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달이 사는 집
오랜만에 아내와 함께 걸어본 경주남산 본문
♤ 산행일자 : 2012. 03. 18 (일) 날씨 - 흐림
♤ 산행장소 : 경주시 남산동, 평동, 내남면 용장리 일원
♤ 산행인원 : 오랜만에 아내와 함께...
♤ 산행코스 : 남산동 傳염불사지-칠형제능선-봉화대능선-봉화대-바람재-까치능선-남산동공영주차장
♤ 산행시간 및 거리 : 3시간 40분, 8.5km(GPS 기준)
◈ 산행기
아침에 일어나 창밖을 내다보니 흐린 날씨지만 비는 내리지 않아 가까운 곳에라도 산행을 다녀올 요량으로 아내한테 같이 가기를 권유해 본다. 오랫동안 함께 산행하지 못한 미안한 마음에 같이 산행하면서 그동안 못나눈 얘기도 하면서 오붓한 시간을 가져볼까 하는 마음에 간단히 간식거리만 챙겨넣고 통일전 방향으로 향한다.
오늘 산행할 코스는 이미 머리속에 그려져 있고 헷갈리는 들머리만 지인에게 물어보기로 내심 정해놓은 터라 어느 때보다 마음 편하게 길을 떠난다.
통일전을 지나 새롭게 조성해놓은 남산동 공영주차장에 도착하니 겨우 1대 주차할 공간만 있을 뿐 만원사례다. 휴일이라 그런지 경주남산을 찾는 산님들이 오죽 많으랴.
GPS를 켜고 염불사지에서 들머리를 바라보면서 진행하며 '산친구들'카페의 운영자인 '푸르네'님의 소리통을 울려보지만 응답이 없다. 하는 수없이 카페지기인 '아침꽃'님에게 전화를 넣어본다.
작년 겨울 송년산행 때 만나고 올해는 아직 못 뵈었지만 언제나처럼 반가운 목소리로 응대를 해주시는 통에 그동안 소식 전하지 못한 미안함이 살며시 꼬리를 내리고 덩달아 안부부터 전한다. 들머리를 알려주는 대로 진행하여 큰 소나무를 지나고 임도를 따라 산길로 들어가 한참을 올라가니 새로 조상한 무덤 주변을 정리하는 부부를 만났는데 이곳으로는 등산로가 없다고 하며 다시 내려가기를 권유한다.
주변 지형을 둘러보니 아무래도 잘못 들어온 것 같다는 생각에 건너편 능선방향의 골짜기로 무작정 내려선다. 잔가지들이 걸리적거려 모처럼 함께 나선 산길에 신경이 쓰인다. 골짜기에 다다르니 무덤이 보이고 노란시그널 하나가 펄럭이고 있어 살펴보니 같은 카페 회원인 '오지리'님이다.
"언제 또 이곳을 점령했었지?" 하며 아내한테 우리 카페 빨치산 두 명 중에 한명이라고 일렀더니 "당신은 거기에 포함이 안되느냐?" 되물어 "젊은 사람들 속도전엔 못 따라간다"고 말하곤 본전도 못찾았다 싶어 쓴웃음만 짓고 만다.
초반부터 들머리를 못 찾아 헷갈렸으니 이왕 다시 내려온 걸음 처음부터 새로 시작하자는 마음에 염불사지로 다시 가서 GPS를 다시 가동하여 새로이 궤적을 그려가며 진행한다. 희미한 옛길을 따라 능선을 가늠해가며 칠형제능선을 오르기 시작한다.(13:18)
사실 이번 등로는 들,날머리 구간이 비지정탐방로라 정확히 들머리를 표현하기가 곤란하여 올리는 글만 보아도 알만한 분은 다 아실테니 이후의 등로는 언급하지 않을 작정이다.
바람재로 이어지는 등로 역시 비지정등로이긴 마찬가지여서 서술하지 않고 사진으로 갈음하고자 한다.
