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달이 사는 집
시월 첫날 아내와 함께 찾은 경주 무장산 억새산행 본문
☆ 산행일자 : 2014. 10. 01 (수) 날씨 - 맑은 후 흐림
☆ 산행장소 : 경주시 암곡동, 포항시 오천읍 일원
☆ 산행인원 : 거북이와 함께...
☆ 산핼코스 : 경주시 암곡동 왕산마을주차장-암곡탐방지원센터-급경사길-무장산-운토종주길 접속-동대봉산 갈림길-황룡사 갈림삼거리-암곡갈림삼거리-동대봉산-암곡갈림삼거리-운수골-왕산마을주차장
☆ 산행시간 및 거리 : 6시간, 15.28km(휴식, 식사, 밤 줍기 포함. GPS기준)
◈ 산행기
당직근무 마치고 퇴근해서 가까운 무장산으로 억새산행을 가기로 하고 먹거리 좀 챙겨넣고 김밥까지 갈무리하고 차를 몰아간다. 오어사 입구의 운제산장 부근에서 돌탑봉으로 올라 운토종주길로 합류를 하는 방법도 생각했지만 지난 주말 영알로의 산행이 아내에게는 좀 힘들었으리라는 생각에 조금은 수월한 코스로 데려가기로 내심 작정하고 경주 방면으로 차를 몰아 천북새마을금고 사거리에서 좌회전하여 계속 진행하면 천북면소재지인 동산리가 나오고 보문단지로 가는 도로를 따라 달려가면 암곡으로 꺾어지는 삼거리에서 좌회전하여 암곡동 왕산마을주차장으로 진행해 나간다. 이 길은 경주 시내를 거치지 않고 지름길로 가는 길이라 평소에도 가끔씩 이용하는 도로이다.
평일이라 조금은 한산하리라는 기대를 저버리고 주차장엔 만원사례가 따로 없어 무장산 억새의 인기가 이 정도였는지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오래 전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7~8년 전까지만 해도 알음알음 지역의 산꾼들만 찾던 무장산이 이제는 전국적으로 소문난 억새 명소가 되었으니 참으로 격세지감을 느낀다. 그때는 이름도 없는 무명봉이었고 그 후에 무장사지가 있어 정상부에 돌멩이 하나 갖다놓고 '무장산'이라 써놓아 그 이름이 그대로 통용이 되었었는데 인터넷의 여파로 소문이 나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산행의 길라잡이인 부산 국제신문, 부산일보에 소개되기도 했으니 그 이후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방문객들로 조용하기 그지없던 암곡 왕산마을이 억새철이 도래하면 평일, 주말 가릴 것 없이 온 마을이 북새통을 이루고 있는 현실에 최근 '동대봉산 무장봉'이라는 이름으로 큼직한 정상석까지 세워졌으니 지방자치단체의 관광객 유치(?)에 한몫을 하고 있다 하겠다.
게다가 들머리 주변으로 미나리깡이 늘어나고 간이 음식점까지 들어서서 평온하던 마을이 일순 180도 변해버린 현실에 그리 편한 마음은 아닌 듯 하다.
빈 자리 하나 골라잡아 주차를 하고서 화장실을 다녀온 후 배낭을 들쳐메고 눈 감고도 훤한 길을 따라 발걸음을 옮긴다.
산행궤적
구글위성
왕산마을 입구의 가로수가 너무 멋있어서 담아봅니다.
따스한 봄날 벚꽃이 흐드러지게 필 때면 그야말로 장관이랍니다.
왕산마을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산행을 시작하면서
드라마 촬영지 안내판을 사진에 담아봅니다.
시멘트길을 따라 걸으며 누렇게 익은 벼를 보니
그저 마음이 풍요로워짐을 느끼게 되는군요.
안내판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진행하면 됩니다.
'수까치깨'
'털별꽃아재비'
'만수국아재비(쓰레기풀)'
'풍엽초(족두리꽃)'
근 1년 만에 다시 찾은 암곡탐방지원센터입니다.
계수기 앞에 못보던 다리가 하나 생겼네요.
아마도 비가 오면 징검다리를 건너기 힘들까봐 목교를 하나 설치했나 봅니다.
목교 아래에서 담아본 무장골 계류의 모습으로
언제나 맑디 맑은 물이 마음마저 정화가 되는 듯 합니다.
다리를 건너면 반듯한 화장실에 에어건까지 비치되어 있어
탐방객들을 배려하는 마음이 엿보이는군요.
단풍이 바알갛게 물들 때면 이곳 무장골도 화려한 옷을 갈아입고
찾아오는 탐방객들의 눈을 충분히 즐겁게 해줄 만큼 괜찮은 곳이지요.
'미국쑥부쟁이'
산행을 마치고 늘 탁족을 하던 장소였는데...
