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달이 사는 집
눈이 올거라는 소식에 기대를 안고 찾아간 영남알프스 가지산 본문
♧ 산행일자 : 2017. 01. 21 (토) 날씨 - 맑음
♧ 산행장소 : 울산광역시 울주군 상북면, 경남 밀양시 산내면, 경북 청도군 운문면 일원
♧ 산행인원 : 집사람과 둘이서...
♧ 산행코스 : 석남사주차장-중봉-가지산-쌀바위-가지산구조목(NO.105)-석남사-주차장(원점회귀)
♧ 산행시간 및 거리 : 9.93km, 6시간 30분 (식사 및 휴식 포함, GPS 기준)
◈ 산행기
시계바늘처럼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생활에서 잠시 벗어나 자신을 돌아보며 쌓였던 스트레스도 해소하고 대자연속에서 마음의 풍요로움을 느끼고파 찾기 시작한 산으로의 여정... 계절에 구애 받음없이 거의 매주 산을 찾고 있지만 뚜렷한 사계절이 주는 저마다의 특색을 누려보는 것도 괜찮은 일임은 두말 할 필요가 없을게다.
새해 들어 세 번째로 나서는 산행. 앞서의 두번의 산행에서 보고팠던 상고대의 향연을 제대로 구경못한 아쉬움이 뇌리에 남아 이번 주말에는 행여나 눈소식이 있을까 싶어 날씨정보를 들여다보고 있는데 옳커니~하고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게 아닌가.
중부내륙과 남부지방 북부지역에 눈소식이 있어 집사람을 꼬드기고 있는 중인데 하늘도 무심하시지... 일요일에 갑작스런 업무가 생겨 오후에 잠시 출근을 해야한다는게 아닌가! 하는 수없이 하루를 앞당겨 토요일에 산행을 가기로 작정하고 행선지 역시 대안으로 영알의 맏형인 가지산으로 코스를 잡아본다.
그래도 가까이 있는 산 중에는 최고봉이니 산정에는 눈도 있을테고 잘하면 상고대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우모복과 방풍쟈켓 등 겨울산행 채비를 마치고 집사람과 함께 차를 몰아 포항-울산 고속국도를 달려 범서인터체인지에서 울산-언양 고속국도로 갈아타고 다시 언양에서 24번 국도로 바꾸어 석남사를 향해 달려간다.
가는 도중 바라본 가지산을 비롯한 주변 산들의 정상부에는 눈이라곤 티끌만큼도 보이질 않아 적잖이 실망감부터 앞선다.
하지만 어쩌랴~ 이미 와버린 것을...그렇다고 행선지를 바꿀 수도 없는 일이다. 집을 나설 때 가지산 정상의 대피소에서 라면으로 점심을 해결하고자 보온밥통에 달랑 밥만 챙겨왔기 때문에 다른 곳으로 가기도 뭣해 처음 계획대로 진행하기로 한다.
도착한 석남사주차장에서 이천원의 주차비를 지불하고 배낭을 들쳐메고 싸늘한 찬바람이 온 몸을 휘감고 지나가는 상가 앞 공터를 지나 도로를 건너 공비토벌기념 전적비가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기면서 가지산을 오르기 시작한다.
산행궤적
도착한 석남사 유료주차장에서
주차비 2,000원을 지불하고 산행준비를 마친 뒤
도로를 건너 공비토벌작전 기념비
오른쪽으로 올라서면서 산행은 시작됩니다.
가지산을 오르는 등산코스는 여러 군데로 발달되어 있지만
가장 많이 이용하는 코스로는 석남사와 석남터널
그리고 운문령에서 출발하는 방법이지요.
오늘 걸어보고자 하는 코스는
그동안 몇번 이용해 본 코스이지만
집사람의 체력을 배려해서 석남사에서 출발하여
가지산을 원을 그리듯 한바퀴 돌아볼까 합니다.
출발 1km 지점에 있는 이 이정표를 지나면
서서히 경사가 급해지기 시작하지요.
이정표를 떠난지 17분 가량 오르면 만나는 멋진 소나무가 있는 쉼터.
얼굴을 살짝 보여주고 있는 쌀바위를 담아보고
계속된 등로에 만나게 되는 좌측의 조망입니다.
오두산에서 송곳봉으로 이어지는 능선 너머로
울산의 문수산과 남암산이 희미하게 보이는군요.