산행지도
傳 염불사지
꾸며놓은 지 오래된 듯하지만 무게감이 느껴지는 '원주원씨 묘'
무덤 뒤로 나있는 등로 초입에서 만난 '오지리'님 시그널
바위군락
바위 위에 뿌리를 내려 끈질긴 생명력을 자랑하는 소나무
찾는 이가 많지않아 솔가리가 두껍게 깔려있는 호젓하기 이를데 없는 산길입니다.
조망이 터지는 곳에서 바라본 남산동 일대와
7번 국도상의 코아루아파트도 눈에 들어오네요.
이곳이 칠형제바위 인가 봅니다.
참으로 오묘하게 생긴 바위네요.
마치 해맑은 미소를 띤 천진난만한 모습이라 친근감이 듭니다.
주변을 둘러 보고싶어 바위 위에 올랐더니
한층 더 넓은 조망으로 보답을 해 주네요.
육중한 몸매를 자랑하고 있는 바다사자 한 마리가 경주남산에서 일광욕을 즐기고 있습니다.
언제나 멋진 암릉미를 보여주는 '바람골능선'
지나온 칠형제바위와 능선을 돌아보며
잠시의 가파름을 극복하고 금줄을 지나오니
봉화대능선과 합류가 됩니다.
저 멀리 경주남산의 한 축인 금오산을 필두로 가지를 뻗은 줄기들이 눈에 들어오네요.
건너편 태봉(쌍봉)과 그 뒤의 이무기능선도 반겨줍니다.
평소엔 지나치기만 하던 바위 위에 오늘은 올랐더니
눈높이가 다른 풍광이 펼쳐지고 있어 두 눈이 호사를 누립니다.
한참동안 주변을 돌아보고 있어 오랜만에 찾은 남산이 감회가 새로운 모양입니다.
새로운 모습들을 담아보려고 바위 끝단에 서보기도 하고
뚱뚱한 아지매는 결코 빠져 나올수 없다며 농담도 던져가며
암릉이 멋진 봉화대 능선을 하나하나 밟아 나갑니다.
지날 때마다 멋지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바위 틈을 빠져나와
황폐화된 등로를 안타까운 마음으로 내려와 만나는 안부에서 한숨 돌리고
다시 가파름을 극복하고 올라서면 칠불암 갈림길(476봉)을 만나게 되지요.
(↖ 칠불암,신선암마애불. ↗ 고위봉, 봉화대. ↓ 금오봉)
봉화대 갈림길
(↑ 봉화대, 새갓골, 열암곡. ↗ 고위봉, 백운암)
조망터에서 내려다 본 칠불암엔 독경소리가 청아하게 울려 퍼지고 있었네요.
백만불짜리 분재는 오늘도 변함없이 멋진 자태를 한껏 뽐내고 있습니다.
단석(斷石)은 단석산에만 있는게 아니고 경주남산에도 있답니다.
출입금지구역이라 멀리서 사진만 담아봅니다.- 봉화대
갈림이정표
(↖ 새갓골, 열암곡, 바람재. → 고위봉, ↓ 금오봉, 칠불암)
여름이면 하늘을 뒤덮는 우거진 숲길인데
계절이 계절이니 만큼 조금은 황량한 느낌이 드네요.
다시 보는 멋진 암릉을 그냥 갈 수야 없지요.
그동안 두번 걸어보았던 마석산까지의 기나긴 등로가 길게 뻗어 있습니다.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며 인적없는 조용한 숲길을 걸어가니
마석산 갈림 삼거리를 통과하게 됩니다.
이미 우리 곁에 다가온 봄은 진홍빛 꽃망울로 봄소식을 전해줍니다.
편안한 임도를 따라 부지런히 걸어가 만나게 되는 갈림길에서
좌측 아래로 진행을 하면 평동 방향입니다.
