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달이 사는 집
포항 천령산 우척봉을 넘어 청하골 폭포를 만나러... 본문
◈ 산행일자 : 2009. 08. 16(일) 맑음
◈ 산행장소 : 포항시 송라면 중산리 일원
◈ 산행인원 : 홀로 산행
◈ 산행코스 : 보경사주차장-용치등-천령산-청하골 계곡-연산폭포-상생폭포-보경사-주차장
◈ 산행시간 : 4시간 40분 (식사, 휴식, 사진촬영 및 탁족 포함)
▣ 산행기
어제의 화창한 날씨는 온데간데 없고 당직근무 마친 아침의 날씨는 가랑비가 조금씩 내리는 궂은 날이다.
산행이나 가려고 마음먹고 있었는데 얄궂은 조화속인지...
다행히 하늘엔 비구름이 물러가고 있는 중이라 일단은 출발이나 해보자고 마음먹어 본다. 퇴근해서 집으로 돌아와 견우 아침 챙겨주고 이것저것 주섬주섬 배낭에 담아넣고서 마트에 가서 자두 한봉지 사서 넣고 7번국도를 따라 포항방면으로 냅다 달려나간다.
비는 내리지 않지만 아직은 흐린 날씨라 저으기 걱정은 되었지만 멀리 안강 도덕산 정상부의 구름이 걷혀가는 중이라 산행에는 지장이 없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흥해에 들어서니 갑자기 도로가 꽉 막히기 시작한다. 휴일인데다 휴가철이 아직 끝나지 않았고 맑은 날이 별로 없었던 요즘 다들 모처럼 활짝 개인 날이라 밖으로 나들이를 나온 모양이다. 시간은 지체되어 가고 있지만 날아갈 수도 없는 일이니 그냥 앞차 꽁무니만 따라갈 밖에...
보경사주차장에 들어서니 관광버스가 꽉 들어차 있다. 게다가 앞서 도착한 차량들로 만원사례를 빚고있다. 늘 주차하던 보경3교 입구에 겨우 한대 주차할만한 공간이 있어 어렵사리 파킹해 두고 장비를 챙겨 산행길로 나서본다.(11:15)
▲ 짙은 녹음이 깃든 스마일농장 입구(새로 설치된 철문이 보입니다)
▲ 익모초(육모초)
▲ 으아리
▲ 으아리꽃을 접사로 찍은 모습입니다.
다리를 건너 스마일농장으로 진입을 하니 어렵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안보이던 철문이 떡하니 버티고 있는게 아닌가.
농장 앞으로 나있는 등로마저 진입을 못하게 원천봉쇄를 해 놓았다. 집주인이 일부러 비싼 돈 들여서 철문을 설치할 이유는 없을테고 아마도 보경사에서 입장료를 내지않고 산행을 하는 등산객들을 통제하고자 설치했으리라는 생각이 미치자 은근히 부아가 치민다.
그렇다고 혼자 애가 타서 속상해 해봤자 해결될 일은 아니지만 대중속으로 좀더 가까이 다가가려면 개방으로 가는 게 옳지않나 싶은 생각이 든다.
철대문 안에 인기척이 있어 소릴 질렀더니 주인 양반이 나와 문 좀 열어달라고 했더니 혼자인걸 알고는 문을 열어준다. 고맙다는 인사를 드리고는 얼른 대문 안으로 들어가 천령산 가는 등로인 용치등 숲속으로 빠져 들어간다.
햇살은 따갑지만 간간이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에 내딛는 걸음은 그리 힘들게 느껴지지 않아 다행이다.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뚜렷한 등로라 생략하고 오늘의 코스를 머리 속으로 그려본다.
▲ 흰둥근이질풀
▲ 고마리
▲ 골등골나물
▲ 파리풀
▲ 짚신나물
▲ 무릇
▲ 신작로 같은 등로에도 짙어가는 녹음이 덮고 있네요.
