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달이 사는 집
지난 주에 이어 2주 연속으로 찾은 경주 남산 본문
♣ 산행일자 : 2017. 07. 30 (일) 날씨 - 맑음
♣ 산행장소 : 국립공원 경주 남산 일원
♣ 산행인원 : 집사람과 둘이서...
♣ 산행코스 : 옥룡암-해목령-탑동금강저수지-포석정-황금대-바둑바위-금오봉-철와골-일천바위-옥룡암
♣ 산행시간 및 거리 : 4시간 35분, 10.97km(간식 및 휴식 포함. GPS기준)
◈ 산행기
오늘도 지난 주에 이어 오전 근무 마치고 산으로 향하기 위해 집을 나선다.
집사람이 미리 준비해 온 빵으로 점심을 때워가며 차를 몰아 경주로 달려간다. 지난 주에 이어 2주 연속으로 경주남산을 찾기 위함이다.
코스는 경주남산을 찾는 대부분의 등산객들이 걷는 일반적인 코스가 아닌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을 골라 산행코스로 잡고 예전의 수많은 등산로가 비탐구역으로 바뀌어 흔적이 희미한 산길도 더듬어가며 한바퀴 훌쩍 걸어보고픈 생각으로 동남산 북쪽에 자리잡고 있는 옥룡암을 향해 차를 몰아간다.
경주시 배반동에 위치하고 있는 옥룡암은 탑골로 불리우는 골짜기 초입에 있는 자그마한 사찰로 보물 제201호인 경주 남산 탑곡 마애불상군이 있어 유명해진 곳이다.
가을철 애기단풍이 유명한 곳인데 도착한 옥룡암주차장에 주차를 해놓고 산행준비를 마친 후 경내로 들어서니 배롱나무에 붉은 꽃이 활짝 피어 그 아름다움이 너무나 환상적이라 카메라에 요모조모 뜯어가며 카메라에 담기가 바쁘다. 먼저 출발한 집사람의 뒤를 따라 서둘러 걸음을 옮기며 오늘의 산행을 시작한다.
산행궤적
옥룡암(玉龍庵)
옥룡암에 들어서니 맨 먼저 백일동안 꽃을 피운다는
'배롱나무'가 반가이 맞아주네요.
'목백일홍'이라는 이명(異名)을 갖고 있는 배롱나무 입니다.
붉어서 좋고 오래 봐서 좋습니다.
'참나리꽃'
천도제를 하려는지 대웅전 앞에는 요란스러운 걸개글들이
주렁주렁 달려있어 마치 무당집같은 분위기라
보기에 좋은 것 같지는 않네요.
보물 제201호로 지정되어 있는
'경주남산탑곡마애불상군'입니다.
경주에 살면서 자주 들렀던 곳이라
따로이 부연설명은 생략하고
간만에 찾은 걸음이니 사진 몇장 담고서
곧장 데크길로 올라섭니다.
남쪽면에 새겨져 있는 삼존불상과 보살입상.
그 옆에 조성되어 있는 삼층석탑...
간단히 사진 하나 담고 숲으로 들어갑니다.
늦은 시간 먼 거리를 걸어야겠기에
늑장을 부릴 여유가 없었던 때문이지요.
우거진 숲길을 따라 10분 여를 걸어
상서장에서 이어져 온 등로와 마주치게 되고
유독 소나무가 많은 경주남산의 멋진 길을 따라 속도를 더해 진행합니다.
습기를 머금고 있는 숲길은 금새 비오듯 땀을 흘리게 하지만
간만에 찾은 해목령의 게눈바위 전망터에서
주변 경관을 감상하며 흘린 땀을 씻어 냅니다.
'게눈바위'
바위에 걸터앉아 게눈바위를 배경으로 포즈도 취해보고
걸어가야 할 황금대능선도 바라봐주고
배동 들녘 너머로 보이는 경주의 서쪽지역 산군들을 하나하나 꼽아보면서
게눈바위를 내려와 바위 뒤로 보이는
능선을 따라 포석정을 향한 걸음을 이어갑니다.
게눈바위를 에돌아 내려가면 만나게 되는 '해목령약수터'
오랜 가뭄끝이라 그런지 물줄기가 빈약하기 짝이 없네요.
