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달이 사는 집
설날에 돌아본 운제산 한바퀴 본문
♧ 산행일자 : 2012. 01. 23 (월) 날씨 : 맑음
♧ 산행장소 : 포항시 남구 오천읍 항사리와 대송면 산여리 일원
♧ 산행인원 : 매서운 겨울바람과 함께...
♧ 산행코스 : 오어사-원효암-헬기장-산여고개-시루봉-시경계갈림길-산불초소봉-운제산-대왕암-온천장 갈림길-산여농장-자장암-오어사
♧ 산행시간 및 거리 : 5시간, 약 14.5km
▣ 산행지 소개
운제산 [雲梯山]
경상북도 포항시 남구 오천읍 항사리와 대송면 산여리의 경계에 있는 해발 482m의 산이다.
운제산은 옛 연일현(延日縣)의 진산으로 이 산에서 원효대사(元曉大師)와 혜공선사(惠空禪師)가 함께 수도하면서 서로가 구름사다리를 타고 넘나들었다고 하여 운제산이라 했다는 설과 신라2대 남해왕비(南解王妃) 운제부인(雲帝夫人)의 성모단(聖母壇)이 있어 운제산이라 불렀다는 양설이 있으며 한발이 극심할 때는 대왕암(大王岩)에서 기우제를 지내면 영험하다는 전설이 있기도 하다. 비록 나지막한 산이지만 산의 위치와 역사, 새 천 년의 찬란한 미래는 까마득 높은 산을 외려 능가할 명산이다.
불국사와 석굴암으로 널리 알려진 경주의 토함산 북녘 줄기가 추령을 넘어 구불구불 능선을 달려 황룡사지가 자리한 664봉과 시루봉(503.4m)을 지나 운제산을 솟구치고 그 여맥(餘脈)을 형산강과 영일만에 스르르 잠기게 되거니와, 동녘 자락에는 만고(萬古)의 충신 정몽주의 후손 연일정씨들이 대를 이어 살아오던 문충리(文忠里)―문충은 정몽주의 시호(諡號)다―와 신라의 고승 혜공스님, 원효대사, 자장율사가 수도한 1400년 고찰 오어사를 품고있어 겨레의 역사와 전설이 흥건히 살아있는, 참으로 유서깊은 산이다.
◈ 산행기
민족의 큰 명절 설날을 맞이하여 정갈한 복장에 경건한 마음가짐으로 부모님께 차례를 모시고 서둘러 포항 처가로 달려가 장인의 차례를 모시고 나니 그제서야 긴장이 풀린다.
당직근무라 동료에게 일찍 퇴근하겠다고 양해를 구하고 집에 돌아와 차례 준비를 하니 마음만 바빠온다. 더구나 올 설에는 대구에 사는 동생도 공무원이라 일직근무 관계로 못 온다고 하고 서울에서 직장다니는 아들 녀석도 준비중인 계획이 있어 연휴에 공부한다고 못 내려온다고 하여 혼자 차례를 지내야 하니 조금은 허전한 마음이 들어 부모님 차례 모시기가 송구스럽다.
하지만 홀로인들 어떠랴.. 이런 전후 사정을 부모님께서는 이미 알고 계실 터이니 아들이 차려주는 제사 음식을 충분히 드시고 가셨으리라. 양가 제사를 모시고 나니 음식준비에 피곤한 탓인지 처가 식구들은 오수를 즐기고 있고 조카들은 텔레비젼에 목을 매고 있으니 혼자 무료해지는 시간을 보내고 있자니 엉덩이가 들썩거리기 시작한다.
정원 초하룻날 산을 찾자니 좀 그렇긴 하지만 그렇다고 저녁까지 지내자니 아까운 시간이라 트렁크 속의 신발과 배낭을 들쳐메고 처제가 담아준 과일과 먹거리 몇가지를 챙겨넣고 오어사로 향한다. 영하 4도를 가리키는 차가운 날씨지만 오어사 앞 마당엔 절 구경 나온 사람들이 제법 보인다.
새로이 조성된 현수교인 오어교를 처음 보는지라 사진 몇장 담고서 제법 차가운 날씨에 단단히 무장을 하고서 원래의 원효암 가는 길을 버리고 오어교를 건너 허리길을 따라 진행하다 계류를 건너며 원효암으로 진행해 나간다.(12:05)
산행코스
오어사 입구에 새로이 조성되어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오어교를 오늘에야 찾게 되네요.
오어교를 건너와 바라본 들머리인 오어사 주차장
오어사와 오어지
원효암에서 흘러내린 계류는 영하의 날씨에도 힘차게 쏟아져 내리고 있네요.
원효암 관음전
원효암은 옛 원효대사의 자취가 깃든 곳이며
지금은 삼성각, 관음전, 요사채로 이루어져 있으며
자장암과 달리 계곡 안쪽에 자리한 아담한 암자이다.
