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달이 사는 집
백발등 비룡송과 신불평원 억새의 춤사위를 보러 떠난 산행 본문
♣ 산행일자 : 2014. 09. 27 (토) 날씨 - 맑음
♣ 산행장소 : 경남 양산시 원동면, 하북면. 울주군 상북면 일원
♣ 산행인원 : 거북이와 둘이서...
♣ 산행코스 : 파래소2교-청수골-백발등능선-비룡송-단조성터-영축산-함박등-함박재-채이등-청수골중앙능선-청수골-파래소2교(원점회귀)
♣ 산행시간 및 거리 : 6시간 30분, 9.59km (식사, 휴식 포함. GPS 기준)
▣ 산행지 소개
백발등은 백련계곡과 청수좌골 사이에 있는 15개의 크고 작은 봉으로 이루어진 능선이다. 청수좌골 초입부터 심한 오르막의 연속이며 한발자욱씩 오를 때마다 고도를 높여가는 힘겨운 능선길이다. 하지만 나무 뿌리가 바위를 갈라 놓은 비룡송 전망대에 서면 힘들게 올랐던 순간들이 한꺼번에 사라져 버린다.
사자봉과 수미봉, 향로산, 운문산, 재약봉, 코끼리봉, 능동산, 가지산 등이 조망이 되어 한동안 나를 잠시 잊게 만드는 곳이기도 하다. 앞으로 펼쳐질 신불평원과 영축산을 기대하며 많은 분들이 찾기도 하는 아름다운 능선이기도 하다.
◈ 산행기
오늘은 지난 주 천황산을 찾았을 때 내심 작정한대로 영알의 또 다른 축을 형성하고 있는 신불산과 영축산 사이에 있는 신불평원을 찾아가는 길이다.
산행기점을 배내골로 잡느냐 아니면 신불재가 있는 가천리로 잡느냐가 문제였지만 어느 곳이던 아내에겐 생소한 곳이라 조금이라도 멋진 경치를 더 보여주고픈 마음에 골짜기보다는 능선길로 코스를 꾸며보기로 한다. 해서 배내골로 길을 잡고 지난 주와 같은 길을 따라 배내고개를 넘어 69번 도로를 따라 진행하니 주말이라 그런지 관광버스들과 타고온 자가용들이 제법 눈에 띈다. 아마도 좀더 시간이 지나고나면 주차할만한 공간이 없을 정도로 배내골 전체가 외지에서 몰려온 차량들로 몸살을 앓지 싶다.
이 모두가 영남알프스의 억새를 보러오는 등산객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때문이리라. 거기에 본인 또한 한 몫을 하고...
신불산자연휴양림 하단지구로 들어가는 태봉상회 입구에서 최근 새로 만들어진 다리를 건너 청수골로 진행을 하면 청수골산장 못미처 좌측으로 사설 유료주차장이 나온다. 10시가 다 된 시각이지만 벌써 너른 주차장 안쪽으로 주차해있는 차량들이 제법 많아 보인다. 주차비 3,000원을 지불하고 장비를 챙겨 들쳐메고 억새의 향연을 감상하러 길을 떠난다. 주차장에서 도로에 올라서면 파래소 2교 건너기 직전 우측에 등로가 열려 있다. 백발등, 청수좌우골, 영축산, 신불산, 오룡산으로 갈수있는 들머리이기도 하다.
산행궤적
구글위성
마주보이는 청수골펜션 안으로는 출입금지라 들어갈 수 없으니...
파래소 2교 건너기 전 오른쪽으로 새로운 등로가 만들어져 있습니다.
오늘 산행은 백발등을 올라 신불평원에서 펼쳐지는
억새의 춤사위를 감상하며 영축산을 오르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그 이후는 아내의 의견에 따라 진행하기로 합니다.
청수좌우골 합수부 지점입니다.
합수점 위치에서 우측으로 보이는 계곡은 청수우골로
계류를 건너 숲으로 들어서면
청수우골과 청수중앙능선으로 이어집니다.
좌측으로 보이는 계곡을 가로질러 좌측으로 올라 붙으면
청수골산장 뒤쪽으로 붙게 됩니다.
