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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와달이 사는 집

아내와 함께 떠난 탐라국(제주) 나들이 둘째날 이야기-성판악에서 한라까지 본문

◈ 산행이야기/☆ 2010년도 산행

아내와 함께 떠난 탐라국(제주) 나들이 둘째날 이야기-성판악에서 한라까지

해와달^^* 2010. 9. 16. 00:55

☆ 산행일자 : 2010. 09. 12 (일) 흐림

☆ 산행장소 : 제주특별자치도 한라산

☆ 산행인원 : 옆지기와 함께...

☆ 산행코스 : 성판악휴게소 - 사라대피소 - 진달래밭대피소 - 한라산 동릉 정상 - 왕관릉 - 삼각봉대피소 - 탐라계곡대피소 - 구린굴 - 관음사야영지구

☆ 산행시간 : 8시간 (거리 :18.3km)

 

한라산을 꼭 찾아보고픈 마음은 가슴속에 늘 지니고 있었는데 좋은 기회가 찾아와 아내와 함께 한라산 산행을 겸한 제주도 나들이를 해 보려고 준비를 하고 있던 차에 아이들이 잘 다녀오라며 경비지원을 해주니 마음 한켠에는 기특한 마음과 함께 자식 키운 보람을 느끼는 듯하다. 게다가 괜찮은 등산화까지 사서 보내주니 안그래도 신발 하나 장만할까 했었는데 기분이 너무 좋아 가까운 산을 찾아 신발 길들이기를 한 후에 비행기와 할인 쿠폰을 예약하고 제공해주는 숙소와 렌트카를 확인하고 D-day를 손꼽아 기다린 끝에 공항리무진 버스를 타고 김해로 내려가 대한항공 제주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아내와 단둘이서 모처럼 떠나보는 여행에 나서본다.

사흘동안 내내 비가 올거라는 기상청의 일기예보에 부응이라도 하듯 잔뜩 찌푸린 날씨로 맞아주는 제주공항에는 멀리서 날아온 산꾼의 어깨를 축 늘어지게 만든다.

사실은 비가 온다는 예보에 태풍이라도 불어 비행기가 결항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날씨 좋은 날 다시 찾아보려고 예약해둔 모든 것들을 연기하게끔...

흐린 날이었지만 비는 내리지 않아 첫날을 관광으로 보내고 대형마트에 들러 산행 준비물을 구입하고 아침 일찍 호텔에서 장만해준 아침을 챙겨먹고서 전날 알아둔 김밥집에 들러 김밥 네줄 사서 넣고서 시외버스터미널 부근에 주차를 하고 5.16도로를 경유하는 서귀포행 버스에 몸을 실어 산행 들머리인 성판악휴게소를 향한다.

버스를 타고 가는 도중 내리기 시작하는 비를 바라보며 마음이 무거워진다. 조망은 둘째 치고 산행은 가능할지 여부에 촉각이 곤두서있다.

만일 여의치 못하면 어리목코스로라도 올라보려고 편한 마음으로 목적지에 도착하기를 바라며 비가 그쳐 주기를 빌어본다. 그것도 여의치 못하면 마지막 셋째 날 산행을 하기로 마음을 먹으니 한결 편한 느낌이다. 무엇이든 마음먹기 나름이라는 말을 실감하는 순간이다.

도착한 성판악휴게소 광장엔 등산객을 싣고 온 관광버스가 몇대 서있고 산행준비에 여념이 없는 많은 산님들로 왁자지끌하다. 다행히 비는 그쳐있어 산행이 가능해 안심이다. 화장실을 다녀온 뒤 장비를 챙겨 등로 입구에 있는 관리사무소 직원들과 인사를 나누며 대한민국 최고봉 한라산 백록담을 향한 긴 여정을 떠난다.(09:03)

 

△ 산행지도

△ 들머리인 국립공원 한라산 성판악지소

△ 잘 다듬어진 등로가 그리 힘들지 않아 다행입니다.

△ 제법 큰 물소리를 내며 흘러내리는 이름모를 작은 폭포에 가던 걸음 멈추고 무작정 카메라를 들이댑니다.

△ 정상까지 7km가 남았다는 이정표를 보며 속도를 붙여 봅니다.