특히 암반에서 흘러나오는 샘물 맛이 일품이기도 하다.
산상늪지에도 영하의 날씨 탓에 얼음이 꽁꽁 얼어있습니다.
헬기장이 있는 422봉
헬리포트가 있는 422봉에서의 조망은 사방으로 틔어 있는데
운제산의 명물인 대왕암이 북서쪽으로 건너다 보인다.
산여고개를 향한 등로에서 바라본 운제산 정상부의 육각정 전망대와 대왕암이 조망이 됩니다.
산여고개 가는 길에 시루봉이 멀리 올려다 보입니다.
산여고개
(← 암곡동 도투락목장, ↑ 시루봉, → 산여농장, 오어사)
임도는 대각에서 염소목장을 지나 경주 암곡동 도투락목장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오른쪽 아래 임도를 따라 후동시인이 살고 있는 새사구점, 이사구점을 지나 오어사로 내려 설 수도 있다.
산여리에 있는 이사구점은 조선시대의 사기점(砂器店)이 있었다는 데서 유래한 이름이며, 새사구점은 이사구점이 남서쪽 골짜기에 새로 사기점이 옮겨와 생겼다는 데서 연유되었다고 한다.
시루봉 오름길에서 오랫만에 만난 소나무가 마냥 반갑기만 하네요.
시루봉 직전 안부 사거리
(←도투락목장, 토함산. ↑ 시루봉. → 운제산. ↓ 산여고개)
시루봉 정상
운제산을 향한 등로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얼마나 세찬지 나무에 매달려있는 시그널을 보면 알수 있습니다.
시경계능선 접속점인 삼거리(452봉)
(← 시루봉, ↑ 화산저수지. ↓ 운제산, 홍계리)
오랫만에 찾은 시경계 갈림길
(↑ 사라재, 홍계리(시경계 구간), → 운제산)
몇년 전 이곳을 지날 때는 확 트인 조망을 자랑했었는데 그 사이 웃자란 나무들이 시야를 많이 가리고 있네요.
등로 우측으로 올려다 보이는 산불감시초소봉과 운제산 전망대(육각정)가 보입니다.
영일만온천에서 헬기장을 거쳐 올라오는 등로와 합류가 됩니다.
산불감시초소봉
(명절이라도 근무를 하고 있더군요)
산불감시초소봉의 전망터에서 건너다 본 운제산 육각정과 대왕암
암시밭골의 깊은 골짜기 끝자락엔 설선암이 자리잡고 있고
저 멀리 너울처럼 밀려오는 산자락 끝에는 운토종주길의 무장산, 삼거리봉,
동대봉산이 보이고 토함산은 고개만 빼꼼이 내밀고 있네요.
철강공단 너머로 오천읍과 멀리 동해면까지 조망이 됩니다.
운제샘을 거치지 않고 정상으로 오르는 길은 가파른 오름입니다.
운제산 정상에 자리잡고 있는 육각정 전망대
운제산 육각정 안에 자리잡고 있는 정상석
지나왔던 산불감시초소봉이 저만치 물러서 있고
그 뒤로 형산, 제산 그리고 안강 지역의 이름난 산들인
자옥산, 어래산, 도덕산이 한 눈에 들어옵니다.
정상에서는 남쪽 대왕암이 지척으로 보이고 남서쪽으로는 오어지의 지계곡을 이루는 암시밭골이...
그리고 그 건너로 오늘의 최고봉인 시루봉(503.4m)이 뿌옇게 건너다 보입니다.
운제산 정상에서 바라본 포항 시가지와 철강공단,
푸른 바다에 점점이 떠있는 배들이 한 폭의 그림으로 다가오는 영일만의 전경입니다.
대왕암 가는 길의 첫번 째 봉우리에 세워져 있는 정상석
(운제산에는 모두 3개의 정상석과 한 개의 안내판이 세워져 있습니다.)
헬기장 아래쪽에 위치한 안내도
헬기장에서 바라본 운제산 전망대
들머리이자 날머리인 오어지가 내려다 보이네요.
가까이 다가온 대왕바위
대왕바위에도 정상석이 하나 서 있습니다.
설선암이 아래로 보이고 도로를 따라 올라가면 보이는 고갯마루가 산여고개랍니다.
대왕봉을 떠나와 되돌아보며 다시 한번 담아봅니다.
운제산 입구 삼거리
(↖ 대왕암, ↑ 운제산, ↗ 영일만온천)
그동안 무심코 지나쳤었는데 오늘따라 눈에 들어온 오리를 닮은 바위
휴식공간이 있는 대각 영일만온천 갈림 삼거리
입산신고소만 덩그러니 차지하고 있던 곳에 화장실과 먼지털이 에어호스 시설도 자리하고 있네요.