화살표가 가리키는 우측 방향은
청수중앙능선이나 청수우골로 가는 들머리입니다.
우렁찬 물소리가 청수골을 깨우고 있고
계곡 좌측으로 붙어 진행하게 되면
출입을 막아놓은 청수골산장의 철조망과 만나게 되지요.
좌골로 등로가 열리는 지점 초입에
곧바로 좌측으로 올라서는 갈림길이 나타나는데
백발등 능선으로 올라 영축산으로 갈수 있는 들머리입니다.
직진하면 청수좌골로 해서
억새군락지 초입에서 두 길은 만나게 됩니다.
초입부터 된비알이 시작되지만
선선한 날씨에 잦은 산행 때문인지
그리 힘들다 느껴지지 않는데 뒤따르는 아내는 어떠할지...
쉬운 코스인 청수좌골을 버리고
굳이 백발등능선으로 오르는 이유는
유명한 '비룡송'과 능선을 오르내리며
간간이 나타나는 멋진 조망을
아내에게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지요.
그동안 거의 홀로 산을 찾아다닌 탓에
주말이면 생과부를 만든 미안함 때문인지도 모를 일입니다.
한동안 고만고만한 오름이 꾸준히 이어지더니
어느 새 등로는 편안해지고
낙엽이 바스러져 잘게 깔린 폭닥한 길과
우거진 솔숲길, 산죽길을 지나면
크지 않은 암릉길로 올라서게 되고
등로 우측의 조망바위를 찾아들어 주변을 돌아보면
바로 건너로 중앙능선이 올려다보이고
그 뒤로 시살북릉이 시야에 들어옵니다.
들머리였던 청수골이 아래로 내려다보이고
재약봉, 코끼리봉 능선이 하늘금을 그리는 뒤로
재약산이 빼꼼이 고개를 내밀고 있네요.
초반의 가파른 오름을 극복하고 난 이후의 등로는
그리 힘들게 느껴지지 않는 순한 길입니다.
이번에는 등로 우측으로 조금 벗어난 지점에 있는 전망바위로 가 봅니다.
베네치아산장에서 오르면 만날 수 있는 육각정봉(722봉)이 좌측으로 보이고
파래소폭포가 있는 왕봉골과 신불서릉과 만길능선을 사이에 두고
우측으로는 청석골의 깊고 깊은 계곡이 아래로 펼쳐집니다.
고사목
백발등능선의 명물인 '비룡송'을 만나기 위해 찾아든 오늘의 산길...
정확한 위치를 몰라 오름길 내내 작은 두 눈을
이리저리 살펴가며 올랐는데 느낌이 팍 오더군요.
바로 여기다 싶을 정도로 말입니다.
거대한 바위를 뚫고서 겁없이 하늘을 향해
비상하는 비룡송(금강송)입니다.
소나무가 용천을 하면서 바위를 갈라놓았네요.
하늘로 오르는 소나무로 비룡송이라 불리워지는데
그에 걸맞게 잘 지어진 이름인 것 같습니다.
그 뿌리는 거대 기암의 몸통을 뚫고
하늘을 향해 승천하려는 이무기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참으로 대단한 생명력이라 그저 혀만 내두를 뿐...
좀처럼 보기 힘든 대자연의 경이로움에 자꾸만 눈길이 가는군요.
이번에는 바위를 에돌아 비룡송 전망대로 올라갑니다.
그곳에는 또다른 소나무의 경이로움이 기다리고 있었네요.
전망바위에서 내려다본 비룡송의 모습입니다.
이곳에서 내려다 볼 때는 평범하게 보일 뿐...
감히 짐작이나 할 수 있었을까요?
고개를 들어 멋진 조망을 구경하기 시작합니다.
다시 한번 건너편의 재약봉, 코끼리봉의 마루금과
그 너머로 며칠 전 찾았던 천황산을 비롯한 재약산의 모습도 담아보고
육각정봉과 왕봉골, 신불서릉 뒤로 간월서봉과 능동산,
맨 뒤로 가지서릉과 가지산, 중봉도 조망이 되는 화창한 가을날씨입니다.
신불서릉길과 만길능선도 눈에 넣어봅니다.
