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달이 사는 집
폭염에 지쳐버린 천성산 하늘릿지 산행 본문
♥ 산행일자 : 2012. 08. 18 (토) 날씨 : 맑음. 무지무지 더움
♥ 산행장소 : 경남 양산시 웅상읍 일원
♥ 산행인원 : 언제나처럼 홀로...
♥ 산행코스 : 원적암 입구-미타암-하늘릿지-원적봉-철쭉제단-법수원계곡-법수원-원적암 (원점회귀)
♥ 산행시간 : 5시간 40분 (쉬엄 쉬엄 쉬어가며...)
◈ 산행기
당직근무라 더워지기 전에 다녀오리라 마음먹고 알람을 맞춰놓았지만 새벽을 깨우며 울어대는 알람을 해제하고 곧 일어난다 해놓고선 한 시간이나 더 자버려 대략 난감한 지경이지만 계획했던 스케줄은 소화를 해야겠기에 세수를 하는 둥 마는 둥하고 물에 밥 말아먹고서 시장에 들러 김밥 두줄 사서 챙기고 고속도로를 달린다.
폭염이 연일 기승을 부리고 있는 성하의 계절에 들어서도 끊임없이 쏘다니고 있다. 몸은 쉬어라 경고음을 보내는데 당직근무만 마치고 나면 끊임없이 산으로 내빼고(^^*) 있다. 오늘도 몸 아끼라 거듭 잔소리하는 마눌의 말을 뒷전에 두고 집을 나선 길이다.
경부고속도로에서 울산방향으로 기수를 돌려 울산-부산간 고속도로로 갈아탄 후 문수 I.C를 빠져나와 양산 방향으로 진행하며 스마트폰의 T맵에 입력해놓은 원적암을 찾아간다.
산이 지천인 양산에서 으뜸은, 단연 천성산이라고 꾼들은 입을 모은다.
울창한 숲과 풍부한 물이 있고 공룡능선과 화엄벌 등 매력적인 요소도 두루 갖추고 있기 때문일 게다.
봄철은 철쭉이 만산홍을 이루고 가을에는 화엄벌 억새가 황홀한 군무를 연출하기도 하지만, 특히 여름이면 많은 수량을 자랑하는 계곡 때문에 피서객들이 넘친다고 한다.
산행을 시작한지 10년이란 세월이 훌쩍 흘렀건만 지금껏 겨우 4번을 찾았으니 천성산에겐 조금은 미안한 마음이다.
천성산이 어떤 산이던가~!!!
중생을 깨우치는 '원효대사'의 화엄경 목탁소리가 산골마다 울려 퍼질 것 같은 산...
지금이라도 집북재에서 큰 북을 치면 온 산이 울릴 것 같은 산...
'지율'스님이 천성산 지킴이가 되겠다고 목숨을 걸고 100일 동안 쫄쫄 굶었던 산...
그 산을 오늘 하늘릿지를 올라보고자 찾아가는 걸음이다.
각설하고 운수사 입구에 서있는 빗돌 앞에 당도하니 원적암 간판도 우측으로 보인다. 숲 가까이 차량 한대를 주차할만한 공간이 있어 애마를 세워놓고 운수사 방향으로 진행하며 하늘릿지를 오르기 위해 미타암을 향해 걸음을 옮긴다.
산행개념도
운수사와 원적암으로 갈리는 갈림길.
통상적인 하늘릿지로의 코스는
원적암에서 법수원 방향으로 진행하는 것이지만
미타암을 돌아볼 예정이기에
이곳에서 좌측 운수사 방향으로 진행합니다.
우측의 원적암은 날머리입니다.
운수사 방향을 따르다 등산로를 알리는 목간판을 따라 미타암을 향해 진행합니다.
상단 : 자주꿩의다리
중간 : (좌)개모시풀, (우)산박하
하단 : (좌)무릇, (우)꽃범의꼬리
습기 가득 머금은 숲길에 온 몸은 금새 땀으로 젖어버립니다.
미타암 주차장에서 법수원 방향으로 진행합니다.
이어 나타나는 갈림길에서 미타암을 들르기 위해 곧장 오름으로 진행합니다.
가파른 등로를 힘겹게 올라서 당도한 미타암에는
7월 초하루를 맞아 불공을 드리러 온 불자들로
법당 안을 비롯하여 앞 마당까지 만원사례입니다.
공양간에 들러 시원한 보리차 두사발을 들이키고
석굴사원을 들러보기 위해 진행하니
범종루가 먼저 반겨주네요.
석등 안에서 목탁을 껴안고 잠들어 있는
동자인형이 너무 이뻐서 담아봅니다.
석굴사원 입구에서 바라본 덕계 너머
구름모자를 쓰고 있는 달음산이 조망이 됩니다.
미타암석아미타불입상(보물 제998호)이 모셔져 있는 석굴사원에는
불공을 드리러 온 불자님들이 빈틈없이 앉아 있어 들어가지 못하고
입구에서 사진만 한장 담고서 아쉬운 발걸음을 옮깁니다.
