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달이 사는 집
다양한 야생화와 눈맞춤하며 걸었던 경주 단석산 본문
♤ 산행일자 : 2017. 04. 23 (일) 날씨 - 맑음
♤ 산행장소 : 경주시 건천읍, 내남면, 산내면 일원
♤ 산행인원 : 집사람과 함께...
♤ 산행코스 : 비지리마을회관-사곡지-절골계곡-주능선 합류-단석산-비지고개-입암산-백석암갈림길-비지리갈림길(우측사면)-비지리마을회관(원점회귀)
♤ 산행시간 및 거리 : 4시간 34분, 8.97km (식사 및 휴식, 야생화와 눈맞춤하며 어울렁더울렁...)
◈ 산행기
지난 주에 이어 이번 주말에도 조금은 먼 곳으로 떠나볼까 싶어 산행지를 고르던 중 딸내미가 주말에 내려와 경주에 볼 일이 있다고 하여 데려다 주는 걸음에 경주의 산을 찾기로 정하고 산행준비를 마친 뒤 두 여자를 태우고 집을 나선다.
경주 시내에 딸내미를 내려주고 내심 생각하고 있던 곳이 있어 망설임없이 차를 몰아 신경주역 방향으로 차를 몰아간다.
그동안 여러 코스별로 자주 올라본 곳이지만 아직 집사람이 한번도 걸어보지 못한 코스로 데려갈까 싶어 경주의 최고봉인 단석산을 찾아가는 길이다.
단석산의 대표적인 산행로는 우중골, 당고개, 방내리쪽을 들 수 있지만 단석산 정상 남쪽 아래 내남면 비지리 학동마을에서 오르는 길은 단석산의 다른 등산로에 비해 상대적으로 발길이 뜸한 골짜기라 호젓한 산행을 즐기기엔 그만인 곳이다. 게다가 다양한 야생화를 만날 수 있는 기쁨을 덤으로 얻을 수 있는 곳이니 금상첨화가 따로 없다 하겠다.
7번 국도를 달리다 경주 시내로 접어들어 강변도로를 따라 달리다 시외버스터미널 앞의 서천교를 건너 충효동을 지나면 경주대학교와 무열왕릉으로 갈라지는 광명3거리에 닿게 되고 이곳에서 좌회전 하자마자 도로 우측에 있는 광명GS주유소 입구에 입석암을 알리는 작은 빗돌이 있는 길로 꺾어 든다. 이 길은 경주고속철 신경주역을 지나 화천리 백석암쪽으로 가는 길이다. 백석암 입구를 지나 돌꼬지마을 초입인 큰고개를 넘어서면 곧 비지리 마을버스 정류장이 있는 3거리 길로 왼쪽으로 크게 굽어 내리는 길은 내남방면이고 학동은 우측길이다.
3거리에서 마을 표석이 있는 우측길을 따라 마을 안쪽으로 들어가면 숲속명상학교를 만나게 되는데 우측으로 나있는 도로를 따라 진행하면 산행들머리이자 날머리가 되는 마을회관이 있는 비지리 구판장 앞에 도착하게 된다. 주변으로는 널찍한 주차공간이 마련되어 있어 애마를 세워놓고 산행준비를 마친 뒤 GPS를 가동하며 산행을 시작한다.
산행궤적
비지리마을회관 앞의 구판장 앞에서 산행을 시작합니다.
이제 보름 가량 남은 19대 대통령선거를 알리는
벽보를 쳐다보면서 마을 안쪽으로 걸음을 떼어봅니다.
마을을 빠져나오기 까지는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지만
길섶에 피어난 들꽃들을 담느라 초반부터 시간은 자꾸 흘러만 가는군요.
어쨌던 마을을 빠져나와 계속되는 시멘트길을 30여 미터 가량 따르다
멀리 보이는 절골 입구의 사곡지 제방을 바라보며 논둑길을 따라 진행합니다.
사곡지 제방을 향해 걸음을 옮겨 가던 중 바라본
연둣빛 산색(山色)은 너무 환상적입니다.
가장 좋아하는 이맘 때의 풍경이지요.
진행해야 할 등로는 제방 좌측의 절골방향입니다.
제방 우측으로 나있는 골짜기는 화장골인데 비지고개로 연결이 되지요.
사곡지
만 7년 만에 다시 찾은 산길은 풍부한 맑은 물이
청아한 소리를 내며 흘러내리는 계곡을 따라 이어집니다.
계곡을 따라 잠시만 올라서면 오른쪽으로 물길을 건너게 되고
완연한 봄기운을 지나 초여름에 나온 연한 녹색의 새잎들이
예쁘게 자신들을 뽐내는 신록속으로 빠져듭니다.
이후 계속되는 실팍한 계류길을 따라 나서면
특별하게 자랑할 만한 경치를 보이지는 않지만
이름모를 작은 폭포와 소도 보이는
오롯한 골짜기 속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대부분이 계류 오른편 사면으로 나있는 등로를 따라 진행하면
짧은 너덜지대를 지나게 되고
계곡은 왼편 저 아래로 둔 채 얼마동안 진행하게 됩니다.
