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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와달이 사는 집

만추의 숲길따라 원없이 걸어본 운곡서원-운제산-시루봉 원점회귀산행 본문

◈ 산행이야기/☆ 2017년도 산행

만추의 숲길따라 원없이 걸어본 운곡서원-운제산-시루봉 원점회귀산행

해와달^^* 2017. 11. 11. 23:09

♧ 산행일자 : 2017. 11. 11 (토)  날씨 - 맑음

♧ 산행장소 : 경주시 강동면, 천북면, 포항시 오천읍, 대송면 일원

♧ 산행인원 : 나홀로...

♧ 산행코스 : 경주시 강동면 운곡서원-왕신3리(사라마을)-사라재-홍계리갈림길-운제산-대왕암-홍은사-후동산방-산여고개-시루봉-주능선이탈-용사골-4거리임도-사라마을-운곡서원(원점회귀)

♧ 산행시간 및 거리 : 6시간 05분, 16.77km(식사 및 휴식 포함, GPS 기준)




◈ 산행기

시간은 어찌 그리도 빨리 가는지.... 일주일을 헐어놓으면 금새 주말이 다가오네요.

매일 매일을 바쁘게 지내는데다 세월이 나이만큼 속도를 낸다더니 이러다 과속위반 딱지 떼이는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ㅎㅎ

일요일에는 친구 아들 결혼식이 있어 대구까지 가야하는 관계로 토요일에 후딱 한바리하고 와야겠다는 생각으로 배낭을 꾸려 집을 나섭니다. 김밥에 빵 몇 개와 과일 좀 챙겨넣고 건천-포항 산업도로를 달리다 강동터널 가기 전 램프를 빠져나와 경주 천북 방면으로 차를 몰아가면 삼거리 입구에 운곡서원, 유연정을 알리는 입간판이 서있는데 그곳에서 좌회전해서 진행하면 운곡서원 입구의 주차장에 닿게 됩니다. 조금은 이른 시간이라 날씨가 한기를 느낄 정도로 쌀쌀한 기온이지만 운곡서원의 명물인 350년된 은행나무를 촬영하기 위해 경향 각지에서 출사를 온 진사님들이 타고 온 차량들로 제법 너른 주차장에 많은 차들이 세워져 있네요.

운곡서원 은행나무의 인기가 이 정도일 줄은 미처 몰랐네요. 근처에 살면서도 저 역시 두 세번 정도밖에 오질 못했는데 말입니다.

해가 떠서 햇살이 은행나무를 비출 때 사진이 잘 나온다는 말을 듣고 산행을 시작하기 전에 몇 장 담아볼까 싶어 카메라만 들고 서원 안으로 들어가보니 은행나무 주변에 커다란 카메라를 삼각대에 세워놓고 때를 기다리고 있는 진사님들이 엄청 많이 보이는군요.

산행이 주목적인 저로서는 기다릴 여유가 없어 간단히 몇 장 담고 하산 후에 다시 찾아보기로 하고 서원을 빠져나와 배낭을 들쳐메고 주차장 입구에 서있는 '운곡서원' 빗돌을 카메라에 담는 것을 시작으로 사라마을을 향한 걸음을 시작합니다.



산행궤적



운곡서원에 관한 내용은 산행 후에 올리기로 하고 은행나무부터 찾아갑니다.



차가운 날씨에 방한복으로 무장한 진사님들이 삼각대를 세워놓고

은행나무에 햇살이 내려앉기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입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자기가 좋아하는 일이라면

날씨 따위는 아랑곳 없다는 사실...

산을 좋아하는 이와 같은 마음이라는 걸 알겠더군요.



매년 가을이 익을 무렵이면 노랗게 물이 든 은행나무를 보러

알음알음 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이들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는데

확실히 인터넷의 영향이 크긴 큰가 봅니다.



아직 100% 샛노랗게 물든 상태는 아닌 것 같은데도

멋진 모습을 담기 위해 새벽같이 달려온 정성들이 참으로 대단합니다.



서원을 나와 주차장 입구에 세워져 있는 빗돌을 카메라에 담으며

마주보이는 도로를 따라 사라마을로 향합니다.



