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달이 사는 집
멋진 조망을 기대하고 떠났지만 비바람속에서 운무만 구경하고 온 봉화 달바위봉 본문
☆ 산행일자 : 2015. 09. 06 날씨 - 비, 흐림
☆ 산행장소 : 경북 봉화군 석포면 일원
☆ 산행인원 : 포항라푸마산악클럽과 함께...
☆ 산행코스 : 대현1리(달바위골)-문수암 입구-칠성암-속세골쉼터갈림길-달바위봉-속세골쉼터갈림길-안부갈림길-성황골갈림길-합장바위-송전철탑-정법사 입구-속세골 쉼터
☆ 산행시간 및 거리 : 4시간 20분, 5.72km (식사 및 휴식 포함. GPS기준)
◈ 산행기
그동안 직장생활을 하면서 근무여건 때문에 함께 하고팠던 산행을 못하고 가물에 콩 나듯 이따금씩 산행에 동참을 했었던 '포항라푸마산악클럽'의 정기산행을 이번 달에는 부담없이 참석할 수 있어 마음이 그지없이 편하다. 원래는 혼자 가려고 신청을 해두었었는데 집사람도 함께 따라 가겠다고 해서 추가 신청을 한뒤 배낭을 꾸려두고 잠자리에 들어 새벽같이 일어나 차를 몰고 출발장소인 육거리를 향해 달려간다.
오늘 가고자 하는 산행지인 봉화 달맞이봉은 가파른 오름에 거친 암릉이 시종 이어지는 곳이라 발목에 박혀있던 핀을 제거한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 집사람이 가기엔 무리일 것 같아 혼자 가려고 했었는데 따라 나서겠다니 산행을 하고픈 마음이 간절한 것 같아 함께 가긴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은근히 걱정이 되는게 사실이다.
게다가 오늘 비소식이 있어 더더욱 신경이 쓰인다. 어젯 밤 많은 양의 소나기가 내린 데다 집을 나서는 새벽의 하늘엔 비는 그쳤지만 구름이 잔뜩 끼어있어 오늘 산행이 가능할지 의문스러울 정도인데 일단 모임 장소까지 가보자는 생각에 출발은 하게 된다.
여느 때처럼 북구청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도착한 육거리에는 버스가 시동을 켜 놓은 채 대기중이고 반가운 분들과 인사를 나누며 잠시 한담을 나눈다.
일기가 고르지 못한 오늘의 여건상 참석인원이 그리 많지 않을거라는 예상에 딱 들어맞게 21명의 인원을 태운 버스는 7번 국도를 달려 북으로 북으로 향한다.
울진읍 입구에 들어선 버스는 36번 국도로 갈아타고 불영사가 있는 불영계곡을 따라 달리기 시작하여 통고산자연휴양림을 지나 봉화군 소천면 소재지인 현동리에서 31번 국도로 다시 갈아타게 되고 구비구비 산간오지의 고갯길을 가뿐 숨을 몰아쉬며 넘던 버스는 청옥산자연휴양림을 지나 강원도 태백시와 경계를 이루고 있는 봉화군 석포면 대현1리에 도착하여 일행을 내려놓는다. 오는 도중 계속되던 비는 조금 잦아 들었지만 여전히 가랑비에 옷 젓듯이 내리고 있어 산행하려니 조금은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다. 그렇지만 먼곳까지 왔으니 산행은 해야겠기에 비닐우의를 꺼내어 입고 GPS를 가동하며 마을 안으로 나있는 시멘트도로를 따라 진행하면서 산행을 시작한다.
산행궤적
'대현 1리(달바위)' 버스정류장의 오른편으로 나있는
동네 안길을 따라 들어가면서 산행은 시작됩니다.
대현1리 마을입구 앞에 있는 달바위봉 등산안내도
마을길 안으로 시멘트 포장길을 따라 걸어 들어가면
씨옥수수로 사용할 옥수수가
처마 끝에 달려있는 모습이 눈길을 끄는군요.
다시금 이곳이 두메산골의 오지임을 실감하게 됩니다.
큰달바위골에서 흘러내리는 계곡물이 맑고 깨끗한데다
송정리천을 향해 달음박질하는 소리 또한 경쾌하기 이를 데 없네요.
