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달이 사는 집
만 6년 만에 다시 찾은 억새산행의 숨은 명소 경주 도투락목장 본문
♣ 산행일자 : 2014. 10. 09 (목) 날씨 - 맑음
♣ 산행장소 : 경주시 천북면, 강동면, 포항시 오천읍 일원
♣ 산행인원 : 거북이와 둘이서...
♣ 산행코스 : 천북면 화산보건지소-소림사-화산지-사라마을갈림길-운제산갈림길-시루봉-도투락목장-정자쉼터-화산보건지소(원점회귀)
♣ 산행시간 및 거리 : 5시간 20분, 13.94km (식사 및 휴식 포함. GPS 기준)
▣ 산행지 소개 - 도투락목장
경주시 강동면에 위치한 도투락목장이 억새 산으로 변모한 것은 10여 년 전부터. 지난 1970년대 초부터 산 정상부에 젖소를 키우던 오리온목장과 도투락목장이 1996년 덕동호 건설에 의한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면서 문을 닫게 되었고, 그 너른 초지가 자연의 섭리에 따라 차츰 억새군락지로 변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조망도 빼어나 발 아래 보문단지, 포항 앞바다, 철강단지 그리고 단석산, 토함산, 동대봉산, 함월산, 운제산 등 경주, 포항의 웬만한 산들은 죄다 확인 가능하다.
◈ 산행기
한글날인 오늘은 어느 산으로 가볼까나? 했더니 또 따라 나서겠단다. 이제 재미가 붙었나? 올 가을 억새산행으로 꾸며 지리산종주산행을 위한 체력훈련을 겸한 산행을 세차례에 걸쳐 무사히 마치고나니 주변의 억새산행지를 두루 돌아보고픈 욕심이 생긴다.
그래서 오늘은 가까운 곳으로 억새를 찾아가기로 하고 배낭을 챙겨 들고 자동차전용도로를 달려 경주방면으로 진행하다 강동일반산업단지를 지나 내리막길을 가다보면 나오는 왕신램프를 빠져나와 천북 화산불고기단지 방향으로 좌회전하여 달려가면 좌측으로 화산보건진료소가 나오고 초입의 길가에 소림사와 화산골산장을 알리는 입간판 표지판을 만나게 된다. 주변 문을 닫은 어느 식당 앞 공터에 주차를 하고 소림사 입간판을 따라 진행하면서 산행을 시작한다.
산행궤적
들머리인 천북면 화산보건지소 입구에서
마주보이는 도로를 따라 산행을 시작합니다.
들머리에서 잠시 들어서면 만나게 되는 삼거리 갈림길로
오른쪽은 오늘 산행의 날머리입니다.
우측으로 진행을 하게되면
'화산 동대봉산 등산로'라는 이름으로
트레킹코스를 만들어 놓았는데 아직 가보지 못했네요.
하산 길에 만나볼 수 있으리라 생각이 드는군요.
'까마중'
말려서 차로 만들어 마실 수 있는 감국(甘菊)이 피기 시작했네요.
'자주달개비'
6년이란 세월이 흘렀음에도
옛 모습 그대로인 '소림사'를 만나게 됩니다.
크게 변한건 없어 보이지만 대웅전 옆에
자그마한 건물이 두어 동 들어선게 보이는군요.
예전엔 이곳에 주차를 해놓고
원점회귀로 산행을 많이 했었는데
지금은 소림사 뒤쪽으로 새로운 등산로가 개발되어
그 쪽을 많이 이용하는 것 같습니다.
삭막하기만 했던 시멘트도로에 운치있는 약수터와
쉼터까지 마련되어 있어 보기에는 훨씬 낫네요.
하지만 관리가 안되는지 약수터 물은 말라버렸고
그 옆의 물레방아는 중지된지 오래된 듯...
전시행정이 아닌가 싶네요.
화산저수지에서 내려오는 물이라 그리 맑지는 않지만
가을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 소리와 어우러진 계곡물 소리가
오랜만에 용사골을 걷는 발걸음을 경쾌하게 만드는군요.
도투락목장길을 찾아가는 길은 이곳 말고도 몇 군데 더 있지만
가장 많이 이용되는 길이 오늘 걷는 코스랍니다.
멀리 화산지 제방이 보이는군요.
