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달이 사는 집
단석산 산행 (당고개-단석산-천주암-방내리) 본문
☆ 산행일자 : 2009. 11. 28 (토) 날씨:흐림
☆ 산행장소 : 경주시 방내리와 내남면 비지리
☆ 산행인원 : 홀로 산행
☆ 산행코스 : 당고개 - 689봉 - 단석산 - 진달래능선 - 천주암 - 방내리
☆ 산행시간 : 7.7km(이정표상 거리), 4시간(식사와 휴식 포함)
▣ 산행기
주말 다른 약속이 없어 모처럼 늦잠을 자고나니 몸이 가뿐하다.
아내가 차려주는 아침상을 받아본게 얼마만인지... 저녁에만 만나게 되는 올빼미부부가 되어버려 늘 아침은 직장에서 해결하곤 했었는데 맛나게 끓여주는 된장찌게에 밥 두공기가 게눈 감추듯 사라져 버린다. 그 입맛에 길들여져 살아온지 벌써 스물 하고도 일곱해째가 되어간다. 꽃다운 나이에 시집와 지금껏 고생만 시켰는데 당분간은 더 힘들게 살아야 할 것 같아 미안한 마음에 코 끝이 찡해져 온다. 아침 댓바람부터 요상스런 글로 심기가 흔들려지니 각설해야겠다.
내일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에 가까운 곳에라도 다녀오려고 마음먹고서 아내더러 된장찌게와 밥 좀 사 달라고 부탁을 하고 서둘러 배낭을 꾸리기 시작한다.
일찍 일어났으면 영남알프스로 달려 가련만 이미 10시가 다된 시각이라 찾을 곳은 근교산 밖에 없겠다 싶다.
급하게 머리속으로 주변 산들을 꼽아보니 단석산이 떠오르고 코스 설계에 들어가니 떠오르는 게 있어 일단 출발하면서 생각해 보기로 하고 집을 나선다.
시외버스터미널 건너 서천 둔치 무료주차장에 차를 주차해 놓고서 고속버스터미널 앞 버스승강장에서 351번(350번) 시내버스에 몸을 싣고 건천읍을 지나 산내면과의 경계점인 당고개에 하차를 한다.(당고개는 승강장이 없으니 버스 기사분에게 부탁해야 함)
낙동정맥 구간인 당고개는 제법 많은 시그널들이 달려있어 들머리 찾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신발끈을 조여매고 장비를 챙긴 후 당고개 들머리를 사진에 담고서 단석산으로 향한 발검을을 옮긴다.(11:36)
당고개 휴게소 옆으로 나있는 급사면을 오르거나 아니면 당고개 정상부에서 시멘트도로를 따라 진입하다 곧바로 좌측 산길로 올라붙는 두곳 어느 길로 가더라도 만나게 되어있어 그나마 수월하다 싶은 시멘트도로로 진입을 한다.
△ 산행코스
△ 낙동정맥 당고개(경주시 건천읍과 산내면의 경계지점)
△ 산행 들머리
휴게소에서 올라오는 길과 합류하니 길은 제법 넓어지고 낙엽길이 이어진다. 흐린 날씨라 조망은 별로였지만 아무도 없는 등로를 홀로 오르며 상념에 잠겨본다.
건강을 위해 시작한 산과의 만남이 이젠 습관이 되어 주말마다 산을 찾지 않으면 괜히 허전하고 마음이 불안해지는게 중독이 되어버린 모양이다.
일단 산에 들어오면 마음이 정화가 되는 듯 평온해지고 머리속이 맑아진다. 비 오듯 땀 흘리며 숨이 남아갈 듯 거칠어져도 싫지 않은건 그 속에서 자신을 되돌아보고 인내의 한계를 극복하며 실생활에서 스트레스가 말끔이 해소가 되는 탓이리라. 한 주간 직장생활 속에서 쌓였던 스트레스를 산을 찾으면서 한방에 날려버리고 재충전 후 또 일주일을 즐거운 마음으로 활기차게 보내는 생활이 정신건강에도 좋고 몸도 건강해지는 일석이조가 아닌가 싶다.
지난 주에 올랐던 북한산의 암봉들이 머리속을 헤메고 다니지만 낙엽이 짙게 깔린 육산을 오르는 것도 그에 못지않은 낭만이 깃들여 있어 좋다.
△ 마른 낙엽을 밟으며 걷는 부드러운 등로에 기분마져 상쾌해 집니다.
△ 낙엽밟는 소리가 홀로 걷는 산꾼에겐 FM의 음악처럼 들려와 외롭지 않네요.
