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달이 사는 집
삼개월만에 다시 발걸음을 시작해 찾은 포항 운제산 본문
♤ 산행일자 : 2024. 3. 17 (일) 날씨 - 맑음
♤ 산행장소 : 포항시 남구 대송면 일원
♤ 산행인원 : 나홀로...
♤ 산행코스 : 포항시 남구 대각리 대각주차장-대각지-체육시설-자장암갈림길-대왕암-운제산-시루봉삼거리-시루봉갈림길-임도-산길 재진입-홍계계곡(서당골)-성불암-장동리-대각리 대각주차장 (원점회귀)
♤ 산행시간 및 거리 : 3시간 35분, 11.14km (식사 및 휴식 포함, GPS 기준)
◈ 산행기
지난 연말 크리스마스 이브에 송년산행이라며 찾았던 팔공산 산행의 하산길에서 당한 안전사고로 손가락 수술까지 받다보니 산행은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하고 지내다 직장에서 주어진 재충전의 기회를 이용하여 지난 해 태어난 손녀를 보러 미국으로 이십일 가량 다녀온 뒤 그동안 집 가까이에 있는 철길숲과 주변 산길을 걸으며 떨어진 체력과 산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며 지내다 손가락 핀 제거술까지 완료하고 실밥까지 풀게되니 그제서야 산으로의 발걸음을 시작해 보기 위해 집을 나서봅니다.
아직 통증이 가시지 않고 스틱을 잡을 단계는 아니어서 고산이나 험지로의 산행은 어려울 것 같아 가까운 곳을 찾아보기로 하고 간단하게 행장을 꾸려 운제산을 찾는 등산객들이 가장 즐겨찾는 대각리 대각주차장에 도착을 하니 포항시민의 크나큰 사랑을 받고 있는 운제산의 인기를 반영이나 하듯 너른 주차장에는 빈자리가 보이지 않을 정도 빼곡히 들어차 있어 혜림이네집 식당 담장 옆에 겨우 주차를 해놓고 GPS를 켜고 주차장 입구의 다리를 건너 운제산의 품속으로 들어갑니다.
산행궤적
대각주차장에는 등산객들이 타고온 차량들로 만원사례가 따로 없네요. 다리를 건너 산행을 시작합니다.
운제산산림욕장 입구의 모습입니다. 조성은 번듯하게 해놓았지만 실제 이용객은 얼마나 될런지...
가장 일반적인 코스를 따라가니 산불감시초소 근무자가 먼저 인사를 건네는군요.
방명록에 기재를 하고서 등산로를 따라 산행을 시작합니다.
갈림길에서 어느 곳으로 갈까 망설이다가 대각지 방향으로 길을 드니
제법 세찬 바람에 파르르 떨고 있는 진달래가 반겨주네요.
봄볕 가득 머금은 대각지에는 그득히 물이 담겨있어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른 느낌입니다.
계곡을 따라 올랐던 코스가 아닌 대곡지를 끼고 진행하니
정상등산로에서 산림욕장으로 가는 코스가 새로 생겨져 있어 궁금증을 해소할 겸 따라가보기로 합니다.
주차장에서 올라오는 정상등로와 합류를 하고서 오랜 세월
수많은 사람들이 오르내렸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등로를 따라 진행하니
체육시설이 있는 쉼터를 지나게 되고 계속되는 등로를 성큼성큼 따르면
오어사와 자장암으로 갈수 있는 삼거리에 서게 됩니다.
이곳을 찾을 때면 어김없이 카메라를 들게 되는 뷰포인트인데
오늘은 미세먼지로 인해 먼 곳까지의 모습을 담기는 어렵네요.
포항 시내와 철강공단 그리고 영일만이 한 눈에 들어오는 곳인데 살짝 아쉬운 마음이 듭니다.
한숨 돌리고나서 등로를 잇다보면 바윗재 간판을 지나게 되고
10분여의 발품을 팔다보면 평상이 있는 쉼터에 서게 되는데
오랜만에 뒤쪽에 있는 오리 모양의 바위를 찾아봅니다.
곧바로 만나게 되는 정상 직전의 삼거리.
먼저 대왕암부터 다녀오기로 하고 좌측 길로 들어섭니다.
대왕암 입구에 당도하여 먼저 눈인사부터 나누고
우측으로 돌아들면 또 하나의 정상석이 있는 대왕암에 이르게 됩니다.