본격적으로 시작된 된비알...
이야기꽃을 피우며 천천히 오름짓을 시작하니
아직은 그런대로 잘 따라와주어 안심이네요.
멋진 뷰가 펼쳐지는 조망바위에서
다리쉼을 하면서 눈을 즐겁게 합니다.
고헌산과 송곳산 아래로 자리잡은
상북면 덕현리 행정마을의 평화로운 모습과
가지산 입석대능선 너머의 오두산을 바라보면서
신나게 걸었던 지난 날을 반추해 보기도 합니다.
천천히 집사람의 보폭에 맞추며 걷다보니 산행을 시작한지
한 시간 십분 걸려 도착한 석남터널 갈림삼거리.
한동안 산행을 안해서 그런지
운동량 부족에 살까지 찌고 있으니
오늘따라 유난히 힘들어 하는군요.
이러다 오늘 산행 완주는 가능할런지...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하는군요.
옛 석남재대피소가 있던 곳에서 잠시 다리쉼을 하면서
가지산의 명물인 쌀바위와 상운산을 바라봐주고
가야할 중봉과 가지산을 올려다보며 용기를 북돋워줍니다.
자리를 옮겨 영업을 계속하고 있는 석남재대피소.
대피소에서는 생수, 막걸리, 커피 및 음식들을 판매하고 있지요.
석남재 대피소 앞에는 계단이 설치되어 있는데
여기서부터 고도 100m 정도는 치고 올라가야 합니다.
일명 595계단길.
다른 곳의 계단과 달리 이곳의 계단은
보폭과 높이가 적절하여 오르기에 수월한 편이랍니다.
볕이 들지 않는 음달에는 녹지않은 눈이 한기를 느끼게 합니다.
계단을 올라 능선의 안부에 도착해서 뒤처진 집사람을
기다렸다가 함께 중봉을 향해 오름짓을 재개합니다.
석남사주차장에서 중봉까지는
약 3.6km의 거리에 고도 차이는 약 900m 정도...
올라가는 길 역시 가파름의 연속입니다.
엄청난 고바위 길의 연속인데도
육산에서 골산, 계단길과 능선길 등
다양함이 어우러져 있어서 지루하지 않은 길이지요.
석남재대피소에서 30분 가량 된비알을 극복하며 힘겹게 올라서니
비록 작지만 문패를 달고 있는 중봉에 올라서게 되는군요.
중봉에서 바라본 가지산 정상.
쌀바위를 거쳐 상운산으로 이어지는 가지산 동릉
그리고 나뭇가지 너머로 보이는 남동쪽의 시원스러운 풍광...
고헌산과 상북면 일대를 비록해 멀리 울산까지...
저 멀리 보이는 산너울이 너울너울 손에 닿을 듯 하지요.
그냥 보기만 해도 절로...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는 풍경입니다.
운문지맥길의 시작이기도 한
가지산 정상에서 아랫재로 이어지는 가지산 서릉길.
학심이, 심심이와 함께 가지산 3대 계곡 중의 하나인 용수골입니다.
용수골 끄트머리에 자리잡고 있는
제일농원으로 내려가는 밀양고개를 지나
다시 시작된 된비알에 고전을 금치 못하는 집사람에게 격려의 말을 건네며
발 아래 펼쳐지는 석남사계곡의 멋진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봅니다.
가파른데다 거칠기 짝이 없는 등로지만 한발한발 하늘을 향해 오르다보면
올려다보이던 풍경들이 하나 둘씩 눈높이가 같아지거나 아래로 보이기 시작하면
이후부터는 막혔던 가슴이 일거에 뚫리듯 시원해지기 시작합니다.
험난한 길을 올라 마침내 도달한 산꼭대기에서
내려다보는 멋진 풍경에 산행의 맛을 느끼게 되지요.
영남알프스의 최고봉, 가지산 정상(1241m)
가지산은 영남알프스의 고봉 중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이자 맏형이지요.
정상부에서 네 방향의 조망이 가리는 것 없이 모두 트여 있고
발 아래 보이는 기가 막힌 조망을 보여주는 곳입니다.
북쪽방향으로 청도 귀바위로도 불리는
가지북봉이 범상치 않은 모습으로 서있고
그 너머로 청도 운문면의 명산들이 한 눈에 들어오네요.