바위 틈을 이리저리 뚫어가며
오랜 세월 살아온 소나무 뿌리를 보면서
그 끈질긴 생명력에 경외감마저 듭니다.
참나무와 산죽이 어우러진 산길을 이어가니
등로 좌측으로 시그널이 달려있는 오름길 나타나네요.
곧장 나있는 등로는 우회로인 것 같고
좌측 오름길은 암릉으로 이어지는 듯 하여 좌측으로 길을 듭니다.
바위 사이로 올라선 곳은 역시 암릉길이었네요.
그리 힘든 구간이 아니라 통과는 수월합니다.
이번에는 등로 우측으로 나있는 전망바위를 찾아가 봅니다.
발 아래로는 청수좌골이 이어지고
올려다 본 영축능선에는
함박등이 하늘을 찌를 듯 서있는 모습입니다.
좌측으로 고개를 돌리니 비로소 우측으로 영축산 정상과
그 아래로 억새벌판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는군요.
우측으로 보이는 방화선길 위의 봉우리가
영축산 옆 추모비가 위치한 1060봉으로 보입니다.
전망바위에서 한 컷 남겨봅니다.
고도가 높아진 곳에는 단풍이 물들기 시작하고
무너진 돌탑이 있는 무명봉에서 잠시 다리쉼을 하면서
다시 한번 멋진 조망을 즐겨봅니다.
이전보다 좀더 확연히 드러나는 영축산 산정에는
선점하고 있는 산님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고
신불서릉에서 신불산으로 이어지는 능선길도
아주 깨끗하게 눈에 들어오는군요.
멀리 재약산, 천황산, 운문산에게도 다시 한번 눈길을 주지만
정작 자꾸 시선을 끌게 만드는건 바로 앞의 만길능선이네요.
한번 찾아 가봐야할 것 같습니다.
억새가 햇볕에 반사돠어 은빛물결이 춤을 추는 모습이
마치 하얀 백발이 바람에 일렁이는것과 같다하여
"백발능선"이라 이름 붙여졌다고 전해오는 그 현장입니다.
억새밭 속에서 보랏빛 꽃을 피우며
자태를 뽐내고 있는 '산부추'를 담고
가을을 노래하는 억새들의 콘서트장 속으로 입장을 합니다.
청수좌골 감림길을 지나 단조산성으로 오르는 넓디 넓은 억새밭.
밝은 햇살에 빛나는 억새의 눈부심이 그저 황홀경에 빠져들게 합니다.
천황산에서 만났던 '물매화'를 여기서도 만나게 되는군요.
물매화 서식지와 억새밭이 무슨 연관이 있나 봅니다.
재작년 이곳을 찾았을 때는 조금 늦은 감이 있다 싶었는데
올해는 때를 잘 맞춘 것 같아 걷는 내내 즐거움은 배가 됩니다.
햇빛과 바람의 방향에 따라 은빛 또는 금빛으로
아름답게 물결 치는 드넓은 억새꽃 군락입니다.
사방 어디를 둘러보아도 보이는건 억새뿐...
억새가 절정을 이루고 있네요.
갈대는 물가에 자라고 억새는 산에 자랍니다.
갈대꽃은 갈색이며 반해 억새꽃은 흰색이지요.
광활한 평원에 펼쳐진 은빛물결
지평선을 만들어내는 억새는
골을 따라 불어오는 바람과 함께
마치 은빛 갈치떼가 춤을 추는 듯 합니다.
자연과 하나 되어 호흡할 수 있다면
참으로 여유로운 삶의 풍경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이 순간 그런 생각이 드는군요.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올 때쯤 피어나는 '용담꽃'...
보랏빛 같기도 하고 청색 같기도 한 고운 색감이 너무 예쁘네요.
가을 햇살아래 반짝이며 빛나는 억새밭에서
마음껏 가을의 냄새를 만끽하는 이 순간 만큼은
적어도 모든 게 잊혀질 만큼 행복한 순간입니다.
그래도 내려놓아야 할게 있으면
광활한 억새평원에 조용히 두고 가야할 것 같습니다.
추억은 추억으로 남겨두고 산을 내려가면
또다른 삶을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며 살아가야 하니까요.
