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달이 사는 집
영천 보현산 시루봉-천문대-상봉-갈미봉-정각리-절골 본문
♤ 산행일자 : 2009. 12. 24(목) 흐림
♤ 산행장소 : 영천시 화북면과 청송군 현서면
♤ 산행인원 : 나홀로 산행
♤ 산행코스 : 영천군 화북면 정각2리(절골)-보현리 3층석탑-시멘트다리-돌탑, 이정표(시루봉 1.7km)-보현산 시루봉-천문대-상봉-주차장-두마임도 갈림길-삼거리봉(832m)-전망대(채석장터)-갈미봉-임도-정각삼거리-절골입구
♤ 소요시간 : 5시간 30분(식사, 휴식 및 도보 이동 20분 포함)
☞보현리 절골 찾아가는 길
경주에서 안강방면 68번 국도 → 기계면 내단사거리에서 청송방면 좌회전 → 죽장방면 31번 국도를 따라 진행 → 죽장휴게소 지난 내리막인 지동3거리에서 영천방면으로 좌회전 → 약 4km를 더 달리면 충효교 지나자마자 충효삼거리(충효휴게소) → 화북,보현산천문대 이정표를 따라 우회전 후 8.7km를 달리면 정각3거리 → "보현산 천문대 9.3km" 이정표를 따라 우회전 → 천문대 방향으로 1.3km 진행하면 도로변으로 "절골"을 알리는 표석이 있다. === 경주 집에서 → 절골 : 67.4km ===
◈ 산행기
지난 일요일 정기산행 때 찾았던 가야산의 설경이 아직도 눈에 어른거려 가까운 고산(高山)이라도 찾으면 혹여 눈구경 할수 있을까 싶어 휴가를 얻어 이른 아침부터 부산을 떤다. 누룽지를 끓여 보온병에 넣고 반찬 몇가지 챙기고 이것저것 배낭을 꾸리다보니 어느새 배낭 가득이다. 들어보니 제법 묵직한게 오늘도 역시 어깨가 고생하겠다 싶다. 거의 홀로 가는 산행이다보니 산행할 때면 으례히 꼼꼼히 챙기는 편이라 늘 배낭 무게가 상당한 편이다. 등산은 무게와의 싸움이라는데 언제쯤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런지...
각설하고 간단히 아침을 챙겨먹고 안강방면으로 차를 몰아가 기계면을 지나면서 곰곰히 생각에 잠긴다.
면봉산이나 보현산을 가야 약간의 눈이라도 구경할 수 있을 것 같아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데 면봉산은 최근에 자주 올라봤으니 이번엔 보현산을 다시 찾아보자는데 생각이 기운다. 오래 전 그러니까 아마도 5년도 넘었지 싶은 과거에 한번 올라보곤 아직 가야할 산행리스트에 접어 넣어둔 채 지금껏 꺼내지 않았었는데 오늘에야 뚜껑을 열어보게 되는 것 같다. 물론 그동안 자동차로 천문대 구경은 몇번 갔었지만...
한티재를 넘어 지동삼거리에서 좌측으로 길을 틀어 진행하니 눈에 익은 충효삼거리가 나타나 다시 우측으로 진행을 한다.
자주 찾았던 작은보현산 가는 길이라 운전하는데 거리낌이 없이 내달린다. 작은보현산 산행 들머리인 거동사 가는 갈림길을 지나 진행하니 정각3거리가 나타나고 천문대를 가리키는 우측 방향으로 진행하면 절골을 알리는 표석이 있는 곳에 도착하게 된다.
보현산을 올려다보니 정상부엔 눈 내린 흔적이 보이질 않아 기대했던 눈 산행은 포기해야 할 것 같다.
자동차를 표석 가까이 주차해 놓고 조금이라도 무게를 줄여보려고 아이젠과 스패츠를 꺼내 차에 두고 나머지 장비를 챙겨 걸음을 옮기니 뿌연 연무속에 하얀 색깔의 보현산 천문대가 눈에 들어온다.(09:38)
▲ 산행지도
▲ 출발점인 절골 입구(직진은 천문대 가는 길)
▲ 예전 동네 아낙들의 사랑방 역할을 했던 우물을 복원해 놓았네요.
