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달이 사는 집
설레는 마음으로 설악의 너른 품속에서 놀다온 1박 2일의 여정(첫날 이야기) 본문
☆ 산행일자 : 2015. 06. 21(일)-22(월) 날씨 - 맑음
☆ 산행장소 : 설악산국립공원 일원
☆ 산행인원 : 집사람과 둘이서...
☆ 산행코스 : (첫째 날) 한계령 - 서북능선 - 끝청- 중청대피소 - 대청봉 - 중청대피소 - 소청 - 소청대피소 (1박)
(둘째 날) 소청대피소 - 대청봉(일출) - 소청대피소 - 봉정암 - 오세암 - 만경대 - 영시암 - 백담사
☆ 산행시간 및 소요시간 : (첫째 날) 7시간 40분, 9.34km (어울렁 더울렁.. 식사 및 휴식 포함. GPS 기준)
(둘째 날) 8시간, 13km (대청봉 일출 제외, 오세암 공양 및 휴식 포함. GPS 기준)
◈ 산행기
다음 달 예정으로 잡혀있는 집사람의 발목에 박혀있는 핀을 제거하기 위한 수술을 하기 전에 좀더 멋진 경험을 해주고 싶어 명산 중의 명산인 설악으로 떠나볼까 한다.
지난 해 11월 청도 대비지환종주 때 발목 뼈에 금이 가는 사고를 당해 핀을 박은 상태로 지금껏 지내오면서 재활 겸 다리 힘을 길러주고자 제법 많은 산을 다녔던 탓에 이제는 빠른 걸음은 아니지만 꾸준히 산을 오를 수 있는 체력은 길러진 것 같아 어느 산을 가더라도 안심하고 데리고 다닐 수 있을 정도가 된것 같아 새삼 산이 주는 고마움을 느껴본다. 이번 산행이 아마도 지리산 종주 이후 가장 힘든 여정이 될것이라 정신 무장을 단단히 시키고 예약해놓은 시기가 다가와 미리 준비해놓은 배낭과 장비를 챙겨서 집을 나선다.
약간의 비가 흩뿌리는 쉰 새벽에 차를 몰아 7번 국도를 달려가니 구름이 잔득 낀 날씨가 조금은 염려스러웠지만 일기예보를 믿고 부지런히 가속페달을 밟아 나간다.
가끔씩 휴게소에 들러 쉬어가면서 양양을 지나 한계령 방향으로 달리다 순두부를 전문으로 하는 식당에 들러 아침식사를 해결한다. 얼큰한 순두부를 기대하고 들어간 식당에는 순두부를 직접 만들어서 제공을 하고 있는 30년 전통의 맛집이었는데 순두부 본연의 색감을 띠고 있는 담백한 맛에 갖가지 무공해 산나물이 입맛을 돌게하니 밤 한 공기 뚝딱 해치우고 넉넉한 마음으로 한계령을 향한다.
미리 예약해둔 탁송회사에 전화를 넣어 한계령에서 만나기로 하고 오색을 지나니 상가 주변 곳곳마다 설악산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라는 압력성 플래카드가 물결을 이루고 있다. 자기네들 잇속을 차리기 위해 자손만대 길이 보존하고 물려줘야 할 세계적인 명산을 한낱 상업주의에 물들게 하겠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구비구비 이어지는 오름을 올라 도착한 한계령에는 메르스의 여파인지 평소보다는 혼잡하지 않은 것 같다.
잠시의 기다림 끝에 만난 탁송회사 직원에게 차를 인계하고 산행준비를 한 후 휴게소 건물 옆으로 나있는 계단을 오르며 설악의 품으로 들어간다.
설악산 산행궤적(전체)
첫째 날 산행궤적 (한계령-소청대피소)
한계령 주차장에서 바라본
흘림골 등선대와 칠형제봉 부근 풍광입니다.
언제 봐도 멋진 모습입니다.
정확히 오전 10시 정각.
한계령을 출발하면서 대청봉을 향한 진군을 시작합니다.
가파른 계단을 올라 위령탑을 지나면 만나게 되는 탐방안내소.