진행방향은 제방 위에서 둑을 따라 좌측으로 이어집니다.
우측의 펌프장 옆으로 나있는 등로는
도투락목장으로 곧장 오를 수 있지요.
저수지에 올라서서 제방둑을 따라 끝까지 진행하면
저수지 가장자리를 따라 등로는 이어집니다.
화산지에 반영으로 내려앉은
산그림자가 한 폭의 그림으로 다가옵니다.
오랜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변함없는 풍경에
마치 시간이 멈춰있는 듯하지만
전보다 훨씬 뚜렷해진 등로에
그동안의 흘러버린 시간을 가늠할 수 있네요.
사라마을 갈림길입니다.
좌측 아래로 내려서면 농장을 지나
운곡서원을 거쳐 왕신저수지 방향으로 갈수 있지요.
널찍한 임도를 따라 걸어가면 좌측으로
밤나무단지가 조성되어 있는 농장이 보입니다.
예전엔 염소를 방사해서 키우고 있었는데 오늘은 보이질 않네요.
철조망 끝지점에서 계속되는 직진방향의 넓은 임도는
호젓한 솔숲길로 걷기 편한 길이어서
마음 또한 힐링이 되는 걸음이랍니다.
만나는 임도사거리에서는 유의를 해야하는 곳입니다.
가야할 등로는 좌측 오름으로 이어지고
마주난 길은 용사골로 내려서는 길이지요.
좌측으로 올라서면 '영일정씨묘'가 있으니 참고하면 될듯 싶네요.
무덤 뒤편으로 난 능선길로 올라서면 임도는 끝이 나고
여기서부터 숲 속 좁다란 길이 이어집니다.
능선을 따라 나서니 예전과 달리 뚜렷한 외길이라
빠른 걸음으로 진행하면서 훈련모드로 바꿔
뒤따르는 아내를 속도전으로 인도해갑니다.
종주산행을 대비한 체력훈련의 일환입니다.
능선길에 이어 다시 만난 평지성 임도를 따라 걷다가
야트막한 산 봉우리 하나를 넘어
왼편 아래로 내려서기 시작하는 지점에 이르게 되면
여기서는 임도를 버리고 시그널이 펄럭이는
우측(동쪽) 능선으로 접어들어야 합니다.
등로 좌측의 조망이 트이는 곳에서 바라본
강동일반산업단지와 우측의 연일읍 전경입니다.
배느리갈림길이라 불리던 시경계갈림삼거리입니다.
마주보이는 등로는 운제산, 홍계리 가는 길이고
가야할 시루봉 방향은 오른쪽 길입니다.
이른바 운토종주길 혹은
시경계길로 불리는 널찍한 등로를 따라 걸으며
우측 건너편으로 가야할 도투록목장을 바라봅니다.
'망뫼봉'이라 이름이 붙은 팻말을 사진에 담고
빨갛게 익어가는 '천남성'의 열매가 눈길을 끌어 눈높이를 한번 맞춰주고
설명할 필요가 없는 운제산 일주코스를 따라
서늘하지만 상쾌한 가을바람을 맞으며
익어가는 가을 속으로 부지런히 빠져 들어갑니다.
다시 만나는 시루봉 직전의 갈림사거리입니다.
왼쪽은 운제산 일주코스를 따라
후동산방 고개로 내려서는 길이고,
직진방향은 시루봉을 우회하여
시경계나 토함산 종주길로 이어지는 길이지요.
시루봉 정상석을 찍고 와야겠기에 우측으로 올라섭니다.
시루봉을 처음 찾은 아내에게
인증사진은 남겨주고파 한장 담아봅니다.
조금전 올라왔던 4거리 갈림길까지 되내려 가서
우측의 토함산 방면으로 진행해도 되지만,
정상부에 있는 이정표가 가리키는
방향의 널찍한 길을 따르게 되면
시루봉 우회로와 다시 만나게 된답니다.
시루봉을 떠나 10분 가량
널찍한 길을 따르면 삼거리를 만나게 되는데,
왼편 위쪽 오름방향의 표지기가
여럿 걸려 있는 길이 무장산, 토함산 방향이고,
오른쪽 평지성 길이 도투락목장 가는 길입니다.
