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달이 사는 집
운토종주 역주행(토함산-운제산) 본문
♠ 언 제 : 2008. 05. 12. (월요일) - 부처님 오신 날
♠ 날 씨 : 맑음
♠ 누 구 랑 : 나홀로
♠ 어 디 로 : 경주 토함산 불국사에서 포항 운제산 오어사까지 (운토종주의 역주행)
♠ 산행코스 및 시간
05:50 불국사 출발
06:05 오동수 약수터
07:00 토함산 정상(745m) 도착
08:00 추령재 백년찻집
09:05 헬기장(495봉)
09:13 헬기장(506봉)
10:40 함월산 도착
11:30 시경계갈림봉 (삼거리봉) 도착
11:52 절골, 안항사 갈림길
12:05 동대봉산 갈림길
12:37 오리온목장(무장산 정상, 624m) 도착
12:50 암곡 갈림길
14:55 도투락목장 갈림길
15:07 시루봉 정상(503.4m) 도착
15:30 배느리 갈림길
15:40 시경계갈림길
16:20 운제산(시루봉) 갈림길
16:40 운제산 정상(482m) 도착
17:30 오어사 도착
♧ 도상거리 : 32km
♧ 총소요시간 : 11시간 40분 (식사, 휴식 및 사진 230매 촬영시간 포함)
<산 행 기>
꼭 한번은 해야겠다고 다짐하며 벼르고 별렀던 운토종주를 부처님 오신 날에 결행하기로 진작부터 작정하고 그 동안 구간별 사전답사도 다녀보고 했는데 드디어 D-day의 날이 밝았다.
전날 밤 행장을 꾸려놓고 준비하느라 자정이 다되어서야 잠자리에 들었는데 새벽 4시 30분에 맞춰놓은 알람소리에 일어나 이것저것 챙겨 넣고 주먹밥을 마지막으로 준비해서 불국사로 향한다. 주차장에 도착한 후 조심해서 잘 다녀오라는 아내의 말에 오어사에서 만나자는 말로 화답하며 불국사 일주문을 바라보며 합장삼배하고 먼 여정의 길을 떠난다.(05:50)
<불국사 일주문>
토함산 등산로를 오르면서 상쾌한 새벽 공기를 폐부 깊숙이 들이마시면서 절대 성급하지 않고 무리하지 않게 끝까지 최선을 다해보리라 마음먹어본다.
굳이 부처님 오신 날을 택해 종주길에 나선 이유는 살아가면서 이벤트 꺼리라도 하나 마련해서 요즘 같이 힘든 시기에 자신을 채찍질하고 다시 한번 되돌아볼 여유라도 가져볼까 하고 시작한 것이다. 대개의 산님들은 포항 대각온천에서 시작해서 불국사까지 운토종주를 실시하지만 경주에 살다보니 가까운 곳을 먼저 택한 것이고 부처님 오신 날의 의미를 되새기기 위하여 불국사에서 오어사 코스를 택한 것이다. 일명 "원효와 혜공대사의 불국토를 찾아서"라는 나름대로의 제목도 붙여가면서...
<토함산 오동수 약수터>
<오동수에서 만난 다람쥐>
15분만에 오동수 약수터에 도착해 시원한 생수 한 바가지 들이키고 올라오니 다람쥐 한 마리가 반긴다. 얼른 카메라를 꺼내 촬영하려고 하니 요리조리 움직이는 통에 숨바꼭질하듯 겨우 찍었다. 후에 확인 결과 화질이 좋지 못해 아쉬웠다.
석굴암 입구 종각 방향인 계단으로 오르지 않고 가끔씩 토함산을 찾을 때마다 애용하는 산길로 진입하여 정상으로 향한다. 이 길은 통행이 금지된 길이라 다니면서 괜히 뒷덜미가 땡긴다.