▲ 바위 틈을 돌고돌아 긴 여행을 시작하는 맑은 물
▲ 구와꼬리풀
▲ 능선에 올라서니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에 그저 상쾌한 기분이랍니다.
▲ 도라지모싯대
▲ 가는장구채
▲ 닭의장풀
▲ 전망이 트이는 곳에서 바라본 향로봉 정상
천령산 정상을 밟고 되내려와 음지밭등 갈림길을 따라 진행하다가 갈림길에서 우측 아래로 내려오는 바람에 보경사주차장으로 다시 되돌아온 꼴이 되어버린 지난번 산행을 반추하며 오늘은 천령산 정상 못미처 있는 이정표에 "보경사 계곡"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진행해 보기로 마음먹어 본다.
정상부를 향해 한걸음씩 내디디며 반가운 들꽃들을 사진에 담아 나가니 그리 지루한 줄 모르게 산행을 이어 나간다.
음지밭등 갈림길 이정표를 지나고 오름길을 올라가니 하산길의 산객들 몇 팀을 만나 반가이 인사를 나누기도 하며 진행하다보니 앞서가는 단체산행팀을 만난다.
창원에서 올라온 산악회란다. 추월해 나가며 천령산 정상부가 가까워지니 인기척이 제법 크게 들리기 시작한다. 대충 어림짐작으로도 100명은 넘게 보이는 많은 인원이다.
▲ 기름나물
▲ 뚝갈
▲ 헬기장에서 바라본 천령산(우척봉) 정상부
▲ 천령산 우척봉 정상석(770m)
마침 식사를 할만한 시간인지라 정상부엔 저마다 준비해온 음식들을 꺼내놓고 식사하며 떠들어대니 시장바닥 같은 분위기다.
우척봉 정상석을 카메라에 담고서 정상석 뒷켠으로 나아가서 멀리 수목원 팔각정과 매봉에서 향로봉으로 이어지는 마루금을 조망한 후 적당한 곳에 자리잡고 앉아 혼자만의 오찬을 즐기기 시작한다. 오늘의 양식은 사발면 하나에 초코파이 몇개에다 자두 한 봉지와 사탕 몇개가 전부다.
준비해간 보온병의 뜨거운 물로 라면을 끓여먹고 자두 한 알과 초코파이와 함께 커피 한잔하는 것으로 오찬으로 때우고 하산길로 접어든다.
▲ 수목원 팔각정과 좌측의 삿갓봉, 우측의 매봉 뒤로 멀리 괘령산이 조망됩니다.
▲ 보경사 계곡으로 가는 이정표(좌측으로 진행합니다)
하산길은 올라왔던 길로 다시 내려가다가 보경사 계곡을 알리는 이정표에서 좌측으로 시그널이 매달려있는 곳으로 진행해 나간다.
이정표 입구에서 후미조를 기다리고 있는 단체 산행객들을 추월해서 부지런히 걸음을 옮겨 나가니 뚜렷한 등로에 운치있는 오솔길이라 내딛는 발걸음도 절로 속도가 붙는다.
삼표중공업 산악회에서 세워놓은 스텐레스 이정표가 나오는데 좌측 급히 꺾이는 내림길이 음지밭뚝 가는 길이다.(13:42)
직진길은 주차장으로 가는 길인데 지난번 산행때 헷갈렸던 갈림길이 나오는 길인듯 하다.
▲ 진달래 터널도 지납니다.
▲ 삼표중공업 산악회에서 세운 음지밭뚝 이정표
▲ 푸르름이 더해가는 숲길이 마냥 좋았네요.
▲ 꼭두서니
▲ 확 트이는 전망터에서 건너다 본 내연산 삼지봉
▲ 청하골을 끼고 있는 천령산의 모습입니다.