△ 하늘을 향해 곧게 뻗은 전나무 숲에서 삶의 활력소를 느낍니다.
사각사각 소리를 내며 내딛는 발걸음에 본격적인 시동이 걸려 속도를 내기 시작하니 금새 이마엔 굵은 땀방울이 쏟아져 내린다.
불어오는 바람에 떨어지는 낙엽들을 바라보며 본격적인 추위가 얼마남지 않았겠다 싶은 생각이 든다. 눈오는 설산을 원없이 걷고픈 진한 유혹을 느끼며 크고 작은 능선을 오르내리며 마주치는 산님들과 반가운 인사를 나누며 진행하니 눈에 익은 표지판이 나타난다.
O.K그린목장에서 올라오는 길과 합류가 되는 지점으로 당고개를 떠난지 1시간 14분이 소요되었다.
비지리 학동마을에서 올라왔을 때 이곳을 지나쳤던 기억이 새롭다. 이제부터 낙동정맥과 작별을 고하고 좌측 단석산을 향해 걸음을 옮겨 나간다.
△ 당고개 갈림길
△ 암에 걸린 나무가 너무 안쓰럽네요.
△ 지나온 등로가 오른쪽으로 펼쳐져 있고 가운데 조래봉과 낙동정맥길이 연무에 희미하게 조망됩니다.
등로는 제법 급해 한바탕 땀을 흘린 후 오랫만에 다시 찾은 정상부의 단석(斷石)은 예의 그 자리를 지키고 있고 오늘따라 칼로 베인 듯한 틈새가 유난히도 넓어 보인다. 소년 김유신의 시검설에서 비롯된 단석이야기는 단순한 설화나 전설로만 치부해 버리기에는 너무나도 또렷한 물증(?)이 있기에 이제는 믿고 싶다. 요즘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 '선덕여왕' 탓인가?
뿐만 아니라 곳곳에 산재한 바위나 지명의 내력설화들은 터무니없는 이야기들이 아니라 어느 정도 객관적인 사실성을 내포하고 있는 듯하다.
△ 김유신의 설화가 얽혀있는 단석(斷石)
△ 새로이 세워져 있는 안내판
정상석 곁에서 쉬고 있는 여성 산님 두 분이 헐떡거리며 올라온 산꾼이 보기에 안쓰러웠는지 따끈한 차 한잔을 건넨다. 감사한 마음으로 받아드니 쌍화차다. 차가운 날씨에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뜨거운 기운에 언 몸이 녹아내린다. 더구나 떡 한 조각에 국화차까지 곁들여 얻어먹게 되었으니 황송할 따름이다.
포항에서 왔다는 두 분과 잠시 환담을 나누고 준비해간 밥과 된장찌게를 내어놓고 맛난 점심시간을 즐긴 후 커피까지 곁들이니 부러울게 없다. 다녀간 흔적을 남겨야겠기에 두어장 사진을 찍은 후 잘 가시라는 인사를 주고 받으며 작별을 하고 하산길을 서두른다.
하산 코스는 세군데가 있는데 여성 산님 두분이 내려간 신선사 방향의 길과 방내리로 하산하는 방법, 입암산을 거쳐 비지리로 가는 방법이 있는데 오늘은 천주암으로 해서 방내리로 하산하는 길을 택해본다.
△ 단석산(827.2m) 정상석
△ 단석 앞에서도 한 컷!
△ 방내리, 비지리 갈림 이정표
새로 생긴 산지킴이 초소를 지나 내려가면 이정표가 나타나고 좌측 내림길이 방내리 코스다. 직진길은 비지리, 백석암 가는 길이다.
정상 남동쪽 안부에서 급하게 떨어지는 내리막을 지나치면 산길은 어느새 유순해지는 평탄한 능선으로 이어진다. 내리막이 끝나는 지점쯤에 큰골 쪽으로 하산하는 갈림길을 지나쳐 주능선을 계속 타게 된다.
이 능선은 진달래 산행지로 각광을 받고 있는 곳인데 정작 진달래시즌이 되면 꼭 오리라는 약속은 매번 지켜지지 못했다.
과연 내년 초 진달래축제 때는 찾아볼 수 있을런지...
△ 진달래능선 입구에서 되돌아 본 단석산 정상부
△ 진달래 군락지
△ 전망바위에서 바라본 건천 들녘. 우측 멀리 선도산이 보입니다.