<덜꿩나무>
<신록이 우거진 숲길>
석굴암에서 올라오는 길과 합류하여 신작로 수준인 등산로를 오르며 한껏 짙어진 푸른 숲길을 마음껏 감상하며 길을 재촉한다. 이곳에 오니 보이지 않던 야생화들이 눈에 띄기 시작하는데 애기나리는 지천에 깔려있고 그 동안 산행하면서 한번도 못 봤던 천남성, 은대난초도 만났다. 특히 은대난초는 귀한 꽃이라는데 지난번 자도봉어 종주 산행때 만났던 노랑무늬붓꽃처럼 보호해야 할 들꽃이라 있는 그 자리에 잘 자라주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둥글레>
<애기나리>
<은대난초>
<광대수염>
<천남성>
토함산 정상에 오르니 벌써 서너 명의 등산객들이 선점하고 있었는데 구름에 가려있던 태양이 구름사이로 내비치며 멀리 보이는 바다에 햇살을 쏟아 붓는 광경이 장관이었다.(07:00)
<토함산 정상에서 바라본 동해>
<정상에서 건너편 동대봉산 너머 가야할 방향을 어림잡아 본다>
<토함산 정상에서...>
멀리 운제산 방면을 바라보며 이곳저곳을 카메라에 담고 다시 길을 나선다. 올라온 길을 되내려오다 좌측에 있는 이정표 "포수우물, 추령재"방면으로 방향을 튼다. 이후 포수우물 갈림길을 지나 추령재까지 시그널 따라 진행한다.
<추령재 가는 길>
<포수우물 갈림길>
오후에 경기지방부터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가 마음에 걸려 카메라를 2대를 갖고 갔었는데 토함산까지는 똑딱이로 찍었는데 비가 오면 사용하기로 하고 DSLR 카메라를 꺼내 목에 걸고 이후 촬영을 계속하기로 한다.
<전망좋은 곳에서 한 컷!>
내려오는 도중 전망좋은 바위에 올라서 동해바다를 바라보니 가히 환상적이다. 구름 사이로 내비치는 아침 햇살이 초록 산하와 어우러져 멋진 풍경을 연출한다.
50분 가량 내려오니 추령재 백년찻집에 도착하니 영업전이라 적막강산이다.(08:00)
<백년찻집 길 옆에 피어있는 엉겅퀴>
<추령재 백년찻집>
<함월산 방향 들머리>
추령재를 지나 도로 건너편 함월산 방면 들머리로 진입 산행을 이어간다. 사전 답사해본 코스라 별무리 없이 한층 우거진 숲길을 빠르게 진행하면서 색다른 야생화가 보이면 어김없이 카메라 셔터를 눌러댄다. 이러다 언제 다 갈런지...
<절개지에서 바라본 백년찻집>
<전망좋은 곳에서 본 동대봉산>
<되돌아본 토함산 정상>
<민백미꽃>
<삿갓나물>
이 길은 주로 운토종주를 하는 산꾼들만 다니는 길이라 인적이 드물어서 그런지 식용으로 쓰는 우산나물이 지천으로 깔려있다.
시간만 되면 한자루 정도는 가뿐하게 체취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헬기장(495봉)>
<헬기장(506봉)>
추령을 떠난 지 1시간 남짓 지나 헬기장(495봉)에 도착하고 다시 8분 후에 두 번째 헬기장(506봉)에 도착.(09:13) 준비해간 주먹밥으로 간단히 아침을 해결한다. 시간도 절약할겸 배낭 무게를 줄여보려고 반찬도 빼고 주먹밥을 준비했는데 썩 괜찮은 방법이라고 생각이 든다. 쿠킹호일에 싸서 그냥 쥐고 먹으니 오이지를 넣어서 그런지 간도 딱 맞는 데다 여러 가지 반찬을 혼합해서 만들어 맛도 꽤 괜찮았다. 새벽같이 준비하느라 수고해준 아내의 노고에 새삼 고마움을 느낀다.
<형제바위>
<토함산 방면>
<건너 보이는 동대봉산 아래로 황룡사가 보인다>
요기를 하고 다시 출발하여 형제바위에서 주변 경관을 잠시 감상하고 계속 진행하여 함월산입구 갈림길에서 우측으로 틀어 함월산으로 진행, 정상에 도착하니 10시 40분.
다녀간 흔적만 담고서 다시 정상에서 되돌아온 방향 우측 길로 나서며 발걸음을 재촉한다.
