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달이 사는 집
들꽃과 함께 안개속을 걸어본 어래산-도덕산 종주산행 본문
♧ 산행일자 : 2012. 07. 22 (토) 날씨 : 흐림, 안개 심함
♧ 산행장소 : 경주시 안강읍, 영천시 고경면, 포항시 기계면 일원
♧ 산행인원 : 홀로 땀 삐질삐질...
♧ 산행코스 : 안강 옥산리 산장식당-옥산서원-어래산-봉좌산-도덕산-정혜사지13층석탑-독락당-산장식당
♧ 산행시간 및 거리 : 7시간 40분, 15.7km(GPS 기준)
◈ 산행기
당직근무를 서야 하는 토요일. 일찌감치 다녀오려고 나선 산으로의 나들이에 배낭에 한짐 가득 챙겨넣고 나서니 등짝이 묵직해져 온다.물 5리터에 락앤락에 얼린 수박 한통, 과일 두어 가지 챙기고 김밥에 빵 그리고 비상식량까지... 남들이 보면 마치 1박 2일 비박산행 떠나는 줄 알겠다 싶다.
늘 홀로 가는 산길이다보니 구급약부터 비상물품까지 챙겨넣고 다니다보니 늘 배낭이 무겁다. 다음에는 꼭 무게를 줄여봐야겠다고 마음 먹어보지만 다시 산행준비할 때면 언제그랬냐는 듯 또 가득차기 일쑤라 영락없는 공사장 인부가 무거운 질통 메고 다니는 모양새다. 김밥집에서 라면 한 그릇으로 아침을 먹고서 모처럼 장거리 산행에 나서본다. 실로 몇년 만에 다시 나서보는 자.도.봉.어(자옥산, 도덕산,봉좌산, 어래산) 종주산행!
가까운 곳을 물색해 보다가 안 가본 곳이 거의 없어 오랜만에 다시 한번 걸어보자고 마음먹고 안강방면으로 차를 몰아간다. 산행을 마친 뒤 땀을 씻고 출근시간에 늦지 않으려면 중간에 빠져 나오기가 한결 수월한 도덕산 방향을 생각한다면 어래산부터 오르는게 낫다 싶어 오늘은 역으로 돌아보고자 한다.
이곳에 오면 늘 애마를 세워놓는 산장식당 옆 주차장에 파킹을 하고 장비를 챙겨 들쳐메고 GPS를 가동하며 주차장을 빠져나와 큰 도로까지 나와 옥산 1리 마을 표석을 촬영하는 것을 시작으로 오랜만의 종주산행을 시작한다.
마을 표석을 지나 맞은편 시멘트 길로 접어든다. 농가에서 짖어대는 진도개들의 앙칼진 외침을 들으며 걷다보니 하얀 밤을 꼴딱 새운 듯 노란 달맞이꽃이 피곤한 모습으로 바라보고 있다. 외로워 보이는 달맞이꽃을 사진에 담고서 길을 이어가면 넓은 공터와 함께 옥산서원이 보인다. 늘 그랬던 것처럼 익숙한 발걸음으로 철제 울타리 출입구를 통해 통나무 외다리를 건너니 잦은 비로 인해 불어난 계곡물이 시원스럽게 쏟아지는 풍광이 눈을 즐겁게 해준다.
건너보이는 옥산서원 또한 푸르른 수목들과 어우러진 운치있는 경치를 연출하고 있어 얼른 사진에 담아본다.
서원의 정문인 역락문은 굳게 닫혀있고 적막감이 감돈다. 종가집은 보수공사 중인지 공사용 천막이 둘러쳐져 있어 그냥 지나치기로 한다.
근처에 있는 화장실을 다녀와 서원 우측 뒤로 나있는 들머리를 찾아 운무에 휩싸여 있는 숲속으로 종종걸음을 내디디며 빠져들어 간다.
산행지도
산행 시작점이자 종착점인 옥산 1리 마을 표석
이른 아침이라 활짝 핀 달맞이꽃을 볼 수가 있었네요.
옥산서원 입구의 상용추폭포
수 백년된 고목들과 조화를 이루고 있는
조선시대 영남오현의 한 사람인
회재 이언적 선생을 제향하기 위해 세운 옥산서원(玉山書院)
들머리인 숲속으로 들어가기 전 바라본
자옥산(좌)과 도덕산은 안개속에 가려 있는 모습입니다.
급한 사면을 따라 능선으로 올라서는 길은
습기를 잔뜩 머금은 숲길이라 그런지
금새 온 몸이 땀으로 흥건해져 옵니다.