근무중인 공단 직원과 반가운 인사를 나누는 여유도 부려봅니다.
맨 먼저 '금마타리'가 반겨 주는군요.
한계령에서 오르는 길 또한 그리 만만치는 않지만
무박산행이 아닌 1박 2일의 여정이라
확실히 느긋한 마음이 듭니다.
박무가 약간 끼었던 날씨에 파란 하늘이 열리고
산길을 재촉할 필요 없이 오늘 안으로
소청대피소까지만 가면 된다는 생각으로
한없이 늑장을 부려가며 천천히 진행합니다.
길섶에 피어 있는 야생화들도 일일이 눈여겨보면서
소풍가듯 걷는 발걸음이랍니다.
한계령에서 올라가는 이 길은
산 아래에서 능선으로 오르는 길 같지만
사실은 백두대간으로서 국토의 등뼈를 이어가는 길입니다.
오늘 산행코스 중 한계령에서 대청봉까지는
백두대간 구간의 일부인 셈이지요.
가뿐 숨 몰아쉬며 된비알을 쉼없이 오르면
그 수고로움에 보상이라도 해 주듯
귀때기청봉의 웅장한 너덜길이 시야에 들어옵니다.
지나온 등 뒤로는 가리봉과 주걱봉이 우뚝하고
'산박하'와 비슷한 꽃모양이라 분간이 어렵지만
잎을 보면 알수 있는 '오리방풀'이
이곳엔 지천이라 사진에 담아봅니다.
또한 독초인 '박새'가 천지삐까리로 널려 있네요.
설악산에는 겁이 많은 청설모보다는
조그만 다람쥐를 많이 만나게 되는데,
등산로 주변에 떨어진 음식이나 과자 등을
주워 먹다 보니 이젠 길다람쥐가 다 된것 같습니다.
돌단풍 마냥 바위 틈에 자라고 있는 '금마타리'
'산목련', '신이화'로도 불리는 '함박꽃나무'
'산꿩의다리'
철계단을 오르며 되돌아 본 곳에는
감투봉이 변함없는 모습으로 제 자리를 지키고 있네요.
저 멀리 보이는 봉우리가 가리봉.
그리고 우측으로 툭 튀어 올라와 있는 것이 주걱봉입니다.
설악산 5대 종주능선에 들어가는 곳으로
설악산에 비해 호젓하고 자연 경관이 잘 보존되어 있는
곳이라 하는데 꼭 한번 가 보고 싶은 곳입니다.
귀때기청봉이 올려다보이는 조망터에서
다리쉼을 하면서 멋진 기암들을 담아보고
거의 2시간을 주구장창 오르막길을 극복하고
도착한 삼거리 갈림릭입니다.
단체로 산행을 온 분들이
저마다 사진을 찍느라 분주한 모습들입니다.
이곳 삼거리에서 왼쪽으로 가면 '귀때기청봉',
오른쪽으로 가면 '끝청', '대청봉'에 이르게 됩니다.
양 방향 모두 '설악산 서북능선'길이지요.
설악산 서북능선은 장수대로 부터 시작하여
한계령과 연결되는 갈림길을 통과하여
대청봉까지 이어지는 18km의 길을 말합니다.
한계령 갈림길에 올라서자 시야가 확 트이며
2시간의 고생이 일순간에 보상받는 기분이 듭니다.
주능선에 올라서니 맨 먼저 장쾌하고
멋진 조망이 기다리고 있네요.
귀때기청봉에서 흘러내린 자락 끝 암봉들의 모습에
새삼 설악의 웅장함과 대단함을 다시금 실감해 봅니다.
우람한 바위에 기기묘묘한 형상의
용아장성릉과 공룡능선...
저멀리 황철봉에 저항령까지...
그저 탄성만 내지를 뿐입니다.
이제 본격적인 백두대간길 능선에 오르게 됩니다
이 초반 1시간 가량이 약간 가파른 오름길인데
이곳에서 체력 안배를 잘 하여야 합니다.
