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달이 사는 집
봄볕이 따사로웠던 날에 돌아본 남도여행 2박 3일(둘째날 이야기) 본문
남도여행 둘째 날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자리를 털고 일어나 세수를 하고 집에서 준비해온 정월대보름 음식으로 아침을 해결하고 숙소를 나서 거제도 장승포항에 있는 지심도유람선선착장을 향해 차를 몰아간다.
아침 8시 30분에 출발하는 첫배는 이미 떠나고 없고 2시간 간격으로 있는 두번 째 배를 타기 위해 자판기에서 빼낸 커피 한잔을 마시며 차안에서 음악을 들으며 잠시 기다린다. 10시 30분에 출발하는 배시간에 맞춰 포구로 나가니 벌써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평일임에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찾는 걸 보니 바야흐로 지심도가 인파들로 몸살을 앓는 시기가 되긴 한 모양이다 싶다. 차례를 기다려 승선을 하고 15분 가량 일렁이는 파도를 헤쳐가며 도착한 지심도.
꼭 2년 만에 다시 찾게된 지심도의 동백꽃 탐방을 시작해 보기로 한다.
지심도(只心島)
지심도는 경남 거제시에 속해있는 섬으로 거제의 장승포항에서 남동쪽으로 약 5km쯤 떨어진 작은 섬이랍니다.
거제시 장승포동 장승포 유람선터미널에서 지심도까지 운항하는 여객선을 타고 약 15분이면 지심도에 들어갈 수가 있지요.
길이 1.5km의 자그마한 섬에는 주민 15세대가 주로 낚시배 대여와 민박을 운영해 생활하고 있으며, 지심도 동백숲에는 동백나무와 후박나무, 소나무 등이 자라고 있는데 섬 전체의 수목 중 70%가 동백나무라 합니다. 어른의 한 아름쯤은 족히 넘을 정도로 굵고 오래된 나무들이 많답니다.
그래서 밑둥에 이끼가 낀 채 가지를 뒤틀고 자라는 거대한 동백나무와 동백으로 터널을 이룬 동백나무숲은 한 눈에도 신령스러운 느낌이 들며 지심도는 동백나무가 많아 일명 동백섬이라 부르기도 한답니다.
일제강점기에는 군의 요재로서 일본군 1개 중대가 광복 직전까지 주둔하였다고 합니다.
섬 절벽 해안에는 일제가 연합군에 대항하기 위해 구축해 놓은 포진지와 탄약창고 등 비밀기지가 곳곳에 남아 태평양전쟁이 남긴 상흔이 산재해 있는 곳입니다.
선착장에서 내려 조금 오르면 바로 동백숲으로 접어듭니다.
대낮이지만 울창한 동백나무들로 터널을 이룹니다.
제일 먼저 만나는 동백하우스...
섬을 한바퀴 돌면 또 만나게 되는 집.
구 일본군 장교 관사를 개조한 팬션같은 민박집입니다.
2년전 이곳을 처음 찾았을 때는
좌측 새끝방향으로 탐방을 시작했는데
오늘은 오른쪽 마끝방향부터 돌아보기로 합니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섬의 생긴 모양이
마음 '心'자를 닮았다고 하여 지심도라 불립니다.
안내판의 지도가 마음 '心'자를 닮아 보이는지요.
12월 초부터 4월 말까지 동백꽃의 아름다움을
만날 수 있는 동백섬이 바로 지심도입니다.
누군가 연출해 놓은 하트 모양의 동백꽃 앞에서
활짝 웃는 모습을 담으니 찍는 저 역시 기분이 좋으네요.
수줍은 듯 홍조를 띤 채 다소곳한 동백꽃이 무척 고혹적인 모습이네요.
지심도 마끝쪽에는 절벽을 이룬 바위들로
멋진 풍경을 보여주고 있고
낚시 포인트가 많아 세월 대신에 고기를 낚는
강태공들이 보이기도 하는 곳입니다.
지세포 방향을 배경으로 다녀간 흔적을 남겨봅니다.
떠나가는 겨울 희롱하는 동백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뭐가 급한지 통째로 툭 떨어진 것도 있네요.
그러고는 또 한 차례 땅바닥에서 개화를 하는군요.
두 번 피는 동백꽃 사이로 봄바람이 불어댑니다.
동백꽃만 좋은 게 아니랍니다.