삼거리갈림길인데 마주보이는 직진길은
계곡을 따라 완만하게 등로를 잇다가
무장사터나 과거 오리온목장의 목장길을 따라 걷는 길이고,
오른쪽 길은 임도를 지나 급경사길로
무장산을 오르는 지름길이랍니다.
이미 산행코스는 머리속에 정해져 있기에 우측길로 진행하기로 합니다.
임도가 꺾이는 지점에서 좌측 오름길로 등로는 이어집니다.
조금은 가파른 등로이지만 크게 힘든 코스는 아니어서 한발한발 쉼없이 내딛다보면
무장산까지 2.5km가 남았다는 이정목을 지나고부터는
잠시 유순한 길을 걷다가 또 작은 한고비를 넘어서게 되면
억새밭이 시작되는 임도를 만나게 되지요.
급경사 구간을 오르기 시작한지 30분 정도 지난 것 같네요.
비록 새파란 하늘에 흰구름은 아니어도
충분히 눈이 즐거운 풍경이 펼쳐집니다.
억새꽃이 흐느적거리며 바람에 나부끼는 모습은
흔들리는 내 마음처럼 느껴지네요.
다시 찾은 무장산에는 억새들의 화음으로
고요히 일렁이는 가을노래가 한창입니다.
이미 정상부에는 이른 아침부터 이곳을 찾아든
수많은 산님들로 만원사례가 빚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차례를 기다려 겨우 흔적을 남겨봅니다.
동쪽 방향으로 시선을 돌려보면 멀리 문무대왕의 수중릉과
감은사지가 있는 봉길리가 아득한 끄트머리로 보이고
포항 오천읍 지역의 산들이 물결을 이루고 있는 모습입니다.
무장산 정상의 전망데크에서 바라본 억새밭.
건너편 봉우리가 이후 진행해야할 등로이지요.
때마침 불어오는 바람에 억새는 '서걱~ 서걱~' 가을을 노래하고 있네요.
조용히 귀 기울여 들어보면 억새들의 몸이 닿으면서 나는 소리가
어떻게 들으면 노래소리를 듣는 듯한 착각에 빠질 때가 있지요.
바람에 몸을 맡기고 내는 소리는
자연 이치의 음악으로 듣고 있으면
기분좋은 시간이 되어 마음 또한 상쾌해 지리라 봅니다.
우리는 언제나 자연과 더불어 살기에
자연에 몸을 맡기고 잠시라도 쉬어 보는 것도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을 해 봅니다.
산에 올라온 사람들은 전부가 시인이 되고,
가을 감성에 흠뻑 젖어들어
연신 '아! 좋다~'를 반복하고 있네요.
운토종주길로의 접속은 금줄을 넘어야 하기에
주변을 한번 둘러보고서 신속히 숲속으로 빠져들어 갑니다.
억새밭을 빠져나오니 눈에 띄는 '수리취'가 봐 달라고 포즈를 취해 주는군요.
이곳에서는 보기 힘든 '투구꽃'을 딱 한 개체 발견하였고,
정열적인 색감을 자랑하는 '누리장나무'의 열매를 사진에 담고
인적이라곤 없는 운토종주길 겸 시경계길을 따라 진행해 나갑니다.
동대봉산과 시경계길이 나뉘는 삼거리입니다.
못보던 시경계 안내 팻말이 눈길을 끄네요.
전망바위에 올라서서 주변을 바라보니
깊고 긴 절골을 끼고 호미지맥, 운토종주길이 펼쳐지고
저멀리 경주의 영산인 토함산이 우뚝한 모습입니다.
좌측으로는 시경계 분기봉인 삼거리봉이 건너보이고
좌측으로 성황재로 이어지는 마루금이 펼쳐지고 있네요.
등 뒤로 시선을 돌려보면 지나왔던 무장산 억새밭이 보이고
그 뒤로는 운토종주길의 시루봉이,
좌측 멀리로는 또 다른 억새밭이 군락을 이루고 있는 도투락목장이 보이는군요.
함월산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게 하니
모델료 내 놓으라는 말에 슬그머니 꼬리를 내립니다.
동대봉산으로 가는 길은 푹신한 낙엽길에
호젓하기 이를 데 없는 산길이지만
인적이 드물어 멧돼지도 자주 출몰하는 구간이라
주변을 잘 살피며 스틱으로 소리를 내면서 가기도 하는 곳이지요.
간간히 나타나는 전망터에서 다리쉼을 하면서
준비해간 간식도 챙겨먹고 등로를 이으니
낯익은 시그널이 새로이 달려있는
황룡사갈림삼거리에 도착을 하게 됩니다.
좌측으로 '옛길'님의 시그널이 달려있는 방향은
550봉을 넘어 은점사터를 지나 황룡사로 내려서는 길이지요.