허리길을 돌아 쉼없이 진행하니 등로 곳곳에 산객들이 쉬고 있는게 보인다. 혼자 몸이니 쉴 여유도 없고해서 쏟아질 듯한 내림길을 조심스레 내려가니 멀리서 물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다. 계곡이 가까워 오는 모양이다.
전날 내린 비에 등로가 조금은 미끄럽다. 게다가 급사면 내림길이라 스틱이 없이는 내려가기가 쉽지 않은 길이다.
물소리는 점점 크게 들리더니 계곡이 보이기 시작하고 은폭 방향을 가리키는 이정표가 눈에 들어온다.(14:20)
▲ 청하골에 내려서서 만난 이정표
▲ 폭포 상단부 암봉 위에서 내려다 본 연산폭의 멋진 모습
▲ 연산구름다리
▲ 깊고 깊은 청하골의 모습이 너무나 멋지네요.
▲ 뒤돌아 올려다 본 학소대의 기암이 멋진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삼거리 갈림길에 도착하니 계곡물에 몸을 담근 채 물놀이를 하는 사람, 돗자리 깔아놓고 맛난 음식 먹어가며 휴가를 즐기는 사람, 각양각색의 인파들이 눈에 띈다.
계류 건너편에서도 하산길의 산객들이 제법 바쁜 걸음들을 옮기고 있다. 삼거리나 시명리에서 내려오는 것이리라.
너덜길을 따라 연산폭포 방향으로 진행하니 6분 만에 연상폭포 상단부에 도착하게 되고 바위 위 암봉에 올라서서 내려다본 연산폭포는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와~' 소리가 절로 날 만큼 많은 수량의 물이 폭포 아래로 떨어지고 있다. 얼른 카메라를 꺼내 촬영에 열을 올린다.
주변 학소대를 비롯한 기암절벽들 그리고 청하골의 깊은 계곡, 연산구름다리 등을 사진에 담고서 등로를 따라 내려오니 또 하나의 비경 관음폭포가 땀 뻘뻘 흘리며 다가온 산꾼에게 시원한 모습으로 반겨주고 있다.(14:37)
▲ 연산폭포와 함께 내연산의 양대 볼거리인 관음폭포
▲ 웅장한 굉음과 함께 쏟아져 내리는 폭포수
▲ 좀 떨어져서 건너다 보니 더더욱 멋진 한폭의 그림입니다.
사진 몇장 담은 후에 구름다리를 올라 연산폭포 앞으로 다가가니 최근 몇년 사이 가장 풍부한 수량의 폭포를 만나게 된다.(14:42)
워낙 많은 인파로 사진 촬영하기가 쉽지 않다. 구도를 잡으려 하면 어느 새 사진 찍으러 나타나는 관광객들과 산객들 때문에 한참을 기다려야만 했지만 인내심을 갖고서 기다린 끝에 겨우 한장 찍고서 옆에 있던 분에게 부탁하여 독사진 한장 남겼더니 확인해 보니 맘에 들지 않아 올리지도 못할 것 같다.
다시 구름다리를 건너와 계단 내려가기 전 좌측 오름길로 올라서서 폭포를 바라보니 또 하나의 비경이 연출된다.
건너 보이는 폭포의 전경이 너무나 웅장하고 그 위로 버티고 있는 학소대의 아름다움에 넋을 잃고 쳐다본다.
▲ 학소대 역시 더 장대한 모습입니다.
▲ 잠룡폭(潛龍瀑) 역시 불어난 물에 신나게 쏟아져 내립니다.
▲ 무풍폭(無風瀑) 또한 눈요기꺼리로 충분하네요.
그렇게 눈요기를 즐긴 후에 내려와서는 무풍폭과 잠룡폭을 사진에 담으러 일부러 바윗길로 내려가 촬영한 후에 보현폭을 만나러 서둘러 내려간다.
정비가 잘된 탐방로지만 많은 인파로 인해 진행하는 걸음은 더뎌만 간다.