냇가를 따라 나있는 길을 잠시 걷다보면
도로 좌우로 피어있는 들꽃의 개체수가 얼마나 많은지
일일이 사진에 담으려면
오늘 산행을 포기해야 할지도 모르겠더군요.
1) 각시취, 2) 어수리, 3) 미역취, 4) 털별꽃아재비
폐쇄된지 오래된 천주교회와
문수암이 여래사로 이름이 바뀐 절집을 지나
정자 쉼터와 화장실까지 반듯하게 갖춘
주차장이 있는 삼거리에 도착을 하게 되면
등로는 좌측 칠성암 방향으로 이어집니다.
주차장에서 왼편으로 방향을 튼 후
하늘을 향해 힘차게 뻗어 오른 낙엽송 숲 아래로 난 길을 잠시 걸으면
작은 바위들로 탑을 쌓아 놓은 모습이 특이한 칠성암을 만나게 됩니다.
신심만 있으면 거적을 쳐놓은 집인들 어떻겠습니까마는
외관상으로만 보면 사찰이라기보다는
여염집의 냄새를 더 짙게 풍기는 듯한 모습이라 생경스럽긴 하네요.
대웅전 앞을 지나 본격적인 산길로 들어서게 되는데
소나무 숲길을 지나서 넓은 임도길을 따라 진행하면
이정표가 있는 갈림길에서 좌측으로
시그널이 주렁주렁 달려있는 산길로 등로는 이어집니다.
달바위봉을 한자로 표기하면 월암봉(月巖峰)이 되는 것이겠지요?
등로를 오르는 나무계단 아래에 자라나고 있는 싸리버섯을 사진에 담고
울창한 숲으로 들어서게 되면 등로는 거칠어지고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되는 것 같네요.
산길은 아주 가팔라지기 시작합니다.
1) 고마리, 2)노란물봉선, 3) 참취, 4) 영아자
그 가파름에 부응하듯 곳곳에다 안전로프를 매어 놓았고
침목계단도 설치해 놓았네요.
오늘따라 힘에 부대낄 정도로 오름이 힘듦을 느끼게 됩니다.
약간의 어지러움도 느끼게 되어 주저앉아 자주 쉬어가게 되는데
아마도 아침 대용으로 먹은 김밥이 탈이 난 모양이라
구급낭을 꺼내 소화제도 먹고 매실엑기스도 마셔봅니다.
칠성암을 지나 월암봉이정표 있는 곳에서
약 30분 가량 땀 뻘뻘 흘리며
가파름을 극복하고 올라서니 능선에 닿게 되고
능선 마루에 올라서니 삼거리 이정표가 나오는데
달바위봉을 우회하는 등로인 것 같습니다.
본격적인 달바위봉 오르는 하이라이트 지대인
바위 오름길 구간이 시작됩니다.
바윗길 중에서도 험한 코스로 부를만한
거친 바윗길이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사진상으로는 그저 그런 오름길 같지만
바위 틈 사이로 이어지는 가파른 구간은 거의 수직형태인데다
특히 오늘같이 비가 오는 날에는
흙과 바위 표면이 미끄러워 주의하지 않으면
크게 다칠 수도 있어 신경이 곤두설 지경입니다.
힘들게 올라온 산꾼에게 아량이라도 베풀 듯 살짝 모습을 드러내는
진대봉(뾰족한 봉우리)의 모습이 감질이 날 지경입니다.
계속되는 철계단길을 올라서면
비구름이 잔뜩 끼어있어 조망이라곤 없는 전망바위에서
산 아래의 모습이라도 담아봅니다.
물 맑기로 소문난 백천계곡이 내려다 보이는군요.
고정이 부실한 스텐레스사다리를 발로 딛고 올라서면
대부분 암릉으로 되어있는 능선은 달바위봉 정상까지 계속 이어집니다.
보기에도 까칠한 구간이 여러 군데라
체격이 왜소한 여성 산님들에겐
크나큰 고역이 아닐 수 없을 것 같네요.
암릉을 한고비 올라서니 명품 소나무가 붉은 자태를 뽐내고 있고
뒤따라 올라오는 여성 산님은 갑자기 불어오는
세찬 바람에 긴장감이 역력한 듯 보입니다.