섬뜩 추워진 기분입니다.
가을이 오는가 싶더니 겨울로 접어드는 느낌이니 말입니다.



설악산 대청봉에 눈이 내리고 전방의 휴전선에는

얼음이 얼었다는 소식은 벌써 들었으니

이미 겨울이 시작되고 있는지도 모르겠네요.



온 몸을 휘감는 알싸한 기운에 움츠리게 만들지만

미처 떠나지 못한 단풍이 아직도 아름다운 모습으로

얼치기 산꾼의 눈을 즐겁게 해주고 있으니

오늘 산행도 오감만족이 되지 않을까... 기대가 큽니다.



아침 잠에서 깨어나고 있는 사라마을입니다.

그동안 말로만 들어왔던 곳을 난생 처음 찾게 되는군요.



운곡서원에서 20분 걸려 도착한 사라마을 노인회관.

정확히 행정명은 '경주시 강동면 왕신3리'이지요.

좌측의 도로를 따라 진행한 뒤 우측의 도로로 내려올 계획입니다.



멀리 보이는 야산이 들머리 부근의 능선이지 싶네요.



노인회관에서 10분 가량 시멘트도로를 따라 진행하면 만나게 되는 곳인데

만들어간 궤적이 부실했는지 좌측의 방향이 맞다 싶어 진행을 했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조금 더 진행하면 나오는 임도를 따라 갔어야 했네요.



농로를 따라 걷다가 등로가 어긋나고 있다는 걸 알고 무작정 우측 숲을 올라서니



불과 십여 미터 위에 널찍한 임도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네요.

지도를 확인해보니 포항 대송면 홍계리와

경주 강동면 사라리를 잇는 임도입니다.


임도 위쪽의 능선으로 진행해야 제대로 된 등로이지만

조금 돌아 가더라도 편한 임도를 따라 걷기로 합니다.



삼거리에서 10분여의 시간이 흘러 도착한 사라재입니다.

낯이 익은 곳이다 싶었는데 소형산 부조정에서 강동산업단지를 거쳐

시루봉으로 이어지는 경주.포항 시경계길의 마루금이랍니다.



사라재에서부터 제대로 된 숲길을 걷게 됩니다.



숲길로 들어선지 얼마되지 않아 만나게 되는 막힘없는 조망.

2년 만에 다시 보는 풍경이네요.


영일만을 끼고 있는 포항의 시가지와

포스코를 비롯한 공단의 모습이 한 눈에 들어오는군요.

발 아래 계곡 끝에는 대송면 홍계리입니다.



약 5분 가량 뒤에 만나게 되는 이정표.

산뜻한 모습으로 새롭게 바뀌었네요.

다시 만난 임도를 버리고 산길로 올라서야 합니다.





조금씩 고도를 높혀 산길을 오르면 우측으로 사라마을이 내려다 보입니다.



발길에 채이는 낙엽에 푹푹 빠지며 산모퉁이로 이어진 길을 조심스럽게 나아갑니다.



이정표가 있는 곳에서 15분 걸려 도착한 '유인수원김씨'묘입니다.

헷갈리기 쉬운 곳이지만 시그널을 유심히 살피면 별 무리없을 듯...



수북이 쌓인 낙엽을 밟는 촉감...

바스락거림이 귓가를 간지럽힙니다.



바람결에 하늘거리며 땅 위로 떨어지는 이파리들의 군무가

소낙비의 그것처럼 가슴을 환히 쓸어내립니다.



아직도 노랗게 물든 단풍이 아름답네요.



이곳 역시 유의해야 할 곳입니다.

잔뜩 깔린 낙엽이 등로를 덮어버린 좌측의 널찍한 임도 대신에

이정목의 화살표가 가리키는 산길로 들어서야 합니다.



잠시 후 등로는 두터운 낙엽이 쌓여 있어서 발걸음이 여의치 않지만

조심스럽게 발을 내딛으며 가파른 오름길을 극복해 나갑니다.