평동방향으로 진행하다 능선으로 이어지는 길을 놓치지 말아야 했는데 지나쳐버려
좌측으로 나있는 길을 찾아 올라가니 만나게 되는 사거리 갈림길이 나오네요.
이곳에서 능선길을 따라야 합니다.
중간에 갈림길이 있지만 궤적을 따라 진행하다가 표식이 있는 나무에서
내림길인 좌측으로 진행, 산길을 빠져나옵니다.
산길을 빠져나와 맨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구름속에 갇힌 석양에 빛나는 걸었던 능선길입니다.
잘 갈아놓은 밭고랑에 아낙네들이 부지런히 파종을 하는 모습에도
봄은 이미 우리 곁에 찾아왔나 봅니다.
야선(野仙)미술관
경주 금오산 남산골에 자리하고 있는 야선재는 화가 야선(野仙) 박정희 선생이 운영하는 미술관이며 순수 전통 한옥민박(장작불 구들장)을 할 수 있는 곳입니다.
東남산에 위치하고 있어 전망이 매우 빼어나 마당 한가운데 서서 세계문화유산인 경주 남산의 칠불암과 신선암, 부처바위, 상사바위 등을 바라볼 수 있으며 가볍게 산책할 수 있는 곳으로는 통일전, 화랑교육원, 경북산림환경연구원 및 서출지, 불곡, 탑곡, 선덕여왕릉 등이 있습니다.
그리고 침구류, 식기류는 모두 천연재료를 사용하여 야선선생이 직접 제작한 것으로 야선재만이 느낄 수 있는 색다른 체험이 될 것입니다.
또한 된장, 간장도 직접 담아 전통 음식 맛을 그대로 느껴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숙박인원은 오시는 귀한 분들을 특별히 대접하기 위하여 국내외를 막론하고 10인 이하 소수인원으로 하고 있답니다.
금오경로회관을 지나며 산행은 마무리되어 갑니다.
아내와 함께 산행한지가 얼마만인지 모를 정도로 오랜만에 나서본 경주남산의 호젓한 산길. 많은 얘기를 주고받으며 그동안 소원했던 것에 대한 미안함을 표하며 주능선을 제외하곤 단 한명의 인적도 느끼지 못한 등로를 독차지 해가며 마음껏 누비고 다닌 오늘의 등로는 가까운 지인들과 다시 한번 걸어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산길을 빠져나와 거름으로 영양만점인 비타민을 얻은 붉은 흙이 새로운 씨앗을 잉태할 보슬보슬한 밭고랑에 파종을 하고 있는 아낙네들의 목가적인 풍경을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사진 한장 담으려 밭두덕 위에 올라서니 아내는 얼른 가자고 채근을 한다. 모처럼 따라 나선 산길이 길게 느껴져서 그런지 지루한 모양이다.
경주 남산이 좋아 아예 그 자락에 자리를 틀고 신선놀음같이 작품 활동을 하는 야선(野仙) 박정희 화백의 미술관을 지나며 향토색 짙은 작품들을 구경하고서 요즘 농.어촌 어딜 가나 잘 지어진 마을회관과 마찬가지인 금오경로회관을 지나 남산동 곳곳에 고대광실처럼 멋지게 지어놓은 한옥을 구경하면서 걷노라니 어느새 애마가 있는 주차장에 당도하게 된다.(16:58)
아직도 남아있는 몇 대의 차량들 사이에서 주인을 기다리고 있던 애마에 올라타고 불국사 방향으로 차를 몰아 '청국장돌솥밥'이 유명한 '장독대'식당으로 가서 이른 저녁으로 배를 채우고 느긋한 마음으로 보문단지를 지나 집으로 향한다. 간만에 함께 걸어본 등로가 어떠했는지 넌지시 아내에게 물어보았더니 썩 괜찮은 코스라고 하긴 하는데 혼자 찾아가라면 못 가겠다고 손사래를 치는 모습에 웃음을 터트리며 친구들과 한번 걸어보라며 권유를 하고서 유쾌한 산행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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