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달이 사는 집
벗들과 함께 떠난 남설악 주전골 트레킹... 그리고 오색 만경대 본문
★ 산행일자 : 2016. 07. 09 (토). 날씨 - 맑음
★ 산행장소 : 설악산 주전골
★ 산행인원 : 초등학교 동창생 12명과 함께...
★ 산행코스 : 용소폭포탐방지원센터-용소폭포-주전골-성국사-오색약수-오색지구상가
★ 산행시간 및 거리 : 약 2시간, 3.93km (놀며 쉬며 어울렁더울렁..., GPS기준)
◈ 주전골 트레킹
코흘리개 시절 함께 공부하며 뛰어 놀던 꼬맹이들이 이제 이순(耳順)이 목전에 다가온 나이가 되었지만 장성하여 다시 만난 뒤부터 8년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변함없는 우정을 다지며 매월 정기모임과 1년에 두 세번씩 큰 행사를 가지고 있는 초등학교 동창 모임이 올해는 강원도 설악으로의 여정을 계획하고 부산에서 포항에서, 그리고 구미, 김천에서 대구로 모여들고 서울 지역 친구들은 그쪽에서 집결하여 강원도 홍천의 화양강휴게소에서 다 함께 만나기로 약속을 하고 대구를 떠나 북쪽으로 내달린다.
새벽같이 일어나 포항에서 대구로 달려가 만난 벗들과 반가운 인사를 나누고 승합차에 올라타고 중앙고속도로 이용하여 홍천IC를 빠져나와 인제,원통으로 가는 44번 국도로 갈아타고 달려가면 화양강휴게소에 닿게 된다.
하지만 주말 나들이객의 차량들이 몰려 서울에서 동해안 방향의 모든 도로는 정체가 심해 약속시간보다 많이 늦어버려 화양강휴게소에서 기다리고 있던 서울지역 친구들과 간단히 반가움을 표하며 곧장 인제읍으로 향한다.
인제의 맛집 가운데 한곳인 한국관에서 산채정식으로 배를 채우며 그간의 안부를 주고 받은 뒤 한계령을 향해 달려간다.
원래 계획은 흘림골에서부터 산행을 시작하여 오색까지 걷는 것이었는데 한계령휴게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찾아간 흘림골탐방안내소 앞에는 등산로 폐쇄를 알리는 현수막이 붙어 있다. 폭우로 인해 등산로가 유실되어 당분간은 산행이 어려울 것 같다는 소식이다.
하는 수없이 주전골에서부터 오색약수까지 걷는 것으로 계획을 변경하고 찾아간 용소폭포 탐방안내소. 다행히 이곳은 개방된 상태라 다같이 단체사진 한장 남기며 용소폭포를 만나러 가는 것으로 주전골 탐방을 시작한다.
설악산 주전골 트레킹 궤적
한계령휴게소에서 바라본 남설악의 풍광으로
등선대와 칠형제봉의 멋진 모습이 눈 앞에 펼쳐지고 있네요.
흘림골 산행이 폭우로 인한 등산로 유실로 폐쇄가 되어
무산이 되는 바람에 주전골만 탐방하기로 합니다.
용소폭포탐방안내소 앞에서
단체사진 한장 남기면서 주전골 트레킹을 시작합니다.
설악을 넘는 네 개의 고개 중에서도 가장 험하고 아름답다는
한계령 자락에 묻혀 있는 계곡이 주전골입니다.
뜨거운 태양이 작렬하듯 내리쬐던 도로를 벗어나
주전골로 들어서니 언제 그랬냐는 듯 시원스럽기 그지없네요.
삼삼오오 짝을 지어 도란도란 얘기꽃을 피우며 걷는
벗들을 보면서 참 보기 좋다는 느낌이 드는군요.
주전골의 명소인 용소폭포(龍沼瀑布) 입니다.
용소폭포에는 전설이 하나 전해져 오고 있지요.
옛날 이 소(沼)에서 살던 천년 묵은
암수 이무기 2마리가 용이 되어 승천하려 하다가
숫놈만 승천하고 암놈은 미처 준비가 안 되어
이곳에서 굳어져 바위와 폭포가 되었다고 합니다.
설악의 깊이를 느낄수 있는 골짜기 주전골은
원시의 숲과 기암계곡이 잔잔하게 흐르는 물과
어우러지는 아름다운 계곡이랍니다.
주전골이란 이름은 그 옛날 승려를 가장한 도둑 무리가
위조 엽전을 만들던 곳이라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도 하고,
용소폭포 입구에 있는 시루떡 바위가
마치 엽전을 쌓아 놓은 것처럼 보여 붙여졌다고 전해지기도 합니다.
설악산의 깊고 험한 산세가 내뿜는 위용에
새삼 자연의 위대함이 느껴지는군요.
조금만 더 물이 많았으면 하는 아쉬움은 욕심일까요?