대왕암을 돌아와 찾은 운제산 정상부의 육각정자. 붕괴위험이 있다며 출입을 막아놓았네요.
조심스레 올라선 정자에서 발 아래 암시밭골 너머로 펼쳐지는 눈에 익은 풍광을 담아보고
반대편 포항시가지와 오천읍, 동해면 일대를 굽어보고서 북쪽방향의 급사면을 조심스레 내려와
숲길을 따라 빠른 걸음으로 이동을 하니 시루봉삼거리에 닿게 됩니다.
차를 세워놓은 대각주차장으로 갈수 있는 갈림길인 이곳에서
좌측으로 길을 들어 시루봉 방향으로 걸음을 이어갑니다.
봄이 왔음을 알려주려는 듯 활짝 핀 생강나무꽃도 생기가 넘쳐납니다.
시루봉, 무장봉으로 갈수 있는 갈림길에서 우측으로 길을 듭니다.
곧이어 연일 형산강변의 옛 부조장터로 갈수 있는 갈림길을 지나게 되고
예전 눈이 많이 와 탈출을 시도하기 위해 무릎까지 빠지는 눈밭을 헤쳐가며 종종걸음 했던 이 길을 걸으니
볼을 스치는 바람은 한결 부드러워졌고 발걸음은 느릿하고 풍경은 한가롭기만 합니다.
등로 좌측으로는 강동산단의 풍력발전기와 소형산, 부조장터로 가는 마루금이 펼쳐지네요.
계속 되던 임도를 버리고 산길로 접어들어 사면길을 따르니 등로는 급전직하 계곡으로 떨어지게 됩니다.
재작년 이 지역을 휩쓸었던 태풍 '힌난노'가 할퀴고 간 상흔이 아직도 남아있는 홍계계곡의 모습입니다.
내려선 계곡은 군데군데 태풍의 흔적이 남아있지만 조심스레 돌밭을 헤쳐나갑니다.
겉으로 보기엔 아직 겨울잠에 빠져있는 듯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이지만
따스한 햇살이 내리쬐는 계곡을 이리저리 걷다보니 봄은 이미 우리 곁에 성큼 다가왔음을 느낄 수 있네요.
개울을 따라 흘러내리는 맑은 물소리는 겨울 긴잠에서 깨어나 그동안 못 다했던 수다를 쉼없이 떨고 있구요.
평소에도 좁았던 등로는 지난 태풍으로 유실이 되어 가파른 산사면을 따라 힘겹게 진행하니
오랜만에 다시 보게되는 무명폭은 작은 물줄기를 연신 토해내고 있네요.
태풍의 피해복구와 함께 예방 차원에서 조성된 사방댐.
복구공사가 되었다지지만 여전히 미진한 면이 많이 보이는
성불암 입구 계곡의 모습에 작금의 행정력이 한심스럽기만 합니다.
적막감이 감도는 성불암.
성불암에서 시멘트도로를 따르면 장동리 절골마을을 지나게 되는데
노란 산수유가 왕관 모양의 꽃을 피워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네요.
또한 염소농장에는 아기 염소가 태어난 듯 대식구가 옹기종기 살아가는 평화로운 모습도 느낄 수가 있네요.
장동리로 가는 포장도로가 아닌 흙길을 따라 진행하게 되면
마을 끝지점을 지나 대숲이 우거진 널찍한 임도로 들어서게 되는데
대각리로 원점회귀를 하기 위해서는 우측 갈림길로 들어서야 합니다.
밤새워 피를 토하듯 울어대는 두견새의 핏빛 울음에서
붉은 그 꽃이 피었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진달래...
산불이 난지 제법 세월이 지났건만 여전히 상흔을 간직한 채 타버린 그루터기들과
도토리 키재기하고 있는 나무들을 보면서 산불에 대한 경각심이 새삼 솟구칩니다.
산불지역을 지나 고갯마루를 내려서니 멀리 대각주차장이 눈에 들어오는군요.
빼곡히 들어차 있던 너른 주차장에는 썰물처럼 빠져나가 버리고
차량 몇 대만 남아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주차장에서 삼개월만의 산행을 마무리하고
먼지털이로 산행의 흔적을 말끔히 털어내고 시원한 냉커피로 목마름을 달래며 집으로 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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