서쪽으로는 운문산을 비롯해 억산, 범봉, 문바위, 귀천봉 등이 줄을 잇고
좀더 좌측으로 시선을 돌리면
용수골을 사이에 두고 진달래능선과 백운산이 나란히 하고 있는
그 너머로 천황산과 재약산이 장엄한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남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능동산 능선 뒤로
오두산, 배내봉, 간월산, 신불산, 영축지맥이 줄을 잇고
아득히 천성산까지 시야에 잡히는 멋진 조망이 눈을 즐겁게 하네요.
비록 산을 오르느라 힘은 들었겠지만
그동안 체득한 산행요령은 잊지 않았기에
천천히 천천히 포기하지 않고 오른 덕분에
이렇게 멋진 흔적도 남기게 되는군요.
정상에 부는 차가운 바람에 오래 머물지 못하고
몸을 녹이기 위해 대피소로 내려가니
대피소의 마스코트인 '지순이'가 자다 깬 얼굴로 반겨줍니다.
대피소에서 라면과 준비해간 밥으로 점심식사를 하고서
과일과 커피로 후식을 즐긴 후에 산행을 계속 이어갑니다.
가지산의 또다른 정상석.
영알의 고봉마다 세워져있는 똑같은 모양의
정상석이 처음에는 거부감이 들었지만
햇수로 4년차에 접어든 지금은 인증샷을 찍을 때
줄을 오래 서지 않아도 되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어 다행이다 싶네요.
가지산에서 쌀바위로 향하는 등로는 북사면의 응달이다보니
쌓인 눈이 채 녹지 않아 일부 구간에는 빙판이 되어 있네요.
하지만 아이젠을 착용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 조심스레 진행을 합니다.
이정표가 서있는 헬기장.
뒤돌아보면 가지북봉이 한번 다녀가라는 듯
머리를 치켜들고 잇는 듯 합니다.
이른 봄철 한번 올라 봐야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계속되는 상운산 가는 길...
거의 평지에 기분 좋은 능선 길이 이어지는 가운데
집사람에게 좀더 멋진 조망을 보여주고파
쌀바위 위로 올라섭니다.
내려다보기가 겁나는 바위 끝단에 세워놓고 폼 한번 잡게 해주고
걸어온 산길을 돌아보면서 스스로에게 대견함을 맛보게 해주기도 합니다.
줄곧 봐왔던 풍경이지만 각도를 달리하면 또다른 감흥으로 다가옵니다.
멀리서 보아도 위압감을 주는 쌀바위를
꼭대기에서 내려다보니 그 짜릿함은 배가되는 것 같습니다.
쌀바위대피소가 있는 공터에서부터 시작되는
평지성 임도가 발아래로 펼쳐지는군요.
가파르게 쏟아지는 급사면을 아이젠도 착용하지 않고 내려서려니
많이 조심스러웠지만 다행히 정규등로와 합류를 하게 되고
쌀바위 빗돌을 사진에 담고 쌀바위대피소 앞으로 돌아나와
사람의 얼굴을 닮은 듯한 쌀바위를 바라보면서
산행을 처음 시작할 무렵 이곳에서 사진을 찍었던
얘기를 하면서 잠시 추억을 나눠봅니다.
쌀바위를 떠나 이내 만나게 되는 이정표.
우측 아래로 석남사 경내로 내려서는 등로가 있지만
위험한 코스라 출입을 금한다는 안내문이 서있어
혼자라면 내려갈 생각이었지만 오늘은 통과하기로 합니다.
학심이계곡 초입을 지나며 지난 여름 집사람을 고생시켰던 생각에
학소대폭포로 가는 길이라는 것만 살짝 얘기해주고
그때의 기억을 되살려 바가지 긁히는게 싫어서 얼른 앞서갑니다.
널찍한 임도에 유일한 음달 지역이라 가장 늦게 눈이 녹는 곳이지요.
임도를 따라가다 보면 전망데크가 있는 넓은 공터가 나오는데
바로 상운산을 오르는 초입이 있는 곳입니다.
넌지시 상운산을 올라 갈까? 했다가
된통 당하고 바로 꼬리를 내리고 말았네요.
오늘은 상운산, 귀바위는 못 만나겠네요.
차가운 겨울철에는 역시 배터리 수명이 짧다는 사실...