돌아서는 발걸음에 내려다 본 웅상읍 전경과
대운산이 아쉬움을 달래주고 있네요.
공양간 바로 옆 아래에 있는 철문을 열고 내려서서
등로를 이어가면 만나게 되는 첫번째 갈림길.
(← 원적봉, ↑ 법수원, 하늘릿지)
두번째 만나게 되는 갈림길.
이곳에서 좌측으로 하늘색 페인트가 표시되어 있는
하늘릿지로 가는 등로를 눈여겨봐야 합니다.
곧장 나있는 길은 당연히 법수원가는 길이겠지요.
선등자들의 산행기에서는 밧줄이 있었는데
보이질 않아 좀더 안쪽으로 나가봅니다.
이곳 역시 밧줄은 보이질 않아 곧장 바위를 오르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습기 가득 머금은 바윗길은 미끄러워 여간 조심스럽지 않네요.
그야말로 배가 땅에 붙을 정도로 수직에 가까운 오름을
네발로 기다시피 하며 올라서서 바라본 풍광은 일품이네요.
하산 코스로 잡은 법수원 입구의 너덜지대도 내려다 보입니다.
하늘릿지 코스는 급경사에 많이 위험한 코스라는걸 새삼 실감하는 오늘입니다.
바람 한점없는 폭염속에서
릿지를 타고 오르는 산꾼에겐
그야말로 악전고투가 따로 없네요.
릿지를 오르며 건너편 동굴이 있는 암봉을 올려다 봅니다.
계곡에서 잔치바위를 올랐다가 저곳으로 갈 예정입니다.
릿지를 오르며 되돌아보니
멀리서 울산의 문수산, 남암산이
무언의 격려를 보내고 있는 듯 합니다.
땅바닥이 코와 친구하자고 할 정도로 가파른 등로를
두손 두발 다 써가며 기를 쓰고 오르니
얼마 못가 지쳐서 털썩 주저앉을 정도라
오를수록 쉬는 시간은 늘어만 갑니다.
하늘릿지의 최대 명물.
안전을 위해 저곳으로 오를 수 있도록
설치된 밧줄은 철거되었지만
굳이 오르는 산님들도 있다고 하는데
하나뿐인 목숨 아까운 줄 알아야겠지요.
하늘릿지 맞은편 암봉.
암봉아래 소나무 있는 뒤쪽에 금수동굴이 있습니다.
하늘릿지 상단부에서 내려다 본 법수원과 소주공단
하늘릿지를 통과해 뒤돌아보니
6봉의 소나무 있는 바위가 하늘릿지 끝입니다.
비록 릿지산행은 끝이 났지만
가파름은 끝이 아니었네요.
밧줄을 잡고 직벽을 낑낑 대며 올라서면
그곳에는 또다른 눈높이의 풍광들이 반겨줍니다.
남쪽으로 이어진 전망바위에서 내려다보니
바로 아래로 미타암의 지붕이 눈에 들어옵니다.
고도를 높혀 바라본 덕계 시가지와
그 너머로 구름모자를 벗어버린 달음산이
말끔한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이번에는 미타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부산의 명산 금정산이 조망이 되네요.
올려다보이는 암봉을 올라서면 원적봉이 나타나겠지요.
올라온 산길의 경사도가 장난이 아님을 실감하며
원적봉을 향한 발걸음에 박차를 가해봅니다.
금수동굴이 있는 암봉 너머로 790봉의 정상부가 시야에 들어오네요.
하늘을 향해 키재기를 하고 있는 암봉 삼형제
최상단부 바위에 올라 지나온 하늘릿지를 내려다 본 풍광은
그야말로 시원스럽기 그지없어
힘들여 올라온 보람을 한껏 느껴봅니다.
북으로 멀리 천성2봉이 보이고
가운데 바위가 잔치바위입니다.
잔치를 해도 될 정도로 넓다하여
이름지어졌다고 하네요.
원적봉(807m) 정상
서쪽으로 눈을 돌리면 천성산의 최고봉인
천성1봉(원효봉)이 눈에 들어옵니다.
정상부에 군사시설이 자리잡고 있어 아쉬움이 큽니다.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걷기좋은 숲길이라
한결 수월하게 등로를 이어갑니다.
공터 사거리에서 천성 1봉 방향으로 진행하다 나오는
철쭉군락지의 가운데 위치하고 있는 소나무가
계곡으로 내려가는 갈림길입니다.
원래 계획했던 등로는
무더위속에 지체된 힘든 산행에다
출근시간에 늦지 않기 위해
계곡으로 코스를 변경해야했기 때문입니다.
봄이면 천성산을 붉게 물들이고 있는
철쭉제를 지내는 제단에 도착하여
준비해간 김밥과 과일로 점심요기를 합니다.
느긋한 마음으로 식사를 마치고 철쭉군락지 너머로 보이는
잔치바위를 사진에 담으며 하산길로 접어듭니다.