▲ 정각리 삼층석탑
▲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되는 정각사 입구
절골 입구에 서 있는 마을표석을 따라 들어가면 곧 쉼터와 오래된 정자나무가 나타나고 개울을 좌측에 두고 시멘트길을 따라 진행하며 오늘의 코스를 머리속으로 그려본다.
보현리 삼층석탑을 구경하고 시루봉으로 바로 올랐다가 천문대를 거쳐 상봉을 들른 후 동쪽 능선을 따라 작은보현산 서쪽 끝의 삼거리봉을 거쳐 갈미봉을 경유하여 다시 절골로 내려오는 원점회귀 코스로 정해본다.
마을 안쪽 길을 따라 들어가니 아직도 사용중인 듯한 우물가를 지나고 조금더 진행하니 왼편 개울 건너 언덕배기로 석탑 하나가 올려다 보인다.
붉은색 철다리를 건너 비탈을 올라서면 고추밭 사이로 정각리 3층석탑이 유구의 세월을 받치며 방치된 듯 초라하게 서 있다.
개울쪽으로 되내려 오려다 석탑 너머 산기슭으로 임도가 보이기에 밭고랑을 지나 울타리를 넘어서니 제법 넓직한 임도를 만나게 된다. 임도를 곧장 따라가면 조금 전 개울을 끼고 올라오던 길과 만나는 곳으로 시멘트 다리가 놓여져 있다.
여기서 계속되는 개울을 따라 오르게 되면 보현산 천문대로 오르게 되고, 왼편으로 굽이치는 길을 따라 오르면 바로 시멘트길로 바뀌게 되는데 곧장 시루봉으로 올라서는 길이다. 만약, 3층석탑을 둘러보지 않고 계속 개울 옆길을 따라 왔다면 계류 안쪽으로 민가 한 채가 보이는 지점에서 왼쪽의 시멘트 다리를 건너 산기슭로 붙으면 된다.
산허리를 타고 도는 임도를 따라 5분쯤 올라서게 되면 넓은 공터 옆으로 민가 한 채를 지나게 되는데 정각사인 모양이다.(09:57)
절집의 분위기는 전혀 없지만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독경소리에 절집이란걸 짐작할 뿐이다. 계속되는 넓은 길을 20m 따라들면 돌탑과 이정표(법용사 4.7km, 천문대 2.0km, 시루봉 1.7km)가 서 있는 "29번 구조점을 지나친다.
이 이정표를 지나면 곧 상수보호용 철망울타리를 따라 들면서부터 제대로 된 산길이 시작된다.
철망울타리를 지나 양지바른 무덤가에서 잠시 멈춰선다. 겨울철이라 추울까 싶어 내의를 착용하고 왔었는데 따뜻한 날씨에 금방 땀이 송골송골 맺히는게 걷는데 지장을 주지 싶어 벗고 가려고 멈춰선 것이다. 어느 가문의 조상님의 묘소인지는 모르지만 마음속으로 '지송합니데이~'하며 훌러덩 윗옷을 벗으며 스트립쇼(?)를 해댄다. 내의를 벗어 배낭에 갈무리하고 물 한모금 마신 후 본격적인 산행길로 들어선다.
소나무와 참나무가 섞인 뚜렷한 등산로는 시루봉까지 거의 외길로 이어진다.
▲ 처음엔 솔가지가 깔려있어 부드럽고 완만했던 오름길이...
▲ 코가 땅에 닿을만큼 심한 가풀막에 거친 등로로 변해 버렸지만 세상사 역시 그러하니 순응해야겠지요.
"시루봉 1.3km"를 알리는 이정표를 만나게 되는데 세워진지 오랜 시간이 지나서 그런지 파손이 되어 보수가 필요한 것 같다. 여기서부터는 본격적인 된비알이 시작되는데 코가 땅에 닿을 만큼 경사도가 심하다. 숨이 턱에 찰 만큼 '헥헥'거리며 30분 가까이 꾸역꾸역 올라서면 왼쪽에서 올라오는 또렷한 능선과 만나는 능선3거리에 올라서게 된다.(10:41)
이제부터는 다소 완만한 길이 펼쳐지는 능선길은 역시 고도를 높인 탓인지 불어오는 바람이 조금은 차게 느껴진다. 하지만 걷기엔 딱 좋을만큼 상쾌하다.
▲ 능선길을 오르며 불어오는 서늘한 바람이 상쾌했네요.
