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달이 사는 집
가을산의 또다른 명물... 억새를 찾아 걸어본 영남알프스 천황산 본문
♤ 산행일자 : 2014. 09. 23 (화) 날씨 - 맑은 후 흐림
♤ 산행장소 : 경상남도 밀양시 단장면·산내면과 울산광역시 울주군 상북면 일원
♤ 산행인원 : 거북이랑 둘이서...
♤ 산행코스 : 배내고개 - 능동산 - 얼음골케이블카상부승강장 - 천황산 - 천황재 - 주막쉼터 - 주계바위
♤ 산행시간 및 거리 : 5시간 50분, 12.27km(식사 및 휴식 포함. GPS 기준)
▣ 영남 알프스
울산, 밀양, 양산, 청도, 경주에 걸쳐 있는 산으로 가지산(1241m)을 중심으로 해발 1000m 이상 9개 산이 수려한 풍광을 자랑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가지산(1,241m), 간월산(1,069m), 신불산(1,159m), 영축산(1,081m), 천황산(1,189m), 재약산(1,119m), 고헌산(1,034m)의 7개산을 지칭하나, 운문산(1,195m), 문복산(1,015m)을 포함시키기도 한다. 그 중에서 신불산, 가지산, 재약산(천황산 포함), 운문산은 산림청이 선정한 남한 100대 명산에 속한다.
영남알프스는 전체면적이 약255㎢이며, 가을이면 곳곳의 황금 억새평원에 나부끼는 순백의 억새가 환상적이라 전국 등산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래서 한강 이남에서는 가장 아름답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신불산과 취서산(영축산) 사이의 평원에 1,983,471㎡ (약 60여만 평), 신불산과 간월산 사이의 간월재에 330,578㎡ (약 10만여 평), 고헌산 정상 부근에도 661,157㎡ (약 20여만 평)의 억새 군락지가 형성되어 있으며, 특히 재약산과 천황산 동쪽의 사자평은 4,132,231㎡ (약 1백25만여 평)이라고 알려져 있다.
영남알프스에는 1979년 자연공원법에 의하여 가지산도립공원으로 지정된 공원이 있다. 이 공원은 양산시 하북면 일대의 통도사 지구(28.31㎢)와 내원사 지구(44.69㎢) 및 울주군 상북면 일원의 석남사지구(30.07㎢)등으로 구역이 나누어져 있으며, 경관이 수려하고 유서 깊은 이 3개 지구를 하나의 권역으로 하여 국민휴양 및 정서함양에 이바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지정되었다.
영남알프스에는 통도사, 운문사, 석남사, 표충사 등의 문화 유적지 또한 즐비하고, 절경과 전설들이 도사리고 있다.
영남알프스의 기암절벽들은 옛날에 화산활동에 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남알프스에서 가지산에는 현재 7백60여 종의 식물과 우리나라 전체 조류 4백50여 종 가운데 1백여 종의 새가 살고 있어 자연이 만든 거대한 동ㆍ식물원이라 불리고 있다.
◈ 산행기
태풍의 영향으로 많은 비가 온다는 예보에 전날 포스텍둘레길을 한바퀴 돌면서 산행의 아쉬움을 달랬지만 당직근무 마치고 직장을 나서니 화창한 날씨라 산으로 가고픈 진한 유혹을 느끼고 집으로 전화를 넣어본다. 산행준비 해 놓으라고 일러놓고 김밥집에도 포장을 부탁하고서 집에 도착하여 부리나케 배낭을 꾸려 집 근처 김밥집에 들러 포장해 놓은 김밥을 받아들고 아내와 함께 차를 몰아간다. 처음엔 무장산을 가려고 했었는데 아내의 반응이 영 신통찮아 슬그머니 영남알프스 얘기를 꺼내니 기다렸다는 듯 콜~!! 사인을 보내온다. 퇴근길을 그대로 되돌아 경주를 향해 차를 몰아가서 언양방면으로 계속 달려가니 전날보다는 조망이 덜한 것 같지만 맑은 날씨라 비가 온다는 소식에 일찌감치 포기를 하고 성에 차지 않았지만 동네 뒷산 가듯 후딱 한바리했던 어제의 산길이었는데 오늘 이만하기만 해도 다행이다 싶어 차를 몰아가는 내내 기분은 한결 업이 된다.