신록이 물들고 새들의 소리가 경쾌해질 즈음
참았던 숨을 한껏 토하듯 화려하게 피워내는 분홍색 산벚꽃...
어느 듯 화사한 꽃잎이 서서히 지나가며
연초록 새순으로 바뀌면서 봄은 한층 깊어만 갑니다.
낙엽이 수북히 쌓이고 신록이 돋아난 산길...
걷는 데도 즐거움이 절로 나는군요.
간간이 피어난 철쭉과 눈맞춤하면서
하루가 다르게 푸르게 변해가고 있는
신록의 숲속으로 한발한발 내딛는 중이랍니다.
절골의 깊은 골짜기 속으로 한참을 들어왔지만
흘러내리는 물의 양이 아직도 적지 않은 걸 보면
울창한 숲이 머금고 있는 수량은 감히 짐작이 되질 않는군요.
예전 이 코스를 걸었을 때 주능선으로 진입했던 갈림길은
어느 새 지나쳐버리고 길도 없는 산비탈을 치고 오르다
지도를 비교해가며 좌측 사면으로 진행해 갑니다.
나뭇가지를 헤쳐가며 올라선 끝에는 단석산 주능선길과
우중골 독립가옥으로 내려가는 갈림길이 나오는군요.
사실 우중골의 급내림길을 내려가 신선사마애불을 구경하고
다시 단석산으로 오를 계획이었지만
길도 없는 곳을 힘들게 헤쳐 나오느라 고생했을
집사람의 눈치를 보니 감히 말 꺼내기가 뭣해
아무 말없이 단석산으로 직행하기로 합니다.
우중골에서 올라오는 갈래길을 지나고부터
정상까지는 가파른 언덕 오르막이 한참동안 이어집니다.
커다란 빗돌과 그 유명한 단석이 고스락을 지키고 있는 단석산에 올라섭니다.
경주의 유명한 서예가이신
'남령 최병익' 선생의 글씨가 새겨진 단석산 정상석입니다.
단석산의 유래가 된 단석(斷石).
단석산 정상에서는 시원스러운 조망이 일품인데
오늘은 미세먼지 때문인지
약간 뿌연 모습이라 살짝 아쉬운 마음이 드는군요..
하지만 요즈음에는 이만하기도 다행이다 싶을 정도입니다.
정상주변에서 식사할만한 곳을 찾으니
그늘진 곳에는 등산객들이 저마다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하는 수없이 사진 몇장 담고서 발걸음을 떼어
다른 곳을 찾아 물색해 보기로 합니다.
정상에서 잠시 내려서면 만나게 되는 갈림길인데
좌측방향으로 가면 방내리 천주암 방향입니다.
그렇다면 가야할 방향은 당연히 직진이겠지요.
잠시 숲길따라 걸음을 옮겨가면
산정 부근에 남아있는 진달래가
군락을 이루고 있는 곳에서 자리를 잡고
준비해간 음식으로 요기를 합니다.
방내리 천주암으로 내려가는 능선 너머로는
건천읍의 너른 들녘과 멀리 경주시가지가 시야에 들어오고...
진달래와 어우러진 신록의 단석산...
'좋다~'라는 소리가 저절로 나오는군요.
입암산을 향하던 산길의 조망이 트이는 곳에서 바라본 영남알프스입니다.
뿌연 날씨지만 이렇게라도 볼수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네요.
남쪽방향의 조망은 그나마 나은 편인데
북쪽이나 동쪽방향의 조망은 상황이 별로입니다.
육안으로 어렴풋이 토함산, 무장산 등이 보이지만
사진으로는 구별하기가 쉽지 않네요.
가야할 입암산 방향입니다.
이쪽 방향 역시 먼곳의 조망은 아니올시다네요.
아득한 멀리 삼태지맥의 삼태봉이 희미합니다.
식사를 마치고 우리 마음을 한없이 부드럽게 만들어주는
신록의 자연 숲길따라 20분 가량 발걸음을 이어가면
사거리 갈림길인 비지고개에 서게 됩니다.
좌측이 방내리, 방내지로 가는 길이고
우측은 비지리의 사곡지 방향이지요.
직진은 당연히 입암산 방향입니다.
재작년 이곳에서 집사람과 함께 산머루를 따느라
즐거운 한때를 보냈던 기억이 새롭네요.
산길은 입암산을 향해 곧장 오르지 않고
주능선을 우측으로 두고 왼쪽 산허리를 타고 꾸준히 올라서게 됩니다.
이정표가 서있는 곳에서 좌측 방향은
칡미기재를 지나 큰골로 내려서거나
계속해서 모량밤나무단지로 갈수 있는 등로입니다.
비지고개에서 15분, 삼거리이정표에서 3분 가량 지나 도착한 입암산입니다.