△ 전망바위에서 오랜 세월 잘 자라고 있는 소나무
이곳으로 산행할 때마다 빠지지않고 들러보는 전망대 바위에 오늘도 어김없이 올라서서 시원스레 펼쳐지는 주변 경관을 조망해 보고 내려와 펼쳐지는 낙엽의 바다로 빠져들어 막바지 산행을 이어간다. 그동안 몇번 다녀본 길이라 낯설지 않게 느껴져 주능선길을 빠르게 이어가 만나는 갈림길에 도착하니 우측은 천주암, 좌측 산허리를 휘어 도는 길은 바위암릉을 왼쪽으로 크게 돌아서서 방내리 모시각단 마을로 이어지는 길이다.(14:42)
이곳에서 귀인을 만나게 되는 큰 기쁨을 누리게 된다.
이정표 아래 세 사람의 산님이 있는 모습이 보여 가까이 다가가며 반갑다는 인사를 건네고서 몇 마디 주고 받는데 뒤돌아서는 한분의 얼굴을 보니 반가운 얼굴이 아닌가! 인터넷에서 경주,포항 산꾼이라면 다 알만한 '산으로 가는 길'과 카페 '포항산친구들'에서 본인으로선 엄두도 내지 못할 산행활동으로 평소 동경해 왔던 "자황"님을 이곳에서 만나게 될줄이야 그 누가 알았겠는가. 먼저 알아보고 인사를 건네며 '해와달의 노래'라고 말씀을 드리니 바로 알아봐 주신다. 앞서 몇 마디 나눴던 분은 '영강'님이었던 것이다. 인터넷에서 사진으로만 접했었지만 자주 들여다 본 탓에 다행히 알아볼 수 있어 다행이었고 닉네임 역시 그러했으니 반가움에 악수를 나누며 덕담을 나눠본다. 포항에서 교편을 잡고 계시는 '자황'님의 명성은 익히 들어 알고 있으니 앞서 가신 등로를 따라 열심히 뒤따르고 있다는 말씀을 드리며 늘 즐산,안산하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웃으며 작별을 고하고서 천주암으로 향하는 내림길로 들어선다.
산을 다니며 인터넷에서 접했던 이들을 만나게 되는 기쁨은 참으로 크다 하겠다. 역시 포항에 사시는 '호젓한 오솔길'님도 이곳 단석산 정상에서 뵈었었는데 오늘의 기쁨은 그때보다 훨씬 더 크고 진하게 다가온다. 물론 본인보다 먼저 알아봐 주시고 인사를 건네오는 분들도 계시지만 초보산꾼에게 있어 마음속에 본보기로 남아있는 분을 직접 만나게 되는 것은 마치 아이들이 자기가 좋아하는 연예인을 만나 마음이 들떠 기뻐하는 것에 비견되는 것 같아 남은 하산길이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다.
△ 낙엽의 바다에 푹 빠져들고 싶네요.^^*
△ 천주암, 방내리 갈림 이정표
△ 마치 말벌집을 뒤집어 놓은 듯한 '기둥바위'
들뜬 기분이었지만 급내림에다 사면길이라 조심스레 천주암쪽으로 내려선다. 길은 산허리를 오른쪽으로 휘어 돌아 낮게 흐르는 지릉으로 이어지고 차츰 고도를 낮춰간다. 저 아래 천주암 지붕이 내려 다 뵐 즈음 전망 좋은 바위에 이르게 된다. 바위 난간에는 이미 수명을 다해가는 측백나무 한 그루가 방내리 일대를 굽어보고 있다.
작년까지만 해도 푸르게 잘 자라던 나무가 무슨 연유에서 이렇게 갈색으로 변해 가는지 안타까운 마음뿐이다.
저 아래로는 한때 영화를 자랑했으나 부질없는 주지의 욕심으로 사람들의 발길이 끊어지고 지금은 절터마져도 물속에 잠겼다는 "장흥사" 의 설화를 품고 있는 방내지가 인간사의 경종을 울리며 푸르게 자리하고 있다.
발길을 돌려 내리막으로 떨어지니 말벌집을 뒤집어 놓은 듯한 기이한 모양의 암봉이 길을 막고 길은 왼쪽 계곡 아래로 급하게 흘러든다. '기둥바위'라 불리워지는 바위를 사진에 담고서 급사면으로 떨어지니 낙엽길이 여간 미끄럽지가 않다.
△ 급사면에 낙엽이 잔뜩 깔려 여간 미끄럽지가 않네요.
△ 산 아래에는 아직도 가을의 끝자락이 아쉬운 듯 단풍이 조금 남아 있네요.