다시 찾은 단조성터입니다.
임진왜란 때 왜군과 치열한 전투가 벌어진 전장터로
산성터를 가로질러 직진하여 계속 가다 보면
신불평원 넓은 길(방화선)을 만나게 되고
우측으로 오르면 영축산 정상으로 등로는 이어집니다.
이곳에 대한 전설을 간추려 보면 다음과 같다.
임진왜란 당시 사자평 전투의 의병장이었던 의용헌 신광윤(義勇軒 辛光胤)의 의용군이 금강골 협곡인 평원(단조성)에 진을 치고 있었다. 이 금강골 협곡은 험요(險要)하여 '한사람이 만명을 대적한다.'는 '난공불락'의 요새였다.
임난 당시의 의용군의 주 무기는 활, 창, 검이었다. 그 다음으로는 자연물인 돌이었다. 이 금강협곡에는 '산덜겅'이라 하여 유독 돌이 많아 석전을 벌리기에는 더할 나위 없는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이 계곡에서 의용군은 용감히 싸워 백전백승하여 국운을 바꿔 놓을 만큼 전과를 올린 반면, 왜적은 번번이 패전하여 정면공격으로는 승산이 없자, 인근 마을에서 장사(떡 혹은 술)를 하고 있는 노파에게 환심을 보이고 떡을 모두 사주면서 정탐을 하게 된다.
무심결에 백발노파가 하는 말이 '취서산의 앞은 사자(혹은 개)상이고 뒤로는 누운 황소등과 같다.'라고 하였다. 왜장은 이 정보를 토대로 정면전을 계속하는 척 하면서 주력부대를 양산 원동방면으로 투입하여 '양산배내'로 올라와 '백연'에서 '주개덤(심종태 바위)'의 좌우 계곡을 타고 올라, 기습작전을 펴니 격전 끝에 피차간에 큰 타격을 입고 급기야 왜적에게 성을 내주고 '시살등'에서 마지막 응전을 계속하였다.
이 등에서 활을 쏘았다 하여 '시살등'이라 전해온다. 단조성 안에 있는 천지가 피로 물들었다하여 '피못 담'이라 전해오며, 그래서 지금도 단조성 아래의 진풀에는 붉은 이끼가 있어 이는 의병들이 흘린 피 때문이라고 전해져 오고 있다.
바람이 부는 대로 한 덩어리로 춤추는
억새의 춤사위를 감상하며 걷노라니
해발 900m 이상되는 고지대인 단조늪에 은빛으로 물결치는
억새들에게서 깊고 진한 감동을 선사받는 기분입니다.
물기 가득한 단조늪 억새밭을 빠져나오면
산불이 났을 때 불이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하여
만들어 둔 방화선에 도착을 하게 되고
그 길을 따라 영축산으로의 발걸음을 이어갑니다.
한여름 뙤약볕이 아니어서 천만다행이지요.
방화선을 빠져나와 신불재에서 이어져오는
등로와 합류되는 지점입니다.
아리랑, 쓰리랑, 에베로릿지가 있는
금강골이 저 멀리 보이는군요.
'산오이풀'
가까이 다가온 영축산 정상부에는 많은 산님들이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차례를 기다린 끝에 처음으로 함께
영축산 정상석에서 인증샷을 남겨봅니다.
언제나 가슴을 울렁거리게 만드는 영축능선이
불과 보름 전과는 또다른 모습으로 다가와
가을 햇살 아래에서는 '아침 다르고 저녁 다르다'는 말이 실감이 납니다.
영축산 정상에서 바라본
신불산 방향의 광활한 신불평원의 모습에
난생 처음 이곳을 찾은 아내는 탄성의 연발입니다.
걸어왔던 백발등 능선 너머로 재약산, 신불산 마루금과
우측 끝으로 가지산과 운문산의 정수리 부분이 눈에 들어옵니다.
이번에는 영축산의 상징인 독수리바위가 있는
동릉 끝으로 아내를 데리고 가서
막힘없는 조망을 보여주니 또 다시 감탄사가 터져 나오네요.
앞으로 자주 이런 소리가 나오게 해줘야겠습니다.
