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행일자 : 2020. 09. 13. 날씨 - 흐림
♣ 산행장소 : 영남알프스 신불산 일원
♣ 산행인원 : 집사람과 둘이서...
♣ 산행코스 : 베네치아산장 입구-육각정전망대(공비지휘소)-파래소폭포-995봉(거북바위)-신불서릉-신불산-신불재-자연휴양림하단-캠프포레(구.청수골산장)-장안사-베네치아산장 (원점회귀)
♣ 산행코스 및 시간 : 7시간 45분, 14.18km (식사 및 휴식 포함. GPS 기준)
◈ 산행기
태풍 '하이선'의 영향으로 산행을 나서지 못한 채 일주일을 보내고 다시 맞은 주말. 2주 만에 산으로의 발걸음을 시작하고자 준비해놓은 배낭을 들쳐메고 집을 나섭니다.
오늘도 역시 지난 번 산행 때와 마찬가지로 영남알프스로 산행지를 정하고 경주를 거쳐 경부고속도로를 달려 신불산을 향해 차를 몰아갑니다.
신불산을 오르는 방법은 크게 두 군데로 나눈다면 신불산을 기준으로 동쪽지역인 상북면 등억온천이나 가천리 방면에서 오르는 방법과 서쪽지역인 배내골에서 오르는 등로로 나눌 수가 있는데 오늘은 배내골코스를 택하기로 합니다.
경부고속도로 서울산IC를 빠져나와 밀양방면 24번 국도로 갈아타고 달려가다 덕현삼거리로 빠져나와 석남사를 지나면 석남터널로 갈라지는 배내골입구 삼거리에서 배내고개 방향 좌측으로 진행해 나갑니다.
구비구비 고갯길을 달려가니 구름모자를 쓰고있는 천황산과 재약산이 반겨주는군요.
올라온 만큼 다시 내려가야 하는 69번 지방도를 따라 부지런히 차를 몰아가니 공사중인 함양-울산고속도로 교각 아래를 지나 오늘 산행의 들머리로 삼은 베네치아산장이 배내천 건너로 보이네요.
도로 한 켠에 주차를 해놓고 GPS를 페어링 한 후에 다리를 건너 베네치아산장을 향하며 산행을 시작합니다.
산행궤적
산행의 들,날머리인 베네치아산장 입구입니다.
베네치아산장과 좌측 인공폭포 사이의 계단을 오르면 산길이 열려있습니다.
나무계단을 올라서면 들머리를 알리는 시그널이 달려있고, 초입부터 밧줄이 설치된 된비알이 시작됩니다.
코가 땅에 닿을 만큼 심한 된비알은 모처럼 제대로 된 산행의 맛을 보여주는데
아량을 베푸기라도 하는 듯 완만한 등로가 잠시 이어지더니 이내 다시 곧추 세우기 시작하네요.
아무런 표식도 없는 641.4봉을 지나
두 차례의 태풍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 떨어진 나뭇가지들이 널부러져 있는 등로를 따라
꾸역꾸역 발걸음을 쉼없이 이어가면
산 정상에 우뚝한 3층의 콘크리트 전망대가 있는 728봉에 도착합니다.
3층으로 된 육각정 전망대가 있는 이곳은 사방의 전망이 좋아
이곳을 '영남알프스 전망대'라 부르기도 하는데,
6.25동란 전후로 펼쳐진 신불산 빨치산
남도부 부대의 지휘소가 있던 현장이기도 합니다.
'산박하'
'등골나물'
재약산, 천황산은 운무 속에 갇혀 있고 철구소가 있는 배내골 이천리 방향 위로 심종태바위와 능동산이 보이는군요.
예전 두어 번 걸었었던 간월산 서릉길을 담아보고
올라가야 할 신불산 서릉과 신불서봉도 올려다 봅니다.
백팔등능선 너머로 영축산에서 뻗어가는 함박등, 죽바우등의 영축지맥 능선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전망대를 내려오면 만나게 되는 갈림길.
좌측은 휴양림상단과 간월산 서릉으로 가는 길이고,
우측 아래로 내려서는 길이 파래소폭포로 가는 길입니다.
전망대에서 만났던 산객으로부터 전해들은 정보를 마음에 새기며 조심스레 등로를 내려서니
지난 태풍에 쓰러진 나무들이 등로를 막고 있더군요.
휴양림 상단, 하단을 오가는 모노레일 위에도 무수히 쓰러진 나무들이 널부러져 있고
그 아래로 나있는 등로 또한 막혀있는 상태여서 통과하기가 쉽지 않네요.