산행 들머리를 어디로 잡을 것인가를 운전 하는 동안 계속 생각하며 머리를 굴려본다. 철구소나 주암마을로 잡느냐 아니면 배내고개로 잡을 것인지 고민을 하다가 아내에게 좀더 접근이 수월하고 억새와 멋진 조망을 구경시켜 주고 싶어 배내고개 주차장으로 들어선다. 입구에서 2,000원의 주차비를 지불하고 이미 많은 차량들이 자리를 잡고 있는 틈을 비집고 들어가 파킹을 하고 화장실을 다녀와 매점에 들어가서 배내골 버스시간표를 숙지하고서 돌아나오니 한줌 서늘한 바람이 온 몸을 휘감고 지나간다.
평일임에도 등산객이 제법 많아 보이고 멀리 경기도에서 단체로 산행을 온 관광버스에서는 울긋불긋 화려한 색감으로 물들인 산님들이 부지런히 하차를 하며 산행준비에 여념이 없는 모습들이다.
더 복잡해지기 전에 서둘러 출발해야겠다 싶어 들머리에 있는 하늘억새길 안내판을 사진에 담으면서 1차 목표지점인 능동산을 향해 힘찬 전진을 시작한다.
산행궤적
구글위성
배내고개 주차장 안쪽에 있는 하늘억새길을 따라 산행을 시작합니다.
하늘이 푸르고 높아져가는 현상도 나타나고,
아침 저녁으로 들려오던 매미 울음소리도 줄어드는 걸 보면
'그 무덥던 여름이 다 지나갔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상단 좌측부터 시계방향으로...
(산박하, 산비장이, 어수리, 산부추)
도심을 벗어나 야외로 나가면
나무들의 푸른 색들이 점차로 옅어지고
누렇거나 갈색 빛으로 변화되는 모습 속에서 찾을 수가 있고,
가을의 전령사라고 하는 억새풀이 하얀 모습을 드러내면서
바람에 나부끼는 것도 가을이 왔다는 증거일테지요.
따가운 햇살도 숲에 가려지면 서늘한 기운이 느껴질 만큼
변화된 기온이 온 몸으로 느껴지는 오늘의 산길입니다.
아! 나도 모르게 터져나온 작은 외침...
바로 '물매화'를 만났습니다.
왠지 오늘 알찬 산행이 될 것 같다는 느낌이 오네요.
산행을 시작한지 35분 경과 후
가지산으로 나뉘어지는 삼거리에 도착을 하게 되고,
가지산 방향의 연봉들을 사진에 담고
우측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석남사 주변의 풍광들을 잠시 구경하고서
이정표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진행하면
영남알프스 종주산행의 중요 기점인 능동산에 닿게 됩니다.
다시 찾은 능동산에서...
쇠점골약수로 가는 길을 버리고 숲이 우거진 능선길을 걷다가
만나는 임도를 잠시 걸어보지만 딱딱함이 싫어 다시 숲길로 들어갑니다.
임도보다 오르내림이 이어지고 있지만
딱딱하지 않은 숲길이 걷기엔 한결 편하답니다.
자그마한 정상석이 있는 '능동 2봉'에서 흔적을 남겨보고
불어오는 바람에 온 몸을 내 맡긴 채
이리저리 흐느적거리는 억새의 춤사위를 보면서
이제 영남알프스에도 본격적인
억새의 계절이 찾아왔음을 실감하게 되는군요.
멀리 가지산-운문산-억산으로 이어지는
운문지맥길이 하늘금을 그리고 있고
앞쪽으로는 암릉이 멋진 밀양 백운산이 가깝습니다.
맛있는 얼음골사과의 본고장인
남명리와 삼양리가 포근하게 내려앉은 얼음골 주변에는
수많은 봉우리들이 성채처럼 두르고 있는 모습이네요.
잠시 숲길을 버리고 임도를 따라 걸어갑니다.
그 이유는 바로 이곳을 알아두기 위함이었지요.
주암마을을 기,종점으로 산행할 경우
천황산에서 케이블카 승강장을 지나
이곳에서 좌측으로 진행해야 하는 주의지점이기 때문이지요.
상단 좌측부터 시계방향으로...
(이고들빼기, 정영엉겅퀴, 돼지감자꽃, 개쑥부쟁이)
이번에는 아내에게 케이블카 상부승강장과
하늘정원을 구경시켜야겠기에 오름길로 접어듭니다.
얼음골 케이블카 상부승강장입니다.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나들이를 나온 분들이 제법 많네요.
이곳에서 바라보는 가지산, 운문산의 조망은 참으로 훌륭하지요.