△ 우거진 숲속의 등로를 장식하고 있는 키가 짤막한 산죽들을 보며

△ 부지런히 걸음을 옮겨 나가보니 어느새 해발 1,000m를 알리는 표석에 닿게 되네요.

 

 

 

한라산의 성판악코스는 많은 사람들이 백록담을 보기 위한 코스로 이름난 탓인지 등산로가 너무나도 잘 되어 있었다. 제주도 특유의 현무암을 지나다보면, 나무로 만들어 놓은 등산로가 보이고, 다시 현무암을 밟으며, 지겹지 않을 정도로 적당히 등산길은 만들어 놓은 것이 그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산세가 그리 험하지 않고 기나긴 능선을 타고 오르는 길이라 큰 염려는 되지 않았지만 18km가 넘는 먼 길을 장거리산행을 한번도 해본 경험이 없는 아내가 잘 견뎌낼 수 있을지 조금은 염려가 된다.

끌어주고 밀어주며 가면 되리라는 희망을 안고 출발한 산길에 12시 30분까지 진달래밭휴게소에 도착해야 한다는 안내문구에 자극을 받은 탓인지 제법 잘 올라가는 아내를 보며 저으기 안심이 된다.

코스 내내 산림이 짙게 우거져 있어, 삼림욕에는 그야말로 최고다. 그러나, 높디 높은 산림 때문에 탁트인 경관을 보기가 힘든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성판악휴게소를 떠난지 1시간 10분만에 도착한 사라대피소에는 먼저 올라온 단체산님들이 진을 치고 있어 주변 나무의자에 엉덩이를 깔고 앉아 과일을 꺼내 먹으며 잠시 휴식을 취해본다.

 

△ 사라대피소

△ 산딸나무

 

 

가던 길 재촉하는 아내를 앞세우고 부지런히 걸음을 옮겨 나가 1시간 20분 가량 소요된 진달래밭휴게소 입구에서 주변 산님에게 부탁하여 다녀간 흔적을 남기고서 대피소 앞 쉼터에서 준비해간 김밥과 과일로 점심요기를 한다.

산행 통제요원이 다가오더니 오후 2시까지는 정상에 당도해야 하산이 가능하다고 공지를 하는 바람에 서둘러 정상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 사라오름 전망대 조성공사중이었네요.

△ 숲으로 이어지던 등로가 드디어 하늘이 열리기 시작한 진달래밭대피소 입구에는 구름에 쌓인 한라산 정상부가 보입니다.

△ 진달래밭대피소 앞에서...

△ 안개 자욱한 백록담을 향하여 힘찬 발걸음을 내디뎌 봅니다.

△ 거친 돌길을 걷다가 목재데크를 만나니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네요.

△ 해발 1,500m 표석

 

 

△ 해발 1,700고지 표석에서... 힘이 드는지 지친 모습이 역력하네요.

 

△ 마가목

(열매들이 산새들의 식량이 된다고 하네요)

 

1,300m 이상 올라가면 구상나무와 주목 등의 침엽수림이 주위를 감싼다. 살아서 백년 죽어서 백년을 산다는 구상나무는 어른 엄지손가락만한 열매를 달고 푸르게 등산로를 감싸고 있고, 그 하얗게 말라버린 모습조차 하늘을 찌를 듯한 기상이 느껴진다.

△ 삶과 죽음의 공존

(살아서 백년 죽어서 백년 고사목 구상나무)

△ 오름길에 유일한 조망을 보여주는 순간입니다.

구름 아래로 희미하게나마 제주도 남쪽 방향이 조망이 되네요.

△ 구상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는 막바지 오름길에 두 눈이 호사를 누립니다.

△ 해발 1,800m 지점에 당도하니 쉬어가는 사람들이 제법 눈에 띄기 시작하네요.

△ 가시엉겅퀴

△ 좀향유

(한라산에서만 자생한다고 합니다.)

 

△ 워낙 바람이 심한 고지대라 그런지 키 큰 나무는 구경할 수 없었네요.

△ 혈기왕성한 젊은이들도 힘에 부치는지 걸음이 더뎌가지만 젖먹던 힘까지 쏟아내는 대한민국 아줌마의 힘입니다.

△ 이제 15미터만 더 올라서면 정상입니다.

△ 한라산 동릉 정상에서...