이제부터는 시경계 또는 운토종주길을 버리고
한적한 숲속길에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운치있는 등로를 이어갑니다.
'수크령'
넓은 개활지를 이룬 평평한 안부지대에 당도하니
파란 하늘 아래 일렁이는 바람에 몸을 맡긴 채
가을을 노래하는 억새가 마중을 나왔네요.
'고마리'
가을은 사람들의 가슴에
오색 수채물감을 풀어놓고 홀연히 사라져 갑니다.
이렇게 가을이 지나가면 내 작은 가슴에도
오만가지 추억들이 깃을 세우며 날아 오른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잊지 못하게
내 가슴을 두드리는 것은 억새입니다.
바람에 흔들리는 하얀 억새꽃...
그리운 사람을 떠나보내듯 한없이 흔들고
서 있는 저 손짓이 그립기만 하네요.
아침 저녁으로 찬바람이 옷깃을 여며도
억새의 노래, 억새의 춤사위가 가슴 한가득 채워져 있습니다.
'큰달맞이꽃'
예전 도투락목장의 소유주였던
봉명그룹의 별장으로 사용되었던
일명 '그랜드호텔'이 저 멀리 보이는군요.
이제 저곳을 목표로 삼아 목장길 따라
부지런히 걸어 가야만 한답니다.
'붉은토끼풀'
풀어 헤친 여인의 긴 머리카락처럼 출렁거리는 억새의 몸부림.
훗날 잊지못할 추억의 한 장면으로 기억되리라 생각이 드는군요.
현재는 폐가가 되어있어 세월의 무상함을 엿보이게 하는
삼박골 도투락목장 상단부에 있는 그랜드호텔(폐별장)입니다.
차를 타고 올라와 왁자지끌 식사들을 하고 있어
먼 발치서 사진에만 담고 주변의 억새밭으로 이동합니다.
폐별장 주변으로 버려진 황무지에는
은빛 억새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사방으로 조망이 시원하게 펼쳐지는 정상부에서
멀리 포항 방향의 조망을 바라봅니다.
도투락 억새밭에서...
무장산 억새처럼 제대로 관리가 된다면
이곳 또한 유명세를 치르게 될테지만
호젓함은 잃어버리게 될것 같아
오래오래 지역민들의 사랑을 받는
비밀스런 공간으로 남아주기를 바래봅니다.
폐별장에서 200여 미터 남짓 떨어진
산불감시초소를 오르며 바라본 풍광으로
건너편 마루금은 시루봉에서 무장산으로 이어지는
운토종주길이자 시경계길이랍니다.
비어있는 산불감시초소.
초소 우측 아래로 천북면 성지리로 내려서는 등로가 하나 있지요.
산불초소에서 내려와
바로 아래로 보이는 폐축사를 향하여
초원을 가로질러 내려선 후
북쪽으로 이어지는 목장길을 따라 나섭니다.
이제 식사를 마쳤는지 다들 폐별장에서 나와
사진을 찍는지 여전히 떠드는 소리가 이곳까지 들려오는군요.
과거 도투락목장 때 사용했던 폐축사 뒤로
운제산 정상부가 고개를 삐죽 내밀고 있는 모습입니다.
억새 꽃이 가을을 수놓고 있습니다.
가을 하늘을 향해 손짓을 합니다.
억새 꽃 사이로 스며드는 솔바람이
슬그머니 만지며 지나가고
하늘에 떠가는 흰 구름도
살며시 웃으며 먼 나라로 흘러 갑니다.
널찍한 임도를 따르다 우측으로 보이는
자그마한 산등성이를 목표로 잡고 등로를 이어야 합니다.
'산비장이'
깊어가는 가을 속에서 아쉬운 듯
자꾸 뒤돌아 보아지는건 무슨 연유일까요?
가을이 짧게 지나가기 때문에
억새를 향한 그리움은 더욱 커져만 가는 때문이겠지요.
탐스럽게 핀 '용담꽃'을 사진에 담고
푸른 가을 하늘, 싸늘한 바람, 둔덕의 하얀 억새꽃 무더기가
가을 바람에 춤을 추고 있는 모습을 감상하면서
하루를 온전히 내 맡긴 채 모든 걸 잊어버리고
자연의 품속에서 맘껏 노닐다가
도투락목장의 억새들과 이별을 고하고자 합니다.