산을 오른 자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인데
오늘은 케이블카를 타고 와도 볼수 있으니...쩝쩝^^*
목재데크를 따라 하늘정원으로 이동합니다.
하산루트로 잡은 주계바위(심종태바위)능선 너머로
영알의 또다른 축인 간월산-신불산-영축산 라인이
멀리 감동적인 파노라마의 모습으로 다가오네요.
재약산까지 걸어보고자 나선 길이지만
당직근무 마치고 집까지 가서 다시 나선 걸음이라
시간이 허락이 될지 의문이 들지만
일단 천황재에서 판단해야 할 것 같네요.
하늘정원 전망대에서 바라본 얼음골 용아B능선.
가마불폭포를 구경하고 가파르기 그지없는
용아A능선을 타고 올랐던 지난 날의 기억이 새롭습니다.
오늘 산행코스는 지난 해 직장동료들과
'영남알프스 하늘억새길'을 걸었던 등로를
아내에게 다시 보여주고 경험하게 해주고파
찾아가는 걸음이랍니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가야할 천황산이 시야에 잡히는데
아내에게 천황산을 가리키니 저기까지 가야하느냐고 반문을 하네요.
슬슬 겁부터 나는가 봅니다.
그리 힘들지는 않다면서
활짝핀 억새들을 보면서 한발한발 가다보면
천황산 정상석을 만날 수 있을거라며 격려를 해줍니다.
역시 억새는 바람과 어우러져야 보기에 좋은 것 같네요.
바람이 불어오는 곳에 따라 흐느적거리는 억새의 몸짓에
흘러가는 세상속에 그저 몸을 맡긴 채 살고 싶기도 하네요.
종주꾼들의 쉼터이자 베이스캠프 역할을 했던 샘물산장.
세월이 흐른 지금은 건물도 번듯하게 새로이 단장이 되었고
규모 또한 제법 커진 것 같네요.
아마도 케이블카 영향이 크지 않나 싶습니다.
천황산으로 오르는 초입에서 휘적거리는
억새 밭 사이에서 걸음을 멈추게 만드는 것은
바로 '물매화'.
오늘 두 번째 만남이네요.
여린 꽃대에 꽃잎 하나, 꽃 하나.
수수한 듯 하지만 하늘을 향해 곧게 자라는
당당한 모습은 도도하기까지 합니다.
그 하얀 날개짓에 취해 시간은 잊어버리게 되네요.
역시 뭇 사람들의 사랑을 받을만 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키 작은 억새 사이로 환한 웃음짓는
얼굴에 취해 사경을 헤멜 지경입니다.
물매화 뿐만 아니었지요.
긴 꽃대에 덩그러니 보라색 머리만
틀어 올린 산부추도 지천이었네요.
큰 어려움이 진행되는 평지성 등로를 따라
여유로운 발걸음을 옮겨가니
얼음골로 내려서는 갈림길을 지나게 되고
눈길을 끄는 큼직한 소나무에게 눈맞춤해주고
만나는 조망터마다 들러 자꾸 보아도 질리지 않는 풍광들을 담으며
지치지 않게끔 속도를 늦춰가며 진행을 해 나갑니다.
산 빛은 이제 막 노릇노릇해 지기 시작하네요.
지난 여름 그 맹렬했던 진초록의 숲터널을 빠져나와
한 템포 느린 박자로 계절은 익어갑니다.
산 빛은 한결 부드러워졌고
날씨는 약간 흐릿하지만 바람은 쾌적합니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천황산의 모습 역시
부드럽기 그지없기에 걸음 또한 가볍기만 합니다.
단풍이 화려하다면 억새는 수수하지요.
붉거나 노란 원색을 뽐내는 단풍에 비해 억새는 살색에 가깝습니다.
단풍과 비슷한 시기에 제 철을 맞는데도
억새가 다소 밀리는 것도 소박함 때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은색빛을 머금은 벌판에 바람이 몰아쳐도
억새는 하늘거릴뿐 꺾이지 않는답니다.
소박하면서도 강한 힘을 가진 민초의 모습을 보는 듯 하여
더욱 정감이 가는지도 모를 일이네요.
표충사 절 마당에서 올려다보면
특유의 뾰족한 모습의 필봉으로 가는 갈림길을 지나면
우측으로 새로운 신천지를 보는 듯한 절경이 눈을 즐겁게 해 줍니다.
