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행일자 : 2022. 12. 03 (토) 날씨 - 맑음
♧ 산행장소 : 국립공원 경주남산 일원
♧ 산행인원 : 홀로...
♧ 산행코스 : 포석정주차장-황금대능선-바둑바위-금오봉-도깨비바위-사자봉-금오정-철와곡-일천바위-옥룡암-탑골 편백나무숲-해목령(게눈바위)-포석정주차장(원점회귀)
♧ 산행시간 및 거리 : 4시간 40분, 13.2km (식사 및 휴식 포함. GPS 기준)
◈ 산행기
인천 영종도에 살고 있는 딸네집에 다녀오느라 한주 거르게 된 산으로의 발걸음을 재개하고자 냉장고를 뒤져 간단하게나마 먹거리를 갈무리하고서 경주로 차를 몰아갑니다.
오전 10시가 훌쩍 넘어 집을 나서는 바람에 가까운 곳으로 다녀올 생각으로 산행지를 고르다 최근 발걸음이 뜸했던 경주남산으로 행선지를 정하고 찾아가는 길입니다.
지난 주말 홀로 포항으로 내려와 일주일째 홀아비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지만 요즘 홀로족을 위한 식품이 워낙 다양하게 잘 나와 있어 식사 해결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적적한건 어쩔 도리가 없으니 아직은 누군가 옆에 있어야먄 될 나이가 아닌가 싶어 마나님 귀한 줄 알고 내려오면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일순 드네요.
올해의 마지막 산행이 될지도 모를 오늘의 발걸음을 좀더 알차게 꾸며보기 위해 경주남산의 동서를 아우르는 코스로 궤적을 준비해 출발지를 국가 사적 제1호인 포석정에서 시작하기로 합니다.
서남산 자락에 위치하고 있는 포석정 주차장에 도착을 하니 주말이어도 찾는 이들이 눈에 띄질 않아 비수기인 겨울임을 실감하게 되는군요.
주차를 해놓고 산행준비를 마친 뒤 밝은 햇살을 온 몸으로 받으며 1차 목표인 황금대를 향한 걸음을 시작합니다.
산행궤적
사적 제1호인 포석정에서 오늘의 발걸음을 시작합니다.
동남산 통일전까지 이어지는 남산순환도로를 따라 가벼운 발걸음을 이어가면
금줄이 드리워진 황금대능선 들머리가 나타나고
소나무가 많은 경주남산인지라 낙엽 대신 솔가리가 푹신한 양탄자같은 등로를 따라 가게 됩니다.
계속되는 가파름을 극복하며 올라서면 일순 눈 앞이 환하게 조망이 펼쳐지고 너른 배동 들녘 너머로 경주의 산들이 줄을 잇고 있네요. 선도산, 옥녀봉, 구미산 등 경주 서쪽의 산들이 훤히 건너다보이고 경주시가지를 끼고 흐르는 형산강도 마냥 평화로워 보입니다.
등 뒤에는 웅장한 황금대바위가 앞을 가로막고 있어
우측으로 돌아들면 급경사의 오름길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막힘없는 조망이 압권인 황금대 위에 오랜만에 서니 20년 동안 살았던 경주의 풍경들이 한 눈에 들어오네요. 좌측 멀리 낙동길 너머로 영알의 고봉들과
형산강 너머로 벽도산, 단석산, 오봉산, 선도산, 구미산 등의 경주지역 산들이 파노라마를 그리고 있고
북쪽으로는 경주시가지가 펼쳐진 모습에 가슴속이 뻥 뚫릴 만큼 시원함을 느끼게 되는군요.
산행을 시작했던 포석정과 배동 일대를 당겨보고
멀리 보이는 경주시가지를 당겨보니 예전보다 아파트가 많이 들어서 있는 걸 볼수 있네요. 좌측으로는 오랫동안 몸담았던 직장도 보이구요.
내려다 본 황금대바위. 사진으로는 그 위용을 느낄 수가 없어 아쉽네요.
황금대능선 좌측으로는 부엉골에 있는 늠비봉5층석탑이 건너보이고 그 위 산마루에는 금오정이 올려다 보이는군요.
늠비봉5층석탑.
바윗길을 오르며 늠비봉5층석탑과 게눈바위가 있는 해목령을 한꺼번에 담아보고
지나온 흔적들을 굽어보면서 남은 등로 이어가니 삼불사에서 올라오는 등로와 만나게 되고
금줄을 넘어 몇 발짝 올라서면 바윗돌이 너무 평평하여 옛날 신선들이 바둑을 두었다는 바둑바위에 서게 됩니다.