이곳에서 무리하게 힘을 쏟아 버리면
가야 할 구만리 길이 굉장히 힘들어 지겠지요.
'노루오줌'
'산꿩의다리'
설악산 동쪽 서북능선에서 만나게 되는 강아지바위.
그냥 갈 수야 없지요.
한계령에서 대청봉으로 이어지는 서북능선길은 이번이 세 번째 걸음으로
단시간에 대청봉에 오를 수 있으면서
또한 그림같은 비경들을 조망할 수 있는 으뜸코스랍니다.
'자주종덩굴'
영동과 영서, 내설악과 외설악의 분기점의 위치에서 조망하는
공룡능선, 용아장성, 끝청, 중청, 대청 등의 비경이
자리하고 있는 설악산의 고전적인 코스이지요.
'개다래나무'
자칫 잘못하면 발목 다치기 십상인 곳이라 주의를 기울여야 할 곳입니다.
서북능선을 타고 가면서 가장 멋진 조망들은
역시 공룡능선과 용아릉 주위에 보여지는 암벽들인 것 같네요.
구름도 쉬어간다는 한계령코스는
동쪽에서 불어오는 다습한 구름이
서북능선을 타고 넘어가는
푄(높새바람)현상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즉, 한계령, 오색, 양양 쪽은 구름이 가득 들어차 있는데 반해
내설악 쪽은 구름이 간혹 있기는 해도 비교적 맑습니다.
'붉은병꽃나무'
한동안 오르락내리락 리드미컬한 능선산행을 이어가면
'박쥐나물'
서북능선의 얼굴마담이자 개선문인
고사목이 있는 곳에 도착을 하게 되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보이질 않네요.
한 쪽이 부러진 채로 남아있는 걸 보니
아마도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무너져 내린 모양입니다.
'백당나무'
한창 지쳐갈 무렵 끝청의 지루한 오르막길을 맞이합니다.
하지만 절정을 이루고 있는 '꽃개회나무'의 화려한 춤사위와
순백의 '함박꽃' 일가족의 고귀한 모습을 보노라니
그렇게 힘들다는 생각없이 끝청에 오르게 됩니다.
저멀리 귀때기청봉을 보면서 잠시 다리쉼을 합니다.
눈 앞에 펼쳐지는 용아장성과
그 뒤로 아스라히 펼쳐져 있는 공룡의 웅장함...
능선을 타고 오르는 구름이 하늘로 솟구치는 모습을 감상하며
바라보는 귀때기청봉과 아득한 멀리 안산까지
그리고 앞으로 가야할 중청과
대청봉의 모습들이 자못 감동적이기까지 합니다.
끝청의 조망바위 끝단에 서서
천하절경을 뒤에 두고 흔적 하나 남겨봅니다.
말간 오후의 햇살을 받고 있는 용아릉과
그 속에 자리하고 있는 봉정암.
그리고 구름과 숨바꼭질을 하고 있는
황철봉, 마등령, 공룡능선...
한 폭의 동양화가 따로 없네요.
중청의 축구공이 보이기 시작하니 없던 힘도 다시 솟아나는 것 같아
거친 돌길도 거침이 없이 올라섭니다.
'정향나무'
'홍괴불주머니'
중청가는 길의 고사목.
짐승같기도 하고...
'눈개승마'
'둥근이질풀'
'꽃개회나무'
드디어 중청대피소에 거의 다 온듯 합니다.
숨 막히는 풍경을 보니 유구무언이 따로 없네요.
만 1년 만에 다시 만나는 중청대피소.
'만주송이풀'
'범의꼬리'
사계절 어느 때 찾아도 설악은 결코 우리에게
실망을 주지 않는다는 사실 새삼 느껴봅니다.
'바람꽃'
정상 주변의 구름들이 시시각각으로 변화무쌍하다보니
언제 정상석을 덮게 될지 몰라 얼른 인증샷부터 남기기로 합니다.
설악산 대청봉 (1,708m)
높이 높이 올랐습니다.
예로부터 눈이 오래도록 남아있고
암석의 색깔이 하얗기 때문에 '설악'이라고 이름지어진
바로 이곳 설악에서 2015년 여름 또다시 만났습니다.