<함월산 입구 갈림길 - 우측으로 가야 함월산 정상, 직진은 우회로>
<함월산 정상>
<은방울꽃>
지나온 길도 그랬지만 이쪽으로 오는 길은 언제나 인내와 체력을 요구하는 것 같다.
오르내림의 연속이라 그런지 은근히 지치게 만드는 길이다. 그나마 은방울꽃의 군락이 산행 내내 함께 하며 보는 즐거움에 피곤을 풀어주니 다행스럽다. 은방울꽃도 쉽게 볼수 있는게 아닌데 이곳은 군락지인가 보다.
<호미기맥 갈림길 - 우측은 성황재 가는 길, 운제산 가는 길은 좌측으로...>
<늪지대>
<시경계갈림봉(삼거리봉)>
호미기맥 갈림길을 지나 늪지대로 들어서니 제법 많은 물이 앞을 가로막는다.
신발이 물에 젖지 않도록 나뭇가지를 밟으며 조심조심 건너 제법 경사진 된비알을 가쁜 숨을 내쉬며 오르니 소나무 두그루가 있는 시경계갈림봉(삼거리봉)에 도착한다.(11:30)
<오리온목장이 보이고 우측 멀리 목적지인 운제산이 눈에 들어온다>
<다시 돌아본 토함산>
<동대봉산도 제법 멀리 보인다>
지난번 동대봉산-추령재까지 산행 때는 빗속 산행이라 주위 경관을 전혀 못 봤었는데 오늘은 조망이 꽤 괜찮은 편이라 느긋한 마음으로 구경을 하며 사진 촬영에 열을 올린다. 벌써 오늘 찍은 사진이 80여장이 넘는다. 이러다 이백장이 넘겠다 싶다.
<멀리 운제산 우측으로 포항 공단이 보인다>
<줌으로 당겨본 오리온 목장>
<월성김씨 묘>
삼거리봉을 지나 절개지에 서니 오리온 목장과 멀리 운제산 육각정과 그 너머 포항 시내가 보인다. 까마득히 먼 운제산 육각정까지를 어림해보며 재차 자신을 다잡아본다.
누군가 산행중 머리를 부딪힐까봐 빨간 리본을 달아놓은 소나무를 지나고 오래된 월성김씨묘를 지나니 절골, 항사리 갈림길에 도착한다.(11:52)
<절골, 항사리 갈림길 - 좌측은 절골, 우측이 항사리 가는 길>
<동대봉산 갈림길을 지나서 촬영 - 우측이 동대봉산, 운제산 방향은 등 뒤로 가야...>
이어 10여분 후에 동대봉산 갈림길에 도착하니 이후부터 오리온목장까지는 미답의 길이다. 괜스레 긴장감이 몰려온다. 하지만 막상 가보니 시그널이 반겨주고 길도 그런대로 편안한 길이라 안심이 되었다.
<벌깨덩굴>
<참꽃마리>
<참꽃마리>
벌깨덩굴과 참마리꽃이 불어오는 바람에 추운지 살포시 고개 숙이고 반갑게 인사하는 듯 하다. 언덕이 진 곳에 피어있어 일부러 내려가 사진에 담는다.
<오리온 목장 초입에서...>
한고비 오르막을 오르고 다시 내림길에 접어드니 앞이 훤하게 트이는게 오리온목장의 넓은 초원이 눈앞에 펼쳐진다. 병꽃나무가 초지 입구에 서서 방문객을 환영이라도 하듯이 활짝 피어있다. 마른 억새밭을 지나 올라서니 좌측에 폐비닐하우스 뼈대가 있고 바로 건너편에 무장산 정상의 안테나가 보인다. 이곳은 두어번 와본 곳이라 낯설지가 않다.
정상을 향하여 진행하며 좌측으로 멀리 보이는 보문단지의 보문호를 바라보며 무장산 정상에 도착.(12:37)
<무장산 정상 입구에서 보문호와 멀리 단석산이 보인다>
<무장산 정상>
사진 촬영만 하고 다시 되돌아 내려와 임도로 향한다. 예전에 두어번 와본 그때도 봄이라 이곳의 명물인 억새를 제대로 못 봤는데 올 가을엔 꼭 다시 찾아와 봐야겠다고 생각해 본다.