금강골의 유명한 릿지코스들이 한 눈에 내려다보여
저쪽으로 한번 올라볼 것을 권유하니 아무 말이 없네요.
이 가을이 가기 전에 꼭 올라볼 예정입니다.
영축산 정상 부근에서 준비해간 김밥, 사발면, 과일 등으로 오찬을 즐기고 따사로운 햇볕 아래에서 한참을 머물며 커피까지 챙겨먹은 후 자리를 정리하고 나머지 코스를 물었더니 안 가본 곳으로 가보자고 하네요.
그렇다면 당연히 집사람이 못가본 코스는 영축능선 방향이니 채이등에서 중앙능선을 타고 청수골로 원점회귀하는 것으로 하산 루트를 잡아봅니다.
'미역취'
천정삼거리
준비해간 물이 부족할 것 같아
이곳에서 잠시 좌측으로 내려가 식수를 보충하기로 합니다.
시원한데다 물맛 또한 괜찮아서
물병 2개에 꼭꼭 채워서 정상 등로로 되올라 옵니다.
조금 올라서다가 되돌아 본 영축산 정상 풍경입니다.
영축산 정상을 오르내리는 산님들과
정상 인증샷을 찍고 있는 산님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옵니다.
하얀 머리를 풀어 젖힌 억새 너머로 신불산이 우뚝하고
그 너머 아득히 영알의 맏형인 가지산도 시야에 들어오니
이미 내 마음속 깊은 곳에는 신불평전의 가을이 자리를 잡았네요.
故 김성국 추모비가 있는 봉우리에 산님들이 많아
사진에 담지 못하고 대신 비로암에서 올라올 수 있는
외송능선의 초입부분을 살펴보고 가야할 영축능선을 담아봅니다.
누군가의 정성으로 시작된 돌탑 군락을 사진에 담고
조금이라도 더 멋진 풍광을 보여주고픈 마음에
우회로가 아닌 능선길로 진행하면서
오는 10월 중순경 떠날 지리산종주산행을 위한
체력훈련을 겸한 산행을 이어갑니다.
지나온 봉우리들을 되돌아보며
힘든 기색없이 잘 따라와준
아내에게 격려의 말을 건네줍니다.
가을빛이 완연한 숲길을 걸으며
조만간 단풍구경하러 영알로의 나들이를 계획해 보고
오가며 스치는 산님들과의 반가운 인사 한 마디에도
웃음으로 대하며 걷는 즐거운 산길이 이어집니다.
비로암중앙능선에 자리하고 있는 바산봉입니다.
저곳 또한 미답의 길이라 숙제로 남아있는 곳이지요.
그러고보니 앞으로 영축산을 자주 찾아야 할 구실이 많으네요.
'쑥부쟁이'
가까이 다가온 함박등과 그 뒤로 도열해 있는
채이등, 죽바우등의 위엄이 느껴지는 영축능선 풍광입니다.
'숨은재'
좌측으로는 비로암으로 내려서는 급한 내림길이고,
우측으로는 청수좌골로 가는 길인데 '출입금지' 팻말이 서 있습니다.
아마도 청수골산장의 사유지로의 진입을 불허하기 위한 경고문이겠지요.
이제 함박등이 다가왔으니 좀더 힘을 내야겠습니다.
우회로를 버리고 우측의 밧줄을 부여잡고 암봉 위로 올라갑니다.
멋진 풍광을 하나라도 더 보여줘야 겠기에...
올라선 전망바위에서의 풍광...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군요.
좌측으로 바산봉을 비롯한 중앙능선이 내리꽂히고 있고
그 아래로 비로암, 극락암이 자리를 잡고 있는 모습입니다.
꼭대기에서부터 아래로 물들기 시작하는
단풍의 옷 갈아입기를 눈으로 확인하고
함박등을 오르기 위해 암릉을 오르기 시작합니다.
함박등에서 되돌아 본 영축산 방향의 풍광으로
지나온 발품의 위대함과 막힘없는 멋진 조망에
다시금 영남알프스의 소중함을 느껴봅니다.
앙증맞기 그지없는 함박등 정상석.
이번에는 죽바우등 방향으로 시선을 돌려봅니다.