절벽 끝에서 뿌리를 내리고 자라난
수령을 알 수 없는 명품 소나무에서
칼날 능선을 따라 조금 더 오르면
묘지가 자리잡은 넓은 공터에 올라서게 되고
맞은 편에 매달려있는 로프를 잡고 용틀임을 한번 하고 올라서게 되면
달바위봉(1.092m ) 정상석
그리 크지 않은 암릉으로 되어 있고
바로 아래에는 깎아지른 절벽으로 이루어진 달바위봉에 닿게 됩니다.
짙은 운무속이라 사방 조망이라곤 볼수 없는 환경이지만
작은 정상석이 그나마 반겨주고 있었답니다.
참고로 달바위봉은 월암봉 또는 장군봉이라고도 부른답니다.
태백산에 입산했다는 단종의 영혼을 천도(遷度)하고 국태민안(國泰民安)을 기원하기 위해, 지역주민들이 매년 추석날 저녁에 태백산 천제단에서 제사를 지냈다고 하는데, 이때 동쪽을 바라보니 푸른 산 위에 암석(巖石)으로 된 봉우리가 달같이 둥실 떠 있는 것처럼 보여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전해졌다고 하는군요.
또 다른 설(說)에 의하면 2개의 암봉 사이로 둥근 달이 떠오르는 모습이 너무도 아름다워 붙여진 이름이라고도 한답니다.
눈에 보이는게 없으니 간단히 정상석 사진만 담고서
정상부 아래에 있는 묘지가 있는 공터로 되내려갑니다.
공터에서 점심식사를 할 예정이었으나
아직 오전 11시 정도 밖에 되지 않아 좀더 내려가기로 합니다.
달바위봉 정상에서 하산길은
위험 안내판이 있는 옆으로 진행이 됩니다.
하지만 되돌아올 줄 뉘 알았겠습니까...
세찬 비바람이 몰아치는 암릉길을 진행하니
가파른 밧줄구간이 시작되는군요.
남성회원들이 사이사이에 섞여
하강을 돕고 있지만 시간이 꽤 소요됩니다.
선두에서 진행하던 산님으로부터
악천후속 암릉길 하산이 너무 위험할 것 같아
되돌아 내려가자는 의견이 있어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생각으로
아쉽지만 발걸음을 되돌리게 됩니다.
어렵게 내려온 밧줄구간은 오름길도 쉽지 않네요.
내리는 빗속을 뚫고 고정이 부실한 환봉사다리를 딛고
내려서는 모습이 여간 조심스럽지 않습니다.
게다가 빗물이 스며든 흙길은 쉽게 미끄러져
작은 돌들이 굴러 안전사고의 위험을 초래할 우려가 있어
달바위봉은 비가 많이 오는 때와
겨울철에는 산행을 자제하는게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다시 만난 속세골갈림삼거리에서 오른쪽 내림길로 우회를 합니다.
달바위봉의 암봉을 우회하는 산길은
사면길을 오르락내리락하며 15분 남짓 진행하니
달바위봉과 작은달바위봉 사이의 안부와 만나게 됩니다.
1) 구절초, 2) 병조희풀, 3) 쑥부쟁이, 4) 흰고려엉겅퀴
약 7분 후 만나게 되는 성황골 갈림삼거리에서도 등로는 계속 속세골을 향합니다.
성황골갈림길에서 6분 가량 진행하면
특이하게 생긴 바위가 눈길을 끄네요.
지도를 확인해보니 '합장바위'라 불리는 바위입니다.
부처님 앞에서 합장을 하고 있는 모습이라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여졌다고 하는데
바위 꼭대기의 모양을 보고 그러나 봅니다.
합장바위를 지나면 잠시 후 등로는
좌측 아래로 꺾여 내려서게 되고
급경사 내리막길로 이어집니다.
날씨가 도와주었다면 그야말로 멋진 그림이
하나 나올만한 풍경인데 아쉽긴 하네요.
하산길도 만만찮은 등로로 연결되는데
밧줄과 스텐레스 사다리가 도처에 도사리고 있답니다.