금강문(金剛門)
주전골의 한 가운데 위치한 이곳을 지나면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다 하여 이곳을 금강문이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남설악의 명소인 주전골의 만물상입니다.
선녀탕
주전골의 선녀탕 유래는 어느 밝은 달밤에 선녀들이 이곳에 내려와
날개옷을 벗어놓고 맑은 물에 목욕을 하고 하늘로 올라갔다는
전설이 스며 있는 곳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 합니다.
'돌양지꽃'
선녀탕을 지나 잠시 다리쉼을 하면서 흐르는 땀도 씻어내고
족욕도 하면서 간식시간도 가져봅니다.
비가 오면 만날 수 있는 폭포를 볼수 있는 것도 행운인 것 같습니다.
하늘과 땅 그리고 그 경계가 신비롭다 싶어 올려다 보았더니
아~ 글쎄 저곳이 남설악에 있는 오색 만경대였네요.
우람한 바위절벽이 보기만 해도 위압감을 느끼기에 충분합니다.
그런데 저곳이 만경대인지 어떻게 아냐구요?
조금만 기다리세요.
잠시 후 만나게 해 드릴테니까요.^^*
가는 길목마다 이렇게 정말 큰 바위들이 많은데
그 바위 위에 자라난 나무들을 보면 정말 멋지고 신기할 따름입니다.
계곡 건너편으로 큼직한 구멍이 뚫린 굴을 만나게 되는데
옛 이야기 속 도적들이 엽전을 주조하던 주전굴입니다.
천길 절벽의 아찔한 절경의 독주암의 웅장한 모습입니다.
독주암은 주전골 입구에 우뚝 솟아있는 기암절벽으로
설악산의 비경을 한 눈에 바라보는 듯합니다.
정상부에 한 사람만 겨우 앉을 수 있다고 하여
독주암(獨住巖)이라고 불린답니다.
아름다운 비경속의 주전골...
설악의 기운을 마음과 온 몸에 충전하면서 걷다보니
주전골의 유일한 사찰인 성국사(五色石寺)에 닿게 됩니다.
절 뒤뜰에 5가지 색깔의 꽃이 피는 나무가 있어서
절 이름을 오색석사(五色石寺)라고 하였고,
인근 지명도 오색리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아래 쪽에 위치한 약수에도
오색약수란 이름이 붙었다는 전설이 있습니다.
보물 제497호인 '양양 오색리삼층석탑'
남설악 지구의 점봉산 자락에 있는 계곡으로
흘림골과 주전골은 한계령 휴게소와 오색 약수터를 잇는 깊은 골짜기이며
설악산 서북 능선의 남쪽이자, 곰배령으로 잘 알려진 점봉산 북쪽의 계곡입니다.
장애우나 노약자들을 위한 탐방로가 정비되어
남녀노소 누구나가 가볍게 걷기 좋은 길이 된것 같습니다.
다들 즐거워하고 만족스러운 표정들이라 본인 또한 보람을 느낍니다.
오색약수는 1500년경 성국사의 승려가 발견한 약수로
지난 2006년 집중호우 때 유실되었다가
다행스럽게도 다시 약수가 솟아나 명성을 이어가고 있는데
홍천 삼봉약수, 인제 개인약수와 함께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고 합니다.
'풀협죽도'
이번 설악으로의 나들이 길에
하룻밤을 지내게 될 오색그린야드호텔입니다.
여장을 풀어놓고 물 한병에 카메라만 들고
함께 가기를 희망하는 친구들 몇 명과 함께 밖으로 나옵니다.
어디를 가느냐구요?
바로 설악산의 3대 만경대 중 하나인 오색 만경대를 만나러 가는 길이랍니다.
비법정탐방로이지만 어렵게 구한 궤적 하나를 등대삼아 길을 찾아드니
비교적 뚜렷한 등로라 그리 힘들지는 않았네요.
설악산 3대 만경대는
외설악 화채능선 만경대, 내설악 오세암 만경대,
그리고 오늘 찾은 남설악 오색 만경대를 말합니다.
앞이 확 트이는 낭떠러지 앞에 서니
저 멀리 한계령 방향의 서북능선이 줄을 잇고 있고
비록 역광이라 사진으로 담아내기엔 부족한 실력이라
아쉬움이 크지만 바라보는 두 눈은 실로 놀라움의 연속입니다.
저절로 걸음은 벼랑 끝으로 향합니다.
발 아래로 펼쳐지는 풍경은
그야말로 입이 떡 벌어질 지경입니다.
낭떠러지 아래는 서북능선에서 내려온
온정골 물길이 주전골에서 내려온 물과 만나고
물길 따라 가만히 눈을 열어보면
선녀탕과 금강문으로 향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기도 합니다.
주전골을 걸으며 올려다 보았던 곳을
이번에는 거꾸로 내려다 보게 되는 기분... 짜릿하네요.
말로만 들었던 만경대릿지길...
지는예 저 길은 죽어도 못갑니더~.