게다가 폭포쪽으로 올라오는 관광객들도 제법 있어 앞서나가기가 쉽지 않지만 그래도 요령껏 헤쳐나가 보현폭포에 도착하니 불어난 물에 신발을 벗지 않고는 진입이 불가능 하다.
피서를 온 사람들이야 이미 건너오고 가고 있지만 폭포가 안쪽 깊숙이 숨어 있어 아쉽지만 찍을 수 있는데 까지만 들어가서 찍고 나온다.
▲ 보현폭은 바위 뒤에 숨어있어 접근이 쉽지 않네요.
남은 제1폭포인 상생폭을 만나러 다시 걸음을 옮긴다.
내려가는 도중 계류를 바라보면 어김없이 피서나온 행락객들과 탁족을 즐기는 산객들이 눈에 띈다.
가족 단위로 피서를 와서 물놀이를 하는 모습을 바라보니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고 예전에 나도 저런 때가 있었는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제는 다 커 버려 제각각 떨어져 지내고 있어 1년에 몇 번 밖에 만날 수 없으니 나도 나이가 들긴 든 모양이라는 생각도 문득 든다. 아직도 마음은 이팔청춘인데...
어느덧 상생폭포에 당도하니 그동안 늘 한쪽만 떨어지던 물줄기가 그 이름에 걸맞게 양쪽에서 시원스레 쏟아져 내리고 있으니 보는 눈도 그저 즐겁기만 하다.(15:11)
▲ 상생폭(相生瀑)이 모처럼 제 이름에 걸맞은 모습입니다.
▲ 내연산 보경사 경내의 모습
사진 몇 장 찍은 후에 하산길을 이어가다가 쉬어가기 좋을 바위 하나를 골라잡아 배낭을 내려놓고 윗옷을 벗어 던지고 흐르는 맑은 물에 머리를 담궈본다.
온 몸이 땀으로 절어버려 자반고등어가 되었지만 시원한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머리까지 감고나니 싱싱한 활어가 되어 버렸다.
신발과 장비를 세척하고 자두 한알 덥썩 입에 물어보니 상큼한 맛에 물오른 자두의 맛이 그대로 전해져 온다.
물놀이 하는 어린 아이들을 물끄러미 쳐다보며 한참을 쉰 후에 보경사로 향한다.
다시 찾은 보경사 주변 경관은 올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참 괜찮다는 생각이 절로 나온다.(15:55)
▲ 노송과 대나무의 절묘한 조화
▲ 내연산 보경사 일주문
▲ 고목에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능소화
쭉쭉 뻗은 노송들과 대나무들이 어우러지고 그 속에 아담하면서도 운치있는 고찰 보경사가 자리하고 있어 마음이 평온해지는 느낌이다.
감로수 한잔으로 목을 축이고 7번 국도가 막힐 것이라는 생각이 언뜻 미치자 서둘러 귀가해야겠다는 생각에 마음이 바쁘다.
일주문을 나서며 합장으로 부처님께 인사를 드리고 도로를 따라 주차해 둔 곳으로 이동하니 고목에 능소화가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멋들어진 모습을 보니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카메라에 담아본다.
길가에 피어있는 코스모스가 바람에 흩날리고 있어 또한 담고서 애마에 올라타고 주차장을 빠져 나와 귀로에 오른다.
▲ 가을의 전령사 코스모스가 바람에 하늘거립니다.
▲ 설악초
7번 국도는 역시 막히기 시작한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월포해수욕장 사거리까지 당도해서는 우측 청하면으로 빠져들어 신광을 거쳐 안강, 경주 방면으로 차를 몰아가니 그나마 소통이 원활하다.
늘 헛탕만 쳤던 내연산 청하골의 폭포의 비경을 오늘에야 만끽했으니 제법 먼거리로의 산행길이었지만 아깝지 않을 만큼 유쾌한 하루를 보낸 것 같아 돌아오는 내내 콧노래가 그치질 않는다.
▲ 산행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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