멀리 보는 풍경은 겹겹의 능선으로 포개져
아득한 그리움처럼 번져가고 있습니다.
과거와는 다르게 훨씬 큰 규모로 쌓여있는 돌탑과
늘 변함없는 천황봉 정상석이 드디어 눈 앞에 나타났네요.
천황산 정상석에서...
천황재를 향한 걸음에 건너보이는
재약산 서쪽방향의 깎아지른 암릉들이 자꾸 눈길을 끕니다.
진불암, 문수봉, 관음봉...
가봐야 할 숙제꺼리로 남았는 곳이지요.
산정에서 바라보는 먼 산들은 크고 듬직한 뼈대만 보이지만
실제 저 산을 이루고 있는 것은 볼품없이 작고 짧은 지능선들이
하나하나 모여서 저토록 근사한 산을 이룬 것이겠지요.
천황산 사자바위입니다.
재약산 사자봉이라는 또다른 이름으로 불리워지게 된건
바로 사자바위 때문이랍니다.
이곳에서 보아도 사자머리처럼 보이긴 하지만
건너편 상투봉-필봉 능선에서 바라보면 영락없는 사자의 모습입니다.
천황재를 향한 걸음에 피어난 억새를 바라보면서
나머지 구간을 정리해 봅니다.
재약산까지 오르는 것으로 목표를 잡았지만
힘든 기색의 아내를 보니 더는 욕심을 부리지 못할 것 같고
천황재에서 바로 하산길로 진행할까 합니다.
가야할 길에 얽매이지 않고
수시로 등로를 변경할 수 있음이
바로 홀로 산행의 장점이겠지요.
그것은 경망스럽긴 하지만
내가 걷고자 하는 길에 대한 자유로움이기도 합니다.
천황재 주변에는 가을을 노래하기 시작하는
억새 뿐만 아니라 구절초, 쑥부쟁이를 비롯해
쓴풀, 꽃향유 등의 가을꽃이 때를 만났습니다.
상단 좌측부터 시계방향으로...
(구절초, 쑥부쟁이, 꽃향유, 쓴풀)
하늘거리는 억새 숲에 빠져
그 예쁜 것들과 노닥거리느라 시간을 많이 지체했네요.
천황재에서 샘물상회 방향으로 진행하다 만나는
삼거리에서 등로는 우측으로 이어집니다.
맞은편 방향은 당연히 샘물상회로 가는 길이지요.
재약산을 오르는 갈림삼거리입니다.
이후 천황재에서 올라오는 등로와 다시 합류가 됩니다.
재약산 주막쉼터
주말이면 늘 저자거리에 나선 주막처럼 분주한 쉼터는
막걸리와 도토리묵, 라면까지 팔고 있어
영알을 찾는 산꾼들의 휴식처로 각광을 받고 있지요.
하지만 오늘은 개점휴업이네요.
쉼터를 지나면 만나는 삼거리갈림길에서
안내표시가 없는 우측으로 진행합니다.
곧장 가는 길은 주암계곡으로 가는 길이지요.
상단 좌측부터 시계방향으로...
(산오이풀, 고마리, 낭아초, 물봉선)
천황봉쪽에서 재약산을 볼 땐 날카롭게 치솟아 험하게 보이지만
이곳에서 바라보는 재약산은 온순한 모습이네요.
산도 그렇듯 사람도 어떤 시각으로 보느냐에 따라
천가지 얼굴로 다가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전망바위(970봉)에서 바라본 가야할 주계바위 방향의 능선길입니다.
마치 긴 항해를 떠나는 뱃머리의 그것 마냥
능선 끄트머리의 주계바위 주변의 경사도는 거의 수직에 가깝네요.
건너편으로 간월산, 신불산과 우측 멀리 영축산을 위시한
영축지맥이 하늘금을 그리고 있는 환상적인 모습을 바라보면서
종착지를 향한 발걸음을 쉼없이 이어갑니다.
뿌리가 얕아 강풍에 쓰러진 고사목의 허망한 생을 안타까워하며
말없이 그저 부지런히 걷기만 했던 산길에서
그동안 묻어두고 덮어두었던 자잘한 일상들을 떠올려봅니다.
기뻐하고 절망하고 분노했던 순간순간들에 피식 웃음이 나네요.
하지만 그 자잘한 것들이 내 삶의 근간인 것을 낸들 어쩌겠습니까.
그렇게 소소한 것에 목숨거는 것이 우매한 내 삶이었던 것을...