정상부는 밋밋한데다 사방이 숲으로 막혀있어 조망이라곤 없는 곳이라
간단히 사진 한장 남기고 계속되는 등로를 이어갑니다.
입암산에서 약 4분 후 만나게 되는 중요포인트입니다.
좌측은 백석암을 거쳐 백석마을로 가는 길이고
우측 방향이 비지리로 가는 등로입니다.
옅은 둔덕을 이룬 고원같은 봉우리인 596봉을 지난 후
잠시만 내려서면 길은 급한 내리막으로 변하기 시작하고
10분 가량 쏟아지는 내림길을 조심스레 내려가면
그제서야 등로는 걷기좋은 평지길로 바뀌게 되고
봄의 막바지에 이르른 숲길의 나무들은
연초록 잎으로 곱게 단장을 하고
모처럼 찾아든 산꾼을 맞아주는군요.
비지리 갈림길(중요 포인트)
급비탈이 끝난 부분에서 평지길을 따라 50m 정도만 진행하면
시그널 몇 개가 나부끼는 갈림길에 서게 됩니다.
맞은편 희미한 등로는 건천읍과 내남면을 가르는 큰고개로 향하는 길이고
오른쪽 아래로 90도 꺾어져 내려가는 길은 비지리로 향하는 등로입니다.
'으름덩굴'
으름덩굴 꽃은 재미있게도
한 나무에서 암꽃과 수꽃이 따로 핀답니다.
꽃잎 속에 검은 보랏빛을 띠는 여섯개 수술이
갈라져 튀어나와 있는 것이 암꽃이며,
꽃잎 속에 수술을 동그랗게 아물고 있는 것이 수꽃이랍니다.
'솜방망이'
걸어왔던 능선길을 버리고 우측 사면으로 난 길을 따라
지그재그로 10여분 내려서면 숲길은 끝이 나고
앞이 훤히 뚫린 곳에 서니 비지리 마을이 눈앞에 성큼 나타나고
커다란 소나무 한 그루에 잘 조성된 묘지 옆을 지나게 됩니다.
596봉에서 흘러내린 유려한 곡선미가 파란 하늘과 잘 어울리는군요.
시멘트 농로를 따라 따사로운 햇살을 온몸으로 받으며
마을로 들어서 도착한 비지리마을회관 앞에서
시원스런 숲길에 구석구석에서 아기자기한
우리 땅의 야생화를 만났던 오늘의 산행을 마무리합니다.
♤ 산행 중 만났던 우리의 들꽃 ♤
1) 겹벚꽃, 2) 씀바귀, 3) 괭이밥, 4) 봄까치꽃(큰개불알풀)
1) 꽃마리, 2) 골담초, 3) 겹황매화(죽도화), 4) 주름잎
1) 벌깨덩굴, 2) 유채꽃, 3) 양지꽃, 4) 병꽃나무
1) 흰민들레, 2) 조팝나무, 3) 지칭개, 4) 벼룩나물
1) 연복초, 2) 애기똥풀, 3) 미나리냉이, 4) 광대수염
1) 으름덩굴, 2) 옥녀꽃대, 3) 싸리냉이, 4) 봄맞이꽃
1) 현호색, 2) 노랑제비꽃, 3) 금괭이눈, 4) 삿갓나물
1) 둥글레, 2) 큰구슬붕이, 3) 줄딸기꽃, 4) 덜꿩나무
완연한 봄기운을 지나 하루가 다르게 푸르게 변해가고 있는 신록의 계절에 찾은 경주의 최고봉 단석산...
지금으로부터 9년전, 그리고 최근에는 7년 전에 같은 코스를 걸어본 이후로 집사람과 함께 비지리에서 단석산을 오르는 코스를 다시 걸어보니 세월이 흐른 만큼 등로의 흔적은 뚜렷해졌지만 아직은 우중골이나 천주암 코스보다는 조용하고 호젓한 산행을 즐길 수 있었던 것 같다.
야생화의 보고답게 다양한 개체의 들꽃들이 걷는 내내 눈을 맞추었고 연초록빛 나뭇잎 사이를 뚫고 내려와 어깨 위에 내려앉는 찬란한 햇살은 몸과 마음에 스며들어 산행하는 내내 활기찬 걸음이 되게 해주었다.
또한 숲 속을 걷는 동안 들려오는 계곡 물소리, 새소리, 바람소리 등 온갖 자연의 소리가 귓가를 스치고 지나갈 때면 자연이 우리 인간에게 주는 무한한 혜택에 넋을 놓고 한참을 서있다 다시 걷곤 하다보니 시간은 예정보다 늘어져 갔지만 여기저기 아름답게 피어있는 들꽃들을 보면서 발걸음 가볍게 산행을 마칠 수 있었던 같다.
점점 짧아지는 봄날도 서서히 우리 곁을 떠나가는 것 같고 성큼 다가선 듯한 여름의 기운에 아직 대면하지 못한 봄에 피는 우리네 들꽃들을 좀더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아직 뙤약볕의 열기가 가시지 않은 비지리를 떠나 집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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