<암곡(무장사) 갈림길 - 이곳에서 우측 초지로...>
<노란 시그널 바로 뒤에 보이는 구릉으로 진행>
임도길을 따라 터벅터벅 걸어 내려와 암곡(무장사지)갈림길 입구에 도착. 임도 좌측 나무에 시그널들이 잔뜩 달려있는 곳에서 우측으로 보이는 구릉을 향해 방향을 튼다.(12:50)
<되돌아본 초원지대>
<개망초>
<민들레 씨방>
구릉을 올라서니 개망초와 민들레가 지천이다. 특히 민들레의 씨방이 바람에 흩날리는 모습이 제법 괜찮다. 목장 초지가 끝나는 부근에 오니 시그널이 여럿 달려있고 그 밑에 애기똥풀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애기똥풀>
<항사리 돌탑봉 갈림길에서...>
<민들레꽃에 앉은 나비 한마리>
직장동료이자 산악회 회원인 '천산너머'님이 헷갈리지 말라고 운제산-시루봉-항사리 돌탑봉-오어지-오어사-운제산 코스 종주때 미리 달아준 시그널과 격려글이 눈에 들어온다. 매일 얼굴 맞대면서 산행 이야기를 나누면서 서로 격려하고 정을 쌓아가는 우리 동료들이 너무 고마워 이 자리를 빌어 다시 한번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천산너머', '천리마', '수수모' 빨치산 3인방과 올려놓은 산행기에 가장 열심히 댓글을 달아 주시는 '상심천산'님 그리고 산행중에 잊지않고 문자나 전화로 힘내라고 격려해주는 홍일점 '산이슬'님에게도 고마움을 표하고 싶다.
<목장 초지 끝에서 숲길로 접어들며...>
<다시 한번 뜨거운 동료애를 느끼며... 땡큐!>
오리온목장 초지 끄트머리를 지나 숲길로 접어드니 불어오는 바람에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이후의 길 역시 도투락목장 갈림길까지 미답의 길이었지만 뛰어도 좋을만큼 평탄한 길이다.
중간에 갈림길도 있지만 시그널 따라 진행하면 별다른 실수없이 시루봉까지 갈 수 있다.
<노린재나무>
<각시붓꽃>
<긴잎제비꽃>
<암곡 가는 갈림길에서의 천년산악회 시그널>
<금난초 - 이것 역시 귀하신 몸>
<민솜방망이>
토함산을 출발해서 오는 동안 단 한사람도 못 만난 외로운 길이지만 화사하게 피어있는 노린재나무꽃이 반갑게 길동무 해준다. 간간이 나타나는 각시붓꽃이랑 긴잎제비꽃 또한 발걸음을 멈추게 하며 제 잘났다고 포즈를 잡는다.
또한 보기 힘든 금난초를 이곳에서 만나니 오늘 산행에서의 보람을 느껴본다.
마침 시장기를 느껴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주먹밥으로 끼니를 때운다. 3덩어리를 준비하고 떡과 과일을 준비했더니 무게도 줄이고 간편해서 앞으로 애용해야겠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먹으면서 주위에 많이 피어있는 민솜방망이꽃을 촬영도 한 후에 다시 배낭을 둘러메고 가던 길을 계속하여 두 시간 남짓 음악과 함께 흥얼거리며 야생화와 말벗도 해가며 서로 눈맞춤도 하면서 걷다보니 도투락목장 갈림길에 도착한다.(14:55)
<도투락목장 갈림길 - 좌측 도투락목장, 화산저수지, 우측 운제산 시루봉 가는 길>
<시루봉, 운제산장 갈림길 - 우측 후동산방, 좌측 시루봉, 직진 운제산 방면>
<운제산 시루봉 정상(503.4m)>
이곳에서부터 배느리 갈림길까지는 답사해 본 길이라 낯설지가 않으리라 생각했는데 숲이 우거져서 그런지 눈에 익지를 않는다. 12분만에 시루봉 정상에 도착(15:07), 흔적을 남기고 사거리 갈림길로 되내려와 운제산 방면으로 길을 나선다. 얼마 가지 않아 인기척이 들려와 가보니 나물 채취하러온 두 분을 만나니 오히려 반갑다는 듯 인사를 하더니 길을 잃었다는게 아닌가. 게다가 일행 한 사람마저 놓쳐 찾고 있는 중이란다. 운제산장 가는 길을 알려주고 다시 길을 재촉해 가니 10여분 후에 또 한사람을 만났는데 아까 그분들의 일행이란다. 가는 길을 자세히 알려주고 고맙다는 인사를 들으며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긴다. 아마도 거꾸로 온 모양들인가 보다.