▲ 능선 오름길에 건너다 본 보현산 동릉 너머로 면봉산, 베틀봉, 곰바위산이 차례로 도열해 있네요.
▲ 자양분을 듬뿍 먹고 크게 자랄 때쯤 이 넘을 따러 올수 있을지...(운지버섯)
▲ 시루봉에 새로이 세워진 팔각정 전망대
능선3거리에서 우측 오르막을 따라 진행해가며 좌우로 시선을 돌려보지만 잔뜩 낀 연무에 가려 가까운 곳만 조망이 되어 재미가 반감이 되지만 한결 부드러워진 등로를 따라 걸으며 눈에 익은 주변 봉우리들을 바라보며 힘찬 발걸음으로 나아간다.
산불감시를 위한 망루가 눈에 들어오고 전망대인 팔각정이 코 앞이다. 오랜 세월 잊혀졌던 보현산 시루봉을 다시 찾으니 그 사이 달라진게 많은 것 같다.
자동차로 천문대를 찾아오는 탐방객을 위해 웰빙산책로와 전망대를 만들어 놓고 이정표도 산뜻하게 정비를 해놓아 보기에 좋아 보인다.(법용사 2.5km, 천문대 0.3km, 정각 2.8km)
이정표를 지나 오르니 사방팔방으로 조망이 훤히 트이는 보현산 시루봉에 올라서게 된다.(11:18)
▲ 보현산 시루봉(1124.4m) 정상에서...
▲ 보현산 천문대와 우측 뒤로 기상관측소가 있는 면봉산이 보입니다.
▲ 천수누림길 데크로드의 전망대
(별을 주제로 한곳이라 쉼터도 별모양이네요)
▲ 목재계단길을 따라 천문대로 오릅니다.
▲ 들머리였던 절골(정각 2리) 좌측으로 갈미봉이 보이고 우측엔 기룡산이 희미하게 조망이 됩니다.
▲ 천문대 전시관과 그 뒤 1.8M망원경동과 보현산 상봉이 보입니다.
▲ 보현산 상봉에서 바라본 시루봉 방향의 전경
▲ 보현산 상봉(1126.4m)
배낭을 내려놓고 셀카로 몇장 찍은 후 주변 조망을 즐겨보려 하지만 천문대 너머로 면봉산과 베틀봉이 조망이 되고 희미하게나마 작은 보현산과 가야할 갈미봉 능선만 눈에 들어올 뿐 그 뒤의 산들은 연무에 가려 보이질 않는다. 모처럼 찾은 보현산에 오른 것으로 만족을 하고 서쪽으로 철망울타리가 쳐져있는 법용사 즉, 팔공지맥, 보현지맥을 따르는 갈림길을 지나 천문대를 향해 걸음을 옮긴다. 잘 정비된 등로를 따라 내려가니 철조망 너머 응달진 곳에는 아직 녹지않은 눈(雪)이 있어 눈요기라도 하며 진행해 나간다.
천수누림길데크로드를 잠시 걸어보며 사진 몇장 남기고서 하얀 색깔의 전시관 건물을 향해 오름짓을 한다. 평일이라 찾아오는 이 없는 천문대는 적막강산이 따로 없다. 전시관을 우측에 끼고 돌아들어 시멘트 도로를 따라 올라서서 1.8M망원경동을 지나면 커다란 글씨로 '普賢山'이라 새겨져 있는 보현산 상봉에 도착하게 된다.(11:36)
역시 배낭을 세워놓고 셀카로 다녀간 흔적을 남겨본다.
정상석에 새겨져 있는 산의 높이는 시루봉보다 2미터가 더 높다. 그렇다면 보현산의 정상은 상봉인가?
▲ 응달이라 그런지 눈밭이 펼쳐져 잠시나마 설원을 걸어 보았네요.
▲ 상봉에서 내려와 만난 천문대 주차장
각 지자체마다 경계점의 산 찾기는 아마도 청송군이 가장 적극적이지 싶다. 상봉에 청송군수 명의로 정상석을 세운 것이나 인근 면봉산 정상에 세워놓은 정상석도 그러하니 말이다.
상봉에서는 천문대쪽으로 되내려가 차도를 따라 두마임도 갈림길까지 가는 것이 편하지만 곧장 능선을 따라 내려서기로 한다.
정상석 뒤로 나있는 내림길로 들어서니 그늘진 곳이어서 그런지 아직도 눈밭이 펼쳐진다.