트랙용 핸드폰의 배터리를 교체한 후에
임도를 따라 걸음을 이으니
가지산 구조목(105번)을 만나게 되고,
우측으로 시그널이 제법 나부끼고 있어
오늘은 예서 하산하기로 마음 먹어 봅니다.
등산화 끈을 다시 한번 조여매고 가파른 내림길을 따라 내려서니
먼곳을 응시하는 거북형상의 바위를 만나게 되고
계속되는 급내림길을 조심스레 내려갑니다.
쏟아진다는 말이 어울리는 내림길을 30분 가량 정신없이 내려서니
122번 구조목을 만나게 되면서 등로는 유순해지기 시작합니다.
비록 풍부한 수량은 아니지만 암반을 타고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푸른 산죽이 군락을 이루는 부드러운 산길을 따라 막바지 산행을 이어갑니다.
계곡을 가로질러 진행하다 암반을 흐르던 계곡물이
작은 폭포를 이루며 떨어지는 모습에
일부러 계곡 가까이 내려가 담아보기도 합니다.
수량이 풍부하면 볼만하겠다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산허리를 감도는 산길은 폭닥하기 그지없는 웰빙산책로로 바뀌게 되고
석남사 영역을 알리는 철조망을 따라 계속되던 산길을 따르다
숲 아래로 나있는 석남사 경내로 곧장 내려설 수 있는 지름길로 내려섭니다.
흔적이 미미한 옛길을 따라 잡풀을 헤치고 내려서면
석남사의 부흥을 일구웠던 중창주이자
한국 비구니 승가의 상징적 존재였던
'인홍스님'의 부도탑을 만나게 됩니다.
부도탑을 빠져나와 석남사 경내를 찾아 봐야겠지만
오늘은 느림보산행으로 시간이 많이 지체가 되어
멀리서 합장 삼배로 예를 올리고 바로 내려가기로 합니다.
수고했다는 덕담을 주고받으며 잘 단장된 도로를 따라 걷다보면
일주문을 지나게 되고 다시 한번 합장 반배로 예를 올리고
텅빈 매표소 앞을 지나 석남사 입구의
큼지막한 빗돌 앞에 서게 되면서 가지산 산행을 마무리 합니다.
영남알프스라 이름하는 산군 중에서 가장 높은 산으로 억세고 긴 능선에 황홀한 조망이 아름답게 펼쳐지는 가지산을 찾은 오늘.
행여나 상고대를 볼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찾았지만 역시 기대는 무리인 듯...
사계절 어느 때 찾아도 만족감을 주는 가지산이라 굳이 상고대가 아니어도 멋진 조망으로 보상을 받았으니 아쉬움은 어느 새 사라져버리고 다음을 기약하며 주차장에 세워둔 애마를 찾아 왔던 길을 되짚어 귀로에 오른다.
평소 산행시간에 크게 구애받는 편이 아니지만 장거리산행에 있어 산행속도도 어느 정도는 중요한 만큼 앞으로 함께 장거리산행을 갈 경우를 대비하여 지구력은 좋은 편인데 속도가 안나는게 문제니까 살 좀 빼라고 넌지시 잔소리 좀 했더니 예정했던 시간보다 훨씬 더 소요된 오늘의 산행이 본인 스스로 생각해도 문제가 되긴 되는 모양인지 오늘따라 웬지 고분고분한게 말이 없다. 호시탐탐 역전의 기회를 노리고 있는 것 같아 입 꾹 다물고 앞만 보며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열심히 운전에만 집중하며 어둠이 깔린 고속도로를 신나게 달려간다.
'◈ 산행이야기 > ☆ 2017년도 산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음속에 품고만 있었던 길을 찾아 떠나본 팔공산 오도암-청운대 (0) | 2017.02.20 |
---|---|
눈이 부시도록 맑은 날씨에 환상적인 조망 그리고 상고대와의 만남...남덕유산 (0) | 2017.02.13 |
포항라푸마산악클럽과 함께 다녀온 평창 고루포기산 심설산행 (0) | 2017.02.06 |
순백의 사슴뿔을 찾으러 불원천리 달려간 단양 소백산 (0) | 2017.01.19 |
순백의 설원을 찾아 떠나본 함백산 신년 첫 산행 (0) | 2017.01.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