<배느리 갈림길 - 우측이 시루봉에서 온 길, 앞에 보이는 길이 운제산 가는 길>
<가는 도중 포항 시내가 보여 찰칵!>
<운제산 정상 육각정도 보이고...>
<시경계 갈림길 - 우측 숲으로 진입>
어느 새 배느리 가는 삼거리에 도착(15:30)하여 사진 한 장 박고 운제산 방향으로 우회전 한 후 길을 이어나간다. 널찍한 임도 길을 따라 10분 뒤에 시경계갈림길에 도착한다.(15:40)
길 한가운데 나무토막으로 가로막아놓고 우측 숲길에 시그널이 매달려 있어 찾기는 쉽다.
<바로 아래 홍계리가 보이고 멀리 포항 시가지가 보인다>
<경주 강동면과 형산강도 보인다>
숲길을 들어서 조금 후에 오르막길을 오르니 그동안 거의 평지길을 걷다가 갑자기 된비알을 만나니 숨이 차다. 숲이 우거진 곳에서 잠간동안 전망이 트이는 곳에 도착하니 바로 밑에 홍계리가 보이고 멀리 우측으로 포항 유강지구와 좌측으로는 경주 강동면 소재지가 보인다. 이제 거의 다 온 모양이다. 하지만 발목이 시큰거려 오기 시작한다. 하긴 10시간 넘게 걸어오다보니 제 딴에 별수 있겠나 싶다. 추령고개에서부터 무릎보호대를 착용하고 와서 그런지 무릎에는 아직 별 탈이 없는데 발목이 애를 먹인다. 점점 느려지는 발걸음을 다독거리며 다시 한번 오름짓을 하고 나니 운제산 갈림길이 나온다.(16:20)
<한층 가까이 다가온 운제산 육각정>
<운제산(시루봉) 갈림길>
이곳에 오니 운제산을 오르내리는 등산객들을 만난다. 모처럼 사람들을 만나니 반갑기 그지없어 만나는 사람마다 인사를 나눈다. 운제샘에 도착해서 시원한 생수를 두 바가지나 들이키고 길을 나서 운제산 정상 육각정에 도착하니 정상석이 말끔한 모습으로 반기고 있다.(16:40)
<운제산 육각정>
<드디어 만난 운제산 정상석(482m)>
<육각정에서 바라본 포항의 전경>
<지나온 길을 되돌아 보며... - 오리온 목장이 저 멀리 보인다>
육각정 난간을 부여잡고 발목을 돌려가며 포항시내를 관망해본다. 탁 트인 전망이 시원스럽기 그지없다. 비록 보이지는 않지만 토함산 방면과 저 멀리 아득히 보이는 오리온 목장 너머 함월산 방면을 바라보노라니 새삼 걸어온 여정을 돌이켜 생각해 본다. 거의 11시간 가까이 홀로 걸어오면서 가졌던 많은 생각들을 반추하면서 자부심에 희열을 느낀다.
전망대에서 내려와 벤치에 앉아 간식을 먹으며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다시 길을 나선다.
<삼거리 갈림길>
<오어사 방면에서 되돌아 본 삼거리 - 좌측은 대왕암, 우측은 대각온천 가는 길>
하산 길은 오어사 방면으로 내려간다. 내려가는 도중에 쉼터 의자와 해병대 간판이 있는 삼거리를 만나니 좌측은 대각온천으로 내려가는 길이라 우측으로 방향을 틀어 진행한다.