삼릉, 삼불사, 포석정 일대가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바둑바위에서의 조망 또한 시원스럽기 그지없는 곳이지요.
서남산의 상사바위.
상사바위 앞의 조망바위에서 마애석가여래좌상을 내려다보니 금방이라도 절벽을 뚫고 거대한 부처님이 튀어나올 것 같은 모습입니다.
워낙 많은 이들이 찾는 경주남산이다보니 확연히 넓어진 등산로가 해가 갈수록 달라짐을 느끼며 발걸음을 재촉하니
경주 남산의 한 축을 차지하고 있는 금오봉에 닿게 됩니다.
비파골로 잠시 내려가 도깨비능선의 초입부에 자리잡고 있는 '도깨비바위'를 만나봅니다.
영알의 고봉들도 시야에 들어오는 맑은 날 제대로 눈맛을 즐기고 주능선으로 되돌아 나옵니다.
순환도로로 내려선 발걸음은 이제 사자봉으로 향하게 됩니다.
금오봉 아래의 화장실이 있는 임도 삼거리를 지나고
사자봉에 있는 팔각정 터를 찾아보기로 합니다.
사자봉(팔각정 터)에서 바라본 경주 시가지와 동방리 들녘.
고위봉, 마석산, 치술령... 언제나 그렇듯 이곳에서 바라보는 풍광은 수없이 봐왔지만 올 때마다 새로운 감동으로 다가오네요.
사자봉에 세워져 있는 '남산순환도로 준공기념비'를 사진에 담고
널찍한 순환도로를 따라 잠시 발놀림을 이어가면
피리소녀의 사랑이야기가 깃든 상사바위(동남산)에 닿게 됩니다.
바위 틈새에 깊숙이 뿌리를 내리고 오랜 세월 살아온 노송. 참으로 대단한 생명력이지요.
동남산 상사바위.
상사바위에서 바라본 동방리 들녘과 멀리 억새로 유명한 무장봉을 품고 있는 동대봉산이 버티고 있고
신라오악의 하나였던 토함산과 삼태봉으로 이어지는 삼태지맥 그리고 남산리와 동방리 일대가 한 눈에 들어오는 멋진 조망처입니다.
상사바위에서 바라본 '남산부석' 그리고 봉화대봉 너머 멀리 마석산까지...
그냥 지나치려다 모처럼 남산을 찾은 걸음에 금오정을 찾아봅니다. 말끔하게 단장이 된 금오정에서의 조망 또한 시원스럽지요.
금오정에서 바라본 남산 부흥골... 배동, 율동 들녘과 선도산과 구미산이 정겹게 느껴지는군요.
동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배동의 너른 들녘 너머로 동대봉산과 토함산이 우뚝합니다.
금오정을 내려와 잠시 순환도로를 따르다 통일전, 옥룡암으로 갈수 있는 철와곡으로 내려섭니다.
이어 통일전으로 내려서는 갈림길을 지나게 되고 남산의 여느 산길과 달리 호젓하고 깨끗한데다
소나무와 잣나무가 어우러져 상쾌한 숲길이 계속되는 곳이라 경주남산을 찾는 지인들에게도 추천하곤 했던 코스이기도 합니다.
일천바위 입구에 새로운 시설물이 생겼네요.
일천바위의 명물인 '마왕바위'.
옛날 마왕이 난동을 부려 이곳 바위로 피한 백성 1천여 명이 홍수에도 살아남았다는 전설이 있어 일천바위로 불리는데 일명 '마왕바위'라고도 하지요.
일천바위에서 바라본 시원스러운 주변풍광을 하나하나 담아봅니다. 북쪽으로는 해목령 너머로 경주 시가지가 보이고
발아래 좌측으로는 경북산림환경연구원이 자리하고 있고 동방리의 너른 들판 너머로 동대봉산 무장봉과
남동쪽으로는 불국사 지구와 외동읍이 보이고 풍력발전기가 쉼없이 돌아가는 삼태지맥이 하늘금을 그리고 있네요.
지금 걷고 있는 이 길은 우거진 숲길에 폭닥한 솔가리가 깔려있는 가장 좋아하는 코스 중 하나인 곳이지요.
비탐구간인 보리사갈림길을 지나 옥룡암으로의 내림길로 들어서면
발걸음은 저절로 낭랑한 독경소리가 들려오는 옥룡암으로 향하게 됩니다.