어느 날 문득 걸어온 길을 되돌아 봤을 때
저 산줄기처럼 듬직한 인생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젠 내 걸음에 책임져야 하고
걸었던 길을 되돌아 볼 시간들이 멀지 않았기에...
깎아지른 암벽 끝에는 장구한 세월동안 비바람을 견뎌내며
꿋꿋이 자란 소나무들이 눈길을 끌고
발 아래 주암계곡은
끝없이 떨어질 것만 같은 깊고 깊은 골짜기입니다.
지나치는 봉우리마다 빠짐없이 올라가보면서
주계바위를 향한 능선잇기를 계속합니다.
어떤 의미로 붙여진 이름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아마도 주암계곡의 준말이 아닌가 싶네요.
하지만 효자 심종태의 애틋한 효심의 전설이 깃든
'심종태바위'가 훨씬 더 정겹고 운치있게 다가옵니다.
오늘의 가장 난코스인 암벽에 도착을 하게 되지만
멋진 조망을 구경시켜주며 긴장감을 풀어줍니다.
오를 때보다 더 힘들게 느껴지겠지만
밧줄을 부여잡고 내려서는 방법을 가르치니
요령있게 잘 내려와줘서 앞으로도
암릉산행에 데리고 다녀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파른 내림길을 20분 가까이 조심스레 내려서니
여름철 피서객들로 인해 엄청 북적였던 주암계곡으로 내려서게 되는군요.
상단 좌측부터 시계방향으로...
(이삭여뀌, 까실쑥부쟁이, 도깨비바늘, 며느리배꼽)
오늘 산행의 종착지인 주암마을 주차장에 도착하니
수고했다는 인사와 함께 반겨주는 주인장의 목소리가
오늘따라 더 정겹게 느껴지네요.
아마도 구면이라 그런가 봅니다.
주암마을주차장을 빠져나와 버스를 타기 위해
걸음을 옮기며 되돌아본 주계바위의 위용입니다.
하늘에 구멍이라도 낼 듯 촛대처럼 날카롭게 솟아 있는
그 모습이 당당하고 인상적이어서
배내골을 오가는 도로에서도 쉬 눈에 띈답니다.
영남알프스의 보기 드문 진경이라 할만 하지요.
산행을 무사히 마무리하고 배내골 태봉상회 앞에서 출발하는 버스를 타기 위해 배내고개를 오르는 도로를 따라 천천히 걸음을 옮긴다. 아직 시간적 여유가 많아 나름 얘기거리라도 만들어 대화의 장을 열어가면서 도착한 69번 도로.
배내골의 유명한 배내통하우스에도 평일이라 인적이 보이질 않는다. 덕분에 데크의 식탁에 앉아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배낭 속 남은 먹거리로 공복감을 해결한다. 그래도 버스가 도착할 시간은 50여분이나 남았으니 지나가는 차라도 히치를 해야겠다 싶은 생각이 슬그머니 차오르는 차에 빗방울이 돋기 시작한다.
얼른 배낭속에 갈무리해 둔 우산을 꺼내 아내에게 쥐어주고는 주암마을에서 올라오는 차를 세워본다. 손짓으로 배내고개 방향을 가리키니 창문을 열면서 타라는 신호를 보내온다. 얼마나 반갑던지... 감사하다는 인사를 건네며 배내고개까지의 히치를 부탁하니 흔쾌히 허락을 해주시니 더할 나위없이 고마운 마음이 든다. 40분 가까이 시간을 벌었으니 집으로 향하는 걸음도 조금은 여유가 있는 것 같다.
도착한 배내고개에서 다시 한번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주인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던 애마을 데리고 집으로 향한다. 확실히 해가 짧아졌음을 피부로 느낄 수 있을 만큼 변한 요즘의 시간들을 얘기하면서 공복감을 해결한 뒤의 저녁은 조금 이른 것 같아 경주까지 내달려 산행 후에 자주 들르는 식당에 들러 뜨끈한 두부전골로 맛난 저녁을 해결하고 어둠이 내려앉은 7번 국도를 따라 귀로에 오른다.
이번 주에는 천황산 억새를 보았으니 다음 주말은 영축산의 억새를 보여주고 싶어 예고 산행을 공지하니 벌써부터 마음이 들떠있는 것 같아 그동안 홀로산행의 미안함에 말없이 가속페달만 힘껏 밟아본다.
'◈ 산행이야기 > ☆ 2014년도 산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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