요란한 물소리가 울려퍼지는 왕봉골 백련천에 내려서니 삼거리갈림길을 만나게 되고 가야할 길은 우측 파래소폭포 방향입니다.
왕봉골 백련천 청류
이후의 등로 역시 태풍의 위력에 속절없이 쓰러진 나무들이 부지기수라 통과하기가 많이 힘들었네요.
신불산과 간월산이 빚어낸 왕봉골 하류에 위치한 파래소폭포.
파래소폭포의 웅장한 물줄기를 보니 힘들었던 지나온 걸음을 조금은 보상받는 기분입니다.
최근에 내린 비로 위용이 대단한 파래소폭포.
파래소폭포는 물이 차고 수심이 깊어 가뭄에도 마르지 않는 폭포로
높이는 약 15m, 소(沼)의 둘레는 약 100m 정도로
옛날 가뭄이 심할 때 이곳에서 기우제를 지내면
바라던 대로 비가 내렸다고 하여 '바래소 폭포'로 불리기도 했다고 합니다.
한때 신불산을 근거지로 활동하던
남도부(본명, 하준수)부대의 취사장으로 알려져 있기도 합니다.
폭포 오른쪽 갈림길에서 휴양림 상단으로...
파래소폭포를 떠나 가파르게 이어지는 목재 계단을 올라가면
자연휴양림 상단으로 가는 등산로가 완만해지는 지점 근처에서 서릉쪽으로 올라가는 갈림길을 만나게 됩니다.
'누리장나무'
갈림길에서 가파른 산길을 10분 가량 올라가면 커다란 소나무가 우뚝 서있는 암반을 지나게 되고
이후의 등로는 신불산 서릉으로 접어들기까지 가파른 비탈을 치고 오르는 고행의 길이 이어집니다.
'며느리밥풀꽃'
계속되는 가파름을 극복하고 만나게 되는 임도. 위쪽으로 잠시 올라서면 이정표를 만나게 되는데...
뿌리 채 뽑혀버린 나무들이 등로를 완전히 덮어버렸네요.
우회를 하여 기존 등로와 합류를 하고 계속되는 된비알을 꾸준히 올라서니
비로소 주변 조망이 트이는 전망터에 서게 됩니다.
발 아래 자연휴양림 하단 주차장이 보이고 청수골능선이 건너로 다가옵니다.
'층층이꽃'
가야할 신불산 서릉의 986봉은 구름모자를 쓰고 있고,
건너편 만길능선 너머 영축산 역시 구름으로 덮혀있네요.
산행코스의 난이도가 있다보니 오늘따라 유독 힘겨워하는 집사람을 다독이며 천천히 진행하니 995봉에 도착하게 됩니다.
신불산 제1공비 지휘소가 있던 전망바위(995봉)에서 바라본 신불서릉에는 더 짙어진 운무가 가득합니다.
969봉에서 바라본 원동면 선리 방향 배내골과 지나왔던 육각정전망대가 우측으로 보이는군요.
공비지휘소가 있었던 곳이라 사방 막힘없는 조망이 일품인 거북바위가 있는 995봉.
날씨가 도와주지 못해 아쉽지만 오랜만에 이곳을 찾아 잠시 사방을 둘러보며 옛 추억에 잠겨보기도 합니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영남알프스의 산군들이 파노라마로 펼쳐지는데 그야말로 山, 山, 山... 산의 물결입니다.
신불산 서릉길에서 바라본 간월산과 간월재.
짙은 운무로 덮혀있는 신불서릉을 바라보며 완만한 능선길을 따르니 아무 표식도 없는 985봉을 지나게 되고
웃자란 조릿대와 잡풀이 앞을 가로막는 등로를 헤쳐가며 신불산을 향해 진행하게 됩니다.
'미역취'
'구절초'
조릿대 숲길을 통과하니 암릉이 시작되는군요.
'산오이풀'
신불서릉에 오르고부터는 주변이 온통 밀려온 운무로 자욱합니다.
우람한 암릉이 눈 앞에 나타나 떡하니 버티고 있으니
뒤따라 암릉을 오르는 집사람이 신경쓰여 바라보고 있지만 잘 올라오고 있어 안심이 되더군요.
'송이풀'
간월재갈림 삼거리인 신불서봉.
정상이 지척에 다가왔지만 안개인지 구름인지 천지 사방은 온통 하얀색으로 뒤덮힌 채 저항의 산 신불산을 삼켜버렸네요.