눈 구경 못할 줄 알았는데 보현산 산신령께서 어여삐 여기시어 중생에게 즐거움을 주려 하셨나 보다.
▲ 탐방객을 위한 웰빙 산책로인 '천수누림길데크로그'
▲ 팔공지맥과 포항 시경계인 면봉산으로 연결되는 길
▲ 보현산 천문대로 오르는 길이 마치 살아있는 뱀처럼 꿈틀거립니다.
뽀드득거리는 눈길을 조심스레 7분 가량 내려서니 주차장이 나타나고 천문대 주차장을 지나면서부터는 능선을 버리고 차길로 내려서서 등로를 이어간다.
딱딱한 시멘트도로를 따라 걷다가 길섶의 소나무 아래로 걸으니 솔가지가 떨어져 푹신한게 한결 걷기가 편하다.
도로를 따르는 도중 왼편 숲길로 드는 쪽으로 표지기가 붙어 있는 곳은 포항시경계 또는 팔공지맥의 마루금을 따라 면봉산으로 연결되는 입구가 되는 곳이라 사진 한장 남기고서 하염없이 걸음을 옮겨간다.
이어서 차도가 오른쪽으로 크게 굽도는 부분에서 차도를 버리고 능선을 따라 내려선다.(12:07) 발품을 절약하기 위해서다.
▲ 베틀봉과 곰바위산이 도열해 있는 구릉 아래로 하늘아래 첫동네이며 별 만지는 동네라 일컬어지는 포항시 죽장면 두마리가 보입니다.
▲ 발목이 푹푹 빠질 만큼 쌓인 낙엽길이 운치있어 보입니다.
▲ 두마리 임도 갈림길 이정표
오른쪽으로 도로를 두고 곧장 능선을 이어 20여분 내려서니 운치있는 호젓한 산길이 열려있어 모처럼 여유있는 산행길이 된다.
발목까지 푹푹 빠지는 낙엽길을 걸으며 잠시 상념에 빠져들어 본다. 떨어진 낙엽들을 보면서 서있는 나뭇가지를 올려다 본다. 거기엔 잎이 떨어진 가지마다 새순들이 자라고 있다. 낙엽은 떨어질 때 새순을 남기고 떨어진다. 자기 삶을 다 살고 낙엽이 되어 떨어지지만 그것은 끝이 아니었던 것이다. 떨어진 낙엽을 보며 슬퍼만 할게 아니라 새순을 보며 희망을 가지는 그런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한해한해 나이들어 가면서 새삼스레 느껴가는 중이다. 비록 현실은 힘들고 어려울지언정 아직은 살만한 세상이라 희망을 갖고 열심히 하루하루를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고 이러한 생각들을 가질수 있는 산으로의 나들이가 내겐 너무 좋은 시간들이다.
이름모를 무덤을 지나 등로를 이어가니 임도가 산허리를 가로지르는 두마임도 갈림길로 내려서게 된다.(12:31)
건너편 산자락으로 "임도기념식수표석" 이 있고 새로이 단장된 산뜻한 이정표가 반겨주고 있다. 곧장 임도를 가로질러 오르는 길이 작은보현산, 갈미봉 방향이다.
▲ 작은보현산이 자랑하는 호젓한 산길이 시작되네요.
▲ 삼거리봉(832m)
얕으막한 오름길을 이어가니 작은보현산을 자주 찾게 하는 호젓한 산길이 열리기 시작하고 한없이 편한 등로를 따라 쭉쭉 뻗어있는 소나무의 향내를 음미하며 걷다보니 작은보현산과 갈미봉으로 능선이 갈리는 삼거리봉으로 올라선다.(12:40) 그동안 자주 찾았던 곳이라 전혀 낯설지 않고 오히려 정겹기만 하다. 좌측으로 멀리 작은보현산의 정상부가 눈에 들어오니 30분 남짓 걸리는 정상부까지 다녀올까도 생각도 해본다.
뱃속에서 '꼬르륵'거리는 시계소리에 시간을 보니 12시 40분이다. 적당한 곳을 골라 자리를 깔고 앉아 준비해간 점심을 꺼내놓고 요기를 한다.