무거운 등짐을 지고 올라선 능선에는 시그널들만이 반겨줄 뿐입니다.
'마타리'
'참싸리'가 군락을 이룬 정상부엔 운무가 자욱해
시원스런 조망은 애초부터 포기해야 했답니다.
기상나팔을 불어대는 '원추리' 오형제
'골등골나물'
배낭을 모델 삼아 어래산 정상에서 흔적을 남겨봅니다.
'기린초'
'짚신나물'
헬기장
'물레나물'
시경계 갈림길
(↖ 봉좌산, ↗ 시경계, 달성교 방향)
'꼭두서니'
'산수국'
시경계 갈림길을 지나고부터는
급전직하하는 급경사길이 이어지는데
등로는 미끄러워 여간 조심스럽지 않네요.
'파리풀'
'하늘말나리'
못보던 송전탑이 세워져 있었는데
아마도 건너편 도덕산으로 이어지는 것 같네요.
임도삼거리
(등로는 진행 방향 정면의 능선으로 나있습니다.)
임도삼거리의 이정표
'산박하'
무명봉에서 스틱을 세워놓고 흔적을 남겨봅니다.
봉좌산으로 가는 등로 중
하이라이트 구간인 암릉지대 입구에 도착합니다.
민내마을이 내려다 보이지만 주변 조망은 완전히 오리무중입니다.
짧지만 부채손 이끼가 덕지덕지 붙어있는 암릉 조망바위
이곳에서 멋진 조망을 보는게 참으로 행복한 일인데
오늘은 그런 기쁨은 훗날로 미뤄야 할 것 같네요.
'패랭이꽃'
'구와꼬리풀'
쉼터가 있는 '지게재'
(예전에는 동자방 안부라 그랬는데...)
'지게재' 해설판
능선의 왼쪽 사면을 에돌아가며 잠시 부드러운 등로를 걷다가
이름모를 독버섯을 만나 침만 삼키고
카메라에 담기만 하고 등로를 이어갑니다.
'솔나물'
'가는장구채'
조망이라곤 전혀없는 봉좌산 정상에서...
등로는 외길이지만 고도를 270m 정도 높여야 하는 오름길이어서 조금은 힘이 들지만 암릉의 묘미를 느끼며 한발한발 내디디며 올라서니 봉황이 앉은 모양새라 일컬어 봉좌산이라 불리워지는 정상에 도착하게 된다. 몇년 만에 찾아온 봉좌산 산정에는 몇몇 산님들이 선점을 하고 있어 기다렸다가 정상석을 옆에 끼고 셀카로 인증샷을 남기고 언제 찾아와도 멋진 조망을 자랑하는 곳이지만 오늘은 짙은 안개로 인해 일찌감치 포기한 상태라 곧장 도덕산을 향한 발걸음을 옮긴다.
새로이 조성된 쉼터와 전망대에는
종(鐘)이 매달려 있어 산님들이 한번씩 쳐서 울려보기도 하네요.
봉좌산기도원 갈림길
(↑ 도덕산, 운주산. → 봉좌산기도원)
새로이 조성된 '봉좌산전망대'
하지만 오늘은 다녀가는 것으로 족해야 할듯...
전망대 아래에 피어 있는 '패랭이꽃'이 너무 예뻐서 다시 담아봅니다.
하늘을 향해 꼿꼿이 도도한 모습인
세자매의 기개가 가상하여 셔터를 눌러봅니다.
'장대냉이'
'동자꽃'
'낙동정맥 갈림길'인 615봉
(↖ 도덕산. ↑ 이리재, 운주산)
'낙동정맥 트레일로드'라는 이름으로
조성된 트레킹 코스의 쉼터에서 점심식사를 해결합니다.
정맥 종주꾼들이 다녀간 흔적들
542봉을 지나 만나는 갈림길에서
우측 내리막 등로를 이어야 합니다.
잠시 헷갈려 좌측으로 약간의 알바를 경험했네요.
수북이 쌓인 낙엽을 밟으며 잠시나마 사색에 빠져봅니다.
임도 쉼터
(↑ 봉좌산, → 옥산서원, ↓ 도덕산, 고경면 수홍마을)
임도를 약간 거슬러 수홍마을 방향으로 진행하다
다시 시그널이 펄럭이는 능선으로 붙어 숲길로 진행합니다.
'속단'
'술패랭이'
지난 주 경주남산에서 만났던 '멍석딸기'를 여기서 또 보게 되네요.
낙동정맥 갈림길
(↑ 도덕산, → 오룡고개, 삼성산)
장정 200명은 족히 앉아서 밥을 먹을 수 있을 만한
크기의 넙적바위를 오랜만에 재회를 하니 그냥 갈 수가 있나요?