하늘 가린 숲, 가슴 때리는 파도 소리, 바닷바람 머문 해안 절벽.
그 앞에서 눈과 귀는 속수무책일 뿐입니다.
지심도를 올때 함께 배에 탔던
SBS촬영팀이 열심히 촬영을 하는 모습입니다.
동백꽃 뿐만 아니라 유자 열매도 주렁주렁 달려 있어
남도의 정취를 한껏 느낄 수 있네요.
마음 닮은 섬에서 마음을 빼앗기기 시작한 이내 몸은
섬 전체를 한바퀴 도는 내내 추억속을 헤메기 시작합니다.
지심도에서 길을 안내하는 이정표는 특별합니다.
지심도에 살고 있는 동박새가 알려주는데
부리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가면 된답니다.
삼거리에서 맞은편 포진지 방향으로 진행을 합니다.
일본군 탄약고는 지심도에 포대를 건설할 때
각종 화약을 보관하기 위해 건설되었다고 하는데
총 4개의 탄약고가 있고 비탈진 곳에 위치하고 있어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고 합니다.
내부로 들어가 보면 지심도의 아픈 역사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도록 설명문이 있답니다.
동백(冬柏)
-정 훈 -
백설(白雪)이 눈부신 하늘 한 모서리
다홍으로 불이 붙는다.
차가울수록 사무치는 정화(情火)
그 뉘를 사모하기에
이 깊은 겨울에 애태워 피는가...
일본군 경비행기가 이착륙을 했던 활주로로 사용했던 곳입니다.
도시락 까먹기 딱 좋은 곳이지요.
우리도 이곳에서 식사를 할 생각이었는데
아직 점심먹을 시간이 아니어서 좀 더 있다가 해결할까 하네요.
쉼터 전망대와 그네가 설치되어 있어 이곳을 찾는
많은 관광객들의 사진 촬영장소로 각광을 받는 곳이랍니다.
바다 쪽에서 뜨는 해를, 뒤편 옥녀봉 쪽에서 지는 해를
한 곳에서 즐길 수 있어 이제는 해돋이 명소로 바뀌어
연말이면 발디딜 틈이 없다고 합니다.
해안선전망대로 가는 길이자 동백터널이 시작되는 시점입니다.
원시림이 가득한 섬이라는 지심도의 설명글이
전혀 과하게 느껴지지 않는 풍광입니다.
다만 섬 아래쪽은 동백꽃이 많이 피었지만,
위쪽 동백터널은 아직 이른 느낌이 드는군요.
일제강점기 서치라이트를 보관하던 장소입니다.
방향지시석은 서치라이트를 비추기 위해 만든 시설입니다.
가덕도, 절영도, 장승포 등 총 6개 방향으로
표지돌이 있었는데 현재는 5개 뿐입니다.
동백(冬柏)
- 김 재 황 -
벼랑을 짚고 섰는
등 굽은 동백나무
기다림에 발이 저려
그리움은 새파란데
잠깐 머물다 가는
동박새 한 마리
놓고 간 울음빛이
더욱 붉어라.
동백숲 터널을 지나 맞는 북쪽 끝의 해안전망대에 서면
만경창파의 바다 조망이 시원스럽습니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샛바람이
오랜 세월 동안 깎아낸 해식 절벽은 장관 그 자체입니다.
간간이 동박새 울음소리가 동백터널에 울려댑니다.
호흡은 짧지만 곱네요.
삼색 깃털이 예쁜 동박새를 찾아보려
이리저리 시선을 줘보지만 끝내 보지는 못했네요.
일본 제국주의 때의 깃발이었던
'욱일승천'기를 게양했던 게양대입니다.
지심도의 동백꽃은 유난히 그 송이가 작아서 마음이 갑니다.
또 손이 닿지 않는 높은 가지에 피어 있어 더 애달픈 것 같습니다.
샛끝 전망대의 '그대 발길 돌리는 곳'
샛끝엔 '그대 발길 돌리는 곳' 푯말이 서 있는데,
탐방로 만들 때 더 갈 길이 없다 해서 붙였다 합니다.
샛끝.
지심도 좌측 끝에 있으며
쪽빛바다와 기암절벽을 조망하기 좋은 곳이지요.
바다를 품은 맑은 자연으로 무엇이든
넉넉하게 품고 넉넉하게 내어줄 것 같은 섬.
그래서 사람들은 이 섬을
마음이 착한 섬, 지심도라 부릅니다.