먼 곳까지 막힘없는 조망으로
눈에 익은 풍광을 다시금 담아봅니다.
좌측으로는 경주 강동면이,
가운데는 강동일반산업단지가...
우측으로는 포항시가지와
영일만이 흐르는 평화로운 모습입니다.
저 멀리 외솔배기가 보이는군요.
시원한 그늘 아래에서 쉬어가기 좋은 곳인데다
초행길의 산님들에겐 든든한 이정표 역할도 하는 곳이지요.
6년 만에 다시 찾은 소나무 쉼터입니다.
그런데 못보던 빗돌이 하나 보이네요.
이곳이 동대봉산이라고
번듯하게 이름까지 써서 세워놓은 정상석.
어떤 근거로 이곳이 동대봉산이라 하는지...
게다가 높이도 398m 인데...
하긴 동대봉산 무장봉이라 칭한 것도
사실은 억지에 가깝긴 하지요.
외솔배기 소나무 쉼터에서 바라본
도투락목장 정상부와 산불감시초소.
저 곳이 이곳보다 훨씬 높은데 말입니다.
천북면의 황금들녘을 바라보면서
우측 아래로 이어지는 임도를 따라 숲속으로 빠져 들어갑니다.
송림이 우거진 등로를 잠시 걸으면 나타나는 갈림길로
오른쪽은 화산지로 내려서는 길이지요.
하지만 오늘은 곧장 나있는 등로를 따라
정자쉼터 방향으로 진행해 보기로 합니다.
정자쉼터 직전 갈림길.
우측길은 화산지 갈림길인데 조금은 험로입니다.
가야할 방향은 좌측이랍니다.
정자쉼터에서 바라본 포항방면 조망입니다.
포항시내와 포스코 그리고 영일만의 푸른 바다가 한 눈에 펼쳐지네요.
시종 그늘숲이 이어지는 평지성 등로에
A코스와 B코스로 나뉘어 등산이라기보다
트레킹에 가까운 산책길인 것 같아
지역 주민들이 즐겨 찾으며 운동을 즐길 수 있는
코스라 최근 많은 분들이 찾는가 봅니다.
또 하나의 삼거리를 만나게 되면 이번엔 좌측으로 내려섭니다.
(← 화산보건지소, ↑ 소림사)
A코스와 B코스로 나뉘어지는 삼거리갈림길.
등산객들이 타고온 차량들이 있는 주차장이 가까워졌으니
오늘의 산행도 그 끝을 맺게 되나 봅니다.
주차장에 서있는 화산 동대봉산 등산안내도.
주차장을 빠져나와 월정사 앞 시멘트도로를 따라 마을을 통과하면
산행을 시작했던 화산보건지소를 만나게 되고
도투락목장으로의 가을여행을 마치게 됩니다.
여느 해보다 올 가을에는 은빛 물결을 일렁이며 가을을 노래하는 억새가 보고싶어 주변의 억새명소를 찾아 나선지 벌써 네번 째가 되었다.
시원한 바람과 맑은 하늘을 느끼며 광활한 대평원에 춤을 추며 멀리서 보면 마치 은빛 잔디밭처럼 보이는 가을의 전령사 억새.
소슬바람이 불면 더불어 흔들리는 억새들의 몸짓이 황홀하다 못해 현란할 정도가 되어 뭇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억새밭을 거닐다보면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저절로 환희에 젖어들게 만든다. 바람에 일렁이는 모습의 억새평원이 마음을 시원하게 해 주지만 때로는 아련한 추억속의 짝사랑이 가슴을 적셔 오기도 한다. 내게 가을은 억새의 추억이 숨 쉬는 아름답고 슬픈 계절이다. 하지만 가을이 가고 겨울이 오면 또다시 이듬해 가을을 손꼽아 기다린다. 억새가 남기고 간 향수가 내 마음을 기다림으로 가득 채우기 때문이리라. 내년에 다시 은빛 억새의 춤사위를 보면서 아련한 추억속으로 빠져들어 가볼 수 있기를 소망하며 화산불고기단지를 빠져나가며 현실의 삶속으로 되돌아간다.
'◈ 산행이야기 > ☆ 2014년도 산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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