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달이 사는 집
폭염 속을 뚫고 돌아본 대구 앞산 종주산행 본문
♣ 산행일자 : 2012. 08. 11 (토) 날씨 : 맑음, 무지무지 더움
♣ 산행장소 : 대구시 남구, 달서구, 달성군 가창면 일원
♣ 산행인원 : 언제나처럼 홀로...
♣ 산행코스 : 달서구 청소년수련관 주차장~상인동배수지 서편~대덕산~앞산~달비고개~달서9-2~청룡산~달서9-2~월광수변공원
♣ 산행시간 및 거리 : 7시간 30분, 12.78km(GPS 기준)
▣ 산행지 소개
대구 앞산, 청룡산은 대구시 남구, 달서구, 달성군 가창면에 걸쳐있는 온전한 금호강 남쪽 울타리를 이루고 있는 금호강 지맥에 해당하는 산줄기로 대구 시민에게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명산이며, 대도시 대구의 허파와 같은 곳이다. 자신의 체력에 기준하여 단축이나 종주 다양한 코스로 선택하여 산행할 수 있는 천혜의 진산이다.
◈ 산행기
요즘과 같은 35도가 넘는 폭염 속에서는 움직이는 것 자체만으로도 피곤함을 느낀다. 그렇다고 집안에 틀어박혀 에어컨 바람 맞으며 생활하다보면 나태해지고 무기력해지기 일쑤라 이열치열이라는 말을 되새기며 전날 미리 챙겨온 배낭을 차에 싣고 퇴근을 하고서 고속도로를 달려 동대구I.C를 빠져나와 앞산순환도로를 달려 달서구 청소년수련관에 도착하니 입구에 공사판이 벌어지고 있어 모처럼 찾아온 산꾼을 헷갈리게 한다. 하는 수없이 공영주차장에 파킹을 하고서 등산로임을 알려주는 입간판을 따라 산행을 시작한다.
오늘 찾아볼 대구 앞산은 오래 전 고교 친구들과 함께 청소년수련원에서 대덕산을 올라 앞산과 산성산까지 다녀온 뒤 달비골로 하산했던 기억을 되살려 보고 싶었고 또한 '포항산친구들' 카페의 정기산행 때 참여치 못했던 코스를 늦게나마 뒤따라 걸어보고자 나선 길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폭염 속에서도 밀리고 밀린 숙제하듯이 완주가 가능할지 모르지만 시간을 보아가며 무리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즐기며 가는 산행이 되고자 천천히 걸음을 옮겨본다.
산행흔적
달비골 청소년수련관 공영주차장에 주차를 해두고 산행을 시작합니다.
공사중 사라진 등산로를 대신하여
임시로 가설해 놓은 철계단을 오르며
임휴사 방향으로 진행합니다.
오랜만에 찾아온 탓에 들머리가 헷갈리지만
이왕지사 제대로 돌아볼 요량으로
상인배수지 방향으로 진행합니다.
우거진 숲이 보기에는 좋았지만
딱딱한 등로가 걷는 재미를 반감시키고 있네요.
뙤악볕속 예사롭지 않은 산세에 기대감은 커져가고
이내 줄줄 흘러나는 땀 속에서 녹음짙은 산 속으로
힘찬 발걸음을 내디뎌 봅니다.
이내 갈림길을 만나지만 곧장 나있는 오름길로 등로를 이어갑니다.
제법 거친 오름이 바람 한점없는 무더운 날씨에
이마에 흐르는 땀은 그칠 줄 모르게 하네요.
'광대수염'
매자골엔 매미소리 와글와글 들려오고
싱그런 숲 향기에 코 끝을 실룩이며
땀에 젖은 생쥐 꼴로 첫 쉼을 가져봅니다.
조망이 터지는 바위에서 내려다 본
상인동을 비롯한 달서구의 풍광입니다.
하산코스로 잡은 삼필봉과 수변공원이 있는 도원지가 내려다 보이네요.
'조밥나물'
드디어 대덕산이 보이기 시작하는 능선에 올라서니
반가운 한 줄기, 불어오는 바람이 그렇게도 반가울 수가 없네요.