추울까 싶어 보온병에 숭늉을 끓여 준비했었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거의 죽이 되어 버렸다. 그래도 뜨끈뜨끈해서 추운 겨울에 김치와 곁들여 먹기엔 좋다. 사과 한알 깎고 커피까지 곁들여 마시고선 털고 일어나 갈미봉을 향해 힘찬 걸음을 내딛는다.
▲ 죽이 되어버린 숭늉에 반찬 몇가지가 전부였지만 그래도 꿀맛이었네요.
▲ 웰빙숲길 임도 갈림길(갈미봉은 당연히 직진이겠죠?)
▲ 언제 걸어도 부드러운 육산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오솔길
작은보현산 방면의 시경계 능선을 버리고 이정표가 가리키는 갈미봉 방향의 내림길인 임도를 따라 진행하니 잠간동안 내비치는 밝은 햇살이 그 어느 때보다 따사롭다. 언덕이 진 내림길을 걸을 즈음 지난 겨울 이곳을 찾았을 때가 생각난다. 가까운 지인들과 비료포대 한장 깔고서 눈썰매를 타며 신나하던 일들이...
올 겨울에도 그런 즐거움을 누릴수 있을런지 기대를 하며 걷다보니 어느덧 웰빙숲길인 임도 갈림길이 나타나고 직진 방향의 갈미봉 길로 계속 등로를 이어간다.
여기서부터 숲길은 다시 평온을 되찾은 예전의 길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다. 적당한 바람이 불어오는 운치있는 산책로같은 산길을 혼자 걸어가다 보면 나 자신을 단순화시키고 자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정말 행복한 일이라 하겠다.
다시 10분 정도면 완만한 오름길에서 왼편으로 시야가 확 트이는 조망터를 만나게 된다.(13:40)
이곳은 예전에 구들장을 만들기 위한 채석장터로 아직도 납짝납짝한 돌들이 질펀하게 널려있는 곳이다.
왼편으로 면봉산, 정면 건너로 평탄하게 이어지는 능선에서 두루뭉실하게 솟아 오른 작은보현산과 그 오른쪽으로 수석봉, 운주산이 시야에 들어오고 뒷편으로는 삼각형태로 머리를 세운 베틀봉 고스락도 빤하다. 이곳을 찾을 때면 으례히 사진 한장 남기고자 카메라를 꺼내 들곤 한다.
돌탑에 카메라를 얹어놓고 셀카로 다녀간 흔적을 남겨본다.
▲ 채석장 전망터
▲ 지나온 삼거리봉 너머로 면봉산이 보이고 우측 능선너머엔 베틀봉이 고개를 내밀고 있네요.
▲ 작은보현산이 건너다 보이고 우측으로 수석봉이 조망이 됩니다.
▲ 작은보현산을 배경으로 셀카로 마무리 해 봅니다.
▲ 예전 봉화대였던 갈미봉 정상부
전망터에서 5분 정도 길을 이으면 작은 돌이 둥글게 깔려있어 예전 봉수대터의 흔적이었음을 알리는 갈미봉(786m)에 도착하게 된다.(13:50)
직진방향인 남동쪽으로 빤하게 내려서는 길은 보현리 거동사쪽으로 내려서는 길이다. 그동안 올 때마다 거동사 방면으로만 하산했었는데 오늘은 절골 방향으로 내려가야 하기에 오른편인 남서쪽 화북면과 자양면의 경계를 따라 접어든다.
초입은 희미해서 정보만 갖고서 몇 발자국 나서보니 등로는 희미하지만 아무 표식이 없는 노란 리본이 걸려있다. 초행길의 산행길에 한줄기 빛과 같은 시그널이야말로 칠흑같은 어둠속의 등대 불빛과 다름없다. 간간히 나타나는 노란색 시그널 덕택에 낙엽에 가려버린 등로를 제대로 이어갈 수 있음에 이름모를 산님께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이장한 흔적이 있는 무덤터를 만나게 되는데 무덤 오른편으로 난 능선으로 시그널이 펄럭이고 있어 망설임 없이 가닥을 잡고 내려간다.
조심해야 할 것은 무덤 우측에서 지능선이 둘로 갈라지게 되는데 직진방향의 서쪽이 아니고 왼쪽 아래인 남서쪽의 좀더 뚜렷한 길로 내려서야 한다.
