 너머로 간월산과 신불산이 보이고
지나온 천황재와 재약산...
그리고 문수봉, 관음봉도 바라보고
금강동천 끄트머리로 살포시 들어앉은 표충사도 내려다보입니다.
서쪽으로는 가야할 능선 뒤로 필봉으로 이어지는
상투봉 능선이 달리고 있고 뒤로는 구천산이 뾰족합니다.
정상을 독차지하고 있던 단체산행객들이 줄어든 것 같아
자리를 툭툭 털고 일어나 천황산을 향한 오름을 이어갑니다.
멋드러진 정상석과 돌탑이 고스락을 지키고 있는 천황산.
늘 그래왔던 것처럼 오늘도 한장 남겨봅니다.
북쪽으로는 영알의 주봉인 가지산과 운문산이 구름속에 가려져 있고
동쪽으로는 능동산으로 이어지는 재약지맥과
심종태바위 능선이 있는 주암계곡 너머로
배내봉에서 이어지는 간월산과
신불산으로의 하늘 억새길이 달리고 있네요.
데크보수가 한창인 천황산을 떠나 하산길로 접어듭니다.
'꽃향유'
금강동천에 있는 한계암을 향한 내림길의
조망이 터지는 곳에서 바라본 천황산과 사자바위.
그리고 재약산과 문수봉, 관음봉까지...
금강동천과 향로산...
이후 등로는 가파르게 쏟아지기 시작하고
아직은 요원하기만 한 표충사를 향한 발걸음은 쉼없이 이어집니다.
산죽이 이어진 급내림을 따라 부지런히 발품을 팔고나니
너덜지대를 통과하게 됩니다.
계속되는 급내림길...
미끄러운 등로를 조심조심 내림길을 이으니
우렁찬 물소리를 들으며 데크계단이 나타나니
그제서야 미끄러지지 않기 위해 애썼던 긴장감이 풀리기 시작하네요.
철조망이 둘러쳐져 있어 접근이 불가해 멀리서 담아본 금강폭포.
한계암 입구의 출렁다리.
출렁다리에서 바라본 옥류폭포와 금강폭포.
풍부한 수량으로 오래 전 그때처럼 폭포다운 모습을 보여주는군요.
현수교 출렁다리를 건너고 난 후 한계암과 일광폭포.
오랜 시간 금강폭포로 알고 지내왔는데
국제신문 근교산에서 일광폭포로 표기를 해 놓았네요.
은류폭포(좌)와 일광폭포(우)가 쌍폭을 이루는 모습.
금강동천의 대표적인 풍광입니다.
금강동천의 수문장 격인 기암도 담아봅니다.
이제 산길은 끝이 나고 시멘트포장도로를 따라
발걸음도 가볍게 표충사로 향합니다.
천황재로 오를 수 있는 내원암 갈림길을 지나
'효봉대선사 사리탑' 앞에 서게 됩니다.
무사산행의 감사한 마음을 담아 합장 반배로 인사를 여쭈어 봅니다.
효봉선사께서는 일본 와세다 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하였으며,
10년간 법관생활을 하면서 인생무상(人生無常)을 느끼다
늦은 나이에 출가하여 한번 자리에 않으면
일어나지 않았을 만큼 수행정진을 열심히 하였다고 합니다.
또한 '무소유'를 쓴 법정스님의 은사스님이기도 하다는군요.
다음 기회에는 필봉을 다시 찾아
멋진 조망을 한번 더 볼수 있기를 기대하며...
'사명대사 추계향사'를 지내는 때문인지
마이크소리가 크게 들려와 경내로 들어서기가 뭣해
곧바로 일주문으로 발걸음을 돌립니다.
일주문 앞에서 합장반배로 무사산행의 감사인사를 올리고
홍제교 앞에서 오늘의 산행을 마무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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