거제의 동쪽 끝.
60여개의 크고 작은 섬들 중
가장 아름다운 섬이라 불리는 지심도.
이제는 점차 사라져가고 있는 포장되지 않는 흙길이
걷는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합니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직원의 안내를 받으며
섬 곳곳을 촬영하는 방송사의 인터뷰 장면입니다.
쭉쭉 뻗은 대나무숲을 지나게 되고
비늘조각 껍질의 후박나무 군락지와 울창한 동백꽃 숲이
하늘이 보이지 않을 만큼 가득하고,
그런 숲길을 잠시 숲길에 취해서 숲과 얘기하며
소근거림으로 귓가를 간지르며 걸어봅니다.
동백 숲 터널에서는 하늘도 바다도 보이지 않고
오로지 빽빽한 동백나무만 보입니다.
예로부터 동백나무가 많아 동백섬이라 불렸던
거제 지심도의 동백숲길.
'겨울 동(冬)'에 '나무 이름 백(柏)'.
한겨울에도 붉은 꽃을 틔워 올리는 동백은 겨울의 꽃이지만
사실 동백꽃이 가장 아름다운 때는 낙화 무렵이지요.
원시의 생명력이 오롯이 살아 숨 쉬는 오솔길은
수령 수 백년의 아름드리 동백나무가 즐비합니다.
지심도의 홍매.
하늘이 열리는 동백터널 끝에는
일제강점기 전등소장 사택이 있습니다.
전형적인 사각지붕의 일본식 가옥이네요.
지심도는 원시 자연림이 아름다운 섬이었습니다.
하지만 일제강점기 일본군이 섬을 차지하고
해안 방어용 포진지와 서치라이트 시설을 구축했습니다.
당시 10여 가구였던 주민들이 쫓겨났답니다.
전등소장 사택은 그 시절의 잔재인 셈이지요.
개인 소유의 주택이기에 지금은 카페로 꾸며져 있습니다.
전에 없던 옹기들을 예술품으로 승화시켜 놓았네요.
지심도...
아름드리 수백년 된 동백나무 원시림이 가득한곳,
한아름 동백꽃을 가득 담아 섬의 비경을 고이 간직할수 있는 곳.
반짝이는 초록잎, 그 사이로 붉고 탐스럽게 피어 꽃다발처럼 보이며
여인의 붉은 입술로 유혹하듯 빨려 들어가는 곱디고운 동백꽃이
해마다 지심도를 찾아오라고 유혹을 하는 것 같습니다.
아직 배 시간이 남아있어 산책로 우측 아래로 낚시꾼의 포인트인
노랑바위를 다녀오기로 하고 갯바위로 내려섭니다.
이름모를 해조류와 어패류가
갯바위에 다닥다닥 붙어있는 노랑바위입니다.
'노랑바위'는 갯바위 색깔이
노란 색을 띄고 있어 붙여진 이름이라 하네요.
파도와 조류에 의해 형성된 해식절벽이며
낚시터로 각광을 받고 있는 곳으로
농어 낚시의 최고 포인트로 알려져 있답니다.
지심도를 한바퀴 돌아보면 다시 만나게 되는 동백하우스에서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잠시 쉬었다 가기로 합니다.
지심도 첫 방문 때 1박 2일 깃발이
붙어있던 손목이 떨어져 나가고 없어
애써 감추고 사진 한장 담아봅니다.
장승포로 돌아가는 배편을 기다리는 동안 사진 한장 남기고
도착한 유람선에 순서를 기다려 승선을 하여 장승포항으로 돌아와
다음 행선지인 공곶이를 향해 달음박질을 시작합니다.
네비게이션에 입력한대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아름다운 풍경이 어우러진 작은 마을 거제 예구항 포구에 당도하니 그곳에는 주차요금이 없는 커다란 주차시설이 있어 먼저 마음이 편해진다. 공곶이 관람 역시 무료관람이다. 주차를 해놓고 공곶이 안내문을 읽어보며 팬션이 있는 작은 길을 따라 언덕길로 공곶이를 향한 오름짓을 시작한다.
예구마을에서 공곶이까지는 20분 남짓 걸어야 한다는데
우거진 숲길은 숨을 할딱거릴 정도로 가파르고
숲길 중턱에서 숨 한자락 내려놓고 정자쉼터에서 바라본
예구포구는 그림처럼 멋진 풍광을 연출하고 있네요.