작은 것에도 감사하는 마음을 배우게 됩니다.
달비골과 수밭골이 내려다보이고
멀리 구름이 덮혀있는 비슬산이 눈에 들어옵니다.
달서2-2 표지판이 있는 달비골 갈림봉.
(앞산 1.1km, 달비골 1.7km, 청소년 수련원1.2km)
대구 시내 전체가 한 눈에 들어오는
전망이 좋은 곳에서 내려다 본
내가 태어나고 자랐던 고향의 정경입니다.
아마도 이곳이 대덕산 정상인듯 한데 표식이 없어 알 길이 없네요.
정면으로 가야할 능선이 선명하고 저멀리 앞산의 통신탑이 보입니다.
승마장과 매자골 갈림길
매자골
승마장 골짜기 일대의 속명이 매자골이다.
매자골이란 옛날 매화(梅花) 낙화지(洛花地)에서 연유되었다. 지금으로부터 300年 전에 대덕산에 성기도사가 있었다. 도사가 이 곡의 지세를 목형으로 보았다. 그런 어느 해 이른 봄 이 골짜기에 매화가 탐스럽게 피더니 구암동(지금의 송현동)에 떨어졌다 하여 매자골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그 당시만 해도 매자골엔 양질의 약수가 샘 솟았는데 무서운 산짐승들이 자주 나타나 사람은 살지 못하고 다만 산지기가 있었을 뿐이었다. 산지기도 늙어 죽자, 그 부근에 묻었더니 묘터가 점차 소나무 숲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산짐승이 집에서 기르는 돼지를 산채로 차고 가는 일이 빈번하여 겁에 질린 아랫마을 주민들은 서낭당을 짓고 매일 음력 정월 보름 자정에 사방에서 제사를 올렸고 지금까지도 이어진다고 한다. 지금은 성황당은 온데간데없고 제단만 있을 따름이다.(발췌 자료임)
전망바위에 잠시 서서 지나온 대덕산과
그 아래 나팔바위를 돌아보고 등로를 이으니
지난해 가을 비슬산자연휴양림에서 출발하여
이곳에서 하산했던 기억이 새롭게 떠오르는
안지랑골 갈림길을 지나게 되고
눈을 열고, 귀를 열고 가슴을 활짝 열어
대구 앞산 곧은 정기 흠뻑 들이키며
무더위 속에 쉬엄쉬엄 진행하다
태극기 휘날리는 암봉에 올라서면서
천하가 내 세상인 양 사진 한장 남겨봅니다.
전망바위에서 바라본 앞산공원으로 뻗어내리는 마천대 능선
송신탑이 자리잡고 있는 앞산 정상부에 당도하지만
정상석도, 사진을 찍을만한 마땅한 곳도 없어
사진 한장 담고서 좌측으로 돌아나가며
헬기장을 향해 걸음을 옮깁니다.
원기사를 거쳐 달비골로 내려설 수 있는 갈림길을 지나
한적한 곳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가기로 합니다.
준비해온 버너로 라면을 끓여 먹으니
꿀맛이 따로 없긴 한데
먹을 물이 모자랄까 노심초사입니다.
헬기장 입구에서 되돌아 보니 지나온
앞산의 송신탑이 뚜렷이 솟아있는 모습입니다.
헬기장 너머로 멀리 가창의 최정산과 주암산이 조망이 되네요.
헬기장을 내려서면 나무 계단을 내려갔다가
다시 나무 계단을 올라서면 산불 감시초소가 나타나는데
이곳에서 바라보는 달비골의
풍광 또한 시원스럽기 그지 없습니다.
만수정 갈림길
임도를 만나 모처럼 그늘을 걸으니
그제야 살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로 무더운 날씨입니다.
너무 더운 날씨 탓에 산성산까지 다녀오는 것도 귀찮아서
오늘은 눈 딱 감고 우측 내림길을 따라
청룡산으로 곧장 행보를 내딛습니다.