 

백록담에 도착했으나 짙은 안개로 인해 결국 백록담은 볼 수 없었습니다.

아쉬웠지만 다 만족할 수는 없는 일이지요.

 

짙은 안개는 왔다리 갔다리 앞사람이 보였다 안보였다를 반복한다.
안개가 걷히기를 기대하는 것은 부질없는 일인 것 같아 백록담 분화구를 보는 일은 일찌감치 포기하고 싸늘해지는 날씨에 바람막이 자켓을 껴입고 다녀간 흔적을 남기기 위해 사진 담기에 여념이 없다. 조망이 트이는 맑은 날이면 구름 위에 앉아 있는 듯한 환상을 불러 일으킬만한 절경을 맘껏 구경하며 시간가는줄 모를텐데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오리무중 안개속이라 서둘러 관음사 방향으로 하산길에 나선다.
보고 못보고는 내가 할 일이 아니라 그것은 오로지 하늘의 몫인 것을... 산행이 다 그런게 아닌가...

△ 정상 등정의 벅찬 감격에 절로 두손이 번쩍 올라가는 모양입니다.

△ 이제 걸음은 관음사 방향으로 향하고 하산길로 접어듭니다.

△ 세찬 북서풍의 영향인지 구상나무의 가지는 모두 한쪽 방향으로 향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 짙은 안개 탓에 조망은 제로지만 신비한 분위기에 묘한 느낌이 찾아드네요.

△ 한라산 기암

△ 헬기장을 지나며...

△ 붉은 마가목 열매가 주렁주렁 달려있는 데크를 따라 안개속으로 빠져 들어가니 어느 새 숲과 하나가 되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 탐라계곡 위로 보이는 '장구목오름' 정상부는 안개에 가려있어 절경을 볼수 없음에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 용진각대피소의 추억의 사진

 

해발 1500m에 위치한 한라산 용진각대피소는 1974년 건립 이후 30여 년 동안 한라산을 찾는 탐방객들의 아늑한 쉼터이자 산악인들의 보금자리 역할을 해왔던 추억의 산장이라고 한다. 한라산 정상인 백록담과 북벽과 장구목, 삼각봉, 왕관릉으로 둘러싸여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는 이곳은 히말라야를 연상시키게 하는 수식 암벽과, 한겨울의 혹독한 기후조건으로 인해 산악인들의 겨울철 훈련 장소로 손꼽히는 곳이기도 했었단다. 그러나 지난 2007년 우리나라를 강타한 태풍 '나리'로 한라산 지역의 푹우가 쏟아지면서 백록담 북벽에서 흘러내린 암반과 함께 급류가 형성되어 이곳 대피소를 덮치는 사고가 발생했었는데, 당시 쏟아졌던 폭우로 인해 인근 계곡의 지형이 변함은 물론 수십년 된 고목이 뿌리 채 뽑혔으며 30년 동안 건재했던 용진각 산장도 흔적없이 사라지고 말았다고 한다.

실물을 볼 수 없는 대피소였지만, 주변의 거친 돌들과 생태환경을 보면 역사가 깊었던 대피소의 아우라가 느껴지고 있었다. 그렇게 계속된 하산길에 만난 또 하나의 풍경. 바로 흔들다리였다. 이 흔들다리의 이름은  용진각 현수교이다.

△ 2008년 완공된 용진각 현수교

 

2008년 11월에 완공되면서 새로 지어진 이 다리는 한라산의 거친 모습과 함께 멋진 장관을 만들어 놓았다는 느낌을 받게 되었다. 아내더러 먼저 다리로 가서 포즈를 잡아보라고 얘길 해놓고 멀리서 사진 한장 담아본다.

용진각대피소까지 쉼없이 내리꽂히던 등로가 현수교를 지나며 다시 오름길을 치받아 올라서니 건너편 산정엔 왕관릉의 장관이 펼쳐진다. 30여분 남짓 오르내림을 반복한 뒤 도착한 곳은 어마어마한 자연의 신비로움을 느낄 수 있는 곳. 바로 삼각봉이다. 삼각봉은 그 정상이 뾰쪽하여 구름들이 삼각봉의 정상에서 산란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만큼 구름도 지나갈 수 없는 그 위세당당함은 나를 겸손하게 만들어 주었다.