거리에 비해 시간이 오래 걸린 것은
아마 속도를 낼 수 없을 정도로 길이 험하고
한명 한명씩 로프를 잡고 내려서야 하기 때문이겠지요.
가파른 직벽 수준의 등로에 설치되어 있는 사다리가
웬지 불안해 보이는건 본인만의 생각일런지요?
그렇게 편치않은 산길은 송전철탑을 지나면서
그 험악했던 기세는 누그러지기 시작합니다.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소나무 숲에 들어서게 되면서
등로는 유순해지고 흙길을 따라
조금은 경사진 길을 따라 진행하게 됩니다다.
1) 물봉선, 2) 선괴불주머니, 3) 털진득찰, 4) 눈빛승마
'진주강씨묘'에서 등로는 좌측 아래로 이어지고
계속되는 비에 카메라렌즈는 물기를 가득 머금어
촬영에 어려움을 겪게 되는군요.
그래도 끝까지 계속해야 하는 일이기에
수건으로 닦아가며 셔터를 눌러댑니다.
1) 오리방풀, 2) 단풍취, 3) 익모초, 4) 잔대
물이 흐르지 않는 골짜기인
속세골 계곡을 지나 숲을 빠져 나오니
산자락에 자리 잡은 민가가 보이기 시작하고
곧이어 정법사로 연결되는 포장임도에 내려서게 됩니다.
예까지 왔으니 잠시 정법사를 다녀오기로 합니다.
잘생긴 소나무들이 한켠에서
저마다 뽐내고 있는 도로를 따라 안으로 들어가면
대한불교조동종(大韓佛敎曹洞宗) 소속의 사찰인 정법사를 만나게 됩니다.
비에 젖은 몰골로 부처님을 뵙기가 뭐해서 대웅전은 들르지 못하고
와불(臥佛)... 즉, 누워있는 부처님께 예경을 올리고
쉼없이 쏟아져 나오는 감로수로 목을 축이고
조용하기 이를 데 없는 정법사를 빠져나와
도로를 따라 좌측으로 걸음을 옮겨갑니다.
아스팔트로 포장된 임도를 따라 5분 남짓 걸으면
먼저 도착한 산님들은 땀을 씻어내느라 여념이 없는
대현교에 닿으면서 산행은 그 끝을 맺게 됩니다.
비가 온다는 예보에도 불구하고 먼곳으로의 산행을 떠나며 행여나 비가 그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도착한 봉화군 석포면 대현1리(달바위마을).
깔끔한 느낌의 마을 정경에 '달바위'라는 이름 또한 정겨워 간간히 흩뿌리는 빗속에서도 그나마 기분좋게 시작한 달바위봉으로의 산행은 사전에 얻어 들은 정보대로 거칠고 험한 오지의 산이었음을 제대로 실감한 오늘이다. 날씨만 좋았다면 그나마 멋지기로 소문난 일망무제의 조망을 맘껏 즐겼을텐데 하는 아쉬움은 산행 내내 머리속을 맴돌고 있었다. 하지만 어쩌랴~ 세상사 다 내 맘대로 될 것 같으면 걱정도 없을테니까...
비가 내리고 세찬 바람마저 불어대는 악천후속에서도 단 한명의 낙오자도 없이 아무 탈없이 산행을 마칠 수 있었던 점에 감사하고 기회가 닿을지 모르겠지만 날씨 좋은 날을 잡아 다녀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산행하는 동안 마땅히 자리를 펴고 앉아 식사를 할만한 장소도 마땅찮았고 비까지 내리고 있어서 간단히 간식으로 배를 채우고 산을 내려와 출발지였던 대현 1리 마을회관 앞의 정자에서 늦은 점심을 해결하고 술과 과일로 웃음보따리를 풀어놓고 수다를 떨며 시간을 보내다 평소보다 조금은 이른 시간이지만 포항으로 출발한다. 오늘같은 날 집에 일찍 들어가면 혼난다며 우스개소리를 하는 어느 산님의 농담 한 마디에 버스 안은 순식간에 웃음보가 터져 기분좋은 귀포길이 되어버렸다. 늘 웃는 여유를 가지며 살수 있기를 바라며 먼길의 여정에 잠이라도 자 둬야겠기에 좌석을 뒤로 젖히고 꿈나라로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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