돌돌돌 흐르는 맑은 물소리에 마음마저 시원해져와
계곡길을 선택한 자신에게 칭찬을 하고픈 마음입니다.
인적이라곤 없는 계곡길을 계류와 벗삼아 걷노라니
마음은 한없이 정화가 되는 듯하고
적은 수량의 계곡물이 하나 둘 골짜기를 타고 흘러 작은 소를 이루고
급기야 제법 우렁찬 소리를 내지르는
이름모를 예쁜 폭포로 변신을 하고 있습니다.
큰 바위를 에돌아 내려서니 비가 내리기 시작합니다.
국지성 소나기 같아 배낭에 레인커버만 덧씌우고
그냥 하염없이 비를 맞고 걸어봅니다.
어차피 땀에 절은 몸인데다 오히려 시원하기만 합니다.
미끄러운 바윗길을 조심스레 진행하다
너덜지대의 잔치바위 오름을 보고서 올라볼까 마음먹었다가
이내 다음기회로 미루고 계곡을 따라 이동을 합니다.
미끄러운 바윗길이 안전에 문제가 될 것 같기도 하고
시간을 마냥 지체할 여력이 없기도 했네요.
비구름이 물러간 금수굴이 있는 암봉과
하늘릿지에는 파란 하늘이 고개를 내밀고 있네요.
계곡을 건너 이어지는 등로를 따라 쉼없이 걷다보니
790봉에서 내려오는 등로와 합류가 되는
사거리 갈림길에서 잠시 고민을 해봅니다.
어디로 갈까나?...
이왕 로프타는 코스를 향하여... GO GO!!!
사거리 안부
(← 보현사(우회로), ↑ 보현사(로프 코스), → 법수원)
하늘릿지 상단부에서 내려다 보았던
너덜지대에 도착하게 되고
우측으로 법수원이 보입니다.
섭진교 입구의 갈림길
산신각에 들러 그 옆으로 떨어지는 웅장한 폭포를
사진에 담아보려고 돌담을 올라서는 순간
갑자기 들려오는 목탁소리에 고개를 들어 바라보니
법수원의 스님이 손을 가로저으며 출입을 막으시네요.
위험하니 들어가지 말라는 뜻이겠지요.
죄송하다는 의미를 담아 합장 반배하고 되돌아나와
내림길을 이어 만난 섭진교에서
다리 아래로 떨어지는 물줄기라도
아쉬운 마음으로 담아보았답니다.
790봉에서 흘러내린 산자락에 솟아있는 암릉의 모습들입니다.
로프를 잡고 오르내리는 구간이지요.
법수원 입구 계단을 올라서니
"정진중이니 조용히 돌아가라"는
글귀가 붙어 있어 역광에 빛나는
하늘릿지만 담아보고 되돌아섭니다.
섭진교를 건너 우측 원적암 방향으로
진행하며 올려다 본 바위 뒤로는
하늘릿지의 뾰족 암봉들이 시야에 잡힙니다.
평지성 허리길이지만 우측 아래로는
그야말로 낭떠러지 수준의 법수원계곡이 이어집니다.
계곡에 발이라도 담궈보고 싶어
미끄러운 급사면으로 조심스레 내려섭니다.
몇번의 미끄러짐을 극복하며 내려선 계곡에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무명폭들이
저마다 폼을 재며 노래를 하고 있었네요.
계곡을 따라 걷다가 풍광이 좋은 폭포를 만나면
어김없이 발걸음은 저절로 방향전환을 합니다.
철조망이 가로막혀 있어 유명한 혈수폭포는 구경도 못하고
도착한 원적암 역시 초하룻날 불공을 드리러 온
보살님들이 법당을 차지하고 있어
멀리서 합장 반배만 올리고 돌아섭니다.
원적암을 빠져나와 들머리에 당도하여
왼종일 그늘 숲에서 잠자고 있던
애마를 깨워 서둘러 집으로 향합니다.
'폭염속에서 무리한 산행은 하지 말아야지' 늘 다짐은 하곤 하지만 막상 떠나보면 안되는게 평소의 산행이었는데 지난 주 대구 앞산-청룡산 구간과 오늘 천성산 하늘릿지 코스는 정말 힘들었던 여정이었다고 스스로에게 자평을 하면서 폭염속의 산행시간을 줄여야겠다고 다시금 되새겨본다.
선선한 가을날 멋진 단풍 속을 거닐며 꼭 다시 찾아보리라 생각하며 말로만 듣던 하늘릿지를 올라본 소감은 힘들고 위험하지만 그래도 올라볼만한 가치는 충분히 있는 코스라고 말하고 싶다. 타는 목마름을 시원한 얼음과자로 풀어보려고 백동마을 슈퍼에 들러 하나 사서 입에 물고 출근시간에 늦지 않기 위해 부지런히 차를 몰아 웅상읍을 빠져 나간다.
'◈ 산행이야기 > ☆ 2012년도 산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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