약 10분 남짓 가풀막을 넘어 평탄한 길을 걸으니

홍계리로 연결이 되는 널찍한 등로를 만나게 되는데

이정목 아래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지인을 만나게 되는군요.


산악회 정기산행 때 자주 산행을 했던 분이라

금방 알아볼 수 있었지요.

덕분에 따끈한 차 한잔 대접받고

5분 가량 담소를 나누고 먼저 자리를 뜹니다.



이어 시루봉, 운제산 갈림 삼거리에 당도하게 되고

등로는 좌측으로 이어집니다.



운제산을 향한 등로에 만나게 되는 조망터.





고개들어 바라본 산불감시초소봉, 운제산 육각정...

그리고 멀리 대왕암



산정에서 아래로 내려온 단풍이 마지막 향연을 벌이고 있는 모습이네요.

계절마다 각기 다른 모습으로 다가오는 우리의 산 풍경...

금수강산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게 아니겠지요.

 


시루봉삼거리.

(← 대각리, 운제산 →)



울긋불긋 모두에게 아름다움을 안겨주었던 단풍도

나뭇가지에서 거침없이 추락하여 어느 덧 앙상해졌네요.

 




육각정을 보수하느라 한동안 출입을 금했었는데

공사가 끝나고 다시 개방을 하고보니 정상석의 방향이 바뀌었네요.



육각정에서 바라본 경주 토함산 방향.



시경계길이자 운토종주 구간인 시루봉 방향



시루봉 너머 도투락목장에 골프장 신축공사가 한창인가 봅니다.

이제 도투락목장의 억새산행은 아련한 추억으로 남게 되었네요.



북동쪽 방향의 조망으로 포항철강공단과

포항시, 오천읍 일원이 한 눈에 들어옵니다.



운제산 정상을 떠나 대왕암을 향하는 등로에서 바라본 대왕암.





운제산 대왕암.


기우제를 지내는 제단 주변으로 자리를 차지하고

전세를 낸듯 먹거리를 내어놓고 먹고 마시며 떠들어대는

몰지각한 행동은 이제는 없어졌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대왕암에서 홍은사 방향의 쏟아지는 급한 내림길은



삐죽삐죽 튀어나온 바윗길에, 낙엽속에 숨어있는

딱딱한 돌멩이들이 잔뜩 깔려있는 미끄러운 마사토길까지...



시종 이어지는 내림길은 잠시의 방심도 허용치 않는

운제산 최악의 하산코스입니다.



20여분 동안 집중하며 조심스레 내려선 뒤 내려온 산길을 한번 바라봐주고서



떠나가는 가을의 정취가 남아있는 홍계계곡으로 내려서게 됩니다.

홍은사 뒤쪽의 이곳은 암시밭골 산행의 초입이기도 하지요.





홍은사 입구에서 간단히 사진 하나 남기고 조용히 빠져나오면



여전히 붉은 단풍나무가 있어 발걸음을 더디게 만드는군요.



시멘트도로를 만나면 우측 산여고개 방향으로...





후동산방(後童山房).


안으로 들어가보았는데 인기척이 없는걸 보니

후동선생께서는 출타중이신가 봅니다.




후동산방(後童山房)은 시인 후동선생이 살고 있는 곳으로 지형도상에는 새사구점으로 표기된 지점입니다.
이곳 산여리 운제산 대왕암 남쪽 아래에 이사구점이란 곳이 있는데 조선시대 이곳에 우리 전통의 민수용 도자기를 구워냈던 사기점(砂器店)이 있었다 하여 이사구점이라 유래하였으며 새사구점은 이사구점이 남서쪽 골짜기로 새로이 자리를 옮겨 사기점을 열었던 곳이라 하여 새사구점이라 한답니다.



일손이 모자라는건지 아직도 감나무에는

아직 따지 않은 감이 주렁주렁 달려있네요.



밝은 햇살이 내리쬐는 시멘트 길에는 오색영롱한 색상이

오묘한 조화를 이루는 단풍이 매혹적이며




꽃불을 지핀 듯 붉은 색 일색으로 활활 타오르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바람결에 흩날리는 낙엽도 가을의 정취를 한껏 돋우고 있네요.