먼곳까지의 조망은 뿌연 연무로 인해 보기 힘들었지만
언제 와도 멋진 조망을 보여주는 능선 모습에 감탄 또 감탄의 연속입니다.
함박등을 내려서면서 만나는 기암.
오랜 세월 용케 버티고 있는 모습이 신기해 보이는군요.
함박등을 내려와 올려다 본 영축산 방향의 조망으로
오늘 산행의 마지막 멋진 모습을 담고 함박재로 향합니다.
활짝 핀 '구절초'의 모습에 깊어가는 가을을 느껴봅니다.
함박재.
이정표상 시살등 방향으로 계속 직진합니다.
왼쪽으로 내려가면 백운암입니다.
주의지점인 '채이등삼거리'
함박재에서 대략 5분 정도 진행하면 갈림길이 나타나는데,
진행하는 길을 자연스럽게 나아가면 청수중앙능선으로 내려가는 길이고,
좌측으로 간다는 느낌의 산길이 죽바우등, 시살등으로 가는 길입니다.
중앙능선으로 진입 후 잠시 등로를 이으면 좌측으로 전망바위가 나오고
건너편 영축능선의 죽바우등이 가까이 조망이 됩니다.
청수중앙릉은 전망도 없고 기복도 크게 없는 걷기 좋은 숲길이네요.
그리 힘들지 않은 수더분한 등로를 이어가니
산죽이 무성한 등로를 따라 새로운 분위기에 젖게 되고
마지막 구간의 가팔라지는 내림길을 따라
조심스럽지만 부지런히 발놀림을 이어갑니다.
중앙능선 또한 많은 산님들이 다닌 흔적이 역력하여
줄곧 이어지는 외길만 따르면 될듯 합니다.
점점 크게 들려오는 청수골 물소리를
음악삼아 들으며 내려선 등로 끝에는
'나주임씨 합장묘'를 만나게 되고
채이등갈림삼거리를 출발한지
1시간 10분만에 청수우골 등로와 합류가 되는군요.
다시 만난 합수점에서 머리도 감고 탁족을 하고나니 날아갈 것 같네요.
아침 나절 왔던 대로 계곡을 가로질러 건너편 숲속으로 들어가니
맑고 우렁찬 소리를 내며 낙동강을 향해
달음박질하는 청수골 계곡수를 사진에 담고
3~4분 가량 우거진 숲길을 따라 나오면
파래소2교를 다시 만나게 되면서
오늘의 억새산행은 대단원의 막을 내리게 됩니다.
2회에 걸친 영남알프스의 억새산행을 마치고 집으로 향하는 길은 가슴 가득히 뿌듯함을 안고 돌아가는 길인 것 같다. 가슴 속 무거운 짐을 하나 내려놓은 것 같은 후련함과 때를 잘 맞춰 찾은 신불평원의 하얀 억새들의 춤사위에 빠져들어 신나게 한판 잘 놀다온 것에 대한 만족이 그 어느 때보다 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동안 신불산, 영축산 억새평원을 가로질러 갈 때마다 늘 궁금했던게 드넓은 초원 서쪽 끝으로 선사적 고분처럼 낮고 둥근 지평을 끌어올리는 저 곳에서 바라보는 억새밭의 풍경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하는 것이었다.
오래된 궁금증도 풀고 말로만 들어왔던 비룡송의 진면목도 직접 확인해보는 시간도 가질 겸 해서 백발등능선으로 들머리를 잡았고 영남알프스의 암릉코스 중 가장 멋진 풍광을 자랑하는 영축능선을 함께한 집사람에게 보여줄 수 있는 귀한 시간이었다. 청수좌우골을 잇는 원점회귀 코스로 아내에겐 쉽지 않은 길이었을텐데 비록 중앙능선의 기나긴 급사면을 거의 다 내려왔을 때 무릎의 통증을 호소하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무난히 전 구간을 잘 걸어준 집사람에게 경주로 이동하여 게장으로 맛난 저녁을 사주면서 수고했다는 격려의 말을 대신하고 어둠이 짙게 깔린 복잡한 경주 시내를 지름길을 이용하여 포항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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