잠시 약수터에서 다리쉼을 하며
솔방울로 작품하나 만들어보는 여유도 부려봅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약수터에서의 갈림길은 세군데로
안내문 앞을 지나 능선을 따라 진행하기로 하고 길을 나서면
잠시 후 금줄이 처져있는 곳을 만나게 되는데
정상적인 등로를 따랐으면 괜찮았을텐데
만들어간 GPS궤적을 오독해 비탐구역으로 들어서는
우를 범하게 되면서 좀더 힘든 산행을 하게 됩니다.
처음에는 흔적이 뚜렷한 등로를 따라 신나게 걸으며
최근 내린 비로 말라버렸던 계곡에도 물소리가 들려오니
오랜만에 찾은 경주남산의 정취를 만끽하고 있었답니다.
길을 잘못 들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한참을 걸어온 뒤라 되돌리기엔 늦은 것 같아
마을쪽으로 내려섰다가 궤적을 봐가며 적당한 곳에서
다시 정상 등로를 찾아 오를 생각으로 진행하기로 합니다.
'맥문동'
탑동의 안쪽에 있는 일성왕릉 부근의 금강저수지 뒤쪽의
소롯길을 따라 진행하며 담아본 정경으로
경주시 탑동은 신라 건국의 시조인
혁거세 거서간의 탄생 설화가 깃들어 있는 나정과
진한 6부촌장의 위패를 모시고
제사를 지내는 사당인 양산재(楊山齋),
그리고 남간사지 당간지주(보물 제909호)가 있는 마을이지요.
금강저수지 뒤쪽을 통과해 등로를 찾았지만
'가선대부 경주박공'의 묘에서 흔적은 끊어져버려
짐승길 수준의 흔적을 따라 무작정 치고 올라갑니다.
빽빽히 들어선 소나무 잔가지를 헤쳐가며
10분여를 올라서니 그제서야 정상적인 등로와 합류가 되고
발품을 조금이라도 줄여볼 요량으로
포석정 뒤쪽의 지름길로 들어섭니다.
부엉골에서 흘러내리는 개울을 건너 경작지를 지나면
포석정에서 이어져오는 관광일주도로를 만나게 되고
등로는 다시 금줄을 넘어 황금대를 향해 이어집니다.
머리 위로 황금대의 정수리가 올려다 보이지만
제법 가파른 오름길을 극복해야만 자리를 내어줄 기색이라
가뿐 숨 몰아쉬며 한발한발 가풀막을 오르고 있는 중입니다.
30여 분의 시간이 흘러 도착한 황금대.
율동의 너른 들녘 너머로 벽도산, 선도산, 송화산 등
경주 시내를 두르고 있는 산들이 줄을 잇고 있는 모습을 담고
멀리 경주 시가지가 한 눈에 들어오는
막힘없는 조망도 구경하면서 모처럼 찾은 황금대를 뒤로 하고
다음 행선지인 바둑바위를 향해 발걸음을 떼어갑니다.
황금대능선 좌측으로는
부엉골에 있는 늠비봉5층석탑이 건너보이고
그 위 산마루에는 금오정이 올려다 보이는군요.
당겨본 늠비봉5층석탑...
짧지만 가파른 암릉구간이 기다리고 있네요.
바윗길을 오르며 늠비봉5층석탑과
게눈바위가 있는 해목령을 한꺼번에 담아보고
지나온 흔적들을 굽어보면서 남은 등로 이어가니
삼불사에서 올라오는 등로와 만나게 되고
금줄을 넘어 몇 발짝 올라서면
바윗돌이 너무 평평하여 옛날 신선들이
바둑을 두었다는 바둑바위에 서게 됩니다.
삼릉, 삼불사, 포석정 일대가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곳인데
오늘은 흐린 날씨 탓에 시야가 그리 좋지 못하네요.
모처럼 와보니 작은 변화도 생겼네요.
상선암 위쪽에 있는 마애여래입상 주변의 암석이 붕괴 위험이 있어
보수공사가 완료되는 금년 말까지 출입을 금하고 있더군요.
서남산 상사바위 앞의 조망바위에서 마애여래불을 담아봅니다.
상사바위 조망터
경주남산의 등산로 중 가장 훼손이 심했던 등로에도
목재데크가 설치되어 있어 오르내리기가 한결 수월해진 것을 실감하며
금오봉을 향한 발걸음은 쉼없이 이어집니다.
금오봉 직전의 갈림길.
정상을 다녀온 후 되돌아와 좌측으로 진행할 예정입니다.
경주 남산 금오봉.
정상에서 잠시 간식을 먹으며 다리쉼을 한 후에
삼거리로 되돌아와 데크를 따라 임도로 내려섭니다.
화장실이 있는 임도삼거리.