대한불교 태고종 산하의 옥룡암.
보물 제201호인 '경주남산 탑곡마애불상군'
경주에 살면서 자주 들렀던 곳이라 따로이 부연설명은 생략하고 간만에 찾은 걸음이니 사진 몇장 담고서 곧장 데크길로 올라섭니다.
남쪽면에 새겨져 있는 삼존불상과 보살입상.
그리고 그 옆에 조성되어 있는 삼층석탑...
간단히 사진 하나 담고 겨울채비를 끝낸 숲길을 따라가다 좌측 계곡 아래로 내려섭니다.
탑골의 긴 계곡을 끼고 나있는 등로는 제법 뚜렷해 알음알음으로 발걸음이 잦았나 봅니다.
일천바위가 있는 능선으로 올라붙을 수 있는 갈림길을 지나면
등로는 물이 마른 계곡을 건너게 되는데
숲이 무성한 여름철에는 눈에 띄기 어려운 커다란 바위가 시야에 들어와 등로를 살짝 벗어나 봅니다.
기암 위로 올라가 바라본 제법 길게 뻗어있는 탑곡과 멀리 바라보이는 소금강산 방향의 풍경도 감상하고
계속되는 뚜렷한 등로를 이으니
그동안 말로만 들어왔던 편백나무숲을 만나게 됩니다.
편백숲의 규모는 아주 큰 편은 아니지만 소나무가 울창한 경주남산에서 편백숲을 만나리라곤 기대를 하지 못했었는데
지인이 다녀온 흔적을 따라 찾아와보니 푸르름이 그 기운을 잃고 단풍이 들어 다 떨어진 상태지만 여전히 곧게 뻗은 모습이 보기에 좋습니다.
푸르름이 절정을 이룰 때 다시 찾아오겠다는 야무진 생각을 하면서 오름길로 들어서니
경주남산의 북쪽에 위치하고 있는 상서장에서 이어져 온 등로가 순환도로를 만나게 되는 지점 부근으로 올라오게 되는군요.
남산신성 안내판을 지나 해목령으로 향하면 남간사지 당간지주로 가는 우회로를 만나게 되지만 게눈바위를 만나야겠기에 직진길로 나갑니다.
해목령 정상부에 있는 분묘 주변의 바위들...
맨 처음 해목령을 찾았을 때 게눈바위로 착각하게 만들었던 바위입니다.
해목령에서 바라본 금오봉 방향의 조망으로 정면으로 늠비봉 5층석탑이 보이고 좌측 능선에는 금오정이, 가운데로 금오봉이 우뚝하고 우측으로 뻗어내린 능선 끝자락에 황금대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좀더 확연해진 서쪽방향으로는 송신탑이 있는 벽도산과 능선 너머로 경주의 최고봉인 단석산이 우뚝한 모습으로 눈에 들어옵니다.
경주 시내 외곽을 두르고 있는 선도산, 옥녀봉, 구미산 그리고 낙동길의 인내산, 어림산도 죄다 조망이 되어 두 눈을 즐겁게 해주는군요.
가까이에서 담아본 '게눈바위'.
게눈바위에서 곧장 바윗길을 따라 내려서니 예전 걸어보았던 등로와 다시 만나게 되는데 비탐구간을 걸었었던 전과 달리 오늘은 정상 등로를 따라가기로 합니다.
잎이 거의 다 떨어진 나무들은 가지들이 모두 드러나 있고 수북이 쌓인 솔가리와 낙엽이 뒤섞인 부드러운 등로를 따르니
무명묘 1기가 외로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지도상의 217봉을 지나게 됩니다. 탑동 금강저수지 방향으로 가는 갈림길도 있네요.
217봉을 지나 조망이 트이는 곳에서 바라본 탑동. 혁거세왕의 탄생설화가 있는 '나정'과 경주손씨의 시조의 위패를 모신 '양산재'가 있는 곳이지요.
경주남산 어느 곳으로 가보아도 울창한 소나무숲이 일품인데 지금 걷고 있는 이 길 또한 걸맞는 숲길이네요.
남간사지 당간지주가 있는 곳으로 갈수 있는 갈림길에서 원점회귀를 위해 좌측으로 내려섭니다.
숲길을 빠져나오니 배동마을로 들어서게 되고
담벼락에 쓰여 있는 '삼릉가는 길'이라는 글귀를 따라 포석정주차장에 도착하게 되면서 간만에 찾은 경주남산의 너른 품을 벗어나 귀로에 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