정상석 옆의 요상요수(樂山樂水)석.
설악산과 동해바다가 모두 함께 즐겁습니다.
양양군수가 세웠다고 하는 '양양이라네!' 빗돌입니다.
날씨가 좋긴 합니다만 아무래도
6월의 날씨는 시야가 그리 깨끗하지 않은 것 같네요.
멀리 동해바다와 속초시가 조망 됩니다.
설악!!!
돌 하나,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무엇인들 아름답지 않겠습니까!!!
장쾌한 서북능선의 파란 하늘에 구름까지도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설악산 대청봉의 바람꽃.
봄부터 시작한 바람꽃 중 올해 마지막 바람꽃입니다.
거친 바람에 키도 작고 꽃도 작지만 흰꽃은 환상입니다.
대청봉을 내려와 중청대피소를 지나
오늘의 마지막 종착지인 소청대피소를 향합니다.
한 폭의 산수화를 바라보듯
너무나 근사한 설악산의 공룡능선과 화채능선.
멀리 울산바위와 달마봉도 눈에 들어오는군요.
소청으로 향하면서 바라보는 이 모습은
사계절 내내 언제나 가슴 벅찬 감동을 선사해주는 광경입니다.
소청의 봉정암 갈림 삼거리.
내일 새벽 어둠을 뚫고 이 길을 오를 생각을
미리부터 해보니 설레임이 앞서는군요.
내설악의 조망이 아름다운 소청대피소에 도착하면서
어두워지기 전의 용아장성릉과
공룡능선의 풍광을 담고서 대피소에 여장을 풀어놓습니다.
새롭게 단장한 소청대피소.
오늘 밤을 유하게 될 보금자리입니다.
두 번의 흘림골 탐방이 설악산 산행 이력의 전부인 아내를 데리고 한계령을 출발하여 서북릉을 걸어 소청대피소까지 온 7시간 40여분.
내심 끝까지 제대로 걸을 수 있을지 염려가 되었지만 지리산 종주 때의 끈기와 인내심으로 잘 걸어준 것 같아 고마운 마음이 든다.
그동안 갈고 닦은 내공이 있어서인지 아주 힘들다 여겨하지 않고 설악의 아름다움에 취하여 구름을 걷는지 바람을 타는지 모를 만큼 발걸음 가볍게 행복해 하는 모습에 잘 데리고 왔다는 생각에 이젠 어느 곳을 가더라도 함께 다닐 수 있겠다 싶다.
대피소 앞 식탁은 선점한 산님들이 자리를 잡고 있어 취사장에서 자리를 펼치다 답답한 느낌이 들어 야외식탁과 난간 사이의 공간에 돗자리를 깔고 준비해간 햇반과 카레를 데워 저녁식사를 하고 서둘러 방 배정을 받고 여장을 풀어놓으니 어느 새 시간은 7시가 훌쩍 넘었다.
일몰이 지났지만 아직도 훤한 날씨라 바깥으로 나가 물병에 식수를 가득 담아 간단히 세수와 양치를 하고 어둠이 깃들기 시작하는 주변 풍광을 잠시 구경하고서 대청봉 일출을 맞이하기 위해 일찍 잠을 청하려고 침상으로 들어간다.
'◈ 산행이야기 > ☆ 2015년도 산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보부상과 선질꾼의 애환이 서린 금강소나무숲길(1구간)을 찾아서... (0) | 2015.06.29 |
---|---|
설레는 마음으로 설악의 너른 품속에서 놀다온 1박 2일의 여정(둘째 날 이야기) (0) | 2015.06.28 |
이끼폭포와 황금샘을 만나러 다시 찾은 내연산 덕골-동대산 마실골 트래킹 (0) | 2015.06.16 |
아내와 함께 둘이서 떠난 포항 신광 기마봉 - 비학산 산딸기산행 (0) | 2015.06.12 |
산행 내내 막힘없는 시원스런 조망과 암릉으로 눈이 즐거웠던 거창 금귀봉-보해산 (0) | 2015.06.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