평평한 암반 위를 걷는 재미를 느껴보려고 이리저리 돌아보았지요.
'붉은여로'
회재 이언적 선생이 생명을 불어넣은
사산오대의 하나에서 유래된 도덕산(道德山) 정상.
어느 새 정상석이 3개나 세워져 있네요.
'도깨비바늘'
지난 해 자옥산-도덕산-천장산-삼성산 종주산행 할때 찾아본 이후 다시 서보는 도덕산 정상에는 한켠에서 음악을 틀어놓고 쉬면서 간식을 먹는 산님 한 사람 외에는 아무도 없다. 지금껏 안개속 숲길을 줄곧 걸어왔지만 이곳에 도착하니 하늘이 조금 밝아지는 듯하다. 사진 찍어주겠다는 산님의 친절함에 감사를 표하고 흔적을 남기고 남은 얼음수박을 꺼내 둘이서 깔끔하게 해치운다. 처음 맛보는 탓인지 시원하고 맛있어서 다음에 꼭 자기도 준비해서 다녀야겠다고 한다. 안전한 산행하라고 인사를 건네고 먼저 자리를 털고 일어나 경사가 급한 내림을 내려서니 곧 이정표가 있는 도덕암 갈림길을 만나고 다시 그곳을 정면으로 통과하면 큰 바위가 있는 작은 안부에 닿게 된다. 다른 때 같았으면 바위 위에 올라가 삼성산 방면의 멋진 조망을 맘껏 감상할 수 있었을테지만 의미가 없는 오늘은 그냥 내려선다. 출근시간에 맞추려면 자옥산까지는 일찌감치 포기를 했고 오룡리 오배마을로 내려서는 잘록이 안부까지 미끄러운 급사면길을 내려가는 것도 시간이 부족할 것 같은 느낌이라 곧장 정혜사지 13층석탑으로 곧장 내려서기 위해 큰 바위를 좌측으로 우회하여 내려서면 나오는 갈림길에서 왼쪽 아래로 바로 떨어지는 뚜렷한 등로로 진행을 한다. 자옥산을 향하려면 다시 오른쪽으로 올라서야 하지만 아쉬운 마음을 다잡고 "포기는 빠르게" 라는 마음으로 급사면을 내려선다.
도덕암 갈림길
채 마르지 않은 급사면이 무척 미끄러워
두개의 스틱에 의지한 채 하산을 서두릅니다.
안부 삼거리
(← 도덕암, → 옥산서원)
'비비추'
급사면을 지그재그로 내려오니 맑은 물소리가 반겨주는 계곡에 내려서게 되고
잘 꾸며진 가족묘원을 지나 임도를 따라 등로를 이으니
낯익은 농가 풍경이 펼쳐지네요.
실질적인 산행을 마친 뒤 뒤돌아 올려다 본
도덕산 정상부는 여전히 안개속입니다.
농가 길 옆에 피어있는 '참나리'를 만났으니
냥 지나칠 리가 만무하겠지요.
국보 제40호인 '정혜사지 13층 석탑'
지난 번 이곳을 찾아왔을 때는 보수공사 중이었는데 말끔한 모습으로 반겨주는 흙으로 쌓은 1단의 기단 위에 13층의 몸돌을 올린 탑의 모습은 불국사의 다보탑 등과 함께 우리나라 이형(異形)석탑의 걸작으로 평가받는다고 한다.
'맥문동'
회재 이언적 선생이 벼슬을 그만두고 낙향하여 지은 사랑채인
'독락당(獨樂堂)' - 보물 제 413호
여전히 따끈한 햇살을 받으며 도로를 따라 걷다보니
어느 새 날머리였던 산장식당 간판이 보이네요.
고온다습한 날씨에 산행 내내 안개가 자욱한 산길을 걷다보니 흘린 땀이 마치 소낙비에 흠뻑 젖은 몰골이라 출근시간 맞추기가 애매한 시간이지만 씻어야겠기에 서둘러 집으로 향한다. 가져간 물을 거의 다 소비할 만큼 많은 땀을 쏟아내고 돌아본 어래산에서 도덕산까지의 산길이었지만 다양한 들꽃들과의 쉼없는 대면으로 심심하지 않았던 산길이었다고 자평할 수 있을 것 같다.
기온이 좀 누그러지는 가을날에 다시 걸어보기로 마음먹고 단체로 피서를 나온 아이들의 재잘대는 소리를 들으며 서둘러 옥산리를 빠져 나온다.
'◈ 산행이야기 > ☆ 2012년도 산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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