포항 대각에서 산여리를 지나

경주 암곡동 도투락목장으로

넘어가는 고갯마루인 '산여고개'입니다.


좌측은 운제중봉을 거쳐 원효암, 오어사로...

가야할 시루봉 방향은 우측입니다.





잎의 절반은 이미 낙엽이 되어 떠나버린 나무들...



낙엽들은 화룡점정을 다하고 떨어져 뭉쳐있는 늦가을 숲길을 따라

따사로운 햇볕을 받으며 여유로운 발걸음을 잇노라면



시경계능선이자 운토종주길인

시루봉 입구 사거리 갈림목에 서게 됩니다.


(← 무장산, ↑ 시루봉, ↓ 산여고개, → 운제산)



새로이 조성되어 있는 정자쉼터가 있는 시루봉에는



산악자전거를 타고온 동호인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어

잠시 기다렸다가 정상석을 카메라에 담아봅니다.



시루봉을 돌아나와 사거리길림목의 쉼터 의자에서

준비해간 김밥과 간식으로 곡기를 때우고

시경계길을 따라 운제산 방향으로 진행합니다.



만들어간 궤적과 비교해가며 산길을 걷다가

좌측으로 지능선이 갈라지는 지점에서

주능선을 이탈하여 서쪽방향의 숲길로 들어섭니다.



미답의 길이라 약간의 긴장감을 가지고 들어선 숲길은

의외로 산길의 흔적이 제법 나있는 등로였네요.



인적이 드문 곳이어서 그런지 아무렇게나 자란 나뭇가지가

걸리적거리기도 하지만 이렇게 귀한 녀석을 만날 때도 있군요.





'유인여강이씨'묘와 '안동권씨'묘를 잇달아 지나게 되고



이후의 등로는 낙엽이 두텁게 깔린 급한 내림길로 이어집니다.



고도를 낮춘 숲은 겨울에서 다시 가을로 바뀌어 가는 듯

낙엽을 반쯤 떨군 나무들이 여전히 고운 색깔을 자랑하며 숲을 물들이고 있네요.



임도에 내려서니 아예 가을이

이제 막 시작되고 있는 느낌이 들 정도입니다.


그나저나 생각지도 못했던 곳에

자동차 바퀴 자욱이 선명할 정도의

임도가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네요.


미답의 길이라 궤적을 만들 때 화산지 상류의 계곡이니

당연히 원시림을 헤쳐나와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완전히 반전 그 자체입니다.



비록 적은 수량이지만 계곡을 따라 흘러내리는 맑은 물의 노래소리와



떠나는 가을이 아쉬운 듯 계곡 주변을 아름답게 수놓는 단풍의 향연은



자칫 지루하게 느껴질 정도의 긴 임도의 발품도

즐거운 마음으로 걸을 수 있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풋풋하고 여린 청춘의 봄이나

푸르고 싱싱한 활력이 넘치는 여름보다

훨씬 아름답고 화려해진 모습으로 원숙하고

기품이 느껴지는 늦가을의 숲은 푸근하기만 합니다.





삼거리 고갯마루에 도착을 하니 웬지 낯이 익다 싶었는데

화산지에서 운제산 산행을 할때 지나쳤던 곳이었네요.


사라재에서 운제산 방향으로 좌회전하면서

맞은편 골짝이 늘 궁금했었는데

오늘에서야 그 궁금증이 해소가 되었답니다.



우측으로 철조망 울타리가 있는 밤나무단지를 지나

5분 가량 편안한 임도를 따르면



사거리 갈림길이 있는 안부에 서게 됩니다.

직진의 넓은 길은 천북면과 강동면의 면경계길이고,

좌측은 화산지로 내려가는 길이랍니다.


우측으로 방향을 틀어 내리면 강동면 왕신3리...

출발점인 사라마을과 운곡서원으로 갈 수있는 길이지요.



바짝 말라버린 억새의 볼품없는 모습도

일렁이는 바람결 앞에는 운치있는 한 폭의 풍경으로 다가옵니다.




 

다시 만난 왕신3리 노인회관.

쌀쌀한 날씨 탓인지 마을 어르신들의 모습은 보이질 않네요.