급한 내리막 이후 만나게 되는 천주암 역시 고즈넉하기 이를 데 없다. 대웅전, 종각, 요사채가 전부이지만 당우까지 올라선 마른 담쟁이 넝쿨이 제법 고찰다운 면모를 풍기고 있다. 바위암봉을 뒤로 한 천주암이 마치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케 하고 스스로 청정도량임을 자부하듯 준수하기 그지없다.
대웅전을 사진에 담고자 종각 가까이 다가가니 어디선가 큰 소리가 들려와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일주문 입구에서 스님 몇 분이 계시는게 보이고 길이 없다고 이쪽으로 내려오라고 손짓을 한다. 자그마한 암자에 남자 스님들이 서너분 보이는 이상하게 느껴지는 분위기에 계단을 내려가니 두어분의 스님이 더 보인다. 합장으로 인사를 주고 받으니 일주문 방향으로 나가는 길을 안내해 준다. 바깥에는 오래된 몇 그루의 은행나무가 앙상한 가지와 바닥에 노오란 이파리만 내려 놓은 채 암자에 일어난 일을 지켜보고 있다. 사찰로 올라오는 도로에도 커다란 나무와 차로 입구를 막아놓고서 사고사찰이라 출입을 금한다는 안내판이 붙어 있어 다시 한번 천주암을 돌아보니 아담하던 산사의 분위기가 별안간 공포스러워지기 시작한다. 스님들의 모습도 다들 체구들이 당당해서 뭐라고 물어볼 엄두도 나질 않았는데 요즘 사찰도 사유화가 많이 되어 재산권 다툼이 있었지 않았나 싶다. 불교 본래의 뜻을 잊지않고 부처가 되는 길만 닦으면 좋을텐데...
△ 천주암 대웅전
△ 천주암 앞 마당의 은행나무
△ 단석산 등산로 입구를 알리는 팻말
△ 단석산의 바위능선
천주암을 빠져나와 등산로 입구 팻말을 사진에 담고서 이후 차도 쪽을 따르면서 올려다 본 바위능선이 너무나 멋져 카메라에 담으니 아마도 '불선바위', '눈바위', '수리바위'일 것이다. 하지만 각각의 이름을 구별할 능력은 없으니 그저 눈으로만 감상할 따름이다. 건천톨게이트 방향의 능선길을 올려다보며 장군봉에서 출발했던 산행을 돌이켜보니 미소가 절로 나온다. 계류 쪽을 따라 20분 정도를 내려서게 되면 방내리 버스종점에 이르게 된다.(15:50)
"방내(芳內)" 라는 지명 또한 옛 화랑들과 무관하지 않으며 순 우리말로 꽃안마을이라고도 하는데 꽃안마을에서 남쪽으로 향하여 큰골로 들어가면 장흥사(長興寺)터가 못 속에 있고 계속 계곡으로 더 들어가면 화랑바위(花郞岩)와 급제바위(及弟岩)가 있다. 이 바위들은 옛날 화랑도들이 이 바위의 안 골짜기에서 심신 단련하는 수양을 하였으므로 자식들을 면회하기 위하여 찾아간 어머니들은 이곳에서 더 들어가지 못하고 화랑도인 아들들을 이곳에 불러내어 이 바위에서 면회하였다고 전한다.
이에 연유해 꽃다운 나이의 젊은이들이 있었던 곳이라 하여 "꽃다울 방( 芳)자"를 써서 방내라는 지명의 유래를 유추하고 있다.
△ 단석산 정상부는 구름에 가려 온데간데 없지만 지나온 등로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 경부고속도로 너머로 구미산이 멋진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시내버스 도착하는 시간이 16:40분이라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아 모량리까지 걸어가기로 하고 시멘트 길을 따라 정처없이 걷기 시작한다.
흐린 날씨에다 해넘이가 가까워 오는 시각이라 그런지 어둑해지는 가을걷이가 끝난 들판에는 황량하기 그지없고 마른 볏짚을 건초로 사용하기 위해 수거하는 농부의 손길이 바쁘기만 한 모습에 덩달아 발걸음도 바빠진다. 돌아본 단석산의 정상부는 구름에 가려 사라져 버리고 지나온 능선길만 산너머로 넘어가는 햇살에 하루의 마지막 빛을 발하고 있다. 30분 가량 걸어서 모량리 버스승강장에 당도하여 기다려 도착한 버스에 몸을 싣고 시내로 들어와 차량을 회수하고 집으로 돌아오니 총 4시간 정도 소요된 짧은 산행이었지만 신라천년 숨결이 어린 단석산에서 설화와 결부지어본 산행인지라 참 많은 것을 보고 느낀 것 같다.
산에 대한 이야기, 산속이야기를 알고 떠난다면 보다 많은 것을 보고 느낄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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