공곶이 안내판과 천주교 공동묘지가 있는 곳을 지나면
드디어 공곶이 농원 안으로 들어서게 됩니다.
공곶이를 처음 본 순간,
평생 이 땅을 일구며 살아야겠다고 생각한
강명식 할아버지의 소명이 5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한결같이 이어지고 있는 공곶이는
강명식, 지상악 노부부가 평생 피땀 흘려 일군 거제의 지상낙원입니다.
척박한 산비탈을 계단식 밭으로 만들어 수천 가지의 꽃과 나무를 심었는데
오직 호미와 삽, 곡괭이만으로 4만평이 넘는 농원을 손수 일궈낸 것이라 하니
참으로 놀랍고 그 위대함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입니다.
예전 통영의 미륵산 자락에 있는
용화사에서 보았던 백동백이 이곳에도 있었네요.
애초부터 관광농원으로 조성한 외도 등과 달리
공곶이는 부부가 먹고 살기 위해 조성한 삶의 터전이었다고 합니다.
관광지가 아닌 까닭에 입장료가 없고 매점도, 쉬어갈 벤치도 전혀 없답니다.
그저 사람의 손에 의해 다듬어진 자연만이 외지인을 반길 뿐이랍니다.
게다가 한려해상국립공원에 속한 탓에
관광객이 쉬어갈 정자 하나 마음대로 만들지 못한다 하지만
빼어난 풍경이 입소문을 타면서 찾는 이도
폭발적으로 늘고있는 현실입니다.
공곶이에서 햇볕보다 따사로운 봄기운이
느껴지는 것도 아마 그런 연유일 겁니다.
언덕에 올라 내려다 본 내도가 손에 잡힐 듯 가깝고
우측 멀리 바다 위로 치솟은 해금강이 아련합니다.
다양한 색의 동백꽃이 연이어 피어 분위기는 한층 업이 됩니다.
언덕에서 공곶이로 내려가는 입구는 동백숲 터널입니다.
가파른 흙길이 돌계단으로 만들어져 있는데
길 양쪽으로 동백나무가 심어져 있어
한낮에도 제법 어두컴컴하기조차 합니다.
공곶이를 사람들에게 본격적으로 알리게 되는
계기가 된 영화 '종려나무숲'의 주인공...
바로 그 종려나무입니다.
공곶이로 내려가는 도중에는 '알로에'도 자라고 있네요.
매년 3월말에서 4월초면 고개를 드는 수선화도
이른 봄향기에 취해 몇몇은 벌써 꽃망울을 피웠네요.
동백터널을 나와 돌담과 종려나무숲 사이 오솔길을 따라가면 쪽빛 바다가 시원스레 펼쳐집니다. 도착한 바닷가에는 동글동글한 자갈이 깔린 몽돌해변이 서이말등대를 향해 길게 뻗어 있습니다.
몽돌해변에서 동글동글한 돌을 품에 안고...
그런데 큰거 두 개는 아들과 딸...
그렇다면 나머지 작은 것은?
설마...^^*
공곶이라는 지명은
'거룻배 공'자에 호미곶, 간절곶 처럼 '곶'은
육지가 바다로 튀어 나온 곳을 말한답니다.
힘을 잃은 햇살이 부서져 내리는 오후의 몽돌해변에는
바다색마저 금빛으로 반짝이고
손을 잡고 다정스레 데이트를 즐기고 있는
연인의 모습은 그야말로 영화 속 한장면입니다.
거제도의 비경답게 눈을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바다와
귀를 호강시켜 주는 파도소리가 몽돌해변에 울려퍼지고 있답니다.
돌탑을 쌓아놓고 기도하기 전에 행여 떨어질까 노심초사 중입니다.
몽돌해변에서 올려다 본 공곶이농원의 모습입니다.
참으로 경이롭고 마음 속 깊이 존경심이 우러나오는군요.
공곶이의 몽돌해변에는 밀려오는 파도소리와
몽돌이 어우러져 사랑의 밀어를 속삭이는 소리가
해변을 떠날 때까지 시종 들려옵니다.
공곶이농원으로 올라가지 않고 몽돌해변의 목재데크를 올라
예구마을로 가는 길을 따라 숲으로 들어서니
생강나무가 꽃을 피워 발걸음을 붙드는군요.
이정표에 해안전망대로 씌어있어 잠시 내려가 보기로 합니다.