 


 


잎이 거의 다 떨어진 감나무에는

미처 다 따지 못한 감들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네요.

산새들 먹으라고 남겨두었는지도 모를 일입니다.




 

산행을 시작했던 운곡서원주차장에는 탐방객들이 타고온

차량들로 만원사례가 따로 없네요.

 


배낭을 내려놓고 카메라만 어깨에 메고 찾은

운곡서원 입구의 돌계단에는 옐로우카펫이 깔려있네요.



은행나무를 보러온 수많은 탐방객들이 나무 앞에 진을 치고 있어

제대로 된 사진을 담아내는 게 힘드네요.





운곡서원(雲谷書院)

경상북도 경주시 강동면 왕신리에 있는 서원으로 안동권씨(安東權氏) 시조인 고려 공신 태사(太師) 권행(權幸)과 조선시대 참판 권산해(權山海), 군수 권덕린(權德麟)을 배향하기 위하여 1784년(정조 8)에 건립하였다. 1868년(고종 5) 서원철폐령으로 훼철되어 1903년 단을 설치하고 재사(齋舍)와 전사청(典祀廳)을 지어 제향하다가 1976년 신라 밀곡사(密谷寺) 터로 추정되는 경주시 강동면 왕신리 청수골에 복원하였다. 묘우인 경덕사(景德祠)와 강당인 정의당(正懿堂), 동재와 서재 및 외삼문(外三門)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매년 음력 3월 초정일(初丁日)에 향사를 지낸다. (참조:두산백과)



370년 이상 묵은 거대한 은행나무가

노란 꽃구름을 만드는 운곡서원의 명물이지요.



운곡서원의 은행나무는 370년 수령의 보호목으로

매년 은행잎이 노랗게 물드는 이맘 때면 전국에서

사진작가들이 모여드는 출사 명소이기도 합니다.



고색창연한 정자인 유연정(悠然亭) 앞에 서있는 은행나무는 나뭇잎이 오리발을 닮았고

가지가 오리 다리와 비슷해 압각수(鴨脚樹)라고도 불린답니다.



늦은 오후 시간임에도 운곡서원을 찾는

탐방객들은 계속 줄을 잇고 있어

아직 푸른 기운이 남아있는 은행나무의 모습을

카메라에 몇장 담고서 서원을 빠져나옵니다.





운제산의 수많은 산행코스 중에 아직 미답의 구간이 있어 한번쯤 걸어보는 것도 괜찮다 싶어 궤적을 하나 만들어 찾아간 강동면 왕신리 310번지.

오랜 수령(樹齡)을 자랑하는 보호수인 은행나무를 보러 몇 번 찾아온 것 외에는 잘 찾지 않는 곳이었지만 이곳에서 출발해서 운제산이나 시루봉으로 이어지는 산길을 걸어보고파 찾아왔답니다.

계절이 계절인지라 운곡서원보다 지명도가 더높은 은행나무를 카메라에 담기 위해 찾아온 진사님들이 이른 아침부터 차가운 바람을 온전히 맞으며 해가 비치길 기다리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뭐든지 자기가 좋아서 해야 하는 것이라는 사실 새삼 느껴봅니다. 아무리 좋은 일이어도 본인이 내키지 않고 억지로 시켜서 하는 일이라면 무엇을 하던지 금새 흥미를 잃어버리고 말 것입니다.

이 가을의 끝자락 누구는 떠나가는 가을이 아쉬워 길 위에서 아픈 방랑을 할 것이고 누구는 부산하게 새로운 손님인 겨울 마중을 준비하겠지요.

일상의 잡념이 끼어들 여지가 없었던 오롯이 홀로산행의 진수를 제대로 느낀 오늘의 발걸음... 세상사 시름은 잠시 던져버리고 오직 자연만을 벗 삼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찬 바람이 불면서 어느 새 가을이 우리 곁을 떠나고 있지만 주말을 맞아 찾아온 운제산에서 떠나는 가을의 정취를 흠뻑 느끼고 행복한 마음 가득 안고 운곡서원주차장을 빠져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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