자장암 대웅전
자장암에서 내려다 보는 오어지와 원효암으로 향하는 다리가 보이네요.
자장암은 자장율사가 오어사와 함께 건립했고 아찔한 절벽 끝에 산령각이 세워져 있고 그 옆을 돌아 나서게 되면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셔 놓은 사리탑이 세워져 있기도 하다. 단애 끝에 서게되면 서쪽으로 대왕암이 아득하게 올려다 보이고 눈을 돌리면 짙푸른 오어지와 오어사가 내려다 뵈는 아늑한 전망을 제공한다.
노송과 절벽의 조화로움이 한편의 동양화를 보는 듯 합니다.
천혜의 요새처럼 절벽 끝자락에 자리잡고 있는 자장암 전경
등산로를 정비해 놓아 걷기가 한결 편해졌네요.
날머리인 오어사 주차장으로 내려서며 설날 산행을 마무리하고
오어사 경내로 들어가 부처님을 알현합니다.
오어사 일주문
포항 운제산 오어사(吾魚寺)
대한불교조계종 제11교구본사 불국사 말사.
오어사는 신라 진평왕(579-631) 때 자장율사가 창건한 19대 사찰중 하나로 원효대사, 자장율사, 혜공대사, 의상대사 등 신라 4대조사를 배출한 우리나라 최고의 성지이다.
창건 당시 항사사(恒沙寺)라 불렸던 이 절이 오어사로 불리우는데는 두 수도승의 재미있는 일화에서 비롯된다.
원효대사와 혜공대사가 수도할 때 서로의 법력을 겨루고자 물고기를 잡아 한마리씩 삼키고 변을 보았다, 그런데 한마리가 살아서 힘차게 헤엄치는 것을 보고 서로 자기 고기라고 해서 나 "오(吾)", 고기 "어"(魚)자를 써서 오어사가 되었다고 하며 그 문제의 고기를 놓아준 곳이 지금의 오어지(吾魚池) 라고 삼국유사에 나와있다.
이 이야기는 삼국유사를 집필한 일연스님이 1246년에 오어사에 머문 적이 있으므로 당시까지 전해오는 이야기를 채록하였다.
오어사 대웅전
오어사 대웅전(吾魚寺 大雄殿) - 경상북도지정문화재 제88호
대웅전은 석가모니를 모신 주법당으로, 조선 영조 17년(1741년)에 중건한 것이다. 자연석을 다듬은 5단의 석축 위에 화강석 주초를 한 겹처마 다포집으로, 지붕은 팔작지붕이다. 규모는 정면 3칸, 측면 2칸으로, 정면에는 칸마다 3짝씩의 백련ㆍ청련 꽃살 분합문을 달았다. 아래쪽에는 나무판에 보상화문을 그려 넣었다. 공포를 3출목으로 장식하고 연꽃무늬의 특이한 단청을 보이는가 하면 천장으로는 섬세한 양각 아래 두 마리의 학이 있어 천상세계를 짐작케 한다. 경사가 낮은 처마선에 약간의 반전(反轉)을 두어 전체적으로 화려한 느낌을 준다. 유물전시관 안에 이 절의 대표적인 유물인 오어사 동종과 원효대사의 삿갓이 보관되어 있다.
삼성각
오어사 범종각
(법고, 동종, 목어)
오어사 관광의 새로운 명물로 떠올라 찾는 이가 많아진 오어교를
마지막으로 담으며 오늘 산행의 대미를 장식합니다.
날머리인 오어사주차장에 내려서니 소리통이 울려댄다. 어디쯤 내려왔느냐는 아내의 목소리다. 큰처제가 곧 온다고 하니 어서 와서 같이 저녁먹자는 얘기라 오어사를 들러 부처님 참배하고 가겠다고 하고서 경내로 들어서서 대웅전 부처님을 찾아뵙고 삼배로 예를 올리고 주차장으로 돌아와 쟈켓을 벗으니 내피 위로 얼음이 얼어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땀이 얼어붙어 얼음이 된 모양인데 배낭에 달아놓았던 수통의 물마저 얼어 뚜껑을 열수 없을 정도였으니 어지간히 추운 날씨였던 모양이다.
사우나에 들러 땀에 절은 몸을 씻어내고 처가 식구들과의 저녁을 먹기 위해 서둘러 차를 몰아 오어사를 빠져나가는 산꾼의 마음은 차가운 겨울바람속을 헤메다 왔지만 상쾌한 기분은 어디에도 비할바 없이 맑기만 하다. 춥다고 방 안에만 틀어박혀 있기보다 훨씬 건전한 시간을 나 자신을 위해 투자를 했으니 그 보람 또한 클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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