'쑥부쟁이'
모처럼 신불산을 다시 찾았지만 조망이 없으니 오래 머무를 이유가 없어 간단히 정상석 하나 담고서 하산길로 접어듭니다.
지척에 있는 사람들만 간신히 식별할 수 있을 만큼 짙은 운무속이라 시원스런 조망은 일찌감치 포기를 했지만 모처럼 찾은 신불산에서의 멋진 풍광을 못보는 아쉬움을 떨쳐버리기는 쉽지 않네요.
신불산을 떠나 신불재로 향하는 데크길 역시 자욱한 안개속의 계단길이라 집사람에게 미끄러지지 않도록 조심하라는 말을 하면서 내려섭니다.
눈에 뵈는게 없는 현실이니 오로지 걷는 데만 집중을 하며 계단을 내려서니 가까이 인기척이 들려오고
사람들의 움직임이 눈에 들어와 그제서야 신불재에 도착하게 되었음을 알 수 있을 만큼 지독한 운무 속이었습니다. 배낭을 내려놓고 물 한모금 들이킨 후에 GPS로 사용하고 있는 휴대폰의 배터리가 다되어 보조배터리를 연결한 뒤 망설임없이 휴양림 방향의 청석골을 향해 길을 듭니다.
운무 속에서 작은 몸짓으로 일렁이는 억새를 바라보니 아직은 시기가 조금 빠른 듯...
억새꽃이 만개를 하지 않은 것 같아 월말이나 내달 초 쯤 다시 영알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등로를 벗어나지 않게끔 줄을 쳐놓은 배려심에 감사의 마음을 가지며 안개 자욱한 산길을 걷고 또 걷습니다.
간월재, 신불산 자연휴양림 상단으로 가는 임도를 만나게 되는데 못 와본 사이에 포장까지 해놓았네요.
영축산, 단조산성으로 가는 갈림길입니다. 영축산까지 2km, 휴양림 하단까지는 아직 2.4km...
휴양림으로 향하는 등로는 뚜렷한데다 몇 번 걸어본 길이어서 낯설지 않지만
태풍의 피해를 입은 나무들이 군데군데 쓰려져있어 걷는 동안 조심스러운 마음이 드는군요.
마치 합창단의 멋진 하모니를 듣는 듯 골짝마다 흘러내리는 물소리를 들으며 잘 만들어진 편안한 길을 따라 부지런히 발놀림을 해가니
휴양림 하단으로 내려서는 가파른 내림길이 시작되는군요. 그렇다면 거의 다 내려온 것 같습니다.
골짜기로 내려서는 희미한 등로가 있어 잠시 내려가보니 멋진 폭포가 시원스러운 물줄기를 연신 쏟아내고 있습니다.
파래소폭포 갈림길로 내려서게 되고 하단 휴양림으로 발걸음을 옮겨갑니다.
숙소마다 금줄이 쳐져있는 걸 보니 코로나의 여파가 정말 심각하다는 사실 새삼 느끼며
휴양림 매표소 옆의 화장실을 들러 용무를 마치고 땀도 씻어낸 뒤 휴양림을 빠져나와 포장길을 따라 남은 길을 걸어갑니다.
'참취'
구, 청수골산장이었던 '캠프 포레'가 가까워질 즈음 휴양림에서 빠져나온 차량 한 대가 털레털레 걷고 있는 모습이 안쓰러웠는지 입구까지라도 태워주겠다는 호의를 베풀어주는군요.
하지만 산행을 마무리하지 못한 상황이니 감사하다는 인사를 건네며 정중히 사양을 합니다.
날은 어둑해져 장안사에도 불이 켜져있고
인적없는 베네치아산장에도 밤을 밝히는 가로등만 외롭게 서있네요.
집에서 늦게 출발해 일찍 산행을 시작하지 못한 까닭에 계획했던 영축산까지의 산행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신불재에서 하산을 한게 못내 아쉬웠지만 베네치아산장에서 육각정봉을 올랐다가 파래소폭포로 되내려와 다시 가파르기 그지없는 신불서릉을 오르는 오늘의 산행코스가 집사람에게는 다소 무리였지 않았나 싶어 미안한 마음이 들었네요.
그래도 거의 매주 함께 산행을 하고 주중에는 만보 이상 철길숲을 걸으며 건강을 다져온 탓에 쉽지 않은 산길을 군말없이 잘 따라와 준 것 같아 단골집에 전화를 넣어 집사람이 좋아하는 물회 포장을 부탁하고 오늘 저녁 끝나는 주말연속극을 시청하기 위해 부지런히 가속페달을 밟아 귀로에 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