그곳에도 아직은 조금 이른 듯 하지만
빨갛게 피어난 동백꽃을 만나게 되는군요.
전망대에서 바라본 와현해수욕장과 북병산 방향의 풍광입니다.
평화롭기 그지없는 예구마을 포구로 되돌아와
다음 여행지를 찾아가야 하지만
공곶이의 순수함이 마음속에 남아 쉬 걸음이 떼어지질 않네요.
하지만 이곳이 좀 더 널리 알려지게 되고,
지금 예구마을에서 산 언덕까지 차가 다닐 수 있는 길이 완공되면
더욱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게 될 것입니다.
그때가 되면 공곶이도 지금의 순수함을
혹시나 잃어버리게 되지는 마음 한켠으로는 걱정스럽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마냥 상념에 빠져 있을 수는 없는 일...
다음 행선지를 찾아 달구지의 시동을 걸어본다. 찾아갈 곳은 2년 전 가보았지만 아내와 8년전 25주년 결혼기념일에 처음으로 찾았었던 도장포마을에 있는 '바람의 언덕'이다. 역시 네비게이션에 입력을 하고 차를 몰아가니 눈에 익은 구조라, 학동마을을 지나 해금강 방향으로 도장포마을이 그림처럼 다가온다.
조금 늦은 시각이라 이미 몇번 와본 곳이라 간단히 구경하고 나오자며 해금강 유람선 선착장이 자리하고 있는 도장포항을 지나 나무계단으로 연결된 산책로를 따라 오르기 시작한다.
8년전 그때처럼 입구에서 사진 한장 남기고 데크를 오르기로 합니다.
순수의 시대, 이브의 화원, 로망스, 회전목마, 영화 종려나무의 숲 등이
이곳 바람의 언덕에서 촬영했을 만큼 많은 이들에게 알려진 곳이기도 하고
거제 여행을 한다면 빠뜨려서는 안될 여행지이기도 합니다.
8년 만에 이곳을 다시 찾은 집사람은 한껏 들뜬 기분인 것 같네요.
낮게 누운 바람의 언덕은 그림처럼 아름답습니다.
탁 트인 바다 전망이 좋으며 언덕에 위치한 풍차가
바람의 언덕을 더욱 낭만적인 분위기로 이끌어줍니다.
간혹 일상에서 문득 떠나고픈 마음이 들때 찾는 이름...
바람... 바람의 언덕...
그런 그리운 이름 하나를 가지고 찾아 가는 곳이기도 하답니다.
언덕에 오르면 눈 앞으로 남해의 쪽빛바다가 펼쳐지고
저녁이 되면 붉은 노을이 애잔하게 피어나는 환상적인 장소입니다.
이름처럼 낭만적인 바람의 언덕 풍경...
이런 풍경은 이곳 거제도가 아니면
쉽게 만날 수 있는 풍경이 아닌 것 같습니다.
오늘 하루의 일정은 오롯이 거제도에서 보낸 것 같다. 지심도에서 공곶이를 거쳐 도장포 바람의 언덕까지... 여유로운 마음으로 느긋하게 관광을 하자는 모토로 시작된 오늘의 일정이지만 조금은 아쉬운 점이 남는다. 그 이유는 지심도에서 12시 50분에 출항하는 장승포행 배편을 보내버리고 장장 네시간 동안 지심도에서 머물며 지나왔던 활주로를 한번 더 돌아보고 느긋하게 점심식사까지 즐기는 여유를 부린 탓에 바람의 언덕에서 가까운 신선대를 못간 아쉬움이 남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바람의 언덕에서도 예전 아내와 이곳을 찾았을 때 올라보았던 동백숲 위의 전망대까지 찾아가 예전 추억을 되새겨보는 시간도 가졌음직한데 그마저 쫓기는 시간때문에 그냥 빠져나온게 작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다음 행선지인 남해 금산의 보리암을 찾아가려면 아무래도 밤을 달려서라도 남해읍까지는 가 있어야 내일 일정을 소화하는게 수월할 것 같아 통영으로 나가 저녁을 해결하고 남해까지 가서 숙박을 하기로 작정하고 계획대로 실행에 옮긴다.
이번에 빠트린 거제도의 못가본 곳은 기회가 닿는 대로 다시 찾아 돌아보기로 내심으로 작정하면서 통영으로 차를 몰아가며 남도여행 이튿날은 그렇게 저물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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