관음사 코스는 한라산 코스중에서 최고의 절경을 볼 수 있는 곳인데, 코스는 그야말로 "악"소리가 난다. 넘 힘들고 지루하다는 말 밖에 할게 없을 정도다.

△ 왕관바위

△ 삼각봉대피소

(이곳 역시 12시 30분까지 당도해야 정상을 밟을 수 있다고 합니다.)

△ 삼각봉의 위용에 그저 유구무언입니다.

 

△ 미역취

△ 삼각봉대피소에서 바라본 제주의 북쪽 방향 전경

 

△ 모처럼 만난 소나무가 반갑게 느껴지는건 왜 일까요?

 

 

△ 숯가마터

 

삼각봉을 지나 관음사 입구까지는 계속된 하산 코스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다왔다는 생각이 안 들 정도로 그 끝이 안 보이는 하산길은 너무나도 고요하였다. 관음사 코스로의 하산길 역시 거칠기로 소문나 많은 사람들이 성판악에서 올라가서 다시 내려가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관음사코스에서 만난 사람들은 20명도 채 되지 않았다. 내리막길, 내리막길, 내리막길...

관음사의 마지막 코스는 고요한 숲속의 동굴같은 마음의 안정을 채워주는 코스였다.

△ 화산활동이 끝나고 용암이 식어 만들어진 암석의 모습에 저절로 발걸음이 멈춰집니다.

△ 구린굴

 

제주 한라산 서쪽 중턱에 있는 동굴.

길이 40 m. 높이 4~6 m. 너비 5~8 m. 해발 680 m 지점에 있어 한국 용암동굴 중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동굴로 알려져 있다. 한라산의 계곡을 따라 밑으로 뻗어내려 경사도 7.3 °의 단조롭고도 직선적인 동굴이다. 입구는 비교적 넓고, 동굴 안에는 4개의 분기공(墳氣孔)이 있다. 한라산의 경사면에 위치하기 때문에 동굴 내부에는 곳곳에 동굴류(洞窟流)의 유수지(溜水地)가 있고, 동굴 측벽에는 동굴류의 침식삭박에 의한 침식지형이 나타나며, 또 용암류(熔岩流)의 바닥 침하로 생긴 용암선반[熔岩棚]이 남아 있다. 특히 동굴 내부에 형성된 길이 20 m와 34 m, 너비 5∼8 m의 2개의 용암교는 매우 모식적인 용암동굴지형으로 알려져 있다. 박쥐는 동굴 속 도처에 군서(群棲)하고, 그 밖에 거미류 ·톡톡이류 및 노래기류 ·진드기류 등이 서식하고 있다.

△ 구린굴 굴빙고

 

구린굴 바로 위 지점에 있는 하천에서 얼음을 캔 뒤 굴 속 깊은 곳에 있는 넓은 광장에 저장했다고 합니다.

 

△ 날머리인 관음사 야영지구

 

그렇게 마냥 등로를 걷다보니 관음사 야영지구 입구가 나왔다. 사람들이 없는 한적한 코스가 되어서 그런지 주차장도 한산함을 느낄 수 있었다.

약 3시간 30분에 걸쳐 내려온 하산길에 어깨가 아파 힘겨워 하던 아내의 배낭까지 들쳐메고 내려왔더니 피로감이 배가 되어 힘이 들었지만 비 맞지 않은 것만해도 다행이라고 스스로에게 위안을 삼으며 결코 짧지않은 18.3km의 등로를 8시간에 걸쳐 무사히 완주를 한 아내에게 진심으로 수고했다는 말과 함께 어깨를 다독거려주니 힘이 들어 말도 제대로 안 붙이더니 그제서야 엷은 미소를 띠며 '수고했어요~'하며 말문을 여는 아내를 데리고 수돗가에 가서 등산화를 씻겨주고 땀을 닦아내고서 개인택시로 제주시외버스터미널로 이동을 한다.

비록 안개에 가려 백록담의 환상적인 모습을 구경하지는 못했지만 늘 가고팠던 한라산을 올랐었기에 흡족한 마음으로 숙소로 돌아가는 택시 안에서 지나온 한라산을 돌아보면서 꼬옥 잡은 아내의 손에 절로 힘이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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