이곳 운제산은 자주 찾는 곳이라 등산로 어느 곳으로든 다 다녀본 길이지만 오어사나 대각온천에서 오르내리는 등산로는 많이 훼손되고 길이 너무 딱딱해서 정비를 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많은 포항 시민들이 자주 찾는 산이라 포항시에서 나서서 나무계단이라도 설치를 하면 등산로가 황폐해지는 것을 조금이나마 막을 수 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자장암에서 내려다 본 오어지>
<자장암>
산여농장을 지나고 곧 산불감시인 초소를 지나 다시 길 건너 산길로 접어들어 수 분 후에 운제선원을 지나니 길옆에 연등들이 도열해 있어 머나먼 길을 돌아온 나그네를 반겨주는 듯 하다. 이내 자장암에 도착하니(17:23) 이곳 역시 석가탄신일이라 많은 신도들로 북적댄다. 법당 앞에서 합장삼배하고 다시 내려와 오어사 입구에 도착한다.(17:30)
<날머리 도착>
<운제산 오어사 대웅전>
<운제산 오어사 전경>
이로써 11시간 40분에 걸친 종주산행을 무사히 마무리 짓고 오어사 경내로 들어가 감로수 한잔 들이킨 후 대웅전에 들러 부처님께 무사 산행에 감사드리는 삼배를 올리고 경내를 잠시 둘러본 후 주차장으로 나와 마중나온 아내의 차에 몸을 싣고 귀가길에 나선다.
비록 무릎과 발목은 뻐근하고 몸은 피곤하지만 돌아오는 길 내내 훗날 지나온 인생을 돌이켜 볼 때 기억할만한 꺼리를 만들었다는 생각에 뿌듯하고 저절로 미소를 짓게 하는 자부심으로 가득차 마음만은 그 어느 때보다 밝았다. 드디어 또 한 건 올렸다고... ^^;
<오어사의 유래에 대하여>
오어사(吾魚寺)는 포항시 남구 오천읍 항사리 34번지 운제산(雲梯山)에 자리한 대한불교조계종 제11교구 본사 불국사의 말사이다.
가는 길은 포항 시내에서 포항제철을 지나 929번 지방도로로 오천과 문충리 방면으로 24㎞ 정도 가면 오어사에 닿는다.
주변에는 1964년에 완공된 만수면적 12만 평에 수량도 500만 톤에 이르는 넓은 오어지의 초록빛 물이 눈길을 끌며, 운제산의 아름다운 산세가 어우러져 승경을 빚는다.
『신라 원효대사가 요석공주와 사이에 설총을 낳고 실계(失戒)한 뒤 대중속에서 노래와 춤으로 교화를 이루던 때, 원효와 함께 신라 불교 10 성에 드는 혜공대사 역시 망태기 진 채로 거리에 나가 춤추고 노래하며 불교를 알리던 중이었다.
이 두 스님이 하루는 술병차고 냇가로 나가 물고기를 잡아 안주삼아 한 잔 하고 있었다.
그때 혜공스님이 느닷없이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명색이 중인데 물고기를 잡아먹고 있으니 누가 볼까 두렵소."
그러자 원효스님의 대답.
"다 먹고 난 다음에 그런 소리를 하면 뭐합니까. 정 그렇다면 산고기를 뱉어 내면 되지 않겠소."
"스님께서 그런 신통력이 있소."
"해봐야 알지."
"원효스님이 한다면 나도 자신 있소이다."
"그러면 말만 할 것이 아니라 여기서 한 번 시험해 봅시다."
이렇게 해서 두 스님의 신통력 대결이 물가에서 벌어졌는데 한 스님은 냇물 상류 쪽에서, 또 한 스님은 하류 쪽에서 고의춤을 풀고 ‘큰 것’을 보았다던가.
그러자 고기들이 생환, 불안에서 떼 지어 몰려다니는 것이다.
한데 섞인 두 고기떼를 가리키며 두 스님은 서로 내 고기라고 우겼다는 이야기인데,
그 물가에 절이 들어서니 '나 오'(吾)자에 '고기 어'(魚)자, 오어사가 됐다는 일화가 내려오고 있다.』
「동아일보 발췌」
<산행 발자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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