등로의 요충지인 '달비고개'
'수크령'
'쑥부쟁이'
청룡산까지 이어지는 소나무 숲길은 호젓하기 이를 데 없는 길이지만
오늘은 아무 생각없이 그저 걸어야 한다는 일념으로
앞만 보고 마냥 걷기만 했답니다.
워낙 갈림길이 많은 등로이지만 가급적 능선을 따르고
달려있는 시그널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등로를 이어갑니다.
걷기 좋은 한적한 등로를 걸으며 곧 청룡산에 당도할 줄 알았는데
안부에 도착해서 보니 아직도 한참을 가야만 하는 거리라
오늘은 어지간히 힘든 여정인가 봅니다.
아무래도 오늘은 목적했던 코스를 다 돌아보지 못할 것 같은 생각에
이곳을 눈여겨보고 청룡산을 향한 등로를 이어갑니다.
오늘의 등로 중 가장 멋진 코스인 암릉길에 들어서니
멀리 비슬산 대견봉과 조화봉이 눈에 들어 옵니다.
지나온 암릉길을 돌아보고서
도원저수지와 수변공원이 있는 수밭골과
U자 모양의 낙동강이 흐르는 멋진 풍광을 보며
더위에 지친 육신을 쉬게 합니다.
약간의 급내림을 내려섰다가 다시 오름을 올라서니
헬기장이 있는 청룡산정에 올라서게 되고
정면으로 비슬산으로 이어지는 마루금을 바라보며
다시금 걷고픈 진한 유혹을 느껴봅니다.
이번에는 서쪽 방향의 낙동강도 사진에 담아보고서
때마침 뒤따라 온 산님에게 부탁하여 흔적을 남겨보지만
벌겋게 달아 오른 몰골이 말이 아니에요
수밭골로 하산하려던 계획은
무더위와 물 부족으로 코스를 변경하여
'달서 9-2' 지점에서 하산하기로 하고 오던 길로 되돌아 갑니다.
이곳에서 우측 등로가 지름길인줄 알고 한참을 진행했다가
엉뚱한 길이라 되돌아 올라오는 해프닝을 겪었네요.
안 그래도 힘든데...
이곳 '달서9-2' 지점에서 하산을 시작합니다.
집에 돌아와서 복기를 해보니 좀더 진행하면 나오는
'달서9-3' 표지판에서 하산을 했었으면
청소년 수련원 가까이 있는 장미아파트로 하산하게 되는데
사전에 인지를 못한 아쉬움이 남았네요.
아마도 폭염에 지친 탓에 판단력이 흐려진 탓이겠지요.
딱딱하고 척박한 경사도가 심한 내림길에
부족한 물로 겨우 목만 적셔가며 진행 하다보니
편안하기 그지없는 솔숲길도 반갑게 느껴지지 않는
오늘의 산행은 애초부터 무리가 아니었는지 모르겠네요.
하지만 맨날 좋은 일만 있을 수는 없다는 생각에
스스로에게 위안을 삼아봅니다.
지루하고 기나긴 내림길을 내려와 보훈병원 옆 도로로 내려서니
수변공원의 푸른 물이 반겨줍니다.
미미한 한줄기 바람조차 고맙게 느껴질 정도로 따가운 뙤약볕 아래 장시간 걸었던 앞산 종주산행.
간혹 머리 위를 스쳐 지나며 햇볕을 가려주는 구름이 반갑기만 했던 오늘의 산길은 최근의 산행 중에서 가장 힘든 여정이 아니었나 싶다. 전날 당직근무의 여파가 남아 있는데다 워낙 더운 날씨에 바람 한점없는 산길을 장시간 걷는다는 자체가 만용이었다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이렇게 한고비 넘어서면 그만큼 체력과 자신감은 업그레이드 되리라는 생각으로 위안을 삼아본다.
보훈병원 앞을 지나 들머리까지 걸어가려니 엄두가 나질 않아 택시에 몸을 싣고 달서구 청소년수련관 주차장으로 가 세워둔 차를 몰고 아침 나절 왔던 길을 되돌아 경주로 향한다.
스스로 원해서 즐기는 고행이니 누구를 탓하리오... 자신에게 되물어 가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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