갈미봉에서 10여분 정도 희미한 등로를 찾으며 진행하니 멧부리에 바윗돌들이 듬성듬성 박혀있는 야트막한 봉우리에 닿게 된다.(14:04)
이곳에서는 건너편 기룡산이 가까이 다가와 정상부의 무인산불감시탑이 올려다 보인다. 등대 역할을 했던 노란 시그널이 오른쪽으로 안내하고 있어 망설임없이 아래로 내려선다. 하지만 거기까지가 전부였다.
▲ 베어낸 나무들들 그대로 방치해 둔 탓에 등로는 온데간데가 없네요.
▲ 잡목과 가시덤불을 헤치며 내려오면서도 사진은 찍어야 했지요.
▲ 악전고투 끝에 내려오니 건너편에 수렛길이 나타납니다.
▲ '하양 허씨' 문중묘를 지나며 올려다 본 영천 기룡산
벌목한 채로 내버려둔 탓에 이리저리 나뒹구는 나뭇가지들로 인해 희미하던 옛길의 흔적은 온데간데 없고 내려갈수록 길 찾기는 더욱 어려워진다. 그나마 겨울철이라 시야가 어느 정도 트여 다행이다. 여름철 같았으면 꽤나 고생할 것 같은 곳이다. 길안내를 해주던 시그널도 사라져버리고 그저 능선을 바라보며 눈대중으로 헤쳐나가니 어려움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베어낸 나무들이 널브러져 있어 서 있을 공간조차 마땅치 않은 곳에서 안내도를 보면서 절골방향을 찾아보지만 어디가 어딘지 구별도 안되고 이곳저곳을 오르내리니 체력만 소비될 뿐 조금의 진도도 나가질 않아 저으기 당황스러워진다. 할수 없이 정면 저멀리 비닐하우스가 내려다 보이는 곳으로 하산하기로 마음먹고 초입이었던 절골까지 가는 생각은 하산 후에 생각하기로 한다. 소나무를 벌목한 지역을 벗어나니 이번엔 잡목을 잘라내어 아무렇게나 방치해둔 지역이 나타나니 더 곤혹스럽다. 가시덤불을 헤치며 급사면을 내려가다 보니 바지 아랫단은 엉망진창이 되어버렸다. 온통 긁히고 할퀴는 고난의 연속으로 잡목을 뜷어가며 악전고투 끝에 산행 막바지에 겨우 희미한 족적을 찾아내어 그 흔적을 찾아 내려가니 묵은 오솔길이 나타나고 길을 따라 나서니 제법 넓은 수렛길이다.
잘 꾸며진 '하양 허씨' 문중묘소를 지나니 자동차가 달리는 도로가 시야에 들어오고 놀고있는 논을 가로질러 도로에 올라서니 충효삼거리에서 정각삼거리 가는 지방도였다.(14:47) 아침에 달려왔던 바로 그 길이었다.
▲ 충효삼거리 - 정각삼거리 지방도
▲ 산행을 마치고 도로를 따라 걸으며 올려다 본 보현산 마루금
▲ 일손이 부족해서 그런지 아직 따지않아 매달려 있는 홍시가 먹음직스럽네요.
▲ 산행을 마치고 다시 올려다 보니 뿌듯함이 앞서네요.
화북면 경계 간판을 지나 걸음을 옮기니 정각삼거리에 도착하게 되고 우측으로 천문대 방향으로 길을 틀어 털레털레 아스팔트 길을 걸어간다. 혹여 '히치하이킹'이라 해서 발품을 줄여볼까 싶어 고개를 뒤돌아보곤 하지만 오늘따라 지나가는 차도 없다. 평일이라 그런가? 하긴 농사철도 아니라 트럭도 잘 안 다니네...
까치가 빠알갛게 익은 감나무에 올라앉아 쪼아 먹는 모습이 평화로운 농촌의 풍경을 유유자적 걷다보니 마음도 여유로워 진다.
바쁜 일상속에서 벗어나 산을 찾으며 건강도 챙기고 자연이 주는 풍요로움을 느끼며 매일매일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가져보며 20분 남짓 걸린 아스팔트길의 보행이 오히려 보약이 된 듯한 소중한 시간이었다. 사랑하는 가족이 있어 감사하고 친구가 있어 감사하고 좋아하는 등산을 할수 있는 두 다리가 있어 감사하고 하루 세끼를 먹을 수 있어 감사하고 늘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가야겠다. 감사하는 그 마음속에 극락이 있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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