우측방향은 통일전, 용장골로 내려서거나
봉화대능선을 따라 칠불암, 고위봉으로 갈수 있는 길이지요.
원점회귀를 위해 금오정 방향의 좌측 길로 진행합니다.
'원추리'
사자봉(구, 팔각정)과 남산부석 갈림길을 지나
동남산 상사바위 앞에 서게 됩니다.
전에 없던 전망대에서 지난 주 찾았던
남산마을과 바람골, 칠형제바위능선 방향을 조망해보고
금줄이 처져있는 상사바위를 멀리서 담은 후 가던 걸음 계속 이어갑니다.
그냥 지나치려다 모처럼 남산을 찾은 걸음에
금오정을 찾아 사진 하나 남긴 후에
잠시 후 만나게 되는 삼거리이정표에서 철와곡으로 내려섭니다.
이어 통일전으로 내려서는 갈림길을 지나게 되고
촉촉함이 묻어나는 솔가리가 깔려있는
숲길을 따라 속도를 내어 진행해 나갑니다.
남산의 여느 산길과 달리 호젓하고 깨끗한데다
소나무와 잣나무가 어우러져 상쾌한 숲길이 계속되는 곳이라
경주남산을 찾는 지인들에게도 추천하곤 했던 코스이기도 합니다.
철와곡으로 들어선지 13분 가량 지난 후 만나게 되는 일천바위.
옛날 옛적 마왕이 난동을 부려
이곳 바위로 피한 백성 1천여 명이
홍수에도 살아남았다는 전설이 있어
일천바위로 불리는데 일명 마왕바위라고도 하지요.
배낭을 내려놓고 일천바위 위에 올라
막힘없는 조망을 즐겨봅니다.
먼저 좌측의 해목령이 보이고
가야할 능선이 우측으로 길게 뻗어있는 모습입니다.
발아래 좌측으로는 경북산림환경연구원이 자리하고 있고
동방리의 너른 들판 너머로 보문단지의 건물들과
토함산, 동대봉산, 무장봉 등이 흐린 날씨속 희미한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남쪽으로 시선을 돌려보면 통일전이 앞으로 보이고
그 뒤로 남산리와 바람재 그리고 멀리 마석산도 눈에 들어오는군요.
일천바위를 내려와 계속되는 등로를 따르면
마치 햄버거를 닮은 듯한 바위를 지나게 되고
밤나무단지가 조성되어 있는 곳에 이르게 되는데
화랑교육원 인근으로 내려가는 등로를 이제는 금줄로 막아놓았네요.
이제 옥룡암으로 갈 일만 남았으니 더는 지체할 필요가 없어
두 군데의 보리사 갈림길을 애써 무시하고 진행에 속도를 가해봅니다.
옥룡암에서 들려오는 독경소리를 들으며
짧은 내림길을 내려서면
옥룡암 입구에 서있는 이정표 앞에 서게 되면서
오늘의 발걸음은 끝을 맺게 됩니다.
오랜 세월 경주에 살면서 무수히 찾았던 남산이지만 포항으로 이사를 가고 난 이후 경주 남산을 향한 발걸음이 뜸했었는데 지난 주에 이어 다시 찾아 동남산, 서남산을 아우르며 걸어보니 역시 경주 남산이라는 사실을 실감하게 된다.
신라천년 세월의 무게만큼 아득함을 가진 경주남산을 나름대로 코스를 꾸며 걸어보니 시간의 흐름속에서도 그 모습은 변함없는 여전함이 있어 걷는 동안 참으로 괜찮은 걸음이었던 것을 실감하곤 했다.
곳곳에 산적해 있는 옛 서라벌 사람들의 불교문화와 유물, 유적의 흔적을 쫓아 불국의 나라 남산으로 발걸음을 옮겨 비록 땀에 절은 굴비마냥 축축히 젖은 모습이었지만 언제 걸어도 만족도가 높은 이곳 경주남산의 산길을 비록 반나절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귀하고 행복한 시간이었음을 다시금 실감하면서 옥룡암 앞을 흘러내리는 맑은 계류에서 땀을 씻어내고 탑골을 빠져나온다. 서산에 기운 햇살이지만 아직도 그 기운을 잃지 않은 탓에 뜨거운 열기가 남아있는 도로를 달려 폭염속 산행의 더위를 식히기 위해 팔우정로타리 부근에 있는 유명한 밀면집으로 향한다.
'◈ 산행이야기 > ☆ 2017년도 산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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