벼랑 끝 그것도 바위 위에 올라서서 미소를 짓고 있지만
감히 아래를 내려다 볼 엄두가 나질 않더군요.
잠시만 보아도 현기증이 날 정도니까요.
숙소에서의 하룻밤을 보내고 전날 만경대를 다녀온 친구들이 이구동성으로 입에 침이 마르도록 절경이라 떠들어대니 못 가본 친구들이 가보고 싶다고 난리다.
안내를 맡아달라는 부탁에 새벽같이 일어나 옆집에서 곤히 자고 있는 여자친구들에게 소리통을 울려대니 아무도 못가겠단다. 아마도 밤 늦도록 얘기꽃을 피우느라 잠이 부족한 모양이다. 하는 수없이 혼자라도 다녀올 생각을 가지고 있던 차에 거실에서 혼자 자고 있던 친구가 따라 나서겠단다.
혼자보다는 둘이 나을테니까 얼른 카메라 하나 달랑 들쳐메고 숙소를 나서니 5시 30분경 밖에 안된 시각이지만 햇님은 벌써 대청봉 너머로 붉은 빛이 감도는걸 보니 일출이 시작되나 보다 싶다.
오색약수 가기 전 화장실 입구에서 우측으로 들어서면 입구에는 등로가 보이지 않지만 풀섶을 헤치면 그동안 제법 많은 사람들이 다닌 듯 뚜렷한 등로가 나타난다.
이미 한번 다녀왔으니 두 번째 찾아가는 길은 일사천리인데다 여학생들이 없으니 속도는 가속을 더해 거침없이 산길을 올라선다.
공용화장실 입구에서 좌측으로 진입을 합니다.
6분 가량 가풀막을 치고 올라서면 남원양씨 합장묘가 나타나고
묘 뒤쪽으로 능선길이 이어집니다.
다시 7분 만에 가선대부 남원양씨 합장묘를 지나게 되는데
멧돼지의 소행인지 분묘가 많이 훼손되어 있어 보기에 흉하네요.
등로 좌우로는 오래된 아름드리 소나무들이 하늘을 향해 뻗어 있고,
호위 무사처럼 늘어선 노송들 사이로 나있는 등로를 따라
신선한 아침 공기를 마음껏 마시며 걷다보니
이미 주검으로 남아 자연으로 돌아가고 있는 고사목을 지나게 되고
10여분의 오름길을 잇게 되면
우람한 고사목과 노송들이 어우러진 곳에 당도하게 되는데
범상치 않은 풍광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소나무 사이로 건너편 만물상이 바라보이는 곳에 닿게 되면 좌측 아래로 등로는 이어지고,
부드러운 등로를 따라 2~3분 가량 발품을 팔고나면
만가지 형상의 바위들이 기세등등하게 곧추 서있는
만물상을 바라볼 수 있는 만경대에 서게 됩니다.
눈 앞에 펼쳐진 만물상을 중심으로
좌로는 구름모자를 눌러쓴 점봉산이 솟아 있고,
우측으로는 한계령과 귀때기청봉을 위시한
서북능선의 봉우리들이 줄지어 달리고 있습니다.
어제 오후 역광이었을 때와 또다른 감흥에
세찬 바람이 불어오는 바위 끝에서 또다시 흔적을 남겨봅니다.
만경대 아래 오색천이 주전골과 만나는 합수점에 있는 독주암을 내려다 보고,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 설악의 웅대한 면면을 하염없이 바라본 뒤에
온갖 재주를 부려 피어난 설악의 바위 꽃들을
눈이 아프도록 바라보고서 아쉬운 발걸음을 되돌립니다.
하산길 나뭇가지 사이로 바라보이는
설악의 최고봉인 대청봉과 끝청이 건너 보이는군요.
숙소로 곧바로 내려가기 위해
첫 번째 남원양씨 합장묘에서
좌측으로 나있는 토끼길을 따라 진행해 나갑니다.
사면길에 좁고 희미한 등로라
처음 올랐던 등로보다 상태가 못하니 참고하시길...
약 8분 가량 숲을 헤치고 내려서게 되면
오색그린야드호텔에 도착하게 되니
산뜻한 아침운동에 흡족한 마음입니다.
오래 머물면서 산이든 자기 자신이든 깊이 들여다보고자 하는 이들에게 좋은 586m의 낮은 전망대인 오색 만경대.
바쁜 걸음으로 앞만 보며 정상만 고집할 욕심이 아니라면 천천히 골골이 벼랑을 깎아내려온 물길을 하나하나 짚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설악산이 단풍으로 물들 때쯤 이곳을 찾게 되는 날이 도래한다면 지금처럼 하룻밤 유숙하면서 주전골 단풍을 한 눈에 담은 커다란 캔버스인 만경대를 다시 올라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산행거리에 비해 만족도는 몇 배가 되는 곳이니 앞으로도 자주 찾게 되지 않을까 하는 즐거운 상상을 하면서 설악의 아침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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