소담스럽게 핀 '구절초'를 사진에 담고
도착한 삼거리에서 시간을 확인해 보니 2시가 채 못된 시각이라
동대봉산을 다녀오기로 마음 먹고 좌측으로 길을 듭니다.
다시 이곳으로 와야 된답니다.
연달래 군락지를 지나 등로를 잇다보면
산짐승(멧돼지로 짐작)의 만행으로 보이는 흔적들이 군데군데 있어
일부러 음악을 크게 틀고 스틱도 두드려가며 진행합니다.
동대봉산 정상 가기 전에 있는 삼거리로
지금은 희미한 흔적만 남아있어 헷갈리기 쉬운 곳인데
역시 '옛길'님의 시그널이 등대 역할을 해주고 있네요.
아직 글씨가 뚜렷한 걸 보니 최근에 달아놓은 모양입니다.
황룡사로 곧장 내려설 수 있는 좌측길을 버리고
3분 거리에 있는 동대봉산 정상을 향해 진행합니다.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빛바랜 정상목과
잡풀이 무성한 무덤만이 고스락을 지키고 있는 동대봉산 정상입니다.
이곳에도 부산일보 산행팀이 다녀갔네요.
등로 좌우로 멧돼지가 만들어놓은 흔적들을 빠르게 지나치고
도착한 삼거리에서 이번에는 좌측으로 등로를 이어갑니다.
적당히 습기를 머금은 숲길은 때늦은 매미소리에
계절을 잊을 만큼 울창한 숲길이 이어집니다.
그만큼 때가 묻지 않았다는 증거겠지요.
숲속을 빠져나오면 수풀이 우거진 임도를 만나게 되고
가야할 등로는 좌측으로 이어집니다.
적당한 곳을 골라 쉼없이 이어진 숲길에 지친 육신을 쉬게 합니다.
머지않아 이곳도 단풍으로 물든 멋진 터널로 변모하게 될 것 같네요.
이제부터 뚜렷한 임도를 따라 내려가기만 하면 된답니다.
'쑥부쟁이'
'꽃향유'
딱딱한 시멘트 임도를 따라 걷다보면 지루한 감이 들지만
길섶에 피어난 갖가지 들꽃들을 사진에 담으니
지루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네요.
'까실쑥부쟁이'
우측 멀리로 무장산 정상부의 억새밭이 시야에 들어오네요.
'가시여뀌'
차량 출입을 막고 있는 철문을 지나고
여성에게 특히 좋다는 '익모초'와
습기 많은 곳에 군락을 이루고 있는 '고마리'와 눈높이를 맞춰보고
억새와 확연히 구분이 되는 '갈대'를 아내에게 비교 설명하면서
출발지였던 왕산마을주차장에 도착하게 되니
무장산 억새산행은 마무리단계로 접어듭니다.
가을 정취를 온 몸으로 느껴보고자 아내와 함께 천황산, 영축산에 이어 세 번째로 나선 억새 산행...
경주의 무장산을 찾아 조금씩 가을이 제 색깔을 내기 시작하는 지금 단풍은 아직 이르지만 억새는 바야흐로 제철로 접어 들어 가을의 야생화와 함께 출렁이는 은빛 물결 속을 걸으며 눈과 귀가 호강을 누린 오늘의 산길이었다.
오솔길같은 등산로를 따라 가을꽃들이 화사하게 고개를 내밀고 가을빛이 역력한 갈색 나뭇잎들과 억새가 가을산의 따사로움을 느끼게 해주었고 억새밭을 걷는 산객들의 흥얼거리는 콧노래 소리가 귓전을 울리던 무장산에서의 억새산행.
그동안 억눌려왔던 마음속 무거움을 말끔히 쏟아내고 이젠 제대로 된 일상으로 돌아가 예전처럼 활기찬 삶을 살아가고픈 마음이다.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으로 마음이든 물건이든 남에게 주어 나를 비우면 그 비운 만큼 반드시 채워진다고 하니 앞으로는 날마다 비우는 생활이 일상화 될수 있도록 늘 노력하는 삶이 되기를 스스로에게 다짐을 해본다.
바람에 흔들리는 억새를 보면 누군가를 그리워해야 할 것 같고, 억새의 한 가운데 서면 시나브로 그리움이 밀려와 아득한 기억 저편의 누군가가 그리워진다.
하지만 과거에 얽매어 현실의 삶이 힘든다면 무언가 결단은 내려야 할 것 같다. 사람이 살아가는 것에 정답은 없지만 어려움들이 견딜 만큼이길 마음속으로 기원하면서 주차장을 메웠던 많은 차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 버려 텅 비다시피한 암곡동 왕산마을을 빠져나가는 등 뒤로 힘을 잃은 햇살이 길